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2. 공간이동이 자유롭다

무게 2㎏ A4크기의 축소지향 컴퓨터

초창기 큰 방을 가득 채웠던 컴퓨터의 크기는 반도체기술 등의 발전에 힘입어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팜톱으로 까지 변천됐다.

19세기초 상상력이 뛰어난 몇몇 소설가들은 문어를 닮은 화성인들이 비행접시를 타고 와서 지구를 침략한다는 내용의 공상과학소설을 발표하여 많은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이러한 소설가들의 상상력은 하늘은 날 수 있는 비행기를 발명하게도 하고 한때 인기를 얻었던 '마징가 Z'같은 만화영화에서는 로봇을 등장시켜 멀지않은 시기에 인간의 많은 작업들을 컴퓨터가 대신할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다. 얼마전 아놀드 슈왈제네거라는 덩치좋은 미국인 친구가 주연한 '토탈리콜'이라는 영화에서는 화성에 가지 않더라도 화성에 다녀온 기억을 심어준다는 기상천외한 소재가 돋보이는데, 주의깊게 그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주인공이 들고 다니던 자그마한 가방이 무엇이었을까 궁금했을 것이다. 주인공의 얼굴사진과 목소리까지 담을 수 있고 총을 쏘더라도 깨지지 않는 TV와도 유사하며, 들고 다니기에 부담되지 않을 정도의 크기를 가진 그것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50평에서 손바닥으로

1945년 미국 펜실베이니어 대학의 모클리와 에커트에 의해 에니악(ENIAC)이라는 이름의 컴퓨터가 만들어졌을때 전세계 사람들은 인간이 할 일들을 기계가 대신 한다는 인류의 꿈이 실현된다고 좋아했었다. 1만7천4백68개의 진공관을 사용하던 에니악의 무게는 30t, 사용된 전선의 길이가 1백30㎞, 50평의 연구실에 꽉차는 부피를 지녔다. 미국의 모든 통계자료를 처리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에니악은 '두대도 필요없고 오직 한대면 족한다'라는 커다란 기대를 심어주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컴퓨터의 진화는 미처 40년도 되지 않은 80년대에 이르러, 혼자서 들고 다니더라도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고 가벼워진 랩톱(lap top)이나 노트북(notebook)같은 작은 컴퓨터가 출현할 정도로 놀라운 속도를 보였다. 요즘에는 손바닥위에 올려놓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팜톱(palm top)컴퓨터라는 용어마저 등장하고 그 제품을 구경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컴퓨터와 관련한 인류문명의 발전사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상상력좋은 사람들이 '몇십년 뒤에는 이러한 발명품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의문점을 던지면 그에 따라 첨단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이 꿈을 실현하는 작업을 진행해온 것이다.

에니악과 같은 대형 컴퓨터가 개발될 당시만 하더라도 컴퓨터를 들고 다닌다는 생각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운반하려면 15t트럭 몇대가 필요했던 당시의 컴퓨터와 우리들이 요즘 사무실이나 가정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를 비교하면 코끼리와 개미의 차이라고나 할까. 현대적 의미의 컴퓨터는 최초로 발표된지 수십년만에 컴퓨터의 크기와 무게가 아주 빠른 속도로 축소된 반면 성능과 속도는 대단한 속도로 발전했다.

이러한 변화이외에도 더욱 재미있는 변화를 볼 수 있는데, 다름아닌 컴퓨터가 답답한 사무실에서 가출(?)한 것이다. 즉 담배연기에 찌들고 프린터의 소음에 시달리던 컴퓨터가 신선한 공기를 찾아 소풍을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지방 출장이나 해외 출장길, 강의실과 실험실, 공원의 벤치와 심지어는 술집에서까지 사용자의 친숙한 벗이 되어준다.

노트북정도의 크기에 지나지 않으면서도 책상위에서 사용하는 일반 개인용 컴퓨터와 크게 다르지 않는 노트북컴퓨터가 지나온 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수많은 기업들이 순간의 판단착오나 욕심으로 실패한 경우가 많지만 그들의 실패를 밑거름으로 요즘처럼 노트북컴퓨터가 각광받게 됐다. 노트북컴퓨터가 무엇인가를 먼저 알아보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먼저 어떠한 탄생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은 더욱 재미있지 않을까.
 

애플은 데스크톱 컴퓨터의 시초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은 후

최초의 휴대용 컴퓨터라면 1982년에 소개된 아담 오스본이 만든 재봉틀 크기의 컴퓨터다. 곧이어 컴팩사에서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 2개, 2백56K 램을 갖춘 휴대용 컴퓨터를 발표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초기 포터블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는 두 제품 사이로 IBM이 여행용 가방 크기의 컴퓨터를 선보였지만 휴대하기에는 너무 무겁다는 이유 때문에 실패의 쓴 잔을 마셔야 했다. 85년초에 MS-DOS를 운영체제로 하고 5.25인치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를 내장한 제니스사의 포터블도 출현했지만 배터리의 문제로 인해 하드디스크를 내장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었다.

선구자격인 회사들이 상당한 실패를 겪은후 86년초 일본의 도시바사가 최초로 3.5인치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를 장착하고 배터리로도 사용가능한 T1100 모델을 발표했고, 곧 이어 286급의 하드디스크를 장착한 T3100이라는 모델을 소개했다. 이때부터 단순히 포터블이라는 용어대신 무릎위(lap top)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크기가 작아졌다는 의미에서 랩톱컴퓨터(줄여서 흔히 랩톱)라는 용어가 새로이 등장했다. 앞에서 언급한 영화에 등장한 컴퓨터는 랩톱이었던 것이다.

성능이냐, 무게냐?

89년 IBM은 그동안 당했던 실패를 만회하려는 의도로 P70이라는 포터블 모델을 발표해 기존 업체들에게 성능으로 경쟁하자는 도전장을 냈다. 이에 자극받아 다른 회사들은 랩톱이 책상위(desk top)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보다 성능이 떨어져서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세계 유명 컴퓨터 회사들이 앞다투어 휴대용 컴퓨터를 생산하기 위해 열을 올렸다. 애플사는 배터리만으로도 8시간동안 사용할 수 있는 매킨토시 포터블이라는 제품을 발표했지만 지나치게 많은 기능을 포함시키다 보니 휴대용으로는 무거운 무게인 8㎏에 가까울 수 밖에 없었고 가격도 비싸 이 제품은 소비자들의 호기심만 자극할 뿐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

이렇게 미국 회사들이 자사에서 생산하는 휴대용 컴퓨터에 보다 많은 성능을 구현하려고 노력하는 동안 일본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진다. 88년 10월 일본의 NEC는 컴덱스쇼에 2㎏의 초경량화에 성공한 울트라라이트(Ultralight)를 발표하여 PC업계를 놀라게 했지만 시장에서 성공하지는 못했다.

IBM이나 애플에서 만들었던 휴대용 컴퓨터들이 단순히 무게가 무겁다는 이유로 실패했다면 NEC는 책 2,3권 정도에 불과한 무게를 가지고도 시장에서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의 지적으로는 이 제품이 비록 6백40KB의 주메모리, IC메모리카드와 1MB 혹은 2MB의 실리콘 하드디스크를 장착하고 모뎀을 기본 사양으로 제시했지만 일반 PC와 소프트웨어의 호환이 불가능하며 지나치게 비싼 롬카드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사용자로부터 외면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제품은 노트북의 역사에 소비전력의 감소와 배터리 수명을 2시간까지 연장했다는 점 때문에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노트북의 선구자라고 한다면 앞서 언급한 울트라라이트를 지칭하지만 실제 노트북을 상품화하여 성공한 기업은 역시 일본의 도시바사다. 도시바의 다이나북(Dynabook)J-3000ss는 A4 용지의 크기에 80C86을 CPU로 채택하고 10Mz속도를 지원하며,메모리는 IC카드를 이용해 최대 3.5MB까지 확장가능하며 3.5인치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를 내장함으로써 시중에 나와있는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를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무게가 단지 2.7㎏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어 요즘 노트북이라면 으레 다이나북을 거론할 정도로 명성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2.7㎏의 무게라고 한다면 대학교재 2,3권 정도의 무게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노트북 컴퓨터에 담길 수 있는 내용은 하드디스크의 용량에 따라 다르지만 몇백권의 내용이 담길 수도 있다. 또한 모뎀을 이용하면 노트북 컴퓨터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막강한 통신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모뎀이 노트북에 설치되어 있다면 전화선을 연결하여 어느 곳으로든지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이나 원고를 전송할 수 있는 것이다.
 

어디가지 작아질까? 무릎위에 올려놓은 랩톱


글쓰는 분위기를 전환

책상위에 덩그랗게 놓인 컴퓨터(데스크톱)를 사용해본 사람은 확장성이 좋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비어있는 8개의 슬롯에 그래픽 카드, 프린터(패러랠 포트), 마우스(시리얼 포트) 등을 설치할 수 있으며, 게임을 위한 조이스틱이나 음악을 듣기 위한 애드립 카드를 설치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또한 통신을 하는데 필수적인 모뎀을 설치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IBM PC호환기종의 장점중 하나가 확장성이다. 이러한 점은 사용자들이 불만을 가질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불만은 남아 있다. 이동성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30t 무게의 컴퓨터와 비교하면 별 어렵지 않게 이동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지만 어느 누가 본체와 모니터와 키보드로 분리된 데스크톱 컴퓨터를 이동하면서 사용할 것인가.

필자도 학창시절 방학을 맞아 고향으로 내려갈 때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골에서도 컴퓨터를 이용해야 할 일들이 있었지만 친구나 후배의 도움을 얻지 않고서는 비록 8MHz의 하드디스크없는 XT기종에 불과하였지만 컴퓨터를 집에 가지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무게도 무게려니와 본체와 키보드와 모니터의 3개로 분리된 짐(책상위에 놓이면 컴퓨터지만 이동할때는 짐으로만 여겨진다)을 들고 다니기에는 손이 부족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하지만 노트북에서는 이러한 점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3㎏내외의 무게일뿐만 아니라 옆구리에 끼고 다니더라도 전혀 부담되지 않도록 두께마저 얇다. 또한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기에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고 2,3시간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 여기서 사용장소에 제약이없다는 의미는 고정관념이나 사고의 경직성에서 탈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글을 쓰는 사람의 경우 책상에서 쓰는 글은 체계적이고 이론적일 수 있지만 한가한 공원의 벤치나 조용한 찻집에서 쓰는 글은 감성적이고 감상적이다는 것은 누구나 느낄 것이다. 프로그래머들에 있어 풀리지 않는 로직(logic)이 떠오르는 순간 컴퓨터로 직접 확인해본다든지, 영업사원이 상담자료를 컴퓨터의 그래픽 기능을 이용하여 소비자에게 보여준다든지 등등 노트북을 사용하면서 거두어들이는 이점은 무궁무진하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걸프전에서 미군이 노트북을 사용하여 승리했다는 소식이 들린다는 것이다. 물론 패트리어트 미사일이나 전투기들이 이라크군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분쇄하고 공격했지만, 실제 이라크군의 위치나 전황을 노트북에 설치된 모뎀을 이용하여 본부에 전송하고 전쟁 시뮬레이션을 노트북으로 했다는 소식이다.
 

어디까지 작아질까? 키보드까지 없앤 팜톱


노트북의 홀로서기

노트북을 데스크톱 컴퓨터와 비교하면 확장성이 약간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노트북이 가볍고 얇아지다 보니 데스크톱에서 사용하는 주변장치들을 그대로 사용하기는 힘들고 대체로 노트북 전용의 주변장치를 사용해야하는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아직까지는 노트북 사용자의 수요가 많지않은 관계로 데스크톱에서 사용하는 주변기기들에 비해 비싼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노트북 생산업체들은 사용자들로 하여금 필요한 기능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즉 워드프로세싱이나 통신 기능만 있다면 만족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하드디스크가 없는 XT급 모델에서 부터 빠른 속도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386SX급까지 다양한 모델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러한 판매자들의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전문가들은 판매자들의 판매전략 보다는 소비자들의 선택에 의해 국내 노트북 시장이 좌우될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 즉 노트북 구매예상자를 두갈래로 보면 한편은 기존 데스크톱 사용자들로 노트북의 편의성을 누리기 위해 노트북 구입의 추가부담을 감수할 경제적 여건이 되느냐는 것이고, 또 한편은 컴퓨터를 처음으로 장만하는 사람들이 같은 CPU로 비교하면 2,3배 비싼 노트북에 투자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노트북 사용자들의 대부분이 기본적으로 사무실이나 집에 데스크톱 컴퓨터를 사용하고, 노트북은 사무실과 집에서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보조수단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노트북의 이러한 역할은 곧 역전되리라 보인다. 왜냐하면 앞으로 노트북은 데스크톱의 모든 기능을 수용하고 있어 데스크톱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stand alone)시스템의 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20여개의 업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능 및 가격경쟁은 데스크톱이 지난 몇년간 국내시장에서 보여준 가격덤핑과정과도 유사하게 진행된다면 1백만원대 혹은 50만원대 AT급 노트북의 출현도 멀지 않으리라 보여진다.

컴퓨터의 크기

초창기의 컴퓨터는 큰 방 하나를 전부 차지했다. 그래서 전산실이라는 말이 생겨났고 컴퓨터를 이용한 모든 작업은 그속에서만 가능했다. 그후 CPU나 기억장치들은 전산실에 남겨두고 터미널만 다른 방으로 뽑아 컴퓨터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이 터미널은 자체에 연산이나 기억기능이 없는 '멍청한(dummy) 터미널'이었다. PC의 등장으로 컴퓨터는 책상위에 (desk top) 올라왔다. 직장에서만 아니라 집에서도 자기 책상위에 컴퓨터를 올려놓고 필요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데스크톱은 혼자서 온전한 컴퓨터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스탠드얼론(stand alone)으로 불리기도 했다. 80년대초 휴대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포터블(portable)컴퓨터라는 개념이 대두됐다. 자동차를 이용해 이동시킬 수 있을 9~11㎏ 정도의 무게를 지녔다. 몇년뒤 무릎위에 올려놓고 쓸 수 있는 랩톱(lap top)이 출현했다. 007가방 정도 크기에 무게는 5~8㎏. 노트북은 이보다 작은 A4용지 크기(접었을 때)에 무게는 2~3㎏이다. 최근에는 키보드를 아예 없애고 손바닥위에 올려놓고 쓸 수 있는 계산기 크기의 팜톱(palm top)컴퓨터도 선을 보이고 있다.

1991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김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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