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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편안한 잠을 선사하는 침대와 베개, 사고가 났을 때 승객을 최대한 보호하는 자동차 에어백, 오랫동안 걷거나 달릴 때 지면으로부터 받는 충격을 줄이는 운동화 공기깔창, 옷맵시를 돋보이게 하는 보정속옷 등 인류는 여러 가지 쿠션을 개발해 왔다. 과연 이 많은 쿠션들이 단순히 사람의 상상만으로 탄생한 걸까.

이미 동물과 식물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쿠션을 진화시켰다. 자연은 어떠한 이유로, 어떻게 쿠션을 만들었을까.

비결은 쿠션 1. 공기 모아 물속에서 숨쉬기

동물과 식물에게 쿠션이 필요한 첫 번째 이유는 공기를 저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소는 온몸으로 보내고 이산화탄소는 바깥으로 내보내려면 공기를 모아두는 장소가 필요하다. 생김새와 기능은 동물마다 다르지만(고등동물일수록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표면적을 넓혀 복잡하게 생겼다), 공기가 다른 데로 새어나가지 않게 모아두는 쿠션이라는 점에서 (곤충의) 기관이나 (고등동물의) 폐 등은 흡사하다. 식물도 숨을 쉬기 위해 공기를 모은다. 특히 물속에서 사는 식물은 공기가 부족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쿠션(통기조직)을 만든다. 수중식물 중에는 연이나 부들, 부레옥잠처럼 뿌리 또는 줄기 아랫부분만 물속에 잠긴 것들도 있다. 줄기와 잎, 꽃을 수면에 띄우기 위해 이런 식물들은 통기조직을 커다랗게 만든다(몸 전체의 30~60%).

동식물과 관계없이, 물속에서 기체끼리 모여 스스로 쿠션을 만들기도 한다.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바닷속 쿠션은 메탄버블로, 북극해를 데우고 있는 주범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노르웨이 북쪽 해저에는 250개가 넘는 거대한 메탄버블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그 안에 갇혀 있던 메탄가스가 새어나와 거대한 거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메탄버블의 지름은 600km정도이며 매년 27Mt(메가톤, 1Mt은 100만t)씩 더해지고 있다.



지난 2004년 데이비드 데밍 미국 오클라호마대 지구물리학과 교수팀은 거대한 메탄버블을 만난 선박은 침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과학탐험 저널 ‘사이언티픽 엑스플러레이션’에 실었다. 메탄버블은 점점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팽창한다. 이 거대한 거품과 부딪친 선박은 부력을 잃고 빈 공간으로 떨어져 사라진다. 연구팀은 또 버블이 수면에서 터지면 메탄가스가 대기 중으로 구름처럼 솟구친다고 설명했다. 낮게 날아가던 비행기가 이 메탄구름을 만나면 엔진이 망가져 추락하게 된다. 연구팀은 이 현상이 자주 나타나는 곳으로 버뮤다 삼각지대를 지목했다. 이곳은 선박 50척과 항공기 20대 이상이 어떠한 이유나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곳으로 악명 높다.




[깊은 해저에서 새어나오는 메탄가스는 거대한 쿠션을 이룬다. 과학자들은 버뮤다 삼각지대의 주원인으로 메탄버블을 지목하고 있다.]

비결은 쿠션 2. 짜디짠 바닷물 타고 수십km 여행

어류나 조류는 특별한 쿠션을 가지고 있다. 물고기 몸속에는 땅콩처럼 생긴 부레가 들어 있다. 물고기는 부레 속 기체의 양을 스스로 조절해 물속에서 평형을 유지하거나, 헤엄치는 높낮이를 조절한다. 앞쪽과 뒤쪽 주머니에 공기를 똑같이 나누면 물고기가 수평으로 헤엄칠 수 있다. 공기를 많이 저장해 주머니를 부풀리면 물고기는 위로 뜨고 반대로 주머니를 작게 하면 수직으로 가라앉는다. 뒤쪽 주머니의 공기를 앞으로 밀어 앞쪽 주머니를 더 크게 만들면 물고기는 위로 나아간다. 반대로 앞쪽 주머니의 공기를 뒤로 밀어 뒤쪽 주머니를 더 크게 만들면 물고기는 아래로 내려간다. 어떤 물에서 사느냐에 따라 부레에 모아두는 공기의 비율이 다른데, 대개 민물에 사는 물고기보다 바다에 사는 물고기의 부레에 산소 비율이 높다.

하늘을 나는 곤충이나 새의 몸속에도 이와 비슷한 쿠션(기낭)이 들어 있다. 기낭에 공기를 모아두면 체중이 가벼워져 날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특히 새의 몸속에 들어 있는 기낭은 폐와 연결돼 있어, 표면적을 넓혀 숨을 쉬는 효율도 높인다.

식물 가운데 코코넛(야자)과 수련, 기생식물인 필로덴드론(Philodendron cannifolium) 등은 씨앗을 쿠션에 넣어 널리 퍼뜨린다. 어떤 씨앗은 수~수십km를 흘러 바다를 건너기도 한다. 열매 안에 텅 빈 공간이 있어 크고 무거운 열매라도 물 위에 둥실 뜬다. 재미있게도 코코넛에는 씨앗과 함께 액체형태의 과육(코코넛 밀크)이 들어 있다. 코코넛밀크는 우유처럼 희고 달콤해 각종 요리의 소스와 음료로 먹는다. 코코넛밀크가 풍부하게 들어 있는 덕분에 코코넛은 짜디짠 바닷물에 들어가도 열매가 쪼그라들지 않아 싱싱한 상태로 멀리까지 퍼질 수 있다.

비결은 쿠션 3.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몸 견디기

쿠션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바로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다. 빠른 속도로 달리던 자동차가 어딘가에 부딪쳤을 때 차체 앞부분이 많이 망가질수록 운전자가 덜 다치는 것도, 차체가 쿠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동물들도 자신의 몸을 지탱하거나, 또는 그 이상의 힘을 낼 때 생기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쿠션을 이용한다. 물 위를 띄엄띄엄 걸어 다니는 소금쟁이와 바실리스크 도마뱀, 소리를 내지 않고 사뿐히 걸어가는 고양이, 땅 위에서 가장 육중한 몸을 끌고 다니는 코끼리…, 비밀은 발바닥에 있다. 발바닥에는 근육과 지방조직으로 이뤄진 패드가 들어 있다. 동물마다 발바닥 패드의 모양과 두께가 달라 기능도 다르다.

소금쟁이는 발(다리) 끝에 미세한 털이 무수히 많이 나 있다. 털 사이사이에 들어간 공기는 서로 뭉쳐 ‘공기쿠션’이 된다. 소금쟁이가 물 위에 떠 있거나 사뿐사뿐 걸어도 물에 빠지지 않는 이유는 이 공기쿠션이 물을 밀어내기 때문이다(초소수성). 지난해 7월 중국 하얼빈공대 연구팀은 1.5kg짜리 소금쟁이 로봇을 개발했다. 소금쟁이의 발 끝을 본떠 물을 밀어내도록 설계한 것이다.


[물에 빠지지 않고 수면으로 빠르게 뛰어가는 바실리스크 도마뱀. 자기 몸무게의 3배나 되는 힘으로 물을 내리쳐 공기쿠션을 만들어 뛰어간다.]

이와 비슷하게 물 위를 뛰어다니는 동물이 있다. 중앙아메리카 코스타리카의 습지에서 사는 바실리스크 도마뱀이다. 몸무게가 약 200g이나 나가는데도 물에 빠지지 않고 수면 위를 달릴 수 있다. 제임스 글래신 미국 하버드대 응용과학공학과 교수팀은 소금쟁이처럼 바실리스크 도마뱀도 수면을 밟으면서 공기쿠션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도마뱀이 자기 몸무게의 3배나 되는 힘을 실어 수면을 내리치면 발바닥과 물 사이에 순간적으로 공기쿠션이 생긴다. 바실리스크 도마뱀은 공기쿠션이 사라지기 전에 발을 빼 앞쪽을 디딘다. 재빨리 발을 움직여 물을 뛰어 건너가는 셈이다.

소금쟁이와 도마뱀의 발에서 아이디어를 얻으면 물 위에서 걸을 수 있는 신발을 만들 수 있지않을까. 안타깝게도 몸무게가 80kg인 사람이 수면을 걸으려면 느려도 초속 30m(시속 약 108km)로 달려야 한다.

다른 동물에 비해 두툼한 발바닥은 누가 가졌을까. 고양이는 발바닥에 지방조직과 탄성섬유가 몰려 있어 패드가 두툼하고 젤리처럼 폭신폭신하다. 충격을 흡수하기 유리해 높은 데까지 점프하거나 높은 데에서 안전하게 뛰어내릴 수 있다. 두툼한 발바닥 덕분에 최고의 사냥꾼으로 진화하기도 했다. 먹잇감에게 들키지 않을 만큼 조용히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발바닥에 신경세포가 많이 몰려 있어 예민하며, 온몸에서 유일하게 땀샘이 분포한다.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는 길에서 다른 동물들은 넘어지기가 쉽지만 고양이는 예민한 발바닥을 밀착해 안정한 자세로 걷는다. 고양이는 긴장하면 발바닥에서 땀을 내 미끄럼을 방지한다. 지상에서 가장 큰 동물인 아프리카코끼리는 6t이나 되는 몸무게를 버티기 위해 발이 진화해왔다. 다른 동물들이 가진 발바닥으로는 몸을 움직이기는커녕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 것이다. 코끼리의 발바닥은 지방조직과 탄성섬유가 두툼하게 몰려 있어 코끼리가 서 있거나 움직일 때마다 전해지는 엄청난 충격을 흡수한다. 하지만 피부 아래로 파터-파치니소체(압각 신경) 같은 신경조직과 혈관이 밀집한 살아 있는 조직으로, 말보다는 사람의 발바닥과 많이 닮았다. 사람은 다른 동물에 비해 발바닥 패드가 얇다. 그래서 밑창이 얇은 신발을 신거나 맨발로는 오래 걷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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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쿠션 테크놀로지
Part1. 자연 쿠션의 비결3
Part2. 마법의 양탄자, 차세대 도시의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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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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