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페리얼칼리지는 캠퍼스마다 하나씩 총 8개의 도서관을 보유하고 있다. 각 캠퍼스의 도서관은 운영 시간도 다르고, 요일이나 학기에 따라 운영 시간을 변경하기도 한다.
메인 캠퍼스의 중앙도서관은 여러 종류의 전공 서적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반면, 다른 도서관들은 규모가 작은 대신 해당 캠퍼스의 학생들, 혹은 연구원들의 전문 분야에 맞는 서적 위주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어, 의대 수업과 연구가 진행되는 차링크로스(Charing Cross) 캠퍼스의 도서관은 의학 서적들로 가득하다.
차링크로스 캠퍼스를 이용하는 의대생들이나, 화이트시티 캠퍼스에서 졸업 연구를 진행하는 화학과 학생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부생들은 메인 캠퍼스인 사우스켄싱턴(South Kensington) 캠퍼스의 중앙도서관을 이용한다.
중앙도서관은 5층짜리 건물로, 런던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24시간 운영 도서관이다. 다만 금요일 오후 11시부터 토요일 오전 6시까지는 문을 닫는다. 언젠가 지도교수는 이를 두고 “너무 공부만 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장난스럽게 얘기했다.
중앙도서관을 비롯한 캠퍼스 내 대부분의 스터디 존(study zone)은 세 구역으로 나뉘어져 자신의 성향에 맞는 곳에서 공부할 수 있다. 마음껏 떠들 수 있는 그룹스터디 존(Group study zone), 작은 소음 정도는 양해되는 콰이어트스터디 존(Quiet study zone), 마지막으로 기침소리 하나도 내면 안 되는 사일런트스터디 존(Silent study zone)이 있다.
그룹스터디 존은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거나 조별 과제를 하기 편하게 꾸며져 있다. 6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커다란 테이블이 있고, 그 주위를 둥근 칸막이가 둘러싸고 있다. 테이블마다 커다란 화이트보드도 하나씩 마련돼 있다.
사전에 신청해야 이용할 수 있는 방(training room)도 따로 있다. 화이트보드뿐 아니라 프로젝터도 있어서 발표 연습을 할 때 유용하다. 또 컴퓨터가 설치된 테이블도 많다. 그룹스터디 존은 도서관에서 유일하게 음식 반입이 허용된 곳이어서 편하게 혼자 공부하는 학생들을 여럿 볼 수 있다.
사일런트스터디 존과 콰이어트스터디 존은 각각 2~3층과 4~5층에 위치해 있고, 하늘색과 연두색으로 꾸며져 있다. 서서 공부할 수 있도록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책상이나 산뜻한 디자인의 책상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 한국의 독서실처럼 넓지 않은 개인 공간에 칸막이를 친 책상들로 이뤄져 있다. 책상 중 절반 정도는 학교 컴퓨터가 설치돼 있고, 학교 컴퓨터가 없는 책상에는 개인 노트북 등을 충전할 수 있도록 콘센트가 두 개씩 있다.
중앙도서관 1층에는 라이브러리 카페가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레드불, 커피 같은 음료는 물론, 케이크, 머핀, 과일 등도 판다. 나는 외식을 거의 하지 않지만, 라이브러리 카페의 아침 식사만큼은 예외다. 베이컨이나 달걀 등의 메뉴들로 구성돼 있는데, 저렴하고 맛있다. 아주 배부르게 먹어도 2파운드(약 3000원) 정도면 충분하다. 라이브러리 카페는 도서관 건물 내부에 있지만 학교 소유가 아니라서 학생증이 없어도 들어갈 수 있다.
안내데스크를 지나 학생증을 찍고 들어가면 태블릿PC와 노트북 대여소, 개인 노트북 수리를 도와주는 ICT 센터, 그리고 사서 사무실 등이 있다. 임페리얼칼리지는 학과마다 담당 사서 선생님을 따로 두고 있다. 전공에 대한 질문이나 도서 추천을 더욱 정확하고 쉽게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나는 1학년 때 사서 선생님에게 실험 리포트 쓰는 법에 관한 상담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 때 추천 받은 책과 조언이 상당히 도움이 됐다. 그 밖에도 사서 선생님은 필요한 논문열람을 도와주거나, 리포트를 위해 찾은 자료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에 대한 상담도 한다.
학생들은 1인당 최대 40권의 책을 한 번에 대여할 수 있다. 대여 기간은 일주일이지만, 3학기가 끝난 뒤의 여름방학을 제외하면(이곳은 1년이 3학기로 이뤄져 있다) 다음 월요일에 자동으로 대여 기간이 일주일 더 연장된다. 다만 다른 누군가 그 책에 대해 반납 요청을 할 경우 대여 기간이 갱신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반납해야 한다. 만약 동일한 책을 빌려간 다른 학생이 먼저 반납한 경우에는 별다른 알림 e메일 없이 대여 기간이 자동으로 연장된다.
유기화학 기본서(Clayden Organic Chemistry) 같은 필수 전공 서적은 70권 이상 비치돼 있고, 다른 서적들도 5권 이상 구비돼 있는 편이다. 그래서 1학기 초에 빌린 책을 3학기 시험이 끝날 때까지 반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일주일 내내 도서관에서 지내면서 과제를 끝낸 친구도 있다. 동기 중 한 명은 시험 기간만 되면 새벽 5시 30분에 도서관으로 향한다. 일찍 가지 않으면 시험 기간에 자리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30분 이상 자리를 비우면, 책상 위의 모든 물건들이 안내데스크로 옮겨진다.
이렇게 모든 학생들이 치열하게 공부하는 임페리얼칼리지 도서관은 진정 학생을 학생답게 만들어주는 자랑스러운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