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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꿈을 달나라로 쏘겠다”

항우연, 한국형우주발사체 청사진 공개

“어머나! 이게 웬일입니까? 이게 웬일이에요?”

나로호를 두 번째 발사하던 날. TV 방송 해설을 맡았던 우주인 이소연 박사는 ‘통신두절’이라는 속보가 화면에 뜨자 화들짝 놀란 목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나로호가 발사후 137초 만에 공중에서 폭발했기 때문이다. 아쉬운 게 어디 이 박사뿐이었을까. 수 년 동안 로켓에 매달려
부품 하나까지 뜯고 조립했던 연구진들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나로호의 2단로켓 개발을 담당했던 조인현 추진제어팀장은 n“머리 속이 하얘지고 아무 생각이 안 났다”고 당시 심정을 밝혔다. 이런 실패를 딛고 한국 과학기술진이 다시 우주로 도전한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나로호 3차 발사에 이어 한국에서 발사될 새로운 우주로켓인 ‘한국형발사체(KSLV-II) 개발 계획안’을 5월 31일 발표했다. 순수한 우리 기술로 로켓을 개발해 우주로 내 보내겠다는 부푼 꿈을 제시한 것이다.
 

3차 발사를 추진 중인 나로호는 한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개발했지만 핵심이 되는 1단 액체로켓은 대부분 러시아에서 만들었다. 한국로켓의 기술발전 과정에 비교해 본다면 나로호는 액체로켓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 ‘기술도입’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앞으로 개발될 한국형발사체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순수한 국내 기술로 로켓을 만들고, 여기에 인공위성을 실어 우주로 내 보내는 것이 목표다.

교과부는 발사체 개발을 총괄 지휘할 사업단장을 7월 안에 선임할 계획이다. 핵심 기술은 항우연이 개발하고, 실제 제작은 국내 기업이 담당한다. 2021년 처음으로 인공위성을 우주로 내 보내면 앞으로 한국에서 만든 중형 크기 이하의 인공위성은 모두 한국형발사체를 이용하게 된다. 교과부는 이때까지 사업비로 약 1조 5449억 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나로호와 한국형발사체 한국과 러시아가 공동 개발한 나로호(KSLV-1, 왼쪽)와 한국형발사체(KSLV-II, 오른쪽)의 모습. 한국형발사체는 나로호보다 훨씬 크다. 최대 추력도 300t 정도로 나로호(170t)에 비해 70% 이상 높다.]
 
[전남 고흥에 자리한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실. 한국형우주발사체 역시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항우연 측은 “나로호를 통해 얻은 것은 로켓발사 성공보다는 우주로켓을 실제로 발사하고 제어하는 경험을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복잡한 방법을 쓰는 걸까. 홍 팀장은 “성능만 생각한다면 나로호처럼 1단 로켓 하나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가장 좋다”면서도 “한정된 연구비와 예산을 투입하는 만큼 새 로켓을 또 다시 개발하는 것보다는 이 편이 더 유리하다”고 소개했다.

4개의 로켓으로 이뤄진 1단 로켓의 점화가 끝나면 2단 로켓이 점화된다. 2단 로켓은 1단에 들어간 것과 똑같은 75t 추력의 로켓이다. 그 위에 마지막으로 3단 로켓이 실려 있는데, 5~10t 정도의 추력을 가지고 있다. 무게 1.5t 정도의 중형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려놓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 힘이다.

양성광 교과부 전략기술개발관은 “한국형발사체는 3단 액체로켓을 2014년까지 개발하고 1, 2단에 장착될 75t급 액체로켓개발을 2018년까지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8년에 75t 로켓을 이용해 송수신 기능만 가진 작은 ‘더더미위성’을 실어 전남 고흥에서 시험 발사하고, 2021년에는 1,2,3단 로켓을 모두 이용해 1.5t 크기의 중형인공위성을 우주로 내 보낼 계획이다.

다음엔 ‘달 탐사선’이다

다음 목표는 뭘까. 한국기술로 만든 우주발사체를 이용해 달에 ‘탐사선’을 보내는 것이다.

조 팀장은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형발사체의 성능을 십분 이용한 달탐사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처음에 나왔던 목표는 2020년에 달 주위를 도는 ‘달 궤도선’을, 2025년에는 달 착륙선을 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형발사체는 2021년 경 처음 발사될 것으로 보여 몇 년 정도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주 선진국들의 성과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다. 한국형발사체 3단 로켓의 최대 추력은 5~10t 정도. 로켓 자체의 무게, 연료를 빼면 달을 향해 ‘집어 던질 수 있는’ 물건의 최대 무게는 550kg 정도다. 구소련은 이미 40년 전인 1970년대에 달 탐사선 ‘루나’를 발사했다. 그 무게는 5t에 달했다. 탐사선의 크기가 클수록 실을 수 있는 관측장비가 많아져 더 자세한 조사를 할 수 있다.



이렇게 작은 탐사선 밖에 보낼 수 없는 이유는 한국형발사체가 원래 인공위성을 발사하기 위해 설계됐기 때문이다. 한국형발사체가 우주로 내 보낼 수 있는 최대 무게는 1~1.5t 정도. 여기서 달을 향해 날아가려면 추진체나 연료의 무게도 무시할 수 없다.

탐사선을 달까지 보내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로켓 하나를 더 달아 4단 로켓을 만드는데, 4단 로켓 자체가 곧 탐사선이다. 추진장치를 단 인공위성이라고 생각하면 큰 문제가 없다. 일단 한국형발사체를 이용해 지구 상공 300km까지 달 탐사선을 올린 후, 탐사선 아래에 붙어 있는 고체연료 로켓을 점화해 ‘펑’하고 강한 불꽃을 뿜어낸다. 공기저항이 전혀 없는 우주에서는 지구 중력을 벗어난 탐사선이 달까지 한번에 날아가게 된다.



1990년 첫 과학로켓 개발… 20년 이어진 꿈

한국 우주로켓 개발의 역사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와 항우연은 3년간의 개발기간을 거쳐 한국최초의 연구용 로켓인 ‘과학로켓1호(KSR-I)’ 개발에 성공했다.

KSR-I은 1단 뿐이고, 오존층 높이(25~30km)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데 만족해야 하는 작은 로켓이었다. 고체연료를 썼고, 추력은 3t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발사 및 운용기술 연구를 시작해 처음으로 만든 연구용 로켓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 로켓은 성층권 높이까지 솟아 올라가 온도측정 등을 할 수 있다.

KSR-I 개발이 성공으로 끝나자 항우연은 즉시 2번째 로켓 개발에 들어간다. KSR-II라고 이름 붙인 이 로켓은 한국최초의 2단형 로켓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비행 중 2단 분리 기술을 처음으로 개발했으며, 로켓의 방향을 제어할 수 있는 ‘유도제어기술’도 개발했다. 항우연은 KSR-I, II를 개발하며 얻은 고체로켓 기술을 바탕으로 나로호 2단 킥오프 로켓도 개발했다.
KSR-II에 이어서 개발된 KSR-III는 한국 최초의 액체추진로켓이다. 1997년말부터 개발이 시작돼 약 4년간 연구개발을 거쳤다. 높이 14m 정도로 나로호의 절반도 안 되는 크기지만 로켓의 자세제어기술, 로켓 상단부를 열고 위성을 내 보내는 ‘페어링’ 기술도 모두 이 당시 개발했다. 항우연 측은 “KSR-III를 개발해 본 경험이 소형 위성발사체 개발로 이어졌다”고 자평하고 있다.
뒤를 이은 로켓은 잘 알려진 KSLV-I, 즉 나로호다. 일부사람들은 나로호 1단 로켓이 러시아로부터 들여온 것이라는 점을 들어 ‘너무 많은 돈을 쓰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항우연 측은 우주로켓의 발사, 운영시스템을 배운 것만으로도 그만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KSR-I부터 나로호까지 4종류의 한국형로켓 개발에 모두 참여하고, 뒤를 이어 한국형발사체 개발에도 관여하고 있는 홍일희 팀장은 “우리나라는 액체로켓을 이용해 위성을 우주궤도에 올려본 경험이 전혀 없는 나라”라며 “나로호를 발사해 본 경험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귀중한 것인 만큼 이 경험을 살려 KSLV-II의 발사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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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전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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