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계속 지푸라기를 얹다 보면 제 아무리 힘센 낙타라도 무거워 무릎을 꿇는 순간이 온다.”
선불교의 격언집 ‘벽암록’의 구절이 그대로 들어맞는 일이 벌어졌다. 0.00017g. 지푸라기 한 올 무게도 안 될 적은 양의 물질을 모으고 모아 자원으로 활용하는 기술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바닷물에서 전자제품에 필수인 희귀원소 ‘리튬’을 추출하는 실증연구시설(파일럿 플랜트)을 완공했다. 희귀자원을 독점하고 있는 외국의 횡포에 맞설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순수 우리 기술로 완성했다는 점도 자랑거리다.
지난 7월 6일, 강원도 강릉에서 다시 동해고속도로를 타고 20분을 달려 찾아간 강릉시 옥계면 해수리튬연구센터 건설 현장. 현장에서 만난 류태공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 선임연구원의 말에 날벼락을 맞은 심정이 됐다. 5시간 걸려서 찾아왔는데 들어갈 수조차 없다니. 장마가 소강이라 연구소 앞바다는 잔잔하고 평화로웠지만, 연구소는 경비가 삼엄했다. 국가적 관심사가 집중된 자원 생산 시설이라는 사실이 물씬 느껴졌다.
“이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다른 나라 연구자가 이 시설을 보면 금세 따라 할 수 있거든요. 아이디어가 핵심이에요.”
난처한 표정을 눈치 챘는지 류 연구원이 덧붙였다. 다행히 사진을 찍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어렵게 실험동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렇게 보안이 까다롭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나라에서도 이 기술에 관심이 많다는 뜻이다. 지천에 널린 바닷물에서 세계 산업계가 혈안이 돼 찾고 있는 가장 ‘핫한’ 자원을 얻을 수 있다니 그럴 만했다.
리튬 생산 대장정
리튬은 수요에 비해 매장량이 적고 그나마 아주 일부 나라에 편중해 있다. 2011년 미국지질조사국(USGS)이 펴낸 ‘광물상품요약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리튬 생산 3대 국가는 칠레(34.8%), 호주(33.6%), 중국(17.8%)으로, 이들이 전체 생산량의 86.2%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칠레와 중국, 미국 세 나라로부터 99.5%를 수입하고 있다. 해외 의존도가 극단적으로 높은 자원인 셈이다. 국내 생산량은 전무하다.
이렇게 전량을 외국에 의존하다 보니 문제가 생긴다. 소수의 생산국이 자국의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수출량을 제한하거나, 극단적인 경우 수출을 아예 금지할 수가 있다. ‘자원 무기’인 셈이다. 또 자원 자체가 고갈될 염려도 있다. 이런 경우 우리나라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대체할 다른 재료를 찾거나, 전자제품 생산을 포기해야 한다. 전자제품 수출국인 우리나라로서는 대재앙이다. 방법은 없을까.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의 지질을 연구해 새로운 매장 장소를 발굴하는 방법이다. 최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강원도 홍천을 중심으로 역시 희귀원소인 희토류가 매장된 사실을 확인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두 번째는 자원이 풍부한 외국과 협정을 맺어 탐사나 개발을 대신하는 대신 일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자원 개발에 쓰이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그 동안 얻지 못하던 곳에서 자원을 얻는 방식이다. 해수 리튬은 바로 마지막 예다.
그런데 왜 하필 바다일까. 바다 속 리튬 함량은 1L에 0.00017g. 휴대용 생수병 10만 개 분량의 바닷물에 겨우 100원짜리 동전 세 개(약 16g)보다 약간 많은 리튬이 들어 있는 셈이다. 차라리 육지에서 새 광산을 찾는 편이 더 쉽지 않을까.
“이미 세계적인 리튬 생산국들도 광석에서 캐내지는 않습니다. 경제성에서 뒤져서 대부분 문을 닫고 있는 추세지요. 요즘 유명한 산지는 모두 소금호수예요.”
그러니까 현재도 물에서 리튬을 뽑고 있다는 뜻이다. 바닷물이 아니라 호수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2008년만 해도 리튬 산지의 40%는 육지 광산이었다. 하지만 갈수록 비율이 줄어들어 오늘날에는 대부분 소금호수로부터 리튬을 얻고 있다.
광석보다 소금호수에서 더 많은 리튬을 생산하는 것은 녹아 있는 원소를 분리, 정제하는 과정이 물에서 더 원활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먼저 리튬이 고농도로 들어 있는 호숫물을 끌어와 태양광을 이용해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3년 정도 증발, 농축 과정을 거친다. 그 뒤 수산화나트륨을 넣는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불순물이 제거된다. 분리된 용액을 끓여서 용매를 증발시켜 농축시킨 뒤 마지막으로 탄산나트륨을 넣는다. 용액 속에 포함된 리튬은 탄산리튬으로 변해 침전된다. 탄산리튬을 씻어서 분리하면 하얀 가루 형태의 순도 99%급 고급 탄산리튬이 된다.
호수보다 넓은 바다
그런데 소금호수에도 문제가 있다. 아무리 넓어도 생산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자연히 무궁무진한 바다로 시선을 돌리게 됐다. 그런데 바다에도 문제가 있었다. 리튬 농도가 지나치게 낮았다. 따라서 바닷물에서 리튬을 뽑기 위해서는 낮은 리튬 농도를 높여 주는 과정이 필요하게 됐다. 이를 위해서 바닷물 속에서 리튬만 골라 퍼올려 고농도 농축액을 만드는 방법을 고안했다.
가장 먼저 도전한 것은 일본 과학자들이었다. 이미 1980년대에 바다에서 리튬과 우라늄 등 원소를 추출하는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리튬을 빨아들이는(흡착) 가루 형태의 물질을 만든 뒤 합성수지인 폴리염화비닐(PVC)을 버무려 쌀알 크기로 빚었다. 이런 ‘흡착제’를 바닷물에 담가 리튬을 빼냈다. 실험실뿐 아니라 실용화의 전단계 연구도 진행해서, 이미 10여 년 전에 실증실험설비(파일럿플랜트)를 건설했다.
하지만 한계가 많았다. 쌀알 크기의 흡착제는 리튬을 흡수하는 부분이 PVC에 가려져 효율이 떨어졌다. 또 해수가 흡착제를 잘 통과하도록 PVC 표면에 미세구멍을 내려면 DMF(다이메틸포름아마이드)라는 물질을 써야 하는데, 이 물질은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흡착제 수명이 다한 후에도 PVC 물질로 만들어진 흡착제 자체를 버려야 해서 부담이었다. 아직까지 상업 운영을 할 만큼 성과를 내지도 못하고 있다.
일본 못지않게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도 리튬의 중요성에 일찍 눈을 떴다. 2000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 정강섭 박사팀(연구단장)이 바닷속 리튬을 빨아들이는 물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일본이 개발한 방식을 피하면서 성능은 더 뛰어난 재료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2009년, 연구팀은 리튬 이온을 흡수하는 가루 형태의 재료 ‘리튬망간산화물’을 개발했다. 또 가루를 가두어 바닷물만 통과시킬 수 있는 용기도 개발했다. 마치 티백처럼, 물은 통과하고 흡착 물질은 붙잡는 원리였다. 일본의 흡착제가 PVC 때문에 효율이 떨어졌다는 점에 착안해 만든 독창적인 방식이었다. 실험 결과 이 방식으로 흡착 물질 1g으로 0.045g의 리튬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일본보다 30%나 우수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여세를 몰아 아예 상업화를 위한 연구 시설을 짓기로 했다. 이것이 ‘해수리튬연구센터’다. 긴 변 55m, 짧은 변 18m로 어지간한 학교 운동장 반 만한 시설을 강릉 앞바다 1km 지점에 세운 뒤 흡착제를 바다 속에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장비를 설치했다. 바다 속에서 리튬을 빨아들인 흡착제를 꺼내 육지로 가져온 뒤 미리 준비한 산성 용액에 넣어 리튬을 분리한다. 이후 소금 호숫물에 쓴 방법과 비슷한 방법으로 분리, 정제과정을 거치면 순도 높은 리튬을 얻을 수 있다. 사용한 흡착제는 다시 바다에 가져가서 재활용한다. 반영구적인 자원 생산이 가능한 셈이다. 지금은 리튬을 분리, 정제하는 공정을 육지에서 하지만, 앞으로는 모든 공정을 바다 위에서 한꺼번에 할 예정이다.
바다를 자원 공장으로 바꾼 위대한 상상력
해수리튬연구센터는 상상력의 승리다. 철썩철썩 부서지는 해변의 파도를 보고 그 안에서 지상에서 구하기 힘든 자원을 떠올렸다. 하지만 상상으로만 그쳤다면 실제 자원을 얻는 일은 영영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구과학자들은 실제로 바닷속 원소의 양을 측정했고, 공학자와 화학자들은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원소를 뽑아낼 방법을 연구했다. 그 결과가 조금씩 눈앞에 나타나고 있다. 육지에서도 구하기 힘든 희귀원소 리튬이 바다 속에서 무한정 나오는 바다 위 리튬 공장. 자원보유국의 횡포에 맞서 우리 산업을 지키는 첨병이다.
선불교의 격언집 ‘벽암록’의 구절이 그대로 들어맞는 일이 벌어졌다. 0.00017g. 지푸라기 한 올 무게도 안 될 적은 양의 물질을 모으고 모아 자원으로 활용하는 기술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바닷물에서 전자제품에 필수인 희귀원소 ‘리튬’을 추출하는 실증연구시설(파일럿 플랜트)을 완공했다. 희귀자원을 독점하고 있는 외국의 횡포에 맞설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순수 우리 기술로 완성했다는 점도 자랑거리다.
[지난 7월 15일 준공한 해수리튬연구센터 조감도. 실제로는 바다 위 흡착 부유 시설(노란색 구조물)이 1km 앞바다에 있다.]
“보안시설이라 안에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지난 7월 6일, 강원도 강릉에서 다시 동해고속도로를 타고 20분을 달려 찾아간 강릉시 옥계면 해수리튬연구센터 건설 현장. 현장에서 만난 류태공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 선임연구원의 말에 날벼락을 맞은 심정이 됐다. 5시간 걸려서 찾아왔는데 들어갈 수조차 없다니. 장마가 소강이라 연구소 앞바다는 잔잔하고 평화로웠지만, 연구소는 경비가 삼엄했다. 국가적 관심사가 집중된 자원 생산 시설이라는 사실이 물씬 느껴졌다.
“이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다른 나라 연구자가 이 시설을 보면 금세 따라 할 수 있거든요. 아이디어가 핵심이에요.”
난처한 표정을 눈치 챘는지 류 연구원이 덧붙였다. 다행히 사진을 찍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어렵게 실험동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렇게 보안이 까다롭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나라에서도 이 기술에 관심이 많다는 뜻이다. 지천에 널린 바닷물에서 세계 산업계가 혈안이 돼 찾고 있는 가장 ‘핫한’ 자원을 얻을 수 있다니 그럴 만했다.
리튬 생산 대장정
리튬은 수요에 비해 매장량이 적고 그나마 아주 일부 나라에 편중해 있다. 2011년 미국지질조사국(USGS)이 펴낸 ‘광물상품요약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리튬 생산 3대 국가는 칠레(34.8%), 호주(33.6%), 중국(17.8%)으로, 이들이 전체 생산량의 86.2%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칠레와 중국, 미국 세 나라로부터 99.5%를 수입하고 있다. 해외 의존도가 극단적으로 높은 자원인 셈이다. 국내 생산량은 전무하다.
이렇게 전량을 외국에 의존하다 보니 문제가 생긴다. 소수의 생산국이 자국의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수출량을 제한하거나, 극단적인 경우 수출을 아예 금지할 수가 있다. ‘자원 무기’인 셈이다. 또 자원 자체가 고갈될 염려도 있다. 이런 경우 우리나라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대체할 다른 재료를 찾거나, 전자제품 생산을 포기해야 한다. 전자제품 수출국인 우리나라로서는 대재앙이다. 방법은 없을까.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의 지질을 연구해 새로운 매장 장소를 발굴하는 방법이다. 최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강원도 홍천을 중심으로 역시 희귀원소인 희토류가 매장된 사실을 확인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두 번째는 자원이 풍부한 외국과 협정을 맺어 탐사나 개발을 대신하는 대신 일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자원 개발에 쓰이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그 동안 얻지 못하던 곳에서 자원을 얻는 방식이다. 해수 리튬은 바로 마지막 예다.
그런데 왜 하필 바다일까. 바다 속 리튬 함량은 1L에 0.00017g. 휴대용 생수병 10만 개 분량의 바닷물에 겨우 100원짜리 동전 세 개(약 16g)보다 약간 많은 리튬이 들어 있는 셈이다. 차라리 육지에서 새 광산을 찾는 편이 더 쉽지 않을까.
“이미 세계적인 리튬 생산국들도 광석에서 캐내지는 않습니다. 경제성에서 뒤져서 대부분 문을 닫고 있는 추세지요. 요즘 유명한 산지는 모두 소금호수예요.”
그러니까 현재도 물에서 리튬을 뽑고 있다는 뜻이다. 바닷물이 아니라 호수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2008년만 해도 리튬 산지의 40%는 육지 광산이었다. 하지만 갈수록 비율이 줄어들어 오늘날에는 대부분 소금호수로부터 리튬을 얻고 있다.
광석보다 소금호수에서 더 많은 리튬을 생산하는 것은 녹아 있는 원소를 분리, 정제하는 과정이 물에서 더 원활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먼저 리튬이 고농도로 들어 있는 호숫물을 끌어와 태양광을 이용해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3년 정도 증발, 농축 과정을 거친다. 그 뒤 수산화나트륨을 넣는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불순물이 제거된다. 분리된 용액을 끓여서 용매를 증발시켜 농축시킨 뒤 마지막으로 탄산나트륨을 넣는다. 용액 속에 포함된 리튬은 탄산리튬으로 변해 침전된다. 탄산리튬을 씻어서 분리하면 하얀 가루 형태의 순도 99%급 고급 탄산리튬이 된다.
호수보다 넓은 바다
그런데 소금호수에도 문제가 있다. 아무리 넓어도 생산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자연히 무궁무진한 바다로 시선을 돌리게 됐다. 그런데 바다에도 문제가 있었다. 리튬 농도가 지나치게 낮았다. 따라서 바닷물에서 리튬을 뽑기 위해서는 낮은 리튬 농도를 높여 주는 과정이 필요하게 됐다. 이를 위해서 바닷물 속에서 리튬만 골라 퍼올려 고농도 농축액을 만드는 방법을 고안했다.
가장 먼저 도전한 것은 일본 과학자들이었다. 이미 1980년대에 바다에서 리튬과 우라늄 등 원소를 추출하는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리튬을 빨아들이는(흡착) 가루 형태의 물질을 만든 뒤 합성수지인 폴리염화비닐(PVC)을 버무려 쌀알 크기로 빚었다. 이런 ‘흡착제’를 바닷물에 담가 리튬을 빼냈다. 실험실뿐 아니라 실용화의 전단계 연구도 진행해서, 이미 10여 년 전에 실증실험설비(파일럿플랜트)를 건설했다.
하지만 한계가 많았다. 쌀알 크기의 흡착제는 리튬을 흡수하는 부분이 PVC에 가려져 효율이 떨어졌다. 또 해수가 흡착제를 잘 통과하도록 PVC 표면에 미세구멍을 내려면 DMF(다이메틸포름아마이드)라는 물질을 써야 하는데, 이 물질은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흡착제 수명이 다한 후에도 PVC 물질로 만들어진 흡착제 자체를 버려야 해서 부담이었다. 아직까지 상업 운영을 할 만큼 성과를 내지도 못하고 있다.
일본 못지않게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도 리튬의 중요성에 일찍 눈을 떴다. 2000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 정강섭 박사팀(연구단장)이 바닷속 리튬을 빨아들이는 물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일본이 개발한 방식을 피하면서 성능은 더 뛰어난 재료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2009년, 연구팀은 리튬 이온을 흡수하는 가루 형태의 재료 ‘리튬망간산화물’을 개발했다. 또 가루를 가두어 바닷물만 통과시킬 수 있는 용기도 개발했다. 마치 티백처럼, 물은 통과하고 흡착 물질은 붙잡는 원리였다. 일본의 흡착제가 PVC 때문에 효율이 떨어졌다는 점에 착안해 만든 독창적인 방식이었다. 실험 결과 이 방식으로 흡착 물질 1g으로 0.045g의 리튬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일본보다 30%나 우수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여세를 몰아 아예 상업화를 위한 연구 시설을 짓기로 했다. 이것이 ‘해수리튬연구센터’다. 긴 변 55m, 짧은 변 18m로 어지간한 학교 운동장 반 만한 시설을 강릉 앞바다 1km 지점에 세운 뒤 흡착제를 바다 속에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장비를 설치했다. 바다 속에서 리튬을 빨아들인 흡착제를 꺼내 육지로 가져온 뒤 미리 준비한 산성 용액에 넣어 리튬을 분리한다. 이후 소금 호숫물에 쓴 방법과 비슷한 방법으로 분리, 정제과정을 거치면 순도 높은 리튬을 얻을 수 있다. 사용한 흡착제는 다시 바다에 가져가서 재활용한다. 반영구적인 자원 생산이 가능한 셈이다. 지금은 리튬을 분리, 정제하는 공정을 육지에서 하지만, 앞으로는 모든 공정을 바다 위에서 한꺼번에 할 예정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소속 연구원들이 준공식에 앞서 연구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앞으로 4년 동안 리튬 상업 생산 연구를 할 예정이다.]
바다를 자원 공장으로 바꾼 위대한 상상력
해수리튬연구센터는 상상력의 승리다. 철썩철썩 부서지는 해변의 파도를 보고 그 안에서 지상에서 구하기 힘든 자원을 떠올렸다. 하지만 상상으로만 그쳤다면 실제 자원을 얻는 일은 영영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구과학자들은 실제로 바닷속 원소의 양을 측정했고, 공학자와 화학자들은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원소를 뽑아낼 방법을 연구했다. 그 결과가 조금씩 눈앞에 나타나고 있다. 육지에서도 구하기 힘든 희귀원소 리튬이 바다 속에서 무한정 나오는 바다 위 리튬 공장. 자원보유국의 횡포에 맞서 우리 산업을 지키는 첨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