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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배우는 화학!

테마가 있는 책읽기

2년 전이던 2009년 2월, 기자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총회를 취재하고 있었다. 인류학의 팀 화이트, 천체물리학의 조지 스무트 교수 등 세계적인 석학들을 ‘고개만 돌리면’ 만날 수 있는 천국이었다. 그 때 취재했던 강연 중에 “역대 이그노벨상 수상자 특별 강연-칼 삼키기 쇼”라는 강연이 있었다. ‘칼 삼키기 쇼’는 길이가 50cm나 되는, 공연용 칼을 식도에 밀어 넣는 ‘엽기적인’ 쇼였다(절대로 흉내내지 말기 바란다). 전문 공연예술가인 댄 마이어 씨의 작품인데, 그는 이 공연을 하다가 목에 난 상처를 방사선 전문의와 함께 연구해 세계적인 의학저널 ‘영국의학저널(BMJ)’에 논문을 실어서 2006년 이그노벨상을 받았다.
 
한 켠에서 화려하고 무서운(바로 앞에서 보니 정말 무서웠다) 칼 삼키기 쇼가 펼쳐지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범상치 않은 외모의 과학자가 자신이 직접 찍은 희한한 사진들을 보여주며 기자들을 현혹하고 있었다. 화염이 솟구치는 물질, 영롱한 녹색으로 빛나는 광물, 휘황찬란한네온사인 등 보기에도 눈이 즐거운 사진이었다. 이 사진들의 공통점은 다 원소와 관련이 있다는 점. 화려한 다이아몬드와 ‘콩코큐브’라고 불리는 자연산 다이아몬드 원석은 원소번호 6번 탄소를 나타내고 있었다. 주술 도구 같은 신비한 원반 사진은 제트엔진 흡입구의 원반구조물이다. 이 구조물은 티타늄으로 만들었다. 골프채나 면도기 날에도 쓰는 친숙한 재료다.

사진을 들고 나온 시어도어 그레이(테오도르 그레이) 박사는 미국의 유명한 과학저술가. 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직업은 공학용 소프트웨어를 만든 회사의 창업자 겸 엔지니어다. 그는 쉬는 시간을 이용해 ‘취미로’ 화학을 하는 괴짜로, 사재를 털어 원소를 구하고 사진을 찍어 그만의 주기율표를 완성했다.



그레이 박사는 그 주기율표를 정리해 책을 냈다. 수집 과정에 얽힌 이야기와 원소의 특징에 대한 글도 덧붙였다. 두툼한 책의 제목은 ‘세상의 모든 원소 118’. 지금까지 발견된 원소 118개(하지만 이 중 일부는 주기율표에 오르지 않았다)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을 보면 그레이 박사가 원소를 수집하는 데 정말 큰 열정을 기울였으며, 타고난 수집가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그리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플루토늄은 법적으로 개인소유가 불가능하다. 이 사실을 아쉬워하던 그에게 한 독자가 우연히 구한 플루토늄을 기증하겠다고 나섰다. 그레이 박사는 고민 끝에 정중히 거절한다. 짐짓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지만, 아쉬움이 묻어나는 그 대목에서 웃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만든 주기율표로 그레이 박사는 포스터와 탁자를 만들었고, 집요함의 대가로 이그노벨상을 받았다.

국내에 번역된 그의 또다른 책 ‘괴짜 과학’은 그의 취미생활의 격렬함(?)을 더 잘 보여 주는 책이다. 강철솜을 태우고 비눗방울을 폭발시키는 등 일상에서는 하기 힘든 과격한 실험을 자세히 선보이고 있다. 그는 “간단한 실험을 하는데 보안경을 쓰라는 지침이 우습다”며 첫머리부터 강한 폭발을 일으키는 실험을 선보이고 있다(물론 이 책에 있는 실험에는 보안경이 필요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그노벨상 강연회에서 동료들이 그를 소개할 때 “화염방사기로 바비큐를 구워먹는다”고 놀렸는데, 사실일지도 모른다.

화학과 원소는 그레이 박사 같은 괴짜 학자만 매료시킨 것이 아니다. 일본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요리후지 분페의 신간 ‘원소생활’은 원소의 특징을 재미있는 일러스트로 묘사하고 있다. 그레이 박사의 책과 같이 118개의 원소를 모두 다루고 있으며, 각각의 특징을 경쾌하게 묘사한다.

지난 6월 1일, 국제순수응용화학회(IUPAC)은 원소번호 114번 ‘우눈쿼듐’과 116번 ‘우눈헥슘’을 주기율표 상의 새 원소로 등록하겠다고 발표했다. 2009년 원소번호 112번 ‘코페르니슘’을 등록한 지 2년만이다. 이들 원소는 이론을 통해 존재 가능성이 점쳐졌고, 실제로 합성을 통해 만들기도 했지만 아직 주기율표에는 오르지 않은 상태였다. IUPAC은 가장 최근에 발견된 원소인 원자번호 113번~118번(이론상으로만 존재하고 만들어지지 않은 117은 제외)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뒤, 이 두 원소만 등재 조건을 만족했다고 밝혔다. 이제 주기율표 상의 원소 수는 ‘113개 또는 그 이상’이 됐다(93번 넵투늄부터 시작되는 초우라늄 원소 중 일부는 불안정해서 아직 인정 여부에 논란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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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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