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1월 15일, 서울과 인천, 구리, 수원, 안양 등지에서 200여 차례 빈 집을 털었던 범인이 잡혔다. 최첨단 기계로 무장하고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범인의 주머니에는 7개의 열쇠뿐이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전문가들의 반응이었다. 도둑이 ‘초짜’라는 것이다. 7개도 필요 없다며 한 개면 가정집 문의 90%는 열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어떻게 열쇠 하나로 수백 가구를 털 수 있는 걸까.

잠금장치의 종류는 다양하다. 요즘은 비밀번호를 누르거나 자석을 가져다 대면 문이 열리는 잠금장치를 많이 쓴다. 홍채와 지문을 인식하는 생체인식잠금장치도 나왔다.
하지만 집, 자동차, 서랍장 등 여전히 열쇠를 꽂는 구멍은 많고 그 구멍에는 자물쇠가 들어 있다. 자물쇠는 2세기 중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소중한 물건을 보관하고 비밀을 지키는 역할로 글귀를 새겨 사용하는 이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기도 했다. 형태도 물고기, 거북이 등으로 다양했다. 우리나라도 삼국시대부터 자물쇠를 사용하기 시작해 18세기 말, 현재와 같은 자물쇠로 발전했다.
일직선이 되면 문이 열린다
자물쇠의 종류는 수만가지다. 하지만 기본형이 있다. 실린더형과 디스크형, 튜블라형이다. 3가지 중 한 가지를 기본으로 두고 열쇠와 부품의 형태와 길이, 각도 등을 변화시켜 오직 하나뿐인 자물쇠와 열쇠 짝꿍을 만든다.
대다수 가정집 출입문에 쓰이는 것이 실린더형 자물쇠다. 실린더형 자물쇠는 분리하면 한 개의 원기둥과 원기둥을 감싸는 원기둥형 틀로 나뉜다. 열쇠를 꽂는 부분이 있는 작은 원기둥을 실린더 플러그, 그 바깥쪽을 감싸고 있는 틀을 실린더라고 부른다. 실린더와 플러그를 이어주는 것은 핀이다. 실린더와 플러그 위쪽에는 5개의 구멍이 나있다. 한 구멍 당 위쪽부터 스프링, 드라이버 핀, 바닥 핀으로 채워진다.
자물쇠가 잠겨 있을 때는 플러그가 돌아가지 않는다. 핀이 실린더와 플러그 사이에서 쐐기처럼 장애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문은 플러그가 돌아가면서 실린더와 분리될 때 열린다.
플러그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드라이버 핀과 바닥 핀의 경계가 실린더와 플러그 사이의 경계선과 일직선을 이뤄야 한다. 이 일직선을 쉬어 라인(shear line)이라고 한다. 자물쇠가 잠긴 상태에서는 드라이버 핀과 바닥 핀이 맞닿고 있는 선의 높이가 제각기다. 들어있는 드라이버 핀과 바닥 핀 길이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다 열쇠를 넣으면 열쇠의 움푹 들어간 부분과 솟은 부분이 바닥 핀과 맞물리면서 두 핀 사이의 경계선이 일직선으로 맞춰진다. 그리고 문고리를 돌리면 플러그가 실린더와 분리되면서 문이 열린다.
튜블라형은 자판기와 사무용 서랍에 많이 사용한다. 원리는 실린더형 자물쇠와 같다. 튜블라형은 일자로 쭉 늘어선 실리더형의 핀을 둥글게 배치한다. 열쇠가 들어가면서 열쇠는 바닥핀을, 바닥 핀은 드라이버 핀을 밀어낸다. 이어 드라이버 핀이 스프링을 밀어 올려 두 핀의 경계가 플러그와 실린더 사이에 위치하면 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디스크형은 핀 대신 판을 쓴다. 판은 직사각형 병따개를 연상하면 쉽다. 판의
가운데는 직사각형으로 비어있는데 이 곳이 열쇠가 들어가는 공간이다. 판의 한쪽 면 위쪽에는 둥글게 튀어나와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 아래 스프링을 연결해 플러그에 넣는다. 자물쇠가 잠겨 있을 때 플러그를 보면 6개 판의 끝부분이 마치 고슴도치처럼 위로 3개, 아래로 3개씩 튀어나와 있다. 열쇠를 넣으면 열쇠가 판을 스프링이 있는 쪽으로 밀어낸다. 튀어 나온 모든 판이 플러그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바깥쪽이 매끈해진 플러그가 실린더와 분리된다.



60초 안에 차 문을 열어라
미국이나 영국의 자동차 보험회사는 자동차 보험액을 책정하기 위해 매년 안전성, 보안성, 수리 용이성을 기준으로 자동차를 분석한다. 따라서 자동차에 많이 쓰이는 디스크형은 매년 보안성 검사를 받는다. 보안성은 자동차가 도난당하기 쉬운지를 측정하는 것으로 훔치기 쉬운 차일수록 보험료가 비싸진다.
보안성에 대한 평가방법은 나라와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표적으로 브레이크 인 타임 테스트(Break in time test)를 통해 검증한다. 자동차 도난 전문가가 잠겨있는 자동차 문을 열쇠 없이 여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다. 브레이크 인 타임이 길어질수록 보안성이 우수하다는 것을 뜻하고 통상 1분 이상, 60초가 넘으면 최고의 보안성을 갖췄다고 본다. 영화 ‘식스티 세컨즈’도 여기서 나온 소재다. 주인공인 레인즈(니콜라스 케이스 분)는 맘에 드는 자동차라면 어떤 보안장치를 달았더라도 60초 안에 훔쳐 달아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전설적인 자동차 도둑으로 나온다.
영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연구 기관인 태참은 지난 2004년부터 BIVSA 대회를 열어 매년 보안성이 가장 뛰어난 자동차를 선정하고 있다. 차량 도난이 많은 유럽에서 생산된 BMW, 벤츠, 볼보, 아우디 등은 평균 1~5분 이상의 브레이크 인 타임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폭스바겐의 페이톤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럭셔리 차 중 보안성 1등을 놓치지 않고 있다. 현대와 도요타 등 한국과 일본차도 평균 30초 이내로 우수한 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구를 알면 열쇠 없이도 문을 연다
이번에 잡힌 범인은 당구의 원리를 이용해 실린더와 플러그를 분리했다. 빨간, 노란, 파란 당구공 3개가 일렬로 붙어 늘어서 있다고 가정해 보자. 노란 당구공은 움직이지 않고 빨간 공을 이용해 파란 당구공만 움직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같은 선상에 있는 빨간 공을 세게 치면 된다.
힘을 받은 빨간 공은 그 힘을 노란 공에게 전달하고 노란 공은 빨간 공에게 받은 힘만큼 파란 공을 밀어낸다. 이 때 노란 공은 힘을 전달할 뿐 움직이지 않는다.
이제 당구공에 자물쇠 구조를 대입해 보자. 빨간 공은 열쇠, 노란 공은 바닥 핀, 파란 공을 드라이버 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빨간 공(열쇠)에 힘을 가하면 노란 공(바닥 핀)은 그대로 있고 파란 공(드라이버 핀)만 튀어 올라간다. 세게 칠수록 파란 공은 더 높이 솟는다. 따라서 열쇠에 큰 힘을 가하면 드라이버 핀은 플러그와 실린더 사이의 경계선을 넘어서게 된다. 이 때 실린더와 플러그가 분리되면서 문이 열린다.
열쇠는 자물쇠와 꼭 맞지 않아도 된다. 열쇠 구멍의 모양만 같으면 된다. 얇고 끝이 뾰족한 쇠막대를 써도 된다. 이창일 열쇠협회기술학원 원장은 “자물쇠에 맞는 열쇠로 문을 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열쇠가 7개도 필요 없다”며 “열쇠 구멍의 모양만 같다면 열쇠 한 개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모든 문을 여는 마스터 열쇠
열쇠에 힘을 가하지 않아도 모든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도 있다. 바로 마스터 열쇠다. 호텔이나 대중목욕탕 등 한 사람이 여러 출입문을 관리하는 곳에서 많이 사용한다.
마스터 열쇠의 원리는 드라이버 핀과 바닥 핀 사이에 추가로 핀을 넣어 쉬어라인을 많이 만드는 것이다. 핀의 높이는 최소 0.040인치(0.10mm)부터, 최대 0.340인치(0.86mm)까지 다양하다. 보통 실린더 형 자물쇠에 핀을 한 개 더 추가하면 쉬어 라인이 2개가 되면서 그 자물쇠를 열 수 있는 열쇠도 2개로 늘어난다. 핀을 2개 추가하면 열쇠는 4개로, 3개를 추가하면 열쇠는 8개가 된다. 핀의 수가 늘어날수록 그 자물쇠를 열 수 있는 열쇠가 많아지는 셈이다. 마스터 열쇠는 자물쇠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쉬어 라인에 맞춘 열쇠다. 자물쇠마다 수십 가지의 쉬어 라인을 갖고 있으니 그 중 공통적으로 가진 라인 하나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실제 호텔에서는 층별 마스터 열쇠를 비롯해 호텔 전체를 열 수 있는 마스터 열쇠를 가지고 있다.


살짝만 바꿔도 훨씬 안전하다
그렇다면 자물쇠를 좀 더 안전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 방법이 있다. 자물쇠에 들어있는 핀이나 열쇠의 모양을 바꾸면 된다. 조금만 바꿔도 훨씬 안전하다.
실린더형 자물쇠가 처음 나왔을 때 대부분의 열쇠는 납작했다. 따라서 열쇠 구멍도 직선형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점차 열쇠의 끝부분을 물결무늬로 파거나 비대칭의 ㄹ자로 만드는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면서 열쇠 구멍도 직선형을 탈피하고 있다. 열쇠 역시 십자모양, 삼각형, 정오각형 등 자물쇠에 들어가는 부분을 다면체로 만들거나 열쇠 홈을 45°, 60° 등 특수한 각도로 파 보안성을 높이고 있다.
또 핀이 들어가는 자리를 튜블라형처럼 원형으로 두거나 삼각형, ㅅ자형 등으로 기본 배치에 변형을 준 자물쇠들도 선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도 흐물흐물한 체인형태의 열쇠, 열쇠 끝 부분만 돌아가는 특수 열쇠도 나왔다.
또 다른 방법은 드라이버 핀의 모양을 변형시키는 것이다. 저항 핀이라고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실을 감는 실패나 버섯, 톱니 모양을 하고 있다. 순간적인 충격을 받았을 때 직사각형 핀과 달리 실린더 플러그와 실린더 사이 경계선에 비스듬히 껴 문이 열리지 않게 한다. 단 저항핀은 다섯 개의 구멍 중 최대 세 개 구멍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 그 이상 넣을 경우 오히려 실린더와 플러그의 경계선이 불규칙해 짝이 맞는 열쇠를 넣어도 안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플러그의 가장 첫 번째 구멍에 들어가는 핀도 기본형으로 해야 열쇠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잠금장치의 종류는 다양하다. 요즘은 비밀번호를 누르거나 자석을 가져다 대면 문이 열리는 잠금장치를 많이 쓴다. 홍채와 지문을 인식하는 생체인식잠금장치도 나왔다.
하지만 집, 자동차, 서랍장 등 여전히 열쇠를 꽂는 구멍은 많고 그 구멍에는 자물쇠가 들어 있다. 자물쇠는 2세기 중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소중한 물건을 보관하고 비밀을 지키는 역할로 글귀를 새겨 사용하는 이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기도 했다. 형태도 물고기, 거북이 등으로 다양했다. 우리나라도 삼국시대부터 자물쇠를 사용하기 시작해 18세기 말, 현재와 같은 자물쇠로 발전했다.
일직선이 되면 문이 열린다
자물쇠의 종류는 수만가지다. 하지만 기본형이 있다. 실린더형과 디스크형, 튜블라형이다. 3가지 중 한 가지를 기본으로 두고 열쇠와 부품의 형태와 길이, 각도 등을 변화시켜 오직 하나뿐인 자물쇠와 열쇠 짝꿍을 만든다.
대다수 가정집 출입문에 쓰이는 것이 실린더형 자물쇠다. 실린더형 자물쇠는 분리하면 한 개의 원기둥과 원기둥을 감싸는 원기둥형 틀로 나뉜다. 열쇠를 꽂는 부분이 있는 작은 원기둥을 실린더 플러그, 그 바깥쪽을 감싸고 있는 틀을 실린더라고 부른다. 실린더와 플러그를 이어주는 것은 핀이다. 실린더와 플러그 위쪽에는 5개의 구멍이 나있다. 한 구멍 당 위쪽부터 스프링, 드라이버 핀, 바닥 핀으로 채워진다.
자물쇠가 잠겨 있을 때는 플러그가 돌아가지 않는다. 핀이 실린더와 플러그 사이에서 쐐기처럼 장애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문은 플러그가 돌아가면서 실린더와 분리될 때 열린다.
플러그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드라이버 핀과 바닥 핀의 경계가 실린더와 플러그 사이의 경계선과 일직선을 이뤄야 한다. 이 일직선을 쉬어 라인(shear line)이라고 한다. 자물쇠가 잠긴 상태에서는 드라이버 핀과 바닥 핀이 맞닿고 있는 선의 높이가 제각기다. 들어있는 드라이버 핀과 바닥 핀 길이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다 열쇠를 넣으면 열쇠의 움푹 들어간 부분과 솟은 부분이 바닥 핀과 맞물리면서 두 핀 사이의 경계선이 일직선으로 맞춰진다. 그리고 문고리를 돌리면 플러그가 실린더와 분리되면서 문이 열린다.
튜블라형은 자판기와 사무용 서랍에 많이 사용한다. 원리는 실린더형 자물쇠와 같다. 튜블라형은 일자로 쭉 늘어선 실리더형의 핀을 둥글게 배치한다. 열쇠가 들어가면서 열쇠는 바닥핀을, 바닥 핀은 드라이버 핀을 밀어낸다. 이어 드라이버 핀이 스프링을 밀어 올려 두 핀의 경계가 플러그와 실린더 사이에 위치하면 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디스크형은 핀 대신 판을 쓴다. 판은 직사각형 병따개를 연상하면 쉽다. 판의
가운데는 직사각형으로 비어있는데 이 곳이 열쇠가 들어가는 공간이다. 판의 한쪽 면 위쪽에는 둥글게 튀어나와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 아래 스프링을 연결해 플러그에 넣는다. 자물쇠가 잠겨 있을 때 플러그를 보면 6개 판의 끝부분이 마치 고슴도치처럼 위로 3개, 아래로 3개씩 튀어나와 있다. 열쇠를 넣으면 열쇠가 판을 스프링이 있는 쪽으로 밀어낸다. 튀어 나온 모든 판이 플러그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바깥쪽이 매끈해진 플러그가 실린더와 분리된다.

60초 안에 차 문을 열어라
미국이나 영국의 자동차 보험회사는 자동차 보험액을 책정하기 위해 매년 안전성, 보안성, 수리 용이성을 기준으로 자동차를 분석한다. 따라서 자동차에 많이 쓰이는 디스크형은 매년 보안성 검사를 받는다. 보안성은 자동차가 도난당하기 쉬운지를 측정하는 것으로 훔치기 쉬운 차일수록 보험료가 비싸진다.
보안성에 대한 평가방법은 나라와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표적으로 브레이크 인 타임 테스트(Break in time test)를 통해 검증한다. 자동차 도난 전문가가 잠겨있는 자동차 문을 열쇠 없이 여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다. 브레이크 인 타임이 길어질수록 보안성이 우수하다는 것을 뜻하고 통상 1분 이상, 60초가 넘으면 최고의 보안성을 갖췄다고 본다. 영화 ‘식스티 세컨즈’도 여기서 나온 소재다. 주인공인 레인즈(니콜라스 케이스 분)는 맘에 드는 자동차라면 어떤 보안장치를 달았더라도 60초 안에 훔쳐 달아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전설적인 자동차 도둑으로 나온다.
영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연구 기관인 태참은 지난 2004년부터 BIVSA 대회를 열어 매년 보안성이 가장 뛰어난 자동차를 선정하고 있다. 차량 도난이 많은 유럽에서 생산된 BMW, 벤츠, 볼보, 아우디 등은 평균 1~5분 이상의 브레이크 인 타임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폭스바겐의 페이톤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럭셔리 차 중 보안성 1등을 놓치지 않고 있다. 현대와 도요타 등 한국과 일본차도 평균 30초 이내로 우수한 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구를 알면 열쇠 없이도 문을 연다
이번에 잡힌 범인은 당구의 원리를 이용해 실린더와 플러그를 분리했다. 빨간, 노란, 파란 당구공 3개가 일렬로 붙어 늘어서 있다고 가정해 보자. 노란 당구공은 움직이지 않고 빨간 공을 이용해 파란 당구공만 움직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같은 선상에 있는 빨간 공을 세게 치면 된다.
힘을 받은 빨간 공은 그 힘을 노란 공에게 전달하고 노란 공은 빨간 공에게 받은 힘만큼 파란 공을 밀어낸다. 이 때 노란 공은 힘을 전달할 뿐 움직이지 않는다.
이제 당구공에 자물쇠 구조를 대입해 보자. 빨간 공은 열쇠, 노란 공은 바닥 핀, 파란 공을 드라이버 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빨간 공(열쇠)에 힘을 가하면 노란 공(바닥 핀)은 그대로 있고 파란 공(드라이버 핀)만 튀어 올라간다. 세게 칠수록 파란 공은 더 높이 솟는다. 따라서 열쇠에 큰 힘을 가하면 드라이버 핀은 플러그와 실린더 사이의 경계선을 넘어서게 된다. 이 때 실린더와 플러그가 분리되면서 문이 열린다.
열쇠는 자물쇠와 꼭 맞지 않아도 된다. 열쇠 구멍의 모양만 같으면 된다. 얇고 끝이 뾰족한 쇠막대를 써도 된다. 이창일 열쇠협회기술학원 원장은 “자물쇠에 맞는 열쇠로 문을 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열쇠가 7개도 필요 없다”며 “열쇠 구멍의 모양만 같다면 열쇠 한 개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모든 문을 여는 마스터 열쇠
열쇠에 힘을 가하지 않아도 모든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도 있다. 바로 마스터 열쇠다. 호텔이나 대중목욕탕 등 한 사람이 여러 출입문을 관리하는 곳에서 많이 사용한다.
마스터 열쇠의 원리는 드라이버 핀과 바닥 핀 사이에 추가로 핀을 넣어 쉬어라인을 많이 만드는 것이다. 핀의 높이는 최소 0.040인치(0.10mm)부터, 최대 0.340인치(0.86mm)까지 다양하다. 보통 실린더 형 자물쇠에 핀을 한 개 더 추가하면 쉬어 라인이 2개가 되면서 그 자물쇠를 열 수 있는 열쇠도 2개로 늘어난다. 핀을 2개 추가하면 열쇠는 4개로, 3개를 추가하면 열쇠는 8개가 된다. 핀의 수가 늘어날수록 그 자물쇠를 열 수 있는 열쇠가 많아지는 셈이다. 마스터 열쇠는 자물쇠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쉬어 라인에 맞춘 열쇠다. 자물쇠마다 수십 가지의 쉬어 라인을 갖고 있으니 그 중 공통적으로 가진 라인 하나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실제 호텔에서는 층별 마스터 열쇠를 비롯해 호텔 전체를 열 수 있는 마스터 열쇠를 가지고 있다.
살짝만 바꿔도 훨씬 안전하다
그렇다면 자물쇠를 좀 더 안전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 방법이 있다. 자물쇠에 들어있는 핀이나 열쇠의 모양을 바꾸면 된다. 조금만 바꿔도 훨씬 안전하다.
실린더형 자물쇠가 처음 나왔을 때 대부분의 열쇠는 납작했다. 따라서 열쇠 구멍도 직선형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점차 열쇠의 끝부분을 물결무늬로 파거나 비대칭의 ㄹ자로 만드는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면서 열쇠 구멍도 직선형을 탈피하고 있다. 열쇠 역시 십자모양, 삼각형, 정오각형 등 자물쇠에 들어가는 부분을 다면체로 만들거나 열쇠 홈을 45°, 60° 등 특수한 각도로 파 보안성을 높이고 있다.
또 핀이 들어가는 자리를 튜블라형처럼 원형으로 두거나 삼각형, ㅅ자형 등으로 기본 배치에 변형을 준 자물쇠들도 선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도 흐물흐물한 체인형태의 열쇠, 열쇠 끝 부분만 돌아가는 특수 열쇠도 나왔다.
또 다른 방법은 드라이버 핀의 모양을 변형시키는 것이다. 저항 핀이라고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실을 감는 실패나 버섯, 톱니 모양을 하고 있다. 순간적인 충격을 받았을 때 직사각형 핀과 달리 실린더 플러그와 실린더 사이 경계선에 비스듬히 껴 문이 열리지 않게 한다. 단 저항핀은 다섯 개의 구멍 중 최대 세 개 구멍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 그 이상 넣을 경우 오히려 실린더와 플러그의 경계선이 불규칙해 짝이 맞는 열쇠를 넣어도 안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플러그의 가장 첫 번째 구멍에 들어가는 핀도 기본형으로 해야 열쇠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