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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대한민국 1호 큐브샛 ‘시네마’ 올해 일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13km에 이르는 긴 다리인 배이 브리지를 건너면 버클리가 나온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자동차로 30분쯤 걸린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버클리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이 저 멀리 버클리 언덕이다.

지난 1월 이곳을 찾았다. 공기는 차갑지만 햇살은 눈이 부시도록 따뜻한 한국의 가을 날씨다. 조용하고 작은 시골 마을 분위기를 풍기는 버클리의 상징은 UC버클리. 1868년 설립된 UC버클리는 미국 서부의 명문대 중 하나로 꼽힌다. 버클리 언덕을 타고 올라가며 대학 건물들이 듬성듬성 서 있다. 마지막으로 눈길이 멈추는 언덕 맨 꼭대기. 이곳에는 NASA가 직접 지어줬다는 우주과학실험실(Space Science Laboratory) 건물 두채가 서 있다. 올해 우주로 올라갈 한미 합작 초소형 위성(큐브샛) ‘시네마(CINEMA)’가 이곳에서 최종 테스트 중이었다. ‘시네마’는 경희대 월드클래스유니버시티(WCU) 달궤도 우주탐사사업단이 UC버클리와 3년 여 동안 심혈을 기울여 공동 설계하고 제작했다.

태양이 토해낸 입자 검출하는 게 임무

건물 2층에 있는 실험실. ‘시네마 랩(CINEMA LAB)’이라는 이름표 위에 ‘NASA 고다드우주비행센터’라는 문구가 찍힌 타원형의 스티커가 붙어 있다. 우주과학실험실이 NASA와 협력이 잦음을 짐작케 한다.

실험실 문을 열자 책상 위가 온갖 부품들로 빼곡하다. 전선과 전자회로, 드라이버와 납땜용 인두도 보인다. 연구원 5명이 책상 앞에 앉아 바삐 손을 움직이고 있다. 시네마의 미국 측 책임자인 로버트 린 UC버클리 물리학과 교수는 “내일(1월 12일) 최종 조립을 앞두고 위성을 모두 분해해 제대로 작동하는지 테스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네마는 길이 30cm 무게 3kg으로 조그맣다. 원래 큐브샛은 가로 세로 높이가 모두 10cm인 정육면체를 의미하는데, 시네마는 높이가  30cm로 길어졌다. 큐브샛 3개를 길게 붙여놓은 모양이다. 시네마는 지구 상공 800km에서 이온과 전자, 중성입자 등 우주에 떠도는 입자를 검출하고 자기장의 변화를 측정하는 게 임무다. 시네마(CINEMA, CubeSat for Ion, Neutral, Electron & MAgnetic fields)라는 이름에 위성의 임무가 담겨 있다. 수명은 1년이다.

우주공간에는 태양 표면이 토해내는 수많은 입자들이 날아다닌다. 태양 표면에서 폭발 현상(플레어)이 일어나면 수소폭탄 100만 개가 폭발하는 것과 같은 상상할 수 없는 에너지가 분출된다. 이와 함께 10억t에 이르는 태양 입자가 우주 공간으로 쏟아진다.

시네마에 실린 ‘스타인(STEIN)’이라는 검출기는 이들 입자를 빠짐없이 잡아낸다. 스타인은 길이 5.1cm로 아주 작다. 무게는 500g 밖에 안 나간다. 하지만 스타인은 지금껏 큐브샛에 실린 검출기로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크기는 작지만 기능은 엄청난 검출기다. 이온과 전자, 중성입자를 동시에 검출하는 것도 비슷한 임무를 띤위성을 통틀어 시네마가 처음이다. 린 교수는 “NASA가 1994년 쏘아 올린 ‘윈드(WIND)’와 2006년 발사한 쌍둥이 태양 탐사선 ‘스테레오(STEREO)’에도 유사한 검출기가 실렸다”면서 “15kg짜리 거대한 검출기가 했던 임무를 길이 30분의 1 크기인 스타인이 더 훌륭히 소화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네마는 태양 입자와 함께 자기장의 변화도 측정한다. 태양의 흑점이 폭발하면서 어마어마한 입자가 방출되면 지구 고유의 자기장에 영향을 준다. 시네마에는 엄지손톱만한 크기의 사각상자가 실리는데 이게 자기장 변화를 알아 낼자력계다. 시네마가 제 궤도에 올라가면 여기서 길이 약 1m인 막대가 뻗어 나와 주변 자기장의 변화를 측정한다. 자력계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지닌것으로 평가받는 영국 임페리얼대가 만들었다.





6~8월 미국에서 1기, 9월 러시아에서 2기 발사

시네마는 올해 총 3기가 올라간다. ‘세쌍둥이’ 위성이 우주공간에서 전방위로 자료를 모으는 셈이다. 당초 경희대 WCU사업단은 2기의 위성만 제작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네마 계획을 들은 UC버클리 측은 시네마의 성능과 임무에 매료돼 미국과학재단의 큐브샛 프로그램에 지원했고 미국과학재단이 예산을 지원해주기로 결정하면서 시네마 1기를 추가했다. 이동훈 WCU사업단장(경희대 우주탐사학과 교수)은 “시네마 3기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우주공간을 입체적으로 찍는 만큼 데이터의 정확도가 더욱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UC버클리가 제작한 시네마 한 기는 6~8월 델타로켓에 실려 미국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지난 1월 19일 조립을 마친 뒤 발사 준비를 위해 NASA에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희대 WCU사업단이 제작하는 2기는 9월 드네프르로켓에 실려 러시아에서 발사된다. 경희대 WCU사업단은 우주라는 극한 환경에서 시네마가 견딜 수 있게 환경 테스트를 하고 있다.

시네마가 올라가면 큐브샛으로는 처음으로 자세제어를 시도한 위성이라는 기록을 세운다. 시네마는 목표 궤도에 진입한 뒤 몸체에 달린 작은 휠(바퀴)을 두 달 동안 천천히 움직여 자세를 바꾸도록 설계됐다. 몸집이 작고 탑재체도 단순한 큐브샛은 대개 궤도에 올라가 태양전지판을 펼치는 등 간단한 작업만 하도록 설계되며 자세제어처럼 정밀한 작업은 최근에서야 시도되고 있다.

이 교수는 시네마의 의미에 대해 “위성 탑재체 개발은 국가 간 기술 장벽이 높아 교류 자체가 힘들다”

면서 “WCU사업단은 순수 과학 연구가 목적인만큼 UC버클리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우주 기술을 보유한 곳과 공동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시네마는 향후 달 탐사 위성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시네마에 탑재되는 검출기 스타인의 분해능이 워낙 뛰어나 스타인을 1000개 이상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검출기로 만들면 달이나 태양 탐사 위성용 탑재체로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NASA의 달 탐사를 주관하는 에임스연구센터는 시네마와 유사한 큐브샛 2~3기를 우주선에 실어 달 궤도에 진입시킨 뒤 달 상공에서 큐브샛을 떨어뜨려 달의 자기장을 측정하는 ‘루너 임팩터(Lunar Impactor)’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에임스연구센터는 2009년 ‘파마샛(PharmaSat)’과 2010년 ‘오레오스(O/OREOS)’라는 큐브샛을 잇달아 쏘아 올려 우주에서 살아 있는 생물의 생존 가능성을 성공적으
로 테스트했다.

한편 시네마 두 기가 실릴 드네프르로켓에는 과학기술위성3호와 세트렉아이가 제작한 두바이샛 2호도 함께 실려 한국산 인공위성만 4기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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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크기도 역할도 깨알 같은 큐브샛
Part1. 작아서 강한 큐브샛, 인공위성 성능 뺨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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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과학동아 정보

  • 이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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