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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기념하며 성대하게 열린 클래식 음악회. 박력있고도 부드러운 지휘자의 손놀림과 한꺼번에 오르락내리락 움직이는 바이올린 활 군대 사이사이로 1~2개씩 배치된 관악기들을 보면 문득 궁금해진다. 플루트나 피콜로는 옆으로 들고 부는데, 왜 클라리넷과 오보에는 앞으로 부는 걸까.
플루트는 양쪽 끝이 모두 열려 있다. 구멍이 관의 옆쪽에 있지만 마우스피스로 공기가 드나들고 악기 끝으로 공기가 빠져나갈 수 있다. 클라리넷은 한쪽 끝이 닫혀 있다. 그래서 공기가 바깥으로 자유롭게 나가지 못하고 뚫린 쪽으로 되돌아온다.
미국 위스콘신대 물리학과 교수이며 소리에 조예가 깊은 저자 윌리 해벌리는 사람들이 음악이나 악기에 대해 궁금할 만한 사항들을 물리적으로 풀어냈다. 같은 학교 같은 과 교수이며 색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저자 푸파 길버트는 미술작품에 대한 모든 것, 즉 색채와 감상기법 등을 물리적으로 설명했다.
이 책에 따르면 플루트와 클라리넷은 생김새만 다를 뿐 아니라 소리가 나는 원리도 다르다. 플루트처럼 양쪽이 열린 관악기를 불면 좁은 틈으로 공기가 빠르게 흐르면서 위아래로 흔들리는 와류를 만든다. 관 속의 공기가 주기적으로 진동하는 것이다. 한쪽으로 들어온 공기가 반대쪽으로 자유롭게 나간다. 바깥으로 나간 공기덩어리를 관 속에 생긴 음의 압력이 다시 빨아들인다. 하지만 클라리넷처럼 한쪽 끝이 닫혀 있는 악기는 관 속으로 들어온 공기가 자유롭게 빠져나가질 못한다. 공기덩어리가 막힌 벽에 부딪쳐 반사되면서 와류에 영향을 준다(되먹임).
생김새와 드는 방향은 다르지만 위의 악기들을 연주하는 방법은 많이 비슷하다. 가장 낮은 음을 연주하려면 모든 구멍을 막아야 한다. 음계의 음을 연주하려면 연주자는 악기 몸체의 구멍을 아래에서부터 순서대로 연다. 공기가 지나가는 경로를 짧게 만들어 음을 높인다.
트럼펫이나 유포니엄, 트롬본, 프렌치호른 같이 아름다운 곡선으로 굽은 관악기는 더욱 오묘하다. 악기를 구부려 만든 이유는 직선으로 만들기엔 관이 너무 길어져서 다룰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악기에서는 음파가 곡선 궤적으로 따라 진행한다. 굴곡이 매끄럽고 급하게 꺾이는 부분이 없어서 파동이 반사하지 않는 한 직선 형태의 관악기처럼 다룰 수 있다.
관악기가 내는 음은 악기의 길이와 관계가 있다. 진동수가 공기 중 소리의 속도(초속 344m)에 비례하고 악기 길이에 반비례하기 때문이다(악기의 지름은 소리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는다). 그래서 음을 조율할 때 바이올린이나 첼로 같은 현악기는 줄을 팽팽하게 당기거나 느슨하게 풀어 장력을 조절하지만, 관악기는 하나의 관을 다른 관에서 약간 빼거나 더 끼워 넣어 길이를 조절한다. 하지만 관을 늘이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 연주자는 빠르고 세게 공기를 불어 넣는 방법으로 한두 옥타브를 올릴 수 있다(오버블로잉).
이 책은 물리에 대한 흥미와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공식을 쉽게 이해하고, 물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미술작품이나 음악을 감상할 때 떠오르는 질문의 답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붓으로 점을 찍어 그린 쇠라의 그림은 왜 생생하게 보일까, 다이아몬드끼리도 흰색부터 노란색, 갈색 등 색깔이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홀에는 왜 벽이 움푹 들어가거나 천장에 화려한 샹들리에 같은 구조물이 잔뜩 달려 있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이 책 한 권에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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