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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건강기능식품 돈 값 못한다



피로를 회복시켜준다는 비타민, 관절염에 좋다고 하는 글루코사민 , 암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하는 셀레늄 등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에서 인정한 건강기능식품 은 37개 품목으로 제품 종류는 무려 6000여 종에 달한다. 이렇게 많은 건강기능식품이 부작용은 없는지, 효과는 확실한지, 제대로 먹는 방법은 무엇인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궁금증을 살펴보자.

효과는 작고 부작용은 더 작다

건강기능식품을 먹으면 인체에 필요한 영양소를 쉽고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다. 하지만 약처럼 많은 양을 한꺼번에 먹으면 부작용이 없을까.

의외로 건강기능식품의 부작용은 거의 없다. 건강기능 식품은 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태우 신건강인센터 원장은 “건강기능식품은 먹었다고 해서 약처럼 극적인 효과를 얻을 수 없을 뿐더러, 마찬가지로 급작스러운 부작용도 발생하지 않는다”며 “식약청에서 인정한 건강기능식품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김종엽 대전국군통합병원 군의관은 “식약청에서 기능성보다 안전성에 역점을 두어 심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매년 식약청에는 약 100여 건의 건강기능식품 부작용 사례가 접수된다. 신용주 식양청 영양정책과 사무관은 “식약청에서 인정한 제품은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며 “문제가 된 제품은 식약청이 인정하지 않은 유사 건강기능식품”이라고 말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과 유사 건강기능식품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73.1%나 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유사 건강기능식품을 먹어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다.

부작용을 피하는 길은 쉽다. 제품에 ‘건강기능식품’이라는 표시 또는 건강기능식품 마크를 확인하면 된다. 건강식품, 건강보조식품은 안된다. 그리고 식약청의 건강기능식품정보 홈페이지에서 허가 받은 원료와 방식으로 만든 제품인지를 확인하면 된다.

식약청에 등록된 제품도 부작용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심각한 부작용은 없지만 특정 영양 성분의 과잉이나 결핍이 올 수 있고, 특정 성분이 비타민이나 미네랄의 체내 흡수를 방해할 수도 있다. 이병훈 서울대 약대 교수는 “자신에 필요한 건강기능식품인지 확인하고, 하루 섭취량과 주의사항을 지켜야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꾸준한 효과 검증 필요하다

그렇다면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은 과학적 근거가 확실한 걸까. 식약청은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되거나 각국 정부의 정부 보고서, 국제기구의 보고서에 의해 과학적으로 인정 받아야 기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몇몇 기능식품의 효과는 대단히 제한적이며, 새로운 연구에 따라 기능성이 없다고 판명되기도 한다.

최근 기능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글루코사민을 보면 건강기능식품의 효과가 생각보다 제한적인 것을 알 수 있다. 관절염은 뼈와 뼈가 만나서 관절을 이루는 부위에 있는 연골이 닳아서 주로 생기는 병이다. 글루코사민은 연골을 형성하는 중요한 성분이기 때문에 이 성분을 먹으면 관절염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약 387종이 출시돼 연간 약 2800억 원 어치가 팔리고 있다.
 

[글루코사민은 퇴행성관절염이 있는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다.]

 

하지만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2010년 보고서에 따르면 글루코사민의 효능은 알려진 것보다 제한적이다. 이 보고서는 글루코사민에 관한 국내외 임상연구 37편을 종합 평가했다. 퇴행성관절염 환자에게서 통증이 줄고 관절의 기능이 향상됐지만 서로 상반된 결과가 있어 효과가 있다고 결론내리지 못했다. 퇴행성관절염 외의 관절염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었으며, 관절염을 예방하지도 못했다.

미국 비영리 소비자단체인 ‘코크레인’과 ‘컨슈머리포트헬스’가 발표한 보고서에도 글루코사민이 퇴행성관절염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많은 광고에서 글루코사민이 (모든) 관절염에 효과 있으며, 예방하기까지 한다고 광고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은 연구결과에 따라 뒤집히기도 한다. 셀레늄은 항산화기능과 암예방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대했던 항암효과를 찾을 수 없었다.

셀레늄의 암 예방 효과는 2003년 영국비뇨기과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 근거한다. 1312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 결과 셀레늄의 효과는 혈중 셀레늄 농도가 떨어진 사람에게만 전립선 암 예방 효과가 있다고 보고됐다.

하지만 이런 제한적 효과마저 뒤집혔다. 작년 미국 의학협회지에 셀레늄에 관한 연구가 발표됐다. 전립선암의 예방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무려 3000억 원을 들여 3만 5533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 연구였다. 하지만 5년 넘게 진행된 연구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셀레늄이 전립선 암을 예방하지 못하며, 오히려 장기간 많이 먹으면 당뇨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나온 것이다.

모든 연구가 그렇지만 건강기능식품의 연구도 설계에 따라 결과가 바뀔 수 있다. 세포 단위나 동물 실험에서 인정을 받거나, 적은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했을 때 기능성이 있더라도,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인체실험을 하면 셀레늄처럼 결과가 뒤집히기도 한다.

물론 홍삼이나 오메가3 같은 건강기능식품은 비교적 오랜 시간에 걸쳐 효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됐다. 하지만 글루코사민과 셀레늄의 사례는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제대로 먹는 법은?

유태우 원장은 “한국에는 보약문화가 있어 특별한 식품을 먹으면 건강해진다고 믿는다”며 “밝혀진 효과와 상관없이 일단 건강기능식품을 먹으면 좋으려니 하고 먹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보약 문화는 영양이 부족했던 시대의 문화이니, 영양이 풍족한 지금은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인의 이런 성향은 앞서 나온 보건의료연구원의 글루코사민 보고서에서도 파악할 수 있다. 글루코사민을 복용하고 있는 응답자 가운데 77%가 의사로부터 퇴행성관절염 진단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복용하고 있으며, 그중 42.8%는 관절통이 없는 상태에서 글루코사민을 복용했다. 글루코사민 복용자 대부분 건강 증진 또는 골관절염 예방 목적으로 복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 원장은 이런 복용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건강에는 주변 사람과의 관계, 일하는 시간, 환경, 스트레스 등 수많은 것의 영향을 받는데, 먹으면 낫는다는 마음에 진짜 건강을 해치는 원인을 방치해 두기 때문”이다. 건강기능식품이 주는 심리적 안도감으로 잘못된 행동을 지속해 오히려 건강을 망친다는 얘기다.

건강기능식품협회도 ‘잘못 알려진 건강기능식품 상식 7가지’를 발표하며 건강기능식품을 만병통치약처럼 여기지 말라고 권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식사에서 부족할 수 있는 영양소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성분이 들어있을 뿐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진호 서울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한 건강강좌에서 “영양소는 건강기능식품보다 원래의 식품 형태로 먹는 것이 더 좋다”며 “식사를 제대로 하는 일반인에겐 건강기능식품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편식하는 노인이나 수술 뒤 입맛이 떨어져 음식 섭취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는 종합 비타민, 햇볕을 쬐지 못하는 사람은 비타민D, 폐경 뒤 뼈가 약한 여성은 칼슘 등 성분 함량을 따져 조심스럽게 먹을 것”을 권했다.

건강기능식품은 부족한 영양소를 채워주는 보조적 수단일 뿐 건강을 지켜주거나 병을 낫게 하지 않는다. 건강은 좋은 생활습관, 꾸준한 운동, 건강한 식생활, 주변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와 깨끗한 환경이 유지돼야 지켜진다. 수학에 왕도가 없듯, 건강에도 왕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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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종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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