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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있어야 구체적인 길이 보인다

이번 호에 상담한 학생 중 한 명은 꿈이 있고 다른 한 명은 아직 꿈이 없습니다. 꿈이 있다고 말한 학생도 진실한 꿈이 아니었습니다. 두 학생은 모두 꿈이 없기에 무엇을 준비할지 몰랐습니다. 한 학생은 너무 많은 걸 준비했고, 한 학생은 아무 것도 준비할 생각을 못하고 있습니다. 과연 두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나의 중심을 세워주는 ‘꿈’의 중요성을 생각해봅시다.

상담 진행 신혜인 leedhshy@hanmail.net



사례 1 판타지 소설 마니아인 사차원 소년

서울 D중학교 2학년 B학생

“뭐 하고 싶은 일이 있니?”

“딱히 없어요. 움직이는 건 싫어해요.”

“그럼 잘 하는 거는 있니?”

“음…. 기타 잘 쳐요.”

“내신성적은 어떻게 유지하고 있니?”

“벼락치기로 유지하고 있어요.”

꿈도 특기도 없다는 B학생. 왠지 모르게 대답이 무기력하다. 예상 외로 B학생의 내신성적은 좋았다. 중학교에 입학해서 전교 상위 10%의 상위권이던 성적이 더 좋아지고 있다.

“교내에서 수상한 적은 없니?”

“경시대회는 안 나갔어요. 로봇 조립을 좋아해서 과학상자 대회에서 은상을 받았어요.”

사생대회나 글짓기대회에 나가서 장려상을 탄 적도 있다는 B학생은 알고 보니 어느 한 가지 특기는 없어도 다양한 분야에 재능이 있다. 악기를 배워도 금방 익히고, 그림을 배워도 소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럼에도 열정이 솟아나는 분야에 마음이 굳혀지지를 않는다.

“저는 아직도 문과, 이과가 헷갈려요. 어느 쪽을 계속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래. 너는 문이과 양쪽에 다 재능이 있는 아이야. 둘중에 어느 쪽을 더 하고 싶은지를 찾아야지. 꼭 해야 하는 건 세상에 없어. 너가 하면서 즐겁고 행복할 만한 일을 찾으면 돼.”

B학생 뿐 아니라 누구나 자신이 하는 일에 의미를 찾아야 노력이 덜 고통스럽다. B학생은 상담 선생님과 이야기하면서 게임이나 시나리오에 관심있다는 걸 조금씩 드러냈다.

“판타지 소설을 좋아해요. 친구들과 보드게임 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200페이지 정도 롤플레잉 보드게임의 시나리오를 직접 만들었어요.”

“그래. 그러면 앞으로도 그런 일을 해보는 건 어떨까? 나중에 게임 기획자가 될 수도 있고, 그 상상력을 갖고 SF영화감독이 될 수도 있어. 만화가를 지망해도 좋아. 충분히 현실적으로 고민할 만한 일이야.”

“그런 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다양한 길이 있어. 만약에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면, 대학의 연출학과를 가서 공부하는 방법도 있고, 일반 학과를 가서 영화 동아리 활동을 할 수도 있어. 도리어 후자 쪽이 더 많은 기회를 얻기도 해. 컴퓨터 그래픽에 관심이 있다면 이공계 관련 학과에 가서 배울 수도 있고. 어찌됐든 좋은 대학을 가면 더 좋은 공부 환경이 갖춰져 있다는 건 알고 있지? 지금부터 마음을 잡고 노력해야 해.”

아직은 중학교 2학년 학생이기에 자신의 미래를 딱 한 가지로 고정해두기 어렵다. 다방면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자신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한 큰 방향은 갖고 있을 필요가 있다.

“너는 창의적인 일을 할 때 즐거운 아이야. 네가 직접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기획해서 만들어내는 능력을 키워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봐. 그 다양한 가능성은 바로 책 안에 있어. 그리고 어떻게 실현하는가는 성실한 노력에 달려 있기 때문에 내신성적부터 중요하게 생각하고 챙기라는 거야. 벼락치기는 더이상 하지 말아야겠지?”

책 속에 다양한 길이 있고 꿈이 있다. 그 속에서 자신의 직업을 꾸준히 탐색하고, 한편으로는 현실에 주어진 일에 더욱 노력해야 할 때다. B학생은 이제 시험을 앞두고 최소한 보름은 공부하기로 마음 먹었다. 상담 선생님은 관심없는 과목들에도 도전해보라고 권했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몰라서 이것 저것 무리한 준비를 하는 것도 문제지만, 네 경우는 재능에 비해 학문에 대한 관심사가 너무 부족하니까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도전해봐. 과학 올림피아드도 한번 준비해보렴. 물리가 어떤 과목인지, 화학이 어떤 과목인지 한번 알아보는 거야.”

과학도 수많은 영역을 책으로 접할 수 있다. 단, 이과계열의 책은 기본적인 지식이 없이는 읽기가 힘들다. 기초지식을 습득한 토대 위에 관련 분야의 독서활동을 펼치는 것이 이과 독서활동의 특징이다. 따라서 물리, 화학, 생물, 지학, 천문 등 기초지식을 습득해 가면서 읽을 책을 결정해야 한다.

“영재고에 가겠다고 꼭 한 가지 길을 정할 게 아니라, 영재고에 갈 것처럼 공부를 해놓으면 돼. 그러면 고등학교에 올라갈 때 가서 영재고가 아니더라도 네가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있을 거야.”

상담 선생님은 문이과에 고른 적성을 갖고 있는 B학생에게 민사고나 하나고와 같은 자사고에 진학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자사고 진학이 만만한 건 아니다. 자사고에 진학하려면 지금부터 영어와 수학은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성적에 크게 문제가 없지만,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해. 단기 암기를 잘하는 학생들은 뒤로 갈수록 내공이 부족해지거든. 금세 잊어버려도 여러번 반복해서 충분히 외우고 자기 것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도록 해.”

독창적이고 섬세한 B학생. 그런 그가 타인에게 엉뚱한 모습으로 보이지 않게끔, 자신의 장점을 보석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사례 2 가족의 권유로 의사 되려는 영재고 학생
 
A영재고 1학년 K학생
“할아버지, 할머니가 꼭 의대에 가라고 하셔서요. 어떻게든 의대를 가보려고 해요.”

K학생은 영재고에 합격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다. 중학교 때부터 물리, 화학, 지구과학 등 각종 올림피아드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며 영재성을 입증했다. 집에서는 동생들과 놀아주는 자상한 아이다.

“왜 의사가 되고 싶니? 네 적성에 맞니?”

“의사가 꼭 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요. 일단 하고 싶은 게 없으니까 의사가 되는 쪽으로 준비하고 있는 거예요.”

그의 꿈은 ‘의사’다. 그 꿈을 갖게 된 건 가족을 비롯한 주위의 권유 때문이다. 상담 선생님은 K학생에게 ‘꿈’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금 이야기했다.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정해야 꿈이 되지. 의사가 되길 바란다고 주위에서 아무리 이야기한다고 하더라도 네가 행복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 부모님 세대는 돈을 벌기 위해 미래를 결정했다면 네 세대는 돈보다는 행복이 우선이 될 거야. 평생 할 일인데, 어떤 일을 해야 즐겁고 행복할지 한번 생각해봐.”

의사라는 직업은 이공계 학생들이 가장 많이 꼽는 희망 직업이다. 대부분 의사라는 일의 보람이나 가치를 생각하기 보다는, 돈을 많이 벌 것 같아서 의사를 택한다. 그러나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

“많은 학생들이 의사가 되기를 바라지. 그중에서는 진심으로 의사가 되고 싶은 사람도 있어. 사람의 생명을 연장시켜주고, 아픈 사람을 고쳐주는 일이 얼마나 의미있고 보람있는 일이니. 그러나 그 일을 하는 건 꼭 우리가 만나는 임상의사 뿐만이 아니야. 법의학자도 있고 의공학자도 있고 다양한 역할이 있어. 그러니까 생명 존중에 뜻을 두고 있다면, ‘의학’을 공부하겠다고 마음을 먹는 게 맞아.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의사라는 직업을 택한다면 잘못된 생각이야.”

“사실 아직까지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안 떠올라요. 과학 중에는 물리가 그나마 재미있지만 꿈이 될만한 일을 못찾았어요.”

반대로 ‘생명 존중’이 아닌 다른 목표를 갖고 있어도 의학을 전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물리에 관심있는 K학생은 인체와 같이 정밀한 로봇을 만들기 위해 직접 인체를 탐구하기 위해 의학을 배울 수 있다. 또 의공학을 공부해서 인공뼈나 인공장기를 만들겠다는 꿈을 가질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공학을 전공한 뒤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면 된다. 중요한 건, 이처럼 꿈을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실행 계획을 만들어가는 게 순서라는 점이다.

“중학교 때부터 올림피아드 대회를 준비하며 열심히 공부해온 점은 분명 칭찬받을 만한 일이야. 하지만 네 꿈을 향해 꾸준히 길을 걸어온 게 아니라, 일단은 되는대로 준비를 해놓고 꿈을 찾아가는 것처럼 보여서 답답하구나. 성적을 올리거나 상을 타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한 독서를 좀 더 열심히 하도록 해.”

이공계에는 어떤 다양한 분야가 있을까? 인터넷 서점에 접속하면 분야별 도서 목록이 나온다. 그 목록을 살펴보고 관심가는 책을 골라서 읽어보자. 평소에 과학동아를 열심히 보는 것도 과학의 다양한 분야를 접하는 좋은 방법이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분야가 정해지면, 열정이 생길거야. 그 열정을 바탕으로 준비해온 과정을 정리하는 게 바로 자기소개서야. 그동안 이것저것 의미없이 노력해왔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니라, 하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일련의 노력을 해왔다는 걸 보여줘야겠지.”
K학생은 지금까지도 열심히 준비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꿈에 대해 처음부터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일단 의사에 대한 꿈부터 점검한 후에 원하는 전공을 생각하고, 그에 맞는 계획을 세워나가기로 했다. 그 사이에 내신성적을 성실히 관리하고 의미있는 활동을 하는 건 기본이다. 그 후에 다시 구체적인 진학, 진로 고민을 발전시키도록 한다.

“그럼 지금까지 하던대로 공부를 계속 하면 될까요?”

“그래. 내신성적은 어느 학과를 지망하든지 중요하니까 철저히 관리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네 인생의 이야기를 써나가렴.”


 
 

2011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종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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