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국내에서 세계 첫 줄기세포치료제가 탄생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바이오기업 ‘에프씨비파미셀(FCB파미셀)’이 개발한 ‘하티셀그램-AMI(이하 하티셀그램)’을 허가했다. 이 약은 죽은 심장세포를 재생시키는 방식으로 심장질환을 치료한다.
하티셀그램은 차세대 심근경색 치료제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심근경색은 심장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혀 심장 조직이나 세포가 죽는 병이다. 병원에서는 심혈관성형술이나 스텐트삽입술 등을 이용해 심근경색을 치료한다. 혈관에서 막힌 곳까지 풍선이 달린 가느다란 관(카테터)을 넣고 풍선을 부풀려 혈관을 넓힌 뒤 철망(스텐트)을 넣어 넓어진 혈관을 고정한다. 하지만 환자에 따라 이런 수술 방법이 맞지 않거나,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냈더라도 스텐트를 넣었던 부분에 핏덩어리(혈전)가 생겨 다시 혈관이 막히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죽은 심장 근육을 살리면 기존 수술의 한계나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줄기세포를 이용해 세포를 재생시키는 연구를 해 왔다.
줄기세포치료제는 다른 세포치료제와 마찬가지로 살아 있는 세포를 추출해 배양증식한 뒤 제조하는 의약품이다. 환자의 몸에서 추출한 세포(자가 세포치료제)나 다른 사람의 몸에서 추출한 세포(동종 세포치료제), 또는 사람이 아닌 다른 동물에서 추출한 세포(이종 세포치료제)로 만들 수 있다. 대개 세포치료제는 피부나 연골, 심장, 뼈, 신경, 근육세포 등 몸을 구성하는 조직을 재생하거나 림프구 등 면역세포를 이용해 암 같은 질환을 치료하려는 목적으로 만든다. 특히 줄기세포는 아직 특정한 세포로 분화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신경이나 혈액, 연골처럼 몸을 구성하는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은 더뎠다.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가능한 건 수정한 지 14일이 안된 수정란(배아)에서 뽑아낸 줄기세포인데(배아줄기세포), 이것을 연구나 의료 목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윤리적인 난관에 부닥칠 수밖에 없었다. 그 대신 성인의 몸 여러 조직(골수와 지방세포, 제대혈 등)에 존재하는 성체줄기세포는 윤리적인 논란이 없어 치료제 개발이 좀 더 활발했다. 이번에 탄생한 하티셀그램은 성체줄기세포의 일종인 중간엽줄기세포(뼈나 인대, 근육으로 분화되는 줄기세포)를 이용했다.
환자 몸속 줄기세포로 근육, 뼈, 뇌 되살려
이 치료제는 어떻게 만들까. 환자의 골반뼈에 골수흡입침을 꽂아 골수를 5~10mL 정도 채취한 다음 단핵세포만 분리한다. 단핵세포를 37℃ 세포배양기에서 5~7일간 배양하면 중간엽줄기세포가 배양용기에 붙으면서 무리(1000만~1억 개)를 형성한다. 이때 중간엽줄기세포를 환자의 체중에 비례하는 양만큼 회수해 주사기에 넣으면 치료제가 완성된다. 그래서 하티셀그램에는 중간엽줄기세포와 세포 현탁용액 외에 다른 물질은 들어 있지 않다.
하티셀그램을 사용하는 방법은 기존의 심근경색 수술과 비슷하다. 주사기에 카테터를 연결해 관상동맥에서 막힌 부분까지 넣은 다음 약물을 주입하면 된다. 약물에 포함된 중간엽줄기세포가 심근을 보호하는 생리활성 인자를 분비하고, 세포를 재생시켜 혈관과 심장 근육을 되살린다. 회사 관계자들은 심근경색 환자에게 이 치료제를 주입하면 손상된 조직이 일부 되살아나면서 심장이 수축하는 정도가 평균 5.9% 씩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심근경색 환자의 심장기능을 꽤 회복시켜주는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심장질환뿐 아니라 치매와 뇌졸중(뇌신경세포 재생), 빈혈과 백혈병(조혈모세포재생), 퇴행성관절염(연골세포 재생), 당뇨병(췌장세포 재생), 동맥경화(혈관상피세포 재생) 등을 치료하고 피부와 뼈를 이식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뇌졸중에 대한 줄기세포치료제가 올해 말 임상 3상을 마치고 2013년쯤에 상용화 될 예정이다. 또 서울 아산병원에서는 손상된 척추를 되살리는 줄기세포치료제를 개발해 2008년 3월부터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해 우려하기도 한다. 환자마다 자기 몸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고유한 치료제를 만들어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하티셀그램은 1회 1800만원 정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경제성과 안전성을 엄격하고 신중하게 평가하는 미국, 독일과 달리 국내 식약청이 너무 빨리 허가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FCB파미셀은 “앞으로 1년 6개월 정도 하티셀그램이 심장 근육과 혈관 조직을 얼마나 재생시키는지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추가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식약청에서는 무릎연골결손 줄기세포치료제도 품목허가가 진행 중이며 빠르면 올해 안에 제품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FCB파미셀에서는 기자회견을 열어 심근경색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해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