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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용도에 따라 변신하는 로봇으로 설계된 ‘로보랩’. 위와 아래에 2개의 컨트롤 컴퓨터가 들어가 있어 로봇 움직임 제어와 서비스 활용이 원활하다.]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유진로봇’의 연구소에 들어선 순간 비슷하게 생긴 4대의 로봇이 기자를 반겼다. 바퀴 달린 원통 위에 LCD 모니터가 달린 투박한 모습이다. 로봇들은 서로 무척 닮아 네쌍둥이 같다. 하지만 하양, 노랑, 파랑, 검정 등 색상도 다양하고 자세히 보니 형태도 조금씩 다르다. 어떤 녀석은 팔이 달렸는가 하면 다른 녀석은 팔이 없다. 팔에 쟁반 같은 게 붙어 있는 녀석도 있다. 다들 뭐하는 로봇들일까.

‘로보랩’, 겉은 단순하지만 있을 건 다 있다

흰색 로봇이 맏형인 주인공 ‘로보랩’이다. 지난해 말 이 세상에 처음 나왔다. 트레이를 들고 있는 동생은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할 수 있는 ‘카페로’, 팔이 달린 노란색 동생은 영어 교육용 로봇 ‘로보샘’, 파란색이 실버 케어용 로봇인 ‘찰리’다. 동생들은 저마다 하는 일이 있는데 도대체 맏형인 로보랩은 뭘 하는 걸까. 바로 ‘로봇을 만든다’. 즉 로보랩에 팔을 달거나 쟁반을 붙여 각각 다른 기능의 로봇을 만드는 것이다. 로보랩은 다양한 역할의 서비스 로봇을 디자인할 수 있는 일종의 로봇 플랫폼이다. 다양하게 변하는 변신로봇의 기본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로보랩은 LCD 모니터와 바퀴 달린 원통, 그리고 몸체(바디)로 이뤄져 보기에는 매우 단순하다. 그러나 얼굴과 장애물 인식, 동작 제어 등 로봇의 기본 기능을 모두 갖췄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기 X박스360에 사용되는 동작 인식 장치인 ‘키넥트’와 비슷한 3D센싱 카메라가 로봇 상부에 들어 있어 상대방의 몸짓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원통형으로 생긴 아래 부분에는 레이저 스캐너가 달려 있어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장애물이 무엇인지 여러 방향으로 레이저를 쏘아 확인한다. 여기에 음성 인식 툴과 사용자와의 감성 교류를 돕는 터치 센서, 사용자 정보를 확인하기 위한 전자태그(RFID) 센서, 로봇팔 등은 언제, 어디서든 옵션으로 채택할 수 있다.

[얼핏 보면 유사한 모습을 띤 ‘로보랩’의 동생들. 왼쪽부터 로보샘, 찰리, 카페로다.]

로보랩이 변신 로봇이 되려면 언제라도 필요한 기능을 새로 넣거나 뺄 수 있는 SW 플랫폼, 즉 컴퓨터로 치면 윈도 같은 OS가 있어야 한다. 로보랩은 ROS와 OPROS라는 두 가지 OS가 있다. ROS는 구글 초기 멤버들이 만든 미국 기업인 윌로개라지가 만들어 배포했다. OPROS는 우리나라 정부를 중심으로 과학자와 연구기관, 로봇기업들이 개발하고 있다.

이제 로보랩을 이용해 간단한 서비스 로봇을 만들어 보자. 가정에서 간단한 물건을 찾아오는 심부름 로봇을 만들고 싶다면 우선 심부름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SW플랫폼에 맞춰 PC에서 개발한 뒤 무선랜을 통해 로보랩에 설치하면 된다. 여러 번 테스트와 수정 작업을 거치면 점차 원하는 서비스 로봇이 완성될 것이다. 팔이 필요하다면? 이때는 부가 옵션인 팔을 붙이고 팔을 제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추가한다.




[실버케어 로봇 찰리는 노인들을 위해 간단한 심부름을 한다. 또 맥박이나 혈압을 재거나 치매 예방을 위한 간단한 게임도 할 수 있다. 혈압계나 심부름 물건을 담을 수납공간도 달렸다.]

무한변신 로보랩, 무궁무진한 활용

유진로봇은 로보랩을 현재 교육용 로봇과 카페 주문 로봇, 실버케어 로봇 등을 만드는 데 활용하고 있다. 로보샘은 지난해 말까지 경기도 25개 초등학교에서 영어 교육 시범 서비스를 진행했다. 실버케어 로봇은 노인의 위치와 행동을 인식하고 혈압이나 맥박 등을 수시로 체크한다. 기억력 감퇴와 치매 등을 막을 수 있는 간단한 게임도 할 수 있다. 전세계의 고령화 추세를 고려하면 실버케어 로봇 수요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진로봇은 멀리 있는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데 도움을 주는 원격의료 로봇 ‘로보메디’를 개발하고 있다. 담당 의사가 해외 출장을 갔거나 자리를 비웠을 때 환자에 문제가 생기면 로봇을 병실에 있는 환자에게 보내 로봇을 매개로 원격으로 대화하거나 상태를 살필 수 있다. 도서 지역이나 산간에서도 원격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현재 국내법이 원격의료 서비스를 허용하고 있지 않아 당장 상용화는 어렵다).

이러한 변신로봇의 지향점은 영화 ‘트랜스포머’처럼 무궁무진한 변신이다. 로봇 하나가 심부름을 했다가 필요하면 운동 파트너나 가정교사로 변신할 수 있다. 플랫폼만 이해한다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누구나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스마트폰에 다양한 앱을 내려받듯이 로보랩에 다양한 응용 서비스를 내려받아 쓸 수도 있다. 이러한 변신로봇이 현실화하면 1가정 1PC 시대가 됐듯 1가정 1로봇 시대도 앞당겨질 것이다.

로보랩의 가격은 2000만 원대다. 일반 가정이 구매하기엔 상당히 부담스럽다. 때문에 대학의 로봇 관련 학과 학생들의 교육용이나 연구용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한 로봇 플랫폼 가격이 싸지거나 응용 서비스와 결합해 로봇을 판매하는 비즈니스모델이 나올 수도 있다.

“자동차가 처음 발명됐을 때, 휴대전화가 처음 우리 앞에 소개됐을 때, 매우 비싼 가격이었죠.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폭발적으로 수요가 증가했어요. 로봇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조건들이 필요하겠지만 분명히 개인의 ‘머스트해브(Must Have)’ 아이템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정현철 유진로봇 기술연구소 매니저의 말이다.



5~10년 뒤 서비스 로봇의 미래

5~10년이 지나면 서비스 로봇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까. 단연 손꼽히는 것은 인공지능이다. 앞으로 로봇의 인공지능은 단순히 주위 사물을 인식하는 것을 넘어 인간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로봇 주위의 상황을 스스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일부에서는 인간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현철 매니저는 “인공지능의 수준이 높아지면 서비스 로봇에서도 LCD 모니터가 사라질 것”이라며 “다양한 센서에 주위 상황을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 더해지면 훨씬 진일보한 서비스 로봇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화제가 됐던 아이폰의 음성인식 ‘시리’에도 음성 인식에 인공지능 기능이 추가됐다. 단순히 명령어 검색에 그치지 않고 사용자와의 대화를 이해하고 의도를 해석하려고 한다. 이런 인공지능 기능이 더해지면 훨씬 복잡한 서비스 로봇이 나올 수 있다.

‘클라우드(Cloud) 로봇’이라는 개념도 슬금슬금 나온다. IT분야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로봇에 결합됐다는 의미다. 로봇 플랫폼에 다양한 콘텐츠와 응용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도록 구름처럼 한데 모아놓는다. 로봇은 원할 때마다 필요한 콘텐츠와 앱을 호출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불편한 것을 편리하게 만드는 것은 세상에 널렸다. 그 중에 로봇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친구로 가장 친숙한 도구가 될 것이다. 로보랩에서 그 미래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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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과학동아 정보

  •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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