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속한 서울대 컴퓨터 네트워크 및 보안 연구실은 기본적으로 컴퓨터들간에 어떻게 하면 빠르고 안전하게 정보를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최근에는 컴퓨터를 넘어 컴퓨터가 내장된 지능형 자동차, 구체적으로는 무인자동차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목적지까지 스스로 판단해 도로를 달리는 것이다. 다리 대신 바퀴가 달렸다는 것 빼고는 로봇과 다름없다.
무인자동차, 자율로봇이라니 멋지지 않은가. 그렇지만 주위 환경을 알아채고 제때 판단하여 모터나 엔진에 정보를 전달해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는 자동차를 만드는 작업은 쉽지 않다. 알아야 할 것도 많고 무엇보다 여러 전문분야의 연구원들과 협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쉽지 않고 도전적이지만 주제 자체가 직관적이고 재미있기 때문인지 소속 연구원들은 각자의 성취도가 높고 끊임없는 아이디어 교환과 토론으로 어려운 도전을 이겨 내고 있다.
본 연구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하나 뽑는다면, 연구실 안에서 아이디어 교환과 비평이 매우 자유롭다는 것이다. 선배의 아이디어라도 가감 없는 비평과 의견을 제시하는 분위기이다. 이런 분위기는 다른 곳에서는 쉽게 찾기 힘들다. 우리 연구실은 신입생들에게 가만히 듣고만 있지 말고 질문하라고 가르친다. 게다가 외국인 석박사 연구원들이 있어 공식 회의나 세미나를 영어로 진행한다. 처음에는 힘들어 한다. 하지만 계속 반복하고 직접 발표를 하다보면 곧 익숙해져서 잘 할 수 있다.
이 연구의 또 다른 매력은 실제 무인 자동차 설계와 부품 구매는 물론 때로 납땜까지 직접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책상에서는 쌓을 수 없는 내공을 얻는다. 이런 독특한 분위기와 체계 덕분인지 논문과 특허 등의 연구 실적이 많은 편이다.
시간이 흘러 나는 박사학위를 마치고 졸업을 앞두고 있다. 중고교 시절부터 하고 싶었던 것들을 연구실을 통해 실컷 했다. 돌이켜 보니, 학부 때부터 관심 있는 것에 대해 스스로 알아내고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고민하던 습관은 새로운 문제를 찾고 어떻게든 해법을 찾아 빈틈없이 정리해야 하는 박사과정 연구에 크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 무엇보다 도전적인 아이디어를 장려하는 연구실 분위기,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오는 무인자동차, 자율 로봇이다보니 연구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뭐든 재미있어야 열심히 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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