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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천왕성 맨눈으로 관측하기

10월 한달 간 서쪽으로 뒷걸음질 쳐

밤하늘에서 금성이나 목성을 맨눈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면 이보다 어두운 천왕성에 도전해볼 만하다. 천왕성은 도심에서 먼 어두운 곳에서야 맨눈으로 볼 수 있지만, 쌍안경으로는 서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0월 평소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천왕성을 찾아보자.

태양계에는 아홉 행성이 있다. 그 중에서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의 다섯 행성은 맨눈으로도 잘 보이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다. 반면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의 세 행성은 천체망원경이 발명된 근대에 이르러서야 발견됐다.

하지만 천왕성의 밝기는 맨눈으로도 볼 수 있을 정도다. 흔히 보통 사람은 6등급의 별까지 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천왕성의 밝기가 바로 6등급이기 때문이다. 물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어두운 밝기인 탓에 맨눈으로 천왕성 찾기는 쉽지 않다.
이제 도전해보자. 천왕성을 볼 수 있을까.

염소자리 동쪽 끝 밝은 별

10월에 보이는 천왕성은 정확히 5.8등급이다. 그러므로 별이 많이 보이는 곳에 가면 당연히 맨눈에 보여야만 한다. 천왕성을 한번 찾아보자. 천왕성을 관측하는데 가장 중요한 핵심은 관측 장소를 선택하는 일이다. 서울 도심이나 근교에서는 사실상 힘들다. 날씨가 맑아도 좀처럼 5등급보다 어두운 별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수도권이라면 적어도 경기도 경계 부근까지는 나가야 한다. 다른 지역에서도 도심의 불빛과는 좀 떨어진 어두운 장소를 찾아가야 한다.

어두운 곳까지 가기가 어렵다면 다른 방법이 있다. 쌍안경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쌍안경을 사용하면 서울 시내에서도 6등급의 별을 볼 수 있다. 천왕성은 어디에 위치할까. 10월에는 염소자리 동쪽 끝지점에 있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염소자리를 찾는 것이다. 염소자리는 궁수자리의 동쪽에 위치한 별자리다. 여름철 별자리와 가을철 별자리의 경계에 해당한다. 염소자리는 다소 남쪽에 위치해 있으나, 황도 12궁(1년 동안 하늘에서 태양이 지나가는 길에 놓인 열두 별자리)의 하나인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잘 보인다. 염소자리는 커다란 돛단배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동쪽 끝에는 밝은 별이 두개 늘어서 있다. 이 두 별은 염소자리의 감마(γ) 별과 델타(δ) 별로 3등급과 4등급의 비교적 밝은 별이다.

천왕성 찾기는 이 두 별에서 시작된다. 천왕성은 이 두 별이 떨어져 있는 거리의 1.5배 만큼 델타 별(동쪽에 위치한 별)에서 북동쪽으로 떨어져 있다. 천왕성이 위치하는 지점에는 5등급인 염소자리의 뮤(μ) 별이 있다. 천왕성은 이 무렵 이 별과 나란히 붙어 쌍을 이루고 있다.
 

올해 9월 초 천왕성과 해왕성의 위치. 천왕성은 염소자리 델타(δ) 별의 북동쪽에 있는 뮤(μ) 별 바로 옆에서 발견된다. 충분히 어두운 곳에서라면 맨눈으로 볼 수 있으 나 쌍안경으로는 도심에서도 찾 을 수 있다. 천왕성보다 어두운 해 왕성은 뉴(ν) 별 근처에서 보인다.


구경 60mm면 초록색 원반 확인

샤를 레모니에가 천왕성을 발견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의 관측 기록과 과거의 관측 기록을 비교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금만 주의가 더 깊었더라면 예전에도 그 별이 있었는지 살펴봤을 것이고, 그처럼 밝은 별의 위치가 바뀐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관측 결과로부터 이 별이 하늘을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새로운 행성임을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주의 부족만을 탓해야 할까.

천왕성의 발견자 윌리엄 허셸은 어땠을까. 허셸은 천왕성의 움직임을 인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주의 깊게 관측기록을 살펴봤기에 천왕성을 발견한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허셸이 천왕성을 발견한 가장 큰 이유는 천체망원경으로 봤더니 그 별이 행성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허셸 이전 다른 사람들의 망원경으로는 천왕성이 다른 별과 동일하게 보였지만, 허셸의 망원경은 달랐다. 즉 허셸이 그 시대에 가장 큰 망원경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천왕성의 발견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요즘 아마추어들이 갖고 있는 망원경은 천왕성을 행성으로 판단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좋은 망원경이다. 그러므로 천체망원경으로 천왕성을 겨누면 행성임을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천왕성이 위치한 지역으로 천체망원경을 향하면, 6등급 가량의 밝은 별은 망원경의 시야를 넓게 잡아도 서너개밖에 되지 않는다. 별을 하나씩 시야 중심에 넣고 고배율로 올려서 관측해보자. 배율이 대략 1백배 이상이면 원반 모습을 한 천왕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일반 별들은 단순히 점으로 보일 뿐이다.

천체망원경이 클수록 잘 보이겠지만, 구경 60mm만 넘으면 천왕성이 행성임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천체망원경에서 보이는 천왕성은 초록색으로 빛나며 매우 작은 원반 모습이다. 물론 소형망원경으로 표면의 무늬를 확인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올해 1년 동안 천왕성과 해왕 성의 위치 변화. 천왕성은 10 월에 동쪽에서 서쪽으로 역행 하다가 11월이 지나면 다시 서 쪽에서 동쪽으로 순행한다.


3일 간격 스케치로 행성 이동 관측

천왕성이 행성임을 알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있다. 별(항성)은 하늘에 고정돼 있지만 행성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이용하는 것이다. 천왕성의 경우 매우 서서히 별들 사이를 이동하고 있다. 물론 쳐다보고 있는 중에 옮겨가는 것은 아니고, 며칠 간격으로 주위 별들의 위치와 비교해보면 조금씩 움직임이 확인될 정도다.

천체망원경으로 천왕성을 찾은 다음 저배율 상태에서 시야에 들어온 별들과 함께 천왕성의 위치를 스케치한다. 특히 천왕성 바로 옆에 있는 별들의 위치는 정확히 표시한다. 3일쯤 뒤에 다시 그 위치를 찾아 천왕성의 움직임을 확인해보자. 천왕성이 틀림없다면 그 위치가 약간 옮겨져 있을 것이다. 이런 작업을 3-4회 반복하면 천왕성의 움직임을 실감나게 그릴 수 있다.

천체망원경이 없다면 쌍안경으로도 동일한 작업을 할 수 있다. 쌍안경으로는 위치 확인이 다소 부정확하므로 시간 간격을 좀더 길게 두고 관측하는 방법이 좋다.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천왕성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행성이 별들 사이를 옮겨가는 현상을 기록해보면 행성들의 움직임에 대해 좀더 이해가 빨라진다. 10월에 천왕성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인다. 이런 움직임은 평소의 움직임과 반대이기 때문에 역행이라고 부른다. 11월이 지나면 천왕성의 움직임은 다시 순행(서쪽에서 동쪽)으로 바뀐다.

움직임을 통해 별이 아님을 확인하는 방법은 명왕성이나 소행성 무리에도 적용될 수 있다. 특히 이들은 태양계 천체임에도 불구하고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해도 별처럼 보이기 때문에 태양계 천체임을 확인하는데는 이 방법이 유용하다.

천왕성 발견의 비화

천왕성은 토성의 바로 외곽에서 태양 둘레를 도는 외행성이다. 천왕성의 발견자는 독일계 영국 천문학자 윌리엄 허셸로 알려져 있다. 허셸은 1781년 3월 13일 밤 천체망원경을 사용해 별을 관측하다가 우연히 천왕성을 발견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가 천왕성을 발견하기 이전에 천왕성을 만났던 사람들이 또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17세기 영국의 존 플램스티드는 별들의 지도인 성도를 만들었다. 플램스티드는 별의 위치를 측정해 열심히 도면에 그려 나가던 중 황소자리 부근에서 6등급 가량의 별을 발견하고 성도에 그렸다. 별 이름은 자신이 개발한 방법대로 황소자리 34번째 별(34 Tau)이라고 붙였다. 당시 이 6등급 별의 정체를 알 수 없었지만 후에 별이 아니라 태양계를 떠돌던 행성인 천왕성이었음이 밝혀졌다. 사실 플램스티드는 이 경우 말고도 천왕성을 4번이나 더 관측했으며, 그때마다 천왕성은 조금씩 자리를 바꾼 다른 위치에 있었다.

허셸이 천왕성을 발견했을 때 당시의 유명한 천문학자였던 샤를 레모니에는 자신의 기록을 뒤져봤다. 그랬더니 과거에 이미 세번이나 천왕성을 관측했던 사실이 발견됐다. 안타깝게도 레모니에는 천왕성을 일반 별로 착각했던 것이다. 사실 과거에도 그는 10여번이나 더 천왕성을 관측했다. 레모니에가 자신의 기록들을 서로 비교해보기만 했어도 역사에 길이 남을 천왕성 발견자가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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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조상호 천체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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