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기상. 6시부터 7시까지 씻고 아침식사. 8시까지 운동. 8시부터 12시 전공과목 공부. 12시 식사 후 1시부터 6시까지 연구실. 7시부터 9시까지 저녁식사 및 독서….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김재정 교수의 연구실 벽 한쪽에는 제자들이 제출한 스케줄표로 빡빡하다. 공부시간, 연구시간 외에도 책 읽기나 운동, 식사시간까지 모두 들어 있다. 전 주에 계획을 얼마나 실천했는지 성취도를 표시한 표도 보였다. 1시간 또는 30분 단위로 무엇을 할지,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있다.
“하하, 제 하루 스케줄은 10분 단위입니다. 1분 1초를 아껴, 놀 때는 열심히 놀고 공부할 때는 열심히 공부하는 습관을 제자들에게 길러주고 싶습니다. 밤낮가리지 않고 열정을 다해 연구해야 하는 반도체 엔지니어에게 시간 관리는 꼭 필요한 덕목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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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나노와이어로 더 작고 더 빠르게
김 교수는 좋은 강의를 했던 교수를 학생들이 직접 뽑는 ‘최우수강의 우수상’을 4년 연속 받았을 만큼 열혈 교수다. 그의 강의가 특별한 이유는 책 속에 앉아 있는 지식이 아니라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지식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1991년부터 1999년까지 반도체 개발 회사인 LG반도체에서 일했다. 35세 젊은 나이에 선행공정개발실장직을 맡을 정도로 잘 나갔던 그가 학교에 온 것은 연구와 동시에 미래의 반도체 엔지니어를 직접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그가 개발하고 있는 것은 구리나노와이어(실처럼 길고 10억분의 1미터 단위로 가느다란 재료)를 이용한 메모리소자다. 반도체는 크게 비메모리소자와 메모리소자로 나뉜다. 비메모리소자는 컴퓨터의 뇌에 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처럼 사칙연산을 하고 데이터를 저장하지 못한다. 반면 메모리소자는 하드디스크나 USB메모리처럼 데이터를 저장하고 지우는 기능을 한다. 메모리소자에 비해 일처리 능력이 빨라야 하는 비메모리소자는 예전부터 더 신속한 반도체를 사용해왔다.
반도체가 일을 하려면 외부에서 반도체 기판 표면의 금속배선에 전기를 걸어주어야 한다(금속배선). 일처리 능력이 빠르다는 것은 전기전도도가 우수하고 전기저항성이 낮다는 의미다. 지구에 있는 모든 물질 가운데 전기전도도가 가장 우수한 것이 바로 은이다. 하지만 은은 자기들끼리 결합하려는 특성이 있어서 구 형태로 뭉친다.
반도체에 배선하려면 기판 위에 기다란 선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기판과 결합이 어려운 은 대신에 그 다음으로 전기전도도가 우수한 구리에 주목했다. 반도체를 배선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알루미늄에 비해 구리는 전기전도도가 40%가량 높다. 텔레비전과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반도체에는 이미 구리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배선의 폭이 수십μm(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나 돼 부품의 크기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2000년대 초반 미국 반도체기업인 인텔은 구리나노와이어를 이용한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인텔이 개발한 CPU팬은 1초 동안 3.6GHz(기가헤르츠, 10억Hz)를 처리할 만큼 빠른 속도를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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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정 교수가 실험실에서 반도체 기판 위에 구리나노와이어를 입히는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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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가 되려면 고유기술 있어야
하지만 구리나노와이어를 반도체에 접목시키는 일과 구리나노와이어 자체를 만드는 일은 인텔의 고유기술일 뿐이었다. 김 교수는 “첨단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기 때문에 알아낼 수도 없고 알아내서도 안 된다”면서 “세계 최고의 반도체 국가답게 스스로 우리 나름의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LG반도체에 근무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인텔이 개발한 반도체의 수준을 넘어 ‘메모리소자용 구리나노와이어’를 개발해왔다. 전에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 속도가 중요하지 않았지만 전자기기의 데이터 용량은 커지고 부품 크기는 점점 작아지면서 그 속도도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데이터 저장량이 많아지면 그만큼 처리속도가 빨라져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사용해왔던 알루미늄만으로 감당하기엔 이미 소비자들이 원하는 속도와 양은 한계에 다다랐다.
김 교수는 금박을 입히듯이 구리를 반도체 기판 위에 얇게 도금하는 방식으로 구리나노와이어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와이어의 폭은 처음에는 150nm(나노미터, 10억분의 1m)이었지만 이제는 20nm까지 줄어들었다. 보통 머리카락 두께(약 100μm)의 5000분의 1에 달하는 크기다. 물론 구리를 기판에 입히는 재료인 구리 전해 도금 용액을 개발한 것도 김 교수의 연구팀이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가 국내외에 발표한 논문만 223편이며 출원, 등록한 특허도 68건이나 된다. 그는 “현재 한 국내업체와 함께 구리나노와이어를 사용한 반도체를 컴퓨터에 상용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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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반도체 엔지니어를 기르겠다는 꿈과 함께, 우리나라를 영원한 세계 최고 반도체 국가로 만들겠다는 열정 덕분에 그는 지난해 반도체의 날(10월 29일)을 기념해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지금까지 산업체에 있었던 사람들만 수상했던 것과 달리, 처음으로 교수가 받았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그가 지난 20년간 최고의 반도체 엔지니어가 될 수 있었던 비결과 노하우, 열정을 닮고 싶다면 ‘소자공정 연구실’에 도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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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제 하루 스케줄은 10분 단위입니다. 1분 1초를 아껴, 놀 때는 열심히 놀고 공부할 때는 열심히 공부하는 습관을 제자들에게 길러주고 싶습니다. 밤낮가리지 않고 열정을 다해 연구해야 하는 반도체 엔지니어에게 시간 관리는 꼭 필요한 덕목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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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나노와이어로 더 작고 더 빠르게
김 교수는 좋은 강의를 했던 교수를 학생들이 직접 뽑는 ‘최우수강의 우수상’을 4년 연속 받았을 만큼 열혈 교수다. 그의 강의가 특별한 이유는 책 속에 앉아 있는 지식이 아니라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지식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1991년부터 1999년까지 반도체 개발 회사인 LG반도체에서 일했다. 35세 젊은 나이에 선행공정개발실장직을 맡을 정도로 잘 나갔던 그가 학교에 온 것은 연구와 동시에 미래의 반도체 엔지니어를 직접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그가 개발하고 있는 것은 구리나노와이어(실처럼 길고 10억분의 1미터 단위로 가느다란 재료)를 이용한 메모리소자다. 반도체는 크게 비메모리소자와 메모리소자로 나뉜다. 비메모리소자는 컴퓨터의 뇌에 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처럼 사칙연산을 하고 데이터를 저장하지 못한다. 반면 메모리소자는 하드디스크나 USB메모리처럼 데이터를 저장하고 지우는 기능을 한다. 메모리소자에 비해 일처리 능력이 빨라야 하는 비메모리소자는 예전부터 더 신속한 반도체를 사용해왔다.
반도체가 일을 하려면 외부에서 반도체 기판 표면의 금속배선에 전기를 걸어주어야 한다(금속배선). 일처리 능력이 빠르다는 것은 전기전도도가 우수하고 전기저항성이 낮다는 의미다. 지구에 있는 모든 물질 가운데 전기전도도가 가장 우수한 것이 바로 은이다. 하지만 은은 자기들끼리 결합하려는 특성이 있어서 구 형태로 뭉친다.
반도체에 배선하려면 기판 위에 기다란 선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기판과 결합이 어려운 은 대신에 그 다음으로 전기전도도가 우수한 구리에 주목했다. 반도체를 배선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알루미늄에 비해 구리는 전기전도도가 40%가량 높다. 텔레비전과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반도체에는 이미 구리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배선의 폭이 수십μm(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나 돼 부품의 크기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2000년대 초반 미국 반도체기업인 인텔은 구리나노와이어를 이용한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인텔이 개발한 CPU팬은 1초 동안 3.6GHz(기가헤르츠, 10억Hz)를 처리할 만큼 빠른 속도를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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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정 교수가 실험실에서 반도체 기판 위에 구리나노와이어를 입히는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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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가 되려면 고유기술 있어야
하지만 구리나노와이어를 반도체에 접목시키는 일과 구리나노와이어 자체를 만드는 일은 인텔의 고유기술일 뿐이었다. 김 교수는 “첨단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기 때문에 알아낼 수도 없고 알아내서도 안 된다”면서 “세계 최고의 반도체 국가답게 스스로 우리 나름의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LG반도체에 근무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인텔이 개발한 반도체의 수준을 넘어 ‘메모리소자용 구리나노와이어’를 개발해왔다. 전에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 속도가 중요하지 않았지만 전자기기의 데이터 용량은 커지고 부품 크기는 점점 작아지면서 그 속도도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데이터 저장량이 많아지면 그만큼 처리속도가 빨라져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사용해왔던 알루미늄만으로 감당하기엔 이미 소비자들이 원하는 속도와 양은 한계에 다다랐다.
김 교수는 금박을 입히듯이 구리를 반도체 기판 위에 얇게 도금하는 방식으로 구리나노와이어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와이어의 폭은 처음에는 150nm(나노미터, 10억분의 1m)이었지만 이제는 20nm까지 줄어들었다. 보통 머리카락 두께(약 100μm)의 5000분의 1에 달하는 크기다. 물론 구리를 기판에 입히는 재료인 구리 전해 도금 용액을 개발한 것도 김 교수의 연구팀이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가 국내외에 발표한 논문만 223편이며 출원, 등록한 특허도 68건이나 된다. 그는 “현재 한 국내업체와 함께 구리나노와이어를 사용한 반도체를 컴퓨터에 상용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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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반도체 엔지니어를 기르겠다는 꿈과 함께, 우리나라를 영원한 세계 최고 반도체 국가로 만들겠다는 열정 덕분에 그는 지난해 반도체의 날(10월 29일)을 기념해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지금까지 산업체에 있었던 사람들만 수상했던 것과 달리, 처음으로 교수가 받았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그가 지난 20년간 최고의 반도체 엔지니어가 될 수 있었던 비결과 노하우, 열정을 닮고 싶다면 ‘소자공정 연구실’에 도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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