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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작아서 강한 큐브샛, 인공위성 성능 뺨친다

지난 2월초 벨기에 브뤼셀에는 수백 명의 위성 전문가들이 몰려들어 ‘눈은 번쩍, 귀는 쫑긋’한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는 가로 세로 높이 10cm 크기의 큐브샛으로 우주를 탐사하는 프로젝트 ‘QB50’에 대한 사업 설명회였다. 2015년에 50개의 큐브샛을 동시에 쏘아올려 우주 탐사를 입체적으로 해보자는 것이다. 유럽우주기구(ESA)가 주최하고 폰칼만 연구소가 주관했다.

현장에 다녀온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기반연구실장은 “큐브샛은 지금까지 교육용이라는 인상이 강했는데 이제는 과학 임무가 더 주목받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느꼈다”며 “큐브샛 커뮤니티도 굉장히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일본, 유럽을 비롯해 아시아, 러시아 등 각국이 10cm 크기에 불과한 큐브샛에 힘을 쏟는 이유는 명백했다. 저렴한 비용으로도 다양한 우주 실험과 연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9년 큐브샛의 탄생

12년 전인 1999년 미국 스탠퍼드대와 칼폴리대(캘리포니아 폴리텍대)의 위성 연구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위성 제조비용이 너무 비싸 학생들이 위성을 직접 개발하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위성에 대한 이론만 가르치기엔 교육 효과가 부족했다. 동기를 주는 것도 쉽지 않았다. 고민하던 연구자들은 10cm 크기의 초소형 위성을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이 때 만든 소형 위성은 비록 작아도 위성을 설계하는 과정을 이해하고 위성 제작과 통신 기술 경험 등을 얻는 데 효과가 컸다. 이것이 큐브샛의 효시다.

두 대학의 연구자들이 정한 큐브샛의 설계 표준은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었고 비용도 엄청나게 쌌다. 커다란 다목적 위성 1대를 쏘는 데 약 3000억~5000억 원이 든다. 우리나라의 천리안 위성도 약5000억 원이 들었다. 큐브샛은 1~2억 원으로도 만들 수 있다. 발사 비용을 포함해도 5억 원이면 충분하다.

교육용으로 시작된 큐브샛은 10여 년의 세월을 거쳐 우주 환경 실험과 지구 관측 등 다양한 과학 임무를 맡은 어엿한 위성으로 진화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에임스연구센터는 큐브샛을 신약과 첨단재료를 개발하는 데 활용하기 시작했다. 무중력상태에서 박테리아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반도체 신소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등을 실험했다.





[지난 2월 초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지역 큐브샛 발사 프로젝트 ‘QB50’ 사업 설명회에는 수백명의 큐브샛 전문가들이 모여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일반 위성이 못하거나, 큐브샛이 더 잘하거나
 

큐브샛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고도 90~300km의 하부 열권을 조사하는 것이다. 대기권 중 하부 열권은 공기 밀도가 높아 일반 위성이라도 몇 개월을 버티기가 힘들다. 공기와의 마찰 때문에 위성이 타버리거나 손상된다. 몇 개월 조사에 다목적 위성이나 실험 위성을 쓰는 것은 너무 아깝다. 수억 원이면 뚝딱 만드는 큐브샛이 안성맞춤인 것이다.

CubeSat XI-IV, Cute-1.7 APDII, SEEDS2, AAU CuteSat, O/OREOS, RAX 등은 일본과 미국, 유럽을 대표하는 큐브샛이다. 이들은 하나 같이 일반 위성이 하기 힘들거나 큐브샛에 딱 맞는 개발 목적과 임무를 부여받았다. 큐브샛이 나온 초창기에 발사돼 지금까지 운용되는 큐브샛도 있을까. 놀랍게도 미국 스탠퍼드대와 지진 관련 기업인 퀘이크파인더(Quakefinder)가 공동 개발한 ‘퀘이크샛(QuakeSat)’은 2003년에 발사돼 현재까지 운용되고 있다. 매우 낮은 영역의 지구 자기장을 우주에서 관측해 지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월 벨기에에서 열린 QB50은 이르면 2014년, 늦어도 2015년 50대의 큐브샛을 동시에 쏘아올리게 된다. 하부 열권으로 발사되는 50대의 큐브샛은 일종의 포메이션을 이뤄 하부 열권의 기상과 입자, 에너지 등 다양한 정보를 50개 지점에서 동시에, 수개월 동안 관측하는 것이 핵심임무다. 이를 위해 50개의 기관을 오는 5월 선정, 이르면 2015년에 발사한다.

관측이나 우주 과학 실험 외에도 실제 위성에 적용할 기술을 검증하는 것도 큐브샛의 역할이다. 위성의 자세제어 모듈이나 탑재체의 소형화 가능성을 실험해 볼 수 있다. 위성에 투입할 관측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테스트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우주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여러 실험을 저렴한 비용의 큐브샛으로 할 수 있어 우주공학자들의 눈과 귀를 끌어모으고 있다.

 


우주쓰레기 문제 해결 첨병으로 떠올라

요즘 우주 공간에서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수명이 다한 위성의 잔해와 추진체 파편, 각종 실험 도구 등 우주쓰레기다. 우주쓰레기는 궤도를 돌고 있는 위성과 충돌하거나 우주정거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레이더로 감지할 수 있는 10cm 이상 크기의 우주쓰레기는 약 10만 개 정도로 추정된다. 1년에도 수천 개가 새로 발생한다. 수명이 다한 위성도 우주쓰레기가 되는데, 한쪽 면만 태양빛을 받게 되면 남은 배터리나 연료가 폭발하기도 한다. 자칫 ‘우주 폭탄’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수명이 다한 위성은 역추진시켜 대기권으로 떨어뜨리면 우주쓰레기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을 쓰면 연료가 낭비돼 위성 수명이 짧아진다. 수명이 다한 위성을 어떻게 고도를 낮춰 대기권으로 떨어뜨릴 수 있을까. 큐브샛은 이런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다. 큐브샛의 최대 장점, 즉 비용이 싸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아이디어가 위성 한쪽에 우산처럼 저항을 받게 하는 장치를 설치해 낙하를 유도하는 방법이다. 위성이 제 궤도에 있으려면 중력을 이기는 원심력이 받쳐줘야 한다. 그러나 저항 장치가 붙으면 속도가 떨어지고 원심력이 중력을 이기지 못해 고도가 떨어지게 된다. 과연 이 같은 방안이 효과가 있을까. 저항 장치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위성 속도를 어느 정도로 줄여야 안전할까. 이런 정보를 여러 개의 큐브샛을 이용해 모을 수 있다.

큐브샛을 이용한 또다른 방법은 ‘플라스마 브레이킹’이라는 이름의 기술이다. 이 방법은 전류와 지구 자기장을 이용한다. 위성을 관통하는 추를 설치하고 전류를 흐르게 만든다. 수직 방향으로 흐르는 전류와 수평 방향으로 발생하는 지구 자기장이 맞닥뜨리면 밀거나 끌어당기는 힘이 생긴다. 위성의 움직임과 원심력을 방해하는 방향으로 힘을 발생시키면 고도를 낮춰 떨어뜨릴 수 있다. 이 실험도 큐브샛을 통해 할 수 있다. 최기혁 실장은 “여러 아이디어 중 어떤 것이 효과가 있을지 알려면 실제 위성으로 실험을 해야 한다”며 “저렴한 큐브샛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최초의 큐브샛과 진화하는 우주실험

우리나라는 지난 2002년 한국항공대 연구진과 학생들이 10cm, 1kg 이하 무게의 큐브샛 ‘한누리 1호’ 개발에 처음 도전했다. 한누리 1호는 지난 2006년 7월 27일 러시아 로켓에 실려 발사됐지만 발사체 실패로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지금은 경희대 연구진이 미국 UC버클리 등과 국제협력을 통해 큐브샛 ‘시네마(CINEMA)’를 개발하고 올해 발사할 계획이다. 시네마가 궤도 진입에 성공하면 우리나라 최초의 큐브샛이 될 전망이다. 시네마의 미국 개발 현장 이야기는 2파트에서 볼 수 있다.

일본이 지난해 주최한 큐브샛 경진대회에서 톱10에 오른 국내 연구진도 주목받을 만하다. 방효충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와 학생들은 지난해 2월 큐브샛 활용 아이디어콘테스트에서 당당히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 대회는 개발비용이 제한되고 위성 무게도 15kg 이하 기준을 적용했다.

방 교수팀이 제안한 아이디어는 우주 소행성이나 궤도를 탐사하는 데 활용되는 간섭계 실험을 2대의 큐브샛으로 진행하자는 것. 간섭계는 빛의 간섭 현상을 이용한 측정기로, 한 위성이 쏜 빛의 반사를 다른 위성이 측정해 시간차와 거리를 구하는 것이다. 우주에서는 공기의 저항이 거의 없어 레이저를 활용한 간섭계가 흔히 사용된다. 방효충 교수팀은 2대의 큐브샛으로 미국, 일본 등만 갖고 있는 우주 레이저 간섭계 기술을 실험하고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이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2대의 큐브샛이 간섭계 실험을 정교하게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편대를 이뤄 궤도로 올라가야 한다. 방교수팀은 편대비행과 간섭계 실험을 위한 큐브샛의 스펙과 설계 기술, 탑재체 등 실현 가능한 상세한 내용을 제출했다. 방 교수는 “수명이 다한 우리나라 아리랑 위성의 위치를 저렴한 비용으로 찾아내는 실험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큐브샛 경연대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6월 ‘국민 누구나 우주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초소형 위성 개발 경연대회’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선종호 경희대 우주과학과 교수는 “미국, 유럽, 일본은 대규모 국제 경연대회를 통해 큐브샛을 대중화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선 교수는 “미국은 이미 큐브샛 개발을 대학원이 아닌 대학 학부 과정에서 진행할 정도로 대중화됐으며 우리나라도 올해 안으로 경연대회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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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작아서 강한 큐브샛, 인공위성 성능 뺨친다
Part2. 대한민국 1호 큐브샛 ‘시네마’ 올해 일낸다

2012년 3월 과학동아 정보

  •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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