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전자계산기 디지탈시계 포켓TV 등 영상미디어에 활용되고 있는 액정은 화장품 신섬유 인공세포에 이르기까지 그 응용을 확대해나가고있다.
액체처럼 유동성을 가지면서 고체와 같이 이방성(anisottopy, 異方性)을 갖는 결정. 이 특이한 성질을 갖는 '액정'은 세라믹스나 아모퍼스와 같이 꿈의 신소재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감추고 있다.
1983년 5월, 일본의 '스와세이코엡슨'사는 1973년 세계 최초로 액정디지탈시계를 개발해 액정의 실용화를 추진한 이후, 10년만에 액정포켓TV의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1년 후 '엡슨텔레비안 ET-10'이라는 극소극박형(極小極薄型) 액정컬러 TV(2인치, 몸체 16㎝×8㎝, 두께 3㎝)가 상품화 되었다.
이 미니사이즈의 포켓TV는 새로운 영상미디어로서 정보접근방식을 변경시켜 다가올 고도정보화사회에서 커다란 역할을 하게될 것이다. 19세기 말 생물학자의 손에서 우연찮게 발견된 액정은 비로소 1백년 만에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된 것이다.
이방성의 특이한 액체
요즘 액정이란 말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디지탈시계나 전자계산기의 화면표시 등 어디에서나 손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액정의 실체가 쉽게 이해되지는 않는다.
물질에는 기체 액체 고체의 3가지 상태가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중 어느 상태에도 속하지 않는 특이한 성질을 가진 것이 액정이다. 액정이란 액체결정(liguid crystal)을 줄인 말로 액체와 고체결정의 성질을 모두 갖는다.
고체결정에서는 원자 또는 분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격자(格子)라는 기하학적 구조를 갖는다. 이들의 간격과 배열방법 등은 각각 결정에 따라 정해져 있으므로 멋대로 모양이 변하지는 않는다. 이 규칙적인 분자배열 때문에 결정에 빛을 쬐거나 전기장 또는 자기장을 걸면, 배열방향에 따라 다른 성질을 나타낸다. 이 고체특유의 성질을 이방성이라 한다.
한편 액체에서는 분자배열이 불규칙적이고 어떤 형태로도 변할 수 있으므로 빛등은 한결같이 산란한다. 또한 기체에 서는 각각 분자간에 작용하는 힘이 대단히 약해서 분자가 거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용기에 넣어두지 않으면 확산효과에 따라 흩어져버린다.
그런데 액정은 고체결정처럼 분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지는 않지만, 전혀 불규칙적인 액체에 비하면 어느정도의 규칙성이 있다. 즉 액체처럼 흐르지만, 이방성도 갖고 있다는 것. 따라서 액정은 액체와 고체의 중간적인 성질을 갖는 '제4의 물질상태'라고 할 수 있다.
액정은 일찌기 1888년에 지금의 전자공학과는 전혀 무관한 생물학 연구과정에서 발견되었다. 그후 액정연구의 황금시대를 맞았지만, 이렇다 할 응용분야를 찾지 못하여 연구는 답보상태에 처해 있었다.
그후 다양한 액정물질이 발견되어 현대까지 수천 종류가 발견되었는데, 이것이 기능성소재로 응용된 것은 1960년대 말이다. 액정응용기술은 점점 진보하여 현재는 전자계산기를 비롯, 퍼스널컴퓨터나 워드프로세서 등 OA(사무자동화)기기, 각종 센서(sensor)류, 광학소자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초기에는 숫자나 문자표시에서 이제는 영상표시까지 액정을 활용하게 된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 금성사등에서 액정컬러TV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지형상 난시청지역이 많고 아파트 등의 건축구조상 수신율이 떨어져 수요 저변확대에는 어려움이 많다는것. 결국 TV제품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송신시설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우전자도 새로이 참여, 가전3사는 지금까지 고가격이었던 경박단소형(보통 3백g 이하) 액정컬러TV를 대중화시키기 위해 10만원대의 보급형을 빠른 시일내에 제품화할 예정이다. 이는 전력소비가 적고 휴대가 편리한 액정TV의 장점이 레저 스포츠용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송수신상태 개선과 과감한 가격인하가 단행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액정TV는 단순한 기술과시용이 아닌 실수용으로 자리 잡을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아야 할것이다.
액정의 종류
액정에는 일정한 온도범위에서 액정상태가 나타나는 것과 어떤 종류의 물질, 즉 물 또는 다른 액체와 혼합되면 나타나는 것이 있다.
전자를 서모트로픽(thermottopic) 액정이라 하는데 디스플레이장치 등 주로 전자공학과 깊은 관계가 있다. 요사히 활발히 응용되는 액정은 바로 이것이다. 후자는 리오트로픽(lyottopic)액정이라 하는데 생체조직과 깊은 관계가 있다. 이것은 아직 별로 응용되지 않지만 생물물리학이나 생체공학분야에서 흥미를 갖고 있다.
그런데 서모트로픽액정은 스메크틱액정 네마틱액정 콜레스테릭액정으로 분류된다.
스메크틱액정은 가늘고 긴 분자가 일정방향으로 배열되어 층상(層狀) 구조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층사이의 결합력이 약해서 층 사이에 유동성을 갖는다. 그러나 분자 옆면에서의 상호작용은 강하므로 점성(粘性)이 크고 '그리스'(grease)상태이다. 액정중에서는 분자배열의 규칙성이 가장 높고, 고체결정에 가까운 성질을 갖는다.
네마틱액정은 분자가 일정방향으로 배열되어 있지만, 스케크틱액정처럼 층상구조는 아니다. 즉 스메크딕액정이 결정성을 2차원만큼 갖고 있다면, 네마틱액정의 결정성은 1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각 분자는 장축(長軸)방향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므로 스메크틱액정에 비해 점성이 작아 흐르기 쉽다. 또한 전기장이나 자기장, 게다가 표면력등으로 분자방향을 일정하게 정돈하기 쉬우므로 표시소자에 많이 이용된다.
또 하나 콜레스테릭액정은 어떤 층속에서는 일정한 방향을 갖지만 옆의 층마다 조금씩 방향이 비틀어져 나선구조를 이루고 있다. 콜레스테롤화합물에서 많이 발견되므로 콜레스테릭이란 이름이 붙었다. 그런데 이 나선의 회전폭에 따라 액정이 띠는 색체는, 온도 힘 전기장 자기장의 작용을 받아 크게 변한다. 이 성질을 이용해서 여러 분야에 널리 이용된다.
디스플레이 혁명의 주체
1968년 미국의 RCA(Radio Corporation of America)가 발표한 액정디스플레이(display)는 액정이 표시장치로서 실용가능함을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박형(薄型)저(低)소비전력이라는 우수한 특징을 갖고 있음을 증명하여 관심을 모았다.
액정이 디스플레이에 이용된 것은 액정의 동적(動的)산란효과라는 것이다. 즉 부(負)의 유전이방성(誘電異方性)을 가진 네마틱액정에 직류 또는 저주파전압을 가하면 투명한 액정이 뿌옇게 흐려지는 현상이다.
그런데 이 발표후 RCA는 액정디스플레이 개발을 중단하고 일본의 '스와세이코'(諏訪精工舍)와 '샤프'가 액정기술의 기수로 나섰다. 스와세이코사는 60년대말에 시계를 쿼츠(quartz, 수정결정)화하고, 표시장치를 전자공학화하는 데 의욕을 불태우고 있었다. 당시는 디지탈표시장치로 LED(형광표시관)가 사용되었지만, 소비전력이 커서 필요할 때만 점등시켰다. 따라서 얇고 저소비전력의 액정표시가 필요했다.
우선 액정의 온도범위를 상온가까이로 내릴 필요가 있었다. 초기의 액정은 액정상태가 되는 온도범위가 1백18~1백35℃였으므로 그대로는 디스플레이로서 사용될수 없었다. 액정상태의 온도범위가 낮은 새로운 액정을 합성하는 연구와 여러 액정을 섞어 온도범위를 내리는 연구가 행해졌던 것이다.
마침내 1973년 '샤프'는 세계최초로 액정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전자계산기를 제작했는데 표시장치만의 두께가 겨우 1㎜인 초박형이었다. 게다가 LED를 사용했을때의 전지수명이 3~6시간이었음에 반해, 같은 전지라도 1천시간이상 가동할 수 있었다.
이런면에서 전자계산기 소형화는 해를 거듭할수록 집적도를 높여가는 반도체소자와 더불어 액정디스플레이 개발이 중요한 일익을 담당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스와세이코'도 세계최초로 액정디지탈 쿼츠시계를 만들어 액정시대를 개막했다
TV시계의 탄생
액정디스플레이의 이점은 저전압으로 작동할 수 있고 다른 표시소자보다 소비전력이 낮으며 디스플레이를 얇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LSI(대규모집적회로) 등 반도체소자와 전기적인 상성(相性)이 좋고 수동형디스플레이(스스로 빛을 내는 브라운관과는 달리 주위의 빛을 반사 흡수산란하여 화상을 표시한다)이므로 밝은 곳에서도 잘 보이고 어른거리거나 하는 시각장애가 없다. 따라서 TV응용은 당연하다.
종래 TV의 브라운관은, 발생시킨 전자선을 전기장으로 가속시킨 후 형광면에 충돌시켜 발광하여 화상을 만들었다. 따라서 4각뿔모양의 큰 공간이 필요했고 또한 고전압회로가 요구되었다.
액정표시 TV를 만들기 위해서는 해결할 문제가 있었다. 첫째로 전기장에 대한 액정의 응답속도가 브라운관에 비해 늦으므로 TV처럼 빠르고 세밀한 움직임에 대응하지 못할 우려가 있었다. 둘째로 브라운관보다 낫지는 않아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해상도를 얻으려면 표시방식을 개량할 필요가 있었다.
'스와세이코'와 '엡슨'(Epson)은 '액티브매트릭스'(active mattrix)라는 표시방식을 채용했다. 이것은 화소(畵素, 단순매트릭스의 선택점에 해당)에 하나씩 TFT(박막트랜지스터)세트를 부착하여 화소에 가하는 전압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1982년 화면사이즈 1.2인치의 TV시계(흑백)가 개발되었고 1984년 8월 스와세이코사는 액정포켓컬러TV를 생산해냈다. TV시계의 화면은 단결정실리콘박편 위에 3만1천9백20개(152×210)의 화소를 패널(pannel)화한 것임에 비해, 1984년의 액정포켓컬러TV는 다결정실리콘TFT를 사용하여 2.13인치의 화면에 5만7천6백(240×240)의 화소를 석영유리판위에서 TET 세트에 부착시킨 것이다(그림2). 둘다 모두 표시방식은 액티브매트릭스방식.
액정포켓컬러TV의 심장부는 일반적으로 '액정컬러패널'이라 알려져 있다. 이것은 상하 2장의 유리기판과 그 사이에 채워진 액정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는 네마틱액정류인 TN액정이 주로 사용된다. 하단의 유리기판에는 미세한 화소가 매트릭스형태로 나열돼있고 상단의 유리기판에는 각 화소와 대응한 위치에 빨강 파랑 초록의 3색의 필터층이 배치돼있다. 그리고 각 화소에는 각각 1개씩의 박막트랜지스터가(TFT)다 내장돼 각 화소에 전달될 신호를 제어한다.
액정컬러패널의 핵심은 TFT에 있다. TFT는 온오프(on-off)에 따라 전류의 제어기능이 뛰어나야 하는 등 높은 신뢰성이 유지돼야 한다. 스와세이코 및 엡슨 양사의 연구개발기술진은 세계 최고 수준의 TFT를 실현시켰다. 이 고성능 TFT를 사용한 액정컬러패널은 색채가 선명하고 해상도가 높아 표시품질이 브라운관에 비해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거기에다 이것은 태양광이 강한 옥외에서 선명함이 더욱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제품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여기에 한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액정은 외광이 없으면 나타나지 않기 떄문이다. 액정포켓컬러TV의 시제품에서는 세트 뒤편에 백라이트로서 형광등을 비춰 광원을 해결했지만 상품화할 경우 백라이트만을 사용하면 많은 건전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휴대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제품은 내장되는 건전지의 수가 적고 오래쓸 수 있는 것이 생명이다. 또한 건전지가 많아지면 건전지의 교체가 번거롭고 제품의 사이즈도 커져버리기 때문이다. 더우기 브라운관식 포터블 컬러TV의 소형화도 빠른 추세로 진전되고 있어 제품 전체 사이즈와 형태도 매우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태양광 등 외광도 사용하고 내부의 형광등도 사용하는 방법이 고안돼졌다. 패널 뒤편을 개폐할 수 있는 구조로 하고 형광등은 패널 상부에 배치해 빛을 패널로 유도하는 한편 건전지 내장부분에 반사판을 장착해 외광을 패널로 모이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형광등도 외광도 모두 효율적으로 투과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벽걸이 TV를 향하여
액정포켓컬러TV가 출현함으로써 액정컬러디스플레이의 기초기술은 일단 이루어진 셈이다. 앞으로는 대형화에 따른 비용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벽걸이TV 개발시기가 좌우된다.
벽걸이TV용으로 최근 주목받는 것은 강유전성(强誘電性)스메크틱액정이다. 스메크틱액정에는 상태의 질서에 따라 스메크틱A, C 외에 10여종이 있다. 그중 키랄스메크틱C라는 액정이 강유전성을 갖는다. 강유전체는 전기장이 없어도 전기분극을 갖고 있는데 이를 자발분극(自發分極)이라 한다. 전기적인 자석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그런데 도대체 왜 강유전성액정이 벽걸이TV에 필요할까?
첫째로 분자의 반전(反轉)이 일어나는 액정은 분자가 스위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메크틱액정은 보통 점성이 높아서 분자를 움직이기 힘들었으므로 별로 응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분자가 구조를 바꾸지 않은 채 반전하므로 점성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둘째로 강유전성액정은 응답속도가 월등히 빨라 네마틱액정의 약 1만배나 된다. 그러나 응답속도가 빨라도 액티브매트릭스로는 비용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단순매트릭스를 채용할 것을 생각했다. 단순매트릭스의 최대결점인 선택점 외에서 반응이 일어나는 것은 임계치특성이 가파르면 일어나기 힘들다. 또한 응답속도가 월등히 빠르므로 주사선을 늘려 브라운관과 같이 500×500, 즉 25만개의 선택점을 갖게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므로 키랄스메크틱C를 사용하고 단순매트릭스를 채용하면 저렴한 벽걸이TV가 실현될 수 있다.
액정셀은 어떻게 만드나
액정을 디스플레이에 이용하려면 액정셀을 만들어야 한다. 액정셀은 2개의 유리기판, 또는 투명한 플라스틱기판 사이에 액정을 채운 구조로 되어있다. 이 액정에 전압을 가할 수 있도록 기판에는 '투명전극'이 내장돼있다.
투명전극은 3백~5백A(1A=1/${10}^{8}$㎝)이라는 미세한 전극으로 액정에 전압을 가하여 온오프를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이 투명전극은 미세박막제조라 불리는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전극자체가 얇은 막으로 이것을 유리기판에 붙인다고 생각하면 좋다. 이 투명전극을 이루는 박막을 만드는 기술은 초메카트로닉스(super mechatronics)라는 정밀기술이다.
액정이라는 소재는 인간의 신경세포와 유사하다. 미약한 전압으로 분자가 움직인다. 여기에 콜레스테롤을 섞으면 반응성이 둔화되는 것도 신경세포의 작용을 연상시킨다. 액정을 다룬다고 하는 것은 이처럼 마이크로제어기술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이 박막에는 일반적으로 산화주석막이나 산화주석을 5%정도 섞은 산화인듐막(ITO)이 사용된다.
제조방법은 유리기판에 뿜어칠하는 스프레이(spray) 법, 진공용기속에서 막재료를 기판에 형성하는 진공증착(蒸着)법, 저압의 기체속에서 방전시키는 고주파스패터(spatter)법 등이 있다.
더우기 액정을 디스플레이소자로 응용하려면 표시전극패턴을 형성해야 된다. 여기에는 2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박막을 형성할 때 전극과 같은 모양으로 구멍을 뚷은 마스크를 기판에 대, 패턴과 같은 형태에만 도전(導電)막을 붙이는 방법이고, 또하나는 보다 정밀한 패턴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포토에칭(사진식각)방법이다. 이것은 간단히 말하면 필름을 인화하듯이ITO막을 붙인 유리기판에 전극패턴을 인화하여 패턴 이외의 부분을 약품으로 녹이는(에칭) 것이다.
이렇게 투명전극을 붙인 유리기판 2매를 10미크론정도 두께의 공간을 사이에 두고 맞춘 후, 유리사이에 액정을 채운다. 이때는 우선 빈 셀을 조립하고 옆을 봉인한다. 봉인부분에는 작은 구멍을 남겨놓고 그곳으로 액정을 주입하는데, 모세관현상을 이용하는 방법, 기압차를 이용하는 방법, 진공상태를 만들어 주입하는 방법 등이 있다. 그리고 끝으로 액정을 주입한 구멍을 접착제로 메우면 액정셀이 완성된다.
이렇게 만든 액정셀을 편광판 2매 사이에 끼어놓고 반사판을 깔아 광원을 주도록 하면 디스플레이용 액정패널이 된다. 구조적으로는 액정셀과 편광판 사이에 컬러필터가 있는 것도 고려하면 좋다.
위사진에 있는 액정의 병에는 이미 디스플레이용으로 생산된 액정이 들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셀 속으로 주입된다. 작은 병 하나에 대강 1백g의 액정이 들어 있고, 전자계산기 1대에 약 0.01g 사용되므로 병 하나로 1만대를 만들 수 있다.
초정밀기술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먼지이다. 공기중에서 1㎥당 약 0.5미크론이하의 먼지가 3백만~5백만개정도 떠다니는데 2매의 액정셀 간격이 10미크론이므로 회로에 먼지가 들어갈 확률이 크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방진장비가 완비된 클린룸에서 액정패널이 제조된다.
미래의 액정
생물학자가 1세기나 전에 발견한 액정이 신소재로 주목받은 것은 영상디스플레이에 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다. 최근 유행하는태양전지를 이용한 카드형 전자계산기는 바로 액정과 IC, LSI(large scale integration, 대규모 집적회로)등의 기술이 종합된 예술품이라 할 수 있다. 전자계산기와 전후하여 디지탈시계가 개발되었고, 액정디스플레이는 디지탈화의 물결을 타고 계측기분야에 침투했다. 게다가 표시기능도 개량되어 숫자외에 문자 기호 패턴 등도 표시할 수 있게 되어 유효성이 확대되었다. 게임전자계산기 게임시계 미니워드프로세서의 디스플레이 등이 개발되었다. 곧이어 TV에 응용되어 브라운관을 대신할 새로운 영상디스플레이로서 액정은 다양한 미래를 상상하게 했다.
스와세이코와 엡슨이 78년 1.6 인치의 액정화면 시험제작에 성공하고, 82년에는 잇따라 단색의 TV시계, 84년에는 포켓컬러TV를 발매하고, 다음에는 대형화면의 벽걸이 TV에 도전하고 있다.
액정디스플레이의 포켓컬러TV와 벽걸이TV가 현실화되면 주변의 미디어는 어떻게 변화될까?
첫째로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TV를 즐길 수 있다. 밝은 장소에서도 잘 보이는 액정디스플레이는 옥외에서 한층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또한 포켓TV가 보급될수록 영상송신수법도 변화한다. 각 경기장에서는 관중석에서 잘 보이지 않는 구석을 중계하거나 미리 인터뷰한 것을 장내방송으로 볼 수 있다.
골프시합도 바뀔 것이다. 플레이하는 사람도 상세히 다른 조의 플레이를 보면서 시합을 진행하고 코스의 상황도 파악할 수 있다. 백화점에서도 입구에 내부수신용 주파수가 여러개 표시되어, 모임을 안내하는 채널, 매장의 상품을 소개하는 채널 등을 쇼핑객이 원하는 대로 포켓TV에서 선택할 수 있다.
일반TV중계국도 포켓TV시청자용 프로그램을 만들텐데, 가령 시청자가 퀴즈와 옥외레저를 동시에 즐기는 프로그램도 만들어질지 모른다. 게다가 비디오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그 장소에서 모니터하거나 편집할 수도 있다. TV가 매스미디어임과 동시에 퍼스널미디어로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교과서와 노트가 없어진다.
컴퓨터의 CRT가 액정디스플레이로 바뀔 것도 확실하다. 그렇게면 사무실컴퓨터가 점하는 공간이 극히 작아진다.
전혀 새로운 서류가방 반정도크기의 휴대용컴퓨터도 가능하다. 또한 휴대용컴퓨터가 TV 전화 팩시밀리기능 등을 겸한 복합단말기가 될 것이다. 따라서 비지니스맨의 휴대품은 휴대용컴퓨터 하나로 충분하다. 상담에 필요한 서류는 모두 화면에 재현되고, 전화로 데이타베이스를 이용할 수 있으므로, 방문목적은 인간관계심화를 위한 것이 될지도 모른다.
학교에서는 휴대용컴퓨터를 전세로 한 수업이 행해진다. 학생은 대형액정패널흑판의 문자를 자기 컴퓨터에 복사하여 입력한다. 지금까지의 교과서나 공책은 불필요하다.
액정이 응용되는 분야는 디스플레이가 큰 비중을 점하지만 그외에도 독특한 응용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디스플레이처럼 액정의 물리적 성질을 응용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영상미디어가 발달하여 종이없는 사회가 되더라도 인간의 욕망이 고등하고 다양한 점은 변함없다. 종이인쇄는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각종 단말장치나 퍼스컴 보급에 따라 프린터수요가 늘어날지 모른다. 프린터의 주종은 액정프린터가 될 것이다. 액정프린터는 액정에 전압을 걸면 빛을 차단하고 전압을 걸지 않으면 통과시키는 디스플레이원리와 같은 셔터기능을 이용한다. 광원과 감광드럼 사이에 규칙적으로 배열된 액정을 배치하고, 전기적으로 제어하여 문자부만 빛을 차단한 채로 드럼을 감광시켜 문자부 이외의 정전기를 없앤다. 이것은 현재 최고속도를 내는 레이저프린터와 같은 속도를 낼 수 있고 값도 싸다.
또한 액정의 다양한 성질을 이용하여 온도 압력 가속도 가스 등을 감지하는 액정센서가 개발되는데, 온도센서가 가장 실용적이다. 분자배열이 콜레스테릭상(相)인 액정중에는 온도에 따라 통과하는 빛의 파장을 민감하게 바꾸는 것이 있다. 그러면 인간의 눈에는 액정의 색이 변화되어 보인다. 이것을 금속표면에 칠해서 가열하면 내부의 균열존재여부를 알 수 있다.
또 이 액정으로 잉크를 만들어 수영복에 인쇄하면 해변에서 태양을 쬘 때와 물에 들어갔을 때 색깔이 바뀐다. 수영복뿐 아니라 패션업계 전체가 바뀔 것이다. 그외에도 차의 색깔, 빌딩 벽면 등이 계절에 따라 바뀌면 도시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것이다.
최근에는 디지탈 액정온도계가 개발되어 이용되고, 맥주의 적온표시 등도 이 액정을 이용한 것이다.
액정렌즈와 케블라섬유
액정렌즈는 액정이 복굴절('스넬'의 법칙에 따른 정상광선과 그에 따르지 않는 이상광선으로 나누어진다)하는 성질을 이용했다. 얇은 액정층을 렌즈사이에 넣고 투명전극을 사용하여 전압을 건다. 전압의 강약을 변화시켜 액정분자를 제어하면, 렌즈의 굴절률을 액정이 가진 2개의 굴절률 사이에서 변화시킬 수 있다. 백내장 등으로 눈의 초점거리를 조절할 기능을 잃은 사람이 안경을 여러개 끼지 않아도 되고, 장래에는 근시와 원시를 단추 하나로 교정 할 수 있는 안경도 연구대상이 될 것이다.
1971년 '듀퐁'사가 특허출원한 액정방사(紡絲)도 액정의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파라페닐렌텔레프탈아미드란 강직성(剛直性) 고분자는 진한 황산에 녹으면 분자끼리 평행하게, 게다가 직선상으로 뻗치는 네마틱액정처럼 배열된다. 이것을 그대로 방사한 것이 케블라섬유이다. 이 섬유는 쇠보다도 강하고 가벼우므로 헬멧이나 방탄조끼에 사용된다.
액정은 응용분야의 개척역사가 비교적 짧다. 앞으로 기술혁신이 계속된다면 이용의 가능성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액정화장품에서 액정로보트까지
지금까지 서술한 것은 서모트로픽액정을 응용한 것이다. 그러면 리오트로픽액정은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가?
최근 리오트로픽액정을 화장품에 이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물에 녹아 리오트로픽액정을 이루는 계면활성제의 원료가 되는 분자의 양끝에 친수기(親水基, 물에 잘 녹고 기름에 잘 녹지 않는 성질을 갖는다)와 소수기(疎水基, 친수기의 반대)를 갖는데, 용매속에서는 친수기끼리, 소수기끼리 모이기 쉽다. 그때 생긴 공모양의 분자집단은 친수기가 밖, 소수기가 안으로 배열된 것이다 (그림3).
일반적으로 크림 등 피부의 수분을 유지하기 위한 기초화장품은 기름을 유화하여 만드는데, 보통은 공모양의 분자집단속에 유분을 넣지만 이것으로는 들어간 유분이 너무 커서 끈적거리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액정유화'에서는 분자의 친수기와 소수기가 2중으로 정열되어 수분과 유분을 포함한다. 따라서 수분보존능력이 높고 더구나 얇게 퍼져서 점성이 없으므로 까칠까칠한 느낌을 준다.
인간의 세포표면이나 세포내 소기관은 수십A의 얇은 막으로 덮여 있는데 1970년 초 그 막이 액정상태의 분자층과 비슷한 구조를 가졌음이 알려졌다. 생체막은 친수기(머리)와 소수기(다리 2)로 되어있고 단백질이 작용하는 데 알맞는 장소를 제공한다고 생각된다. 즉 우리의 몸은 액정장(場)으로 구성된 덕택에 살아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리오트로픽액정의 막구조를 이용하면 무언가 반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생체의 구조나 성질을 탐구하여 응용하려는 '바이오미메틱케미스트리'(biomimetic chemistry, 생체모방화학)의 입장에서는 이런 액정장을 고분자로 합성하려는 연구도 한다. 그리고 그분자막을 합성하려면 소수기에 서모트로픽액정의 구조를 넣으면 합성하기 쉽다는 것, 소수기의 다리가 1개나 3개라도 합성가능함이 알려져 있다.
현재는 인공투석(透析)이나 해수담수(海水)화 등에서 막은 위력을 발휘한다. 장래에는 고분자막 연구성과가 인공세포, 인공조직 등에도 응용될지 모른다.
벽걸이TV에서 센서, 섬유, 마침내 화장품까지, 게다가 장래에는 인공세포까지 액정의 응용범위는 대단히 넓다. 몇년뒤에는 포켓TV가 대중화되고, 십년 뒤에는 벽걸이TV가 보급되고, 21세기 중반에는 '부드러운' 피부를 가진 '액정로보트'가 출현할지 모른다. 액정이 몰고올 미래는 현재의 인간이 쉽게 넘볼 수 없도록 아득히 지평선 너머로 넓게 펼쳐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