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이 컴퓨터 모니터 상에 나타난다. 이 전자식 논문에는 애니메이션과 시뮬레이션기법이 도입되는데…
그동안 학자들은 자신의 연구를 시작하기 앞서서 다른 학자들이 그 분야에서 먼저 이룩한 연구결과들을 검토했는데 이때 도서관에 비치된 학술지가 가장 유용한 자료였다. 또 학자라면 누구나 학술지에 자신의 이름이 실리기를 원해 왔다.
그런데 최근 영국에서는 전문적인 학술잡지의 대변혁이 예고되고 있다. 전통적인 도서의 형태가 아닌 전자식학술지, 즉 컴퓨터 모니터 상에서 나타나는 학술지를 멀지않아 펴낼 예정이다. 이 대변혁의 주역은 슈퍼자넷(Super JANET)이라는 컴퓨터통신망이다. 금년 1월부터 앞으로 4년 동안 영국의 거의 모든 대학을 거미줄처럼 얽어맬 슈퍼자넷의 설치와 유지작업은 브리티시 텔레콤사의 책임하에 수행되고 있다(총 공사비 1천8백만파운드).
슈퍼자넷은 기존의 자넷(JANET, Joint Academic Networt)과 공존하게 되는데 올 3월까지는 먼저 6개소 (케임브리지대학 에딘버러대학 멘체스터대학 임페리얼대학 런던소재 유니버시티칼리지 러더포드 애플레턴연구소)에 깔릴 계획이다. 또 금년 여름까지는 영국 대학들의 절반이 슈퍼자넷과 인연을 맺을 것이라고 한다.
지난 10여년 동안 슈퍼자넷의 '형'뻘인 자넷은 전자우편 데이터컴퓨터프로그램 등을 교환하는데 널리 활용돼 왔다. 그러나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에 한계를 보여(1초당 2백만비트) 많은 문자와 숫자들을 통신하고자 할 때 어려움이 따랐다. 이것이 슈퍼자넷의 탄생배경. 광섬유 케이블을 통해 통신을 하게 될 슈퍼자넷은 매초마다 1억4천만비트의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데 장차 1초당 10억비트까지 정보전달능력을 확대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슈퍼자넷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학자들은 학술지 속의 논문들을 입력과 동시에 찾아볼 수 있게 된다. 이는 도서관 휴관일에도 논문검색이 얼마든지 가능함을 뜻한다. 지금까지 영국 학자들의 경우, 학술지가 자신이 이용하는 도서관에 도착하기 전에 그 속에 담긴 특정 논문을 보고 싶으면 리즈시 주변에 위치한 대영도서관에 복사를 부탁할 수밖에 없었는데 슈퍼자넷의 등장으로 그런 수고를 덜게 된 셈이다.
또 컴퓨터를 활용함으로써 논문자체에도 엄청난 변화가 수반됐다. 과거에는 논문이 평면(종이)위에 작성돼 극히 단조로웠는데 컴퓨터 모니터 상에 나타나는 논문에는 애니메이션과 시뮬레이션기법이 도입되기 때문에 사진 자료 도표처리가 돋보인다. 심지어는 논문에서 음악소리가 들리기까지 한다. 입체감도 확연해서 3차원학술지(3-D journal)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이같은 학술지는 이미 선을 보인 상태인데 학술지 이름 앞에 '비디오'(Video)라는 단어가 첨가된다. 예로 'Video Journal of Engineering Research'식이다.
학자들은 슈퍼자넷이 두가지 면에서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나는 고속통신의 기술적 발전을 더욱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둘째로 컴퓨터의 활용영역을 하나 더 넓힌다는 점이다.
슈퍼자넷의 용도는 전자식 학술지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유니버시티칼리지는 슈퍼자넷을 이용해 경향 각지의 의학도들에게 외과수술을 교육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 경우 학생들은 슈퍼자넷을 통해 영상의 형태로 전달되는 수술광경을 직접 목격할 뿐아니라 반복해서 볼 수도 있고 아는 내용은 건너 뛸 수도 있다.
자넷과 슈퍼자넷같은 컴퓨터 통신망은 전세계의 다른 통신망과의 만남을 통해 한결 능력이 배가될 것이다. 최근 영국의 통신망들은 미국의 인터네트(Internet)통신망과의 결합을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