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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영웅과 ‘미래 예고장’

테마가 있는 책읽기


과학계의 영웅들을 소개하는 홈페이지인 ‘사이언스히어로즈(scienceheroes.com)’를 운영하는 빌리 우드워드는 어려서부터 통풍에 시달렸다. 그는 소염제를 달고 살았지만 발목에서 손목, 손가락 등 곳곳으로 이동하는 통증을 완벽히 없앨 수 없었다. 결국 류머티즘 선고를 받은 우드워드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으며 버티기 시작했다. 통증은 가라앉았지만 발등에 염증이 생겨 목발을 짚어야 했다. 그는 걸을 수도, 잠을 잘수도 없는 고통스런 날들을 보냈다. 그는 류마티즘에 좋다는 온갖 치료를 받은 끝에 ‘알로퓨리놀’이라는 약을 먹고 기적적으로 낫게 됐다.

우드워드는 자기에게 자유를 선사한, 알로퓨리놀을 만든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다. 그는 알로퓨리놀 뿐 아니라 수년 또는 수십 년 동안 실패를 거듭한 끝에 인류를 구한 사람들을 하나 둘 찾아 나섰다. 수많은 인명을 구한 과학자들이 전혀 유명하지도 않을 뿐더러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중요한 인물 100명’이나 ‘세계의 역사를 바꾼 100명의 과학자’의 명단에 전혀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는 그들의 업적을 대중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미친 연구 위대한 발견’ 을 집필했다.



그는 미친 연구를 했던 과학자들이 천재로서 번뜩이는 영감을 가지고 있었을 뿐 아니라 위대한 발견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실험을 되풀이했다고 강조한다. 1%의 가설과 99%의 실험을 거듭한 끝에 작은 세균만 한 아이디어가 나왔고 결국 인류를 구했다는 것이다. 그가 다룬 과학자중 한명인 알 소머(미국의 안과전문의)는 원래 무엇을 연구하기 보다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아픈 사람들에게 의료 봉사를 하려는 사람이었다.

소머는 1970년대 초에 머물었던 방글라데시에서 콜레라와 천연두 환자를 치료했다. 그 뒤 인도네시아에 갔다가 영양결핍으로 눈 먼 어린이가 많은데 의료진이 너무 적다는 사실을 알고 그곳에 정착했다. 어린이가 한명이라도 세상을 더 보는 게 그의 소원이었다.

그 시대에 이미 영양이 부족하면 야맹증이 생겨 실명에 이른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었다. 또 1917년 덴마크의 칼 블로흐(소아과 의사)가 야맹증에 걸린 사람을 치료하는 데에는 비타민A가 좋다는 사실도 발견한 뒤였다. 하지만 야맹증으로 시력을 잃는 어린이는 한 해에 50만 명에 달했다. 비타민A 주사가 당시 너무 비쌌고 인도네시아나 방글라데시 같은 나라에서는 구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당시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야맹증 환자에게 비타민A 주사를 접종하도록 했다. 소머는 방글라데시에 머물면서 콜레라에 걸려 탈수 증상을 일으킨 환자는 주사보다 입으로 약을 마시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환자를 두 집단으로 나눠 각각 비타민A를 주사로 맞히거나 물에 녹여 마시게 했다. 그 결과 두 집단 모두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 비타민A를 굳이 주사로 맞힐 필요가 없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결국 인류는 지금까지도 비타민A를 영양제 형태로 복용하고 있다.

끊임없이 연구하는 사람들만 위대한 발견을 할 수 있는 걸까. 미국의 칼럼니스트 지니 그레이엄 스콧은 미래 사회에서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방향으로 과학이 발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호기심을 갖고 상상하는 자만이 미래를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재미있고 똑똑한 세상을 만드는 미래 아이디어 80’ 이라는 책을 냈다.

아주 오래 전 SF영화나 소설에 나왔던 뚱딴지같은 첨단기기들이 비슷한 형태로 현재에 실현되는 사례가 많다. 그것처럼 저자는 지금은 비록 바보 같고 불가능해 보이는 아이디어라도 발전시키면 미래에는 실현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아이디어는 이미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과학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있는’ 분야도 있지만,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아이디어도 많다. 동물을 해부하지 않고도 생리학적 메커니즘을 연구할 수 있도록 개발한 투명 물고기나 얼음 속에 남아 있던 매머드의 털 화석에서 DNA를 추출해 연구하는 것은 이미 과학자들이 진행하고 있다. 비행기 옆에 발코니가 달려 있어 경치를 즐긴다거나, (지금도 대중적이지 못한) 우주관광을 넘어 우주정거장을 활용해 방송국 등을 짓는다는 얘기는 좀 허무맹랑하게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미래 사회의 트렌드가 될 만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생각들을 한권에 담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과학 지식을 알려주는 책인지 상상력을 풍부하게 심어주는 책인지 구분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가득한 독자들에게 스콧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읽는 모든 것이 곧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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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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