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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백 가지 진단을 한 번에

우리 몸에 침입해 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한두 개가 아니다. 보통은 배양 검사로 어떤 병원체에 감염됐는지 확인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다. 환자에게서 병원체를 뽑아내 시험관에서 배양한 뒤 진단을 내리는데, 3일에서 길게는 몇 주가 걸리기도 한다. 변종 바이러스에 의해 급격하게 전파되는 경우라도 생기면 수많은 사람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병을 일으키는 세균, 바이러스의 DNA나 RNA를 검출하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 황당맨은 DNA를 이용해 병원체를 빨리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김봉수 KAIST 화학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팀은 ‘표면 증강 라만 산란’이라는 현상을 이용했다. 라만 신호는 빛이 물질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본래의 빛 에너지가 달라지면서 나오는 신호다. 하지만 신호가 너무 약해 측정이 어렵다.

표면 증강 라만 산란 현상은 금속 나노 구조에 분자가 붙어 있을 때 그 분자의 라만 신호가 금속의 영향을 받아 증폭되는 현상이다. 김교수팀은 라만 신호를 안정적으로 증폭할 수 있는 금 나노선을 만들어 DNA 검출 센서를 개발했다.

먼저 금 나노선에 병원체마다 독특하게 지니고 있는 DNA 사슬을 한 가닥 붙인다. 이 나노선을 환자의 피에서 뽑은 DNA 용액에 넣었을 때 똑같은 병원체의 DNA가 들어있다면 금 나노선에 붙여 놓은 DNA에 달라붙는다. 여기에 병원체 DNA가 붙어 있는 금 나노선에만 달라붙는 금 나노 입자를 주입한다. 이 금 나노입자에는 라만 신호를 내는 분자가 붙어 있어 환자의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나노선 하나는 병원체 하나를 검출한다. 이런 나노선 수백 개를 1mm 크기의 칩에 배열해 놓으면 수많은 종류의 병원체를 동시에 검출하는 센서를 만들 수 있다. 며칠 이상이 걸리던 병원체 검출이 한 번에 이뤄지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기술을 초고집적 의료센서에 응용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지만, 성공한다면 많은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➊ 김봉수 교수 연구팀이 한자리에 모였다.
 ➋ 김 교수팀이 개발한 금나노선의 모습. 병원체를 진단하면 오른쪽과 같은 모습(➌)이 된다.]

#2

컴퓨터로 식물 키운다

가상의 생물을 컴퓨터 안에서 키우는 게임이 있다. 오래전에 나왔던 다마고치나 진화의 원리를 도입한 인공생명 게임인 스포어가 그런 예다. 그런데 학습에 이용할 수 있도록 비슷한 게임을 개발한 사람이 있어 황당맨이 찾아갔다.

김성하 한국교원대 생물교육과 교수는 가상으로 식물을 키우는 학습용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식물의 성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게 최선의 교육이겠지만, 실제 학교에서는 그럴 만한 여건이 되지 않는다. 대신 가상의 식물을 키우는 체험을 통해 짧은 시간 동안 식물의 생장에 대한 지식을 공부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학생들은 식물의 생장 조건 중 빛과 온도를 2가지씩 정해 총 4개의 화분에서 식물을 키워볼 수 있다. 서로 다른 조건에서 식물을 키운 뒤 조건과 생장 결과를 비교하면 식물의 생장에 어떤 요소가 영향을 끼쳤는지 체험할 수 있다. 가상 식물이 다 자라는 시간은 1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김 교수는 실제와 비슷한 식물 생장을 관찰할 수 있도록 자료를 먼저 모았다. 다양한 환경을 만든 뒤 각 조건당 30개 이상의 속성배추를 키웠다. 속성배추는 품종개량한 배추로 자라는 속도가 빨라 연구나 교육에 활용한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에 쓸 함수를 만들었다. 프로그램 속 식물의 모습은 속성배추를 고해상도 카메라로 촬영해 3D모델로 만들었다.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조건에 따라 다른 생장 모습을 보여주는 4개의 화분과 학습 내용, 결과를 보여주는 창이 한 눈에 보인다. 웹 기반의 프로그램이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용 어플리케이션으로 만들면 언제 어디서나 실행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생물 교과는 실험과 실습이 중요한데 학교에서는 이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다”며 “이 프로그램으로 탐구학습을 대체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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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과학동아 정보

  • 고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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