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뇌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KBS 드라마 ‘브레인’에 이어 JTBC에서는 신경외과 전공의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신드롬’이 방영 예정이다. MBC는 의과대학 학생과 신경외과 전임의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메디컬 프린스(가제)’를 준비하고 있다. 신경외과 의사로서 이러한 흐름은 매우 반갑다. 의학에서도 뇌 문제를 다루는 신경외과는 전문적이며 독립적인 영역인지라 같은 의사도 매우 난해하고 어렵게 인식한다.

그 중에서도 드라마 ‘브레인’은 뇌종양이나 뇌출혈 등 뇌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질환을 소개하고 있다. 또 신경외과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경쟁, 사랑, 다툼, 화해를 현실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다. 특히 주인공 이강훈(신하균 분)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함께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은 신경 외과 의사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 혹은 고민해봄직한 문제라 의사들 사이에서도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높다. 또 일선에서 뜬 눈으로 날을 지새우며 치열하게 살고 있는 신경외과 의사의 이야기를 안방까지 전달함으로써 의사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들을 바로잡을 수 있는 부가적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치료가 어려운 교모세포종

‘브레인’의 영향인지 요즘 교모세포종에 대해 묻는 사람이 많다. 교모세포종은 전체 뇌종양의 12~15%를 차지한다. 뇌에서 발생하는 단일 종양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종양이다. 환자는 진단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죽는다. 치료를 해도 기껏해야 15~18개월 남짓 사는 것이 전부다. 드라마에서 이강훈의 어머니 김순임(송옥순 분) 역시 경련으로 인한 실신 후 수술을 두 차례나 받았고, 항암치료 및 김상철(정진영 분) 교수가 연구중이던 신약까지 몰래 투약 받았지만 결국 죽음을 피할수는 없었다.

그래서 신경외과 의사에게 교모세포종은 골칫덩이다. 환자 수는 적지 않은데 딱히 치료할 방법이 많지 않다. 수술을 해도 일반적인 양성 뇌종양에 비해 눈에 띄는 호전을 보이기도 어렵다. 또 증식 속도가 다른 종양에 비해 배는 빠르고 광범위한데다 출혈이나 괴사가 잘 일어나 수술 후에도 말썽을 부리는 경우가 잦다.

이 때문에 질환의 근본적인 호전보다는 증상의 호전이나 악화를 방지하는 데 주안점을 맞춰 치료한다. 생존기간은 2년 정도지만 수술 뒤 환자의 상태나 삶의 질이 나빠지는 경우도 많아서 실질적으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는 기간은 진단 후 채 1년이 되지 않는다. 주인공 이강훈(신하균 분)의 어머니 역시 교모세포종 진단 후 치료를 받았지만 고작 1년도 채 되지 않아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교모세포종은 방사선 및 화학물질에 노출, 바이러스, 면역결핍 등으로 유전자가 변형되면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컴퓨터 단층촬영(CT) 혹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외에는 종양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조기검진이나 예방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다.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해봐야 단기간 내에 발생한 두통, 경련 등이 전부다. 게다가 종양 자체가 촉수처럼 조직과 세포 여기저기에 뻗쳐있어 종양이 의심되면 한숨부터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수술을 피할 수 없다. 완전한 절제는 어려워도 증상을 완화시킬 수는 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 계획을 세울 때 쓸 종양 조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암 찾는 첨단 ‘내비’

수술에는 다양한 최신장비를 이용한다. 극 중에서도 나왔던 고배율 수술 현미경은 섬세한 종양 제거를 위해 사용한다. 이 외에도 주요 구조물 손상을 피할 수 있도록 종양까지 도달하는 길을 안전하게 안내하는 내비게이션 장치, 종양의 경계를 명확히 알려주는 종양표지자, 수술 가위가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 종양을 분쇄해 흡입하는 초음파 흡입기 등을 이용한다. 수술방 내에서 실시간으로 CT를 촬영하여 종양을 제거하고 합병증 발생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수이동형 CT나 MR (intraop CT or MR)도 있다. 환자 상태가 좋지 않아 전신 마취 수술이 어렵거나 종양이 위험한 위치에 있는 경우에는 환자를 깨운 상태에서 종양을 제거하는 ‘각성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되도록 많은 종양을 절제해야 환자의 증상이 완화되고 후속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의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교모세포종 환자들은 수술 이후 조직학적 진단이 확정되면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는다. 방사선 치료는 일주일에 5일, 5~6주간 치료하며 통상 종양과 그 주위 영역에 방사선을 쬔다. 교모세포종 환자는 늘 힘들다. 수술을 서너 번 받은 경우도 흔하다. 매일 먹어야 하는 항암제는 구역질과 구토를 유발하고,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서 머리가 빠지고 피부가 죽어간다. 그렇게 힘들게 치료를 받아도 생존을 보장 받을 수 없다.

그런 그들을 옆에서 바라보는 우리는 힘든 치료를 견디며 따라 와주는 그들에 대한 고마움과 더불어 결국 치료해줄 수 없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 극 중에서 주인공 이강훈(신하균 분)의 어머니 역시 수술 후 항암 방사선 치료 등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이후 김상철(정진영 분)의 연구 역시 연구비 문제, 신약 투약의 윤리적 문제 및 약제 부작용 등으로 결국 연구가 잠정 중단되는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장면이 그려진 바 있다.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교모세포종 백신 개발

국내 뇌종양의 최고 권위자인 분당 차병원의 조경기 박사 연구팀은 수지상세포를 활용한 교모세포종 치료백신의 임상 시험에 돌입하기도 했다. 수지상세포는 암이나 감염성 병원균에 대한 방어 면역을 유도하는 면역세포다. 세포의 모양이 마치 나뭇가지처럼 생겨 수지상(樹枝狀)세포라고 부른다. 먼저 뇌종양 환자의 혈액에서 수지상세포를 순수 분리한다. 이를 환자의 종양조직과 안전하게 융합시켜 환자에게 주사하는 것이다. 이렇게 투여한 수지상세포 백신은 환자의 몸 안에서 강력한 항암 면역작용을 유도해 암을 치료한다. 이 치료법은 환자의 세포를 이용해 환자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데 바탕을 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존 항암치료와 달리 각 환자에 따른 맞춤치료가 가능하며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모세포종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좋은 소식이다.

극 중 나온 혈관신생 저해제는 종양 주위에 혈관이 새로 자라지 못하게 막아 성장정지를 유도한다. 실제 이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드라마 ‘브레인’이 지난달 17일에 막을 내렸다. 그동안 이강훈(신하균 분)과 김상철(정진영 분)의 대립이 극에 치달으며 점점 극의 분위기가 고조됐다. 긴장이 더해갈수록 안방에서 TV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손에 땀을 쥐었다. 드라마 속에서는 교모세포종 외에도 뇌 동맥류, 외상성 뇌출혈, 수두증, 신경초종 등 다양한 신경외과 질환이 나와 시청자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다양한 신경외과 질환과 그 치료법을 소개해 뇌 수술에 대한 사람들의 막연한 공포와 부담도 줄였다. 이런 변화는 선진국에 비해 5년 정도 뒤쳐진 뇌신경계 기초연구와 기반기술, 치료제 개발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일선에서 일하는 신경외과 의사의 입장에서는 드라마 한편으로 일어난 변화가 무척이나 반갑고 고마울 따름이다. 비록 극 중 이강훈(신하균 분)의 어머니는 결국 죽음을 맞이했지만 아직도 교모세포종을 포기하지 않고 치료하려는 많은 신경외과 의사와 연구자들이 있는 한 언젠가 이 말썽꾸러기는 정복되지 않을까.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2년 2월 과학동아 정보

  • 김현구 기자

🎓️ 진로 추천

  • 의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 의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