“내일부터 회사에 나오실 필요 없습니다. 당신은 해고입니다.”
“네? 도대체 왜죠?”
“지난주에 받은 정기 MRI 검사에서 당신이 회사 기밀을 외부로 유출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경찰 조사도 받게 될 겁니다.”
“말도 안돼요. 저는 결백합니다!”
2006년 미국 샌디에이고에 ‘노라이(No-Lie) MRI’라는 회사가 설립됐다. 자기공명영상(MRI)으로 고객의 진실을 증명하는 회사다. 조엘 후이젠가 사장은 자신의 회사가 가지고 있는 기술은 거짓말인지 아닌지를 맞추는 정확도가 100%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기 암시를 걸거나 거짓말을 자연스럽게 하는 연습을 해봤자 더 이상 소용이 없다고 말을 이었다. 사람은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뇌는 거짓말을 못한다는 것이다.
한 번 검사에 600만 원이나 들지만, 이 회사에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이 몰려들고 있다. 이제 기계로 인간의 의도를 읽어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거짓말까지 읽어내는 시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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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탐지기는 1895년 이탈리아의 범죄학자 체사레 롬브로소가 발명했다. 거짓말을 할 때 변하는 심장박동수, 혈압, 호흡주기 등 생리적인 현상을 측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거짓말탐지기의 오차율은 20~30%나 된다.
거짓말탐지기에 뇌의 반응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1991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의 로렌스 파웰 박사가 ‘뇌 지문’이라는 개념을 제안하면서부터다. 뇌 지문은 비슷한 자극을 제시하다가 다른 종류의 자극을 섞을 때 300ms(밀리세컨드, 1000분의 1초)에서 나타나는 뇌파인 P300을 측정하는 것이다. P300 뇌파는 범죄수사에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용의자에게 낯선 장면을 보여주다가 범행현장 장면을 보여주면 범인의 뇌는 이 장면을 익숙한 자극(다른 종류의 자극)으로 인식해 P300 뇌파를 발생시킨다. 하지만 범인이 아닌 용의자의 뇌는 이 장면을 낯선 자극(비슷한 자극)으로 받아들여 P300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실제로 이 기술은 미국 CIA 같은 정보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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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어느 부위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알아낼 수 있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기술이 발명되며 더 정확하고 간편한 거짓말탐지기가 나왔다. 200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와 영국 셰필드대 연구팀은 fMRI를 이용해 사람이 진실을 말할 때와 거짓말을 할 때 활동하는 뇌 부위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거짓말을 할 때는 진실을 말할 때보다 대뇌 전전두엽의 활동이 더 증가한다. 전전두엽은 사람의 모든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는 곳으로, 컴퓨터로 치면 CPU와 같은 부위다.
하지만 거짓말을 할 때 반응하는 뇌 부위는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따라서 뇌공학자들은 사람마다 진실을 말할 때와 거짓말을 말할 때 뇌의 어떤 부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기준을 세운 후 측정하기로 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대상자에게 미리 답을 주고 질문을 한다. 한 번은 답을 말하게 하고, 다른 한 번은 거짓말을 하게 하는데, 이때 뇌 반응 지도를 미리 저장해 두는 것이다. 몸무게를 재기 전 저울의 0점을 맞추는 것과 비슷하다. 그 다음 본 질문을 던졌을 때 나타나는 뇌 반응과 미리 저장한 반응을 비교하면 그 사람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미국의 신경과학자 스티븐 레이큰 박사는 이 방법의 정확도가 97%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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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어느 부위가 활성화되는지를 보면, 거짓말을 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를 구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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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3%의 오류 가능성만 극복한다면 거짓말탐지기의 결과를 법정에서 증거로 쓸 수 있을 것이다. 3차원의 복잡한 뇌 영상 패턴을 분석하고 분류하는 다중복셀패턴분석(MVPA)과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여주는 MRI 등 기술이 발달하며 거짓말탐지기의 성능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생각보다 가까운 미래에 이 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거짓말탐지기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도구로 쓰일 가능성도 있다. 거짓말탐지기로 연인이 내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사랑이 식은 것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것이 결코 유쾌한 상상은 아닐 것이다.
최근 과학자들은 뇌공학이 발전하며 생길 수 있는 윤리적인 문제를 예상하고, 적절한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신경윤리학’이라는 새 분야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첨단 뇌공학 기술이 인류의 행복을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도록 좋은 길을 제시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네? 도대체 왜죠?”
“지난주에 받은 정기 MRI 검사에서 당신이 회사 기밀을 외부로 유출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경찰 조사도 받게 될 겁니다.”
“말도 안돼요. 저는 결백합니다!”
2006년 미국 샌디에이고에 ‘노라이(No-Lie) MRI’라는 회사가 설립됐다. 자기공명영상(MRI)으로 고객의 진실을 증명하는 회사다. 조엘 후이젠가 사장은 자신의 회사가 가지고 있는 기술은 거짓말인지 아닌지를 맞추는 정확도가 100%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기 암시를 걸거나 거짓말을 자연스럽게 하는 연습을 해봤자 더 이상 소용이 없다고 말을 이었다. 사람은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뇌는 거짓말을 못한다는 것이다.
한 번 검사에 600만 원이나 들지만, 이 회사에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이 몰려들고 있다. 이제 기계로 인간의 의도를 읽어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거짓말까지 읽어내는 시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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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탐지기는 1895년 이탈리아의 범죄학자 체사레 롬브로소가 발명했다. 거짓말을 할 때 변하는 심장박동수, 혈압, 호흡주기 등 생리적인 현상을 측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거짓말탐지기의 오차율은 20~30%나 된다.
거짓말탐지기에 뇌의 반응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1991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의 로렌스 파웰 박사가 ‘뇌 지문’이라는 개념을 제안하면서부터다. 뇌 지문은 비슷한 자극을 제시하다가 다른 종류의 자극을 섞을 때 300ms(밀리세컨드, 1000분의 1초)에서 나타나는 뇌파인 P300을 측정하는 것이다. P300 뇌파는 범죄수사에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용의자에게 낯선 장면을 보여주다가 범행현장 장면을 보여주면 범인의 뇌는 이 장면을 익숙한 자극(다른 종류의 자극)으로 인식해 P300 뇌파를 발생시킨다. 하지만 범인이 아닌 용의자의 뇌는 이 장면을 낯선 자극(비슷한 자극)으로 받아들여 P300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실제로 이 기술은 미국 CIA 같은 정보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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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어느 부위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알아낼 수 있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기술이 발명되며 더 정확하고 간편한 거짓말탐지기가 나왔다. 200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와 영국 셰필드대 연구팀은 fMRI를 이용해 사람이 진실을 말할 때와 거짓말을 할 때 활동하는 뇌 부위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거짓말을 할 때는 진실을 말할 때보다 대뇌 전전두엽의 활동이 더 증가한다. 전전두엽은 사람의 모든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는 곳으로, 컴퓨터로 치면 CPU와 같은 부위다.
하지만 거짓말을 할 때 반응하는 뇌 부위는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따라서 뇌공학자들은 사람마다 진실을 말할 때와 거짓말을 말할 때 뇌의 어떤 부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기준을 세운 후 측정하기로 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대상자에게 미리 답을 주고 질문을 한다. 한 번은 답을 말하게 하고, 다른 한 번은 거짓말을 하게 하는데, 이때 뇌 반응 지도를 미리 저장해 두는 것이다. 몸무게를 재기 전 저울의 0점을 맞추는 것과 비슷하다. 그 다음 본 질문을 던졌을 때 나타나는 뇌 반응과 미리 저장한 반응을 비교하면 그 사람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미국의 신경과학자 스티븐 레이큰 박사는 이 방법의 정확도가 97%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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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어느 부위가 활성화되는지를 보면, 거짓말을 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를 구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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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3%의 오류 가능성만 극복한다면 거짓말탐지기의 결과를 법정에서 증거로 쓸 수 있을 것이다. 3차원의 복잡한 뇌 영상 패턴을 분석하고 분류하는 다중복셀패턴분석(MVPA)과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여주는 MRI 등 기술이 발달하며 거짓말탐지기의 성능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생각보다 가까운 미래에 이 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거짓말탐지기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도구로 쓰일 가능성도 있다. 거짓말탐지기로 연인이 내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사랑이 식은 것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것이 결코 유쾌한 상상은 아닐 것이다.
최근 과학자들은 뇌공학이 발전하며 생길 수 있는 윤리적인 문제를 예상하고, 적절한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신경윤리학’이라는 새 분야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첨단 뇌공학 기술이 인류의 행복을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도록 좋은 길을 제시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