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먹으면 안 되는 매우 과학적인 이유!’
유튜브깨나 본다는 사람들은 한번쯤 마주쳤을 섬네일이다. 식인이라니, 과학 이야기를 할 게 뻔한데도 클릭할 수밖에 없는 자극적인 주제다. 이를 증명하듯 이 영상의 조회수는 6월 8일 기준 1000만 회를 넘어섰다. 5월 30일 서울 영등포구 스튜디오에서 영상의 주인공, 유튜버 과학드림(김정훈 씨)을 만났다.
이직용 포트폴리오 준비하다 유튜버가 된 사연
‘유튜버로 부자되기.’ 누구나 한 번쯤 상상했을 법한 일을 과학드림은 정말로 달성했다. 그는 유튜브를 처음 시작한 지 3년 만에 80만 구독자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성실히 ‘과학소년’에서 과학기자의 삶을 살던 그가 한 순간에 직업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저에게 있어 과학기자와 유튜버의 삶은 그리 다르지 않았어요. 주제를 정하고 대본을 쓴다는 점에서 기자의 글쓰기와 비슷했습니다. 과학지식을 콘텐츠로 삼다 보니 연구소를 주로 취재한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었어요.”
그가 처음 유튜브를 시작하겠다고 결심한 이유도 과학기자 경력을 넓히기 위해서다. 그는 “이직용 포트폴리오가 필요했다”는 현실적인 대답을 들려줬다. 그는 “작아지는 출판 시장에서 영상 플랫폼도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런데 직접 유튜브를 시작해 보니 글쓰기의 한계를 영상으로 극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배경음악이나 효과음을 넣고, 녹음하는 과정에서 연구가 진행됐던 시기나 분야를 비언어적 표현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새로웠어요. 예를 들어 공룡 등 고생물학을 주제로 다룰 때는 컨트리 음악을 깔고,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논할 때는 진지한 음악을 넣어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글로 쓰는 기사에서는 어려운 부분이었죠.”
실제 과학드림의 영상은 구독자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장치를 여럿 배치했다. 예를 들어 고생물을 재연한 자극적인 사진을 섬네일로 사용하거나, 주제를 환기할 때는 검은 배경에 커다란 글씨를 넣는 식이다. ‘때는 1990년’이라는 문구가 있으면 배경에 때밀이 수건을 넣는 등 나름의 유머도 구사한다. 다만 초창기 효과는 미미했다.
“대부분 유튜브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듯 저도 ‘하루 아침에 유명해지면 어떡하지’ ‘퇴사를 해야 하나’ 걱정에 시달렸죠. 하지만 좌절의 연속이었어요. 기사보다 영상이 손은 훨씬 많이 가는데 조회수는 100~200명 수준으로 별다른 반응이 없었거든요.”
걱정도 잠시, 두 달이 지나면서 조금씩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처음 반응을 얻은 영상은 기생충을 주제로 한 내용이었다. 기자 시절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를 취재하며 흥미로운 기생충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돼 선정한 주제였다. 처음 영상을 완성했을 때만 해도 잘될 거라는 기대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조회수가 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조회수가 1만 명을 넘기는 것을 보고 ‘됐다’는 것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덩달아 이전에 올렸던 영상들도 조회수가 빠르게 늘었다.
실버버튼 언박싱 찍을 시간에 콘텐츠 만들래요
그는 느리지만 신중한 유튜버다. 일반적으로 유튜브의 성공 조건으로 ‘빠른 주기’ ‘꾸준한 업로드’가 꼽힌다. 그런데 그는 일주일에 영상 하나, 때로는 2~3주에 하나씩 올릴 정도로 업로드 주기가 늦다. 3년 3개월째 운영 중인 그의 채널에 영상은 123개뿐이다. 비슷한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 긱블의 영상이 370개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적다.
유명 유튜버가 되면 한다는 그 흔한 Q&A 영상(유튜버에 대한 구독자의 궁금증에 답변하는 영상), 실버버튼 언박싱도 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과학드림만의 철학이 담겨있다. 그는 “지식 채널은 제 자신보다는 제가 만드는 콘텐츠를 좋아서 구독해 준다고 생각한다”며 “애매한 Q&A 영상을 찍기 보다 콘텐츠를 하나 더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콘텐츠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을까. “정말로 과학동아를 자주 읽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최근에는 과학동아를 읽고 삼엽충 멸종 콘텐츠를 제작했다”며 “잡지 기사들은 맥락이 있기 때문에 거의 그대로 대본을 작성해도 될 정도로 활용도가 높다”는 전직 과학기자다운 대답을 했다. 이외에도 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 발제한 주제를 다시금 들여다 보거나, 과학 신간이 나오면 꼼꼼히 살피는 편이라고 했다.
과학 콘텐츠로 부자되는 선례 남기고 싶다
“게임 기획자, 음악 작곡가처럼 과학 콘텐츠로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요.”
과학드림은 뼛속까지 이과생이다. 단국대 과학교육과를 졸업한 뒤 과학기사를 쓰며 10여 년을 보냈다. 그는 “과학을 전공하면 직업을 구하기도 힘들고, 무엇보다 노력하는 만큼 경제적 보상이 뒤따르는 직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찾은 해결책은 유튜버가 되는 것이었다. 조회수 등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곧바로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그는 “과학으로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과학 유튜버가 되고 싶다는 문의를 많이 받는다. 먼저 그 길을 간 선배로서 꼼꼼히 조언하고, 수익이나 관련 노하우도 공유하는 편이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있다고 했다.
“호기심은 있어도 실제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처음부터 잘 될 생각을 하기보다 영상을 만들어 올려보고, 대중에게 얼마나 외면받는지 경험해보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저도 처음에 만든 영상은 업로드조차 하지 못했어요. 열심히 만들었는데 조악해서 못 올리겠더라고요.”
이런 시행착오를 극복해 낸 과학드림에게 모두가 궁금해 하는 그것, 정말로 부자가 됐냐는 질문을 던졌다. “예, 많이 법니다”라는 멋진 답변과 함께 부연설명을 했다.
“하지만 미래의 수익을 당겨 쓴다고 생각합니다. 유튜브 플랫폼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고, 그보다 먼저 제 채널이 계속 인기가 많을지도 장담할 수 없으니까요. 월급을 받던 시절보다 수입은 몇 배나 늘었지만, 수입 자체의 변동성이 큰 것도 무시하기 힘듭니다. 과도기에는 많을 때는 2000~3000만 원, 적을 때는 180만 원일 정도로 편차가 컸어요. 구독자가 많아지고 조회수가 안정되면서 변동성이 줄어들고 있지만, 과거의 경험이 항상 불안함으로 남아있어요.”
최근 그는 과학드림 일본어 채널을 오픈했다. 본 채널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큰 반응이 없었지만 7개월 째부터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해 현재 구독자 3만 명을 달성했다. 기자일 때부터 오랜 꿈이었던 책도 출간했다. 그간의 유튜브 콘텐츠를 바탕으로 집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과학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영상을 센스 있게 만들어 주목받는 것이 과학자가 오랜 시간 공들여 연구하는 만큼 세상에 기여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능력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