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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검출에 획기적인 방법 개발

감열지나 피혁 등에서도 쉽게 판별


감열지에 찍힌 지문이 선명히 드러난 모습
 

검출액을 뿌리는 것만으로 그 자리에서 지문이 나타나는 새로운 지문 검출법이 일본의 감식가에 의해 개발됐다.

국제감식협회 이사를 역임한 마스코(益子賢藏·70)씨가 개발한 이 검출법은 종래의 알미가루나 닌히드린 시약을 사용해서는 검출할 수 없었던 피혁이나 감열지 등에 찍힌 지문도 알아낼 수 있고, 비용도 적게 들며 현장에서의 취급도 간단하다고 한다.

그는 이 성과를 7월 25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국제감식협회교육총회에서 발표할 예정인데, '과학아사히'는 이 발표가 국제적인 주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마스코씨의 방법은 4산화루테늄이라는 물질이 지질이나 단백질에 닿으면 환원되어 산화루테늄으로 변화, 검은색이 된다는 성질을 이용하고 있다.

4산화루테늄을 지문검출에 이용하려는 아이디어는 이미 1920년대에 미국의 화학자 C.A. 미첼이 낸 적이 있었다. 그러나 4산화루테늄은 강한 산화제라서 폭발적인 반응을 하거나 수용액에서는 쉽게 산화루테늄으로 변화해 검은색이 돼 버리곤 해 취급이 매우 어려웠다. 이 때문에 미첼의 아이디어는 70년 이상 실용화되지 못했다.

마스코씨는 1990년 두가지 용액을 합성, 4산화루테늄 가스를 발생시켜 지문을 검출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범죄현장 등에서 간단하게 사용하기는 어려웠다.

여기부터 갖가지 시행착오를 거쳐 지문의 지질을 녹이지 않는 유기용매에 4산화루테늄을 녹여 지문에 뿌리는 방법을 개발해냈다. 그러나 여러 용매에 4산화루테늄을 녹일 때마다 산화루테늄이 생겨나 검게 변하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중 염소나 불소 등의 할로겐 원소가 유기화합물로 적당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불소를 포함한 유기화합물로 적절한 용매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 물질을 뿌리는 도구에 대해서도 상당한 노력이 따랐다. 가까이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을 시험하자 플라스틱이 검게 변하거나 구멍이 막히거나 했다. 백화점의 화장품 매장을 헤매다닌 끝에 화장품용 스프레이 중 적당한 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마스코씨는 1988년까지 34년 동안 과학수사연구소에 재직했다. 주로 화학분석을 담당하던 그는 어느날 지문 담당자로부터 "기기를 사용해 결과를 내놓아도 지문처럼 칼로 자르듯 범인 을 알아낼 수는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이에 충격을 받은 그는 새 지문검출법 개발에 집념을 불태웠다고 한다. 이번 방법은 미첼 이후 지문검출에 관한 70년만의 꿈을 실현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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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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