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처음, 세계에서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복원된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는 40배쯤 확대한 모형 글라이더를 연상시켰다. 몸체 길이가 6.4m에 날개 길이는 12.3m나 되지만 모터가 달려 있다는 점만 빼면 글라이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날개는 ‘한 땀 한 땀’ 꿰매서 만든 천으로 덮여 있었다. 라이트 형제가 만든 원조(?)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비행기 바닥엔 바퀴 대신 스키를 달았다. 인류 최초의 동력 비행기 ‘플라이어 1903’을 복원한 임철옥 씨(44)를 6월 14일 경기 화성시 봉담읍에 있는 공장에서 만나 제작과정에 대해 들었다.
나무조각 86개 짜맞춘 12m 날개
“라이트 형제가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했던 비행기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똑같이 만드는 게 목표였어요. 처음 설계도만 봤을 땐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중간에는 왜 시작했을까 후회도 많이 했죠.”
임 씨가 이 비행기를 복원하는 데는 꼬박 2년 4개월이 걸렸다. 재료나 제작방식까지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요즘 같으면 기계로 간단히 찍어낼 수 있는 부품도 일일이 대패로 깎았다.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제작할 때 주재료로 썼던 가문비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자라지 않아서 구하느라 두 달씩 기다리기도 했다.
임 씨는 “비행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본체도 프로펠러도 아닌 날개”라며 “양쪽 날개의 곡선 형태를 잡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보통 비행기 날개는 양쪽 끝이 10° 정도 아래로 처지는 곡선 형태로 설계돼 있다. 지상에서는 곡선 형태를 유지하지만 비행할 때는 이 부분이 양력을 받아 ‘일(一)’자로 펴진다. 양쪽 날개의 곡선이 대칭이 되지 않으면 힘을 균등하게 받지 못해 비행할 때 좌우 균형을 잃고 만다.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기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똑같이 만들고 싶었어요. 비행기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보고 항공에 대한 꿈을 키웠으면 좋겠어요.

“플라이어 1903의 날개는 날개 댓살이나 이음새 같은 작은 나무 조각 86개를 짜 맞춰 만든 거대한 구조물입니다. 조각들을 깎는 것보다 오차 없이 끼워 맞추는 일이 훨씬 어려워요. 혼자서 길이가 12m가 넘는 날개를 다 만들었다는 게 스스로도 자랑스럽습니다.”
“실제 비행은 하지 않을 것”
임 씨는 20년 가까이 비행기를 조립하고 수리했지만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를 만들면서 새롭게 배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라이트 형제의 아이디어가 오늘날의 비행기에 그대로 적용돼 있어 놀랐다고 한다.
“라이트 형제는 플라이어 1903을 설계하면서 3000번 이상 실패와 도전을 반복했습니다. 특히 비행기의 방향을 조절하는 장치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결국 그들은 플라이어 1903에 꼬리처럼 방향타를 달았는데, 오늘날 여객기 뒷부분의 수직 날개로 응용됐죠.”
‘엘리베이터’라는 보조날개도 대표적인 예다. 플라이어 1903 앞부분에는 각도를 바꿔 비행기를 위아래로 움직이게 하는 보조날개가 있는데, 이 장치는 오늘날 여객기 꼬리 부분에 수평으로 있는 작은 날개로 발전했다. 각도를 바꿔가며 비행기를 상승 하강시킨다.
플라이어 1903이 날 수 있는 최대 속도는 시속 60∼70km에 불과하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보다 느린 셈이다. 날개 면적이 넓고 엔진 출력이 낮기 때문이다. 당시 라이트 형제는 12마력 엔진을 사용했는데 50cc 스쿠터 엔진 수준이다.
“이번에 복원한 비행기로 실제 시험비행을 하고 싶진 않습니다. 비행기 한 가운데 사람이 엎드려 탈 수 있는 조종석은 있지만 다칠 가능성이 있어요. 비행기 바닥에 바퀴 대신 스키가 달려있기 때문에 착륙할 때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없거든요. 2년 넘게 애써 만들었는데 망가질 게 걱정도 되고요. 대신 플라이어 1903을 박물관에 전시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비행기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최초의 비행기를 보고 항공에 대한 꿈을 키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임 씨는 하늘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조종사’만 직업으로 생각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 자신도 어릴 적엔 조종사를 꿈꾸며 공군사관학교에 지원했다. 미국에까지 가서 비행기를 운전할 수 있는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비행기 설계 제작 분야를 접한 뒤 그 길로 들어섰다. 2008년에는 ‘림스플라이’라는 비행기 조립 전문회사도 열었다.
“과거의 저 같은 학생들에게 항공 분야에는 조종사 외에도 다양한 직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항공기를 만드는 직업도 재미있고 멋지다는 것을요. 만약 전시가 된다면 학생들이 비행기 날개 구조를 상세히 볼 수 있게 천을 뜯어서 전시할 수도 있습니다. 힘들게 만들었지만 아깝지 않아요.”
나무조각 86개 짜맞춘 12m 날개
“라이트 형제가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했던 비행기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똑같이 만드는 게 목표였어요. 처음 설계도만 봤을 땐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중간에는 왜 시작했을까 후회도 많이 했죠.”
임 씨가 이 비행기를 복원하는 데는 꼬박 2년 4개월이 걸렸다. 재료나 제작방식까지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요즘 같으면 기계로 간단히 찍어낼 수 있는 부품도 일일이 대패로 깎았다.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제작할 때 주재료로 썼던 가문비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자라지 않아서 구하느라 두 달씩 기다리기도 했다.
임 씨는 “비행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본체도 프로펠러도 아닌 날개”라며 “양쪽 날개의 곡선 형태를 잡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보통 비행기 날개는 양쪽 끝이 10° 정도 아래로 처지는 곡선 형태로 설계돼 있다. 지상에서는 곡선 형태를 유지하지만 비행할 때는 이 부분이 양력을 받아 ‘일(一)’자로 펴진다. 양쪽 날개의 곡선이 대칭이 되지 않으면 힘을 균등하게 받지 못해 비행할 때 좌우 균형을 잃고 만다.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기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똑같이 만들고 싶었어요. 비행기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보고 항공에 대한 꿈을 키웠으면 좋겠어요.

“플라이어 1903의 날개는 날개 댓살이나 이음새 같은 작은 나무 조각 86개를 짜 맞춰 만든 거대한 구조물입니다. 조각들을 깎는 것보다 오차 없이 끼워 맞추는 일이 훨씬 어려워요. 혼자서 길이가 12m가 넘는 날개를 다 만들었다는 게 스스로도 자랑스럽습니다.”
“실제 비행은 하지 않을 것”
임 씨는 20년 가까이 비행기를 조립하고 수리했지만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를 만들면서 새롭게 배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라이트 형제의 아이디어가 오늘날의 비행기에 그대로 적용돼 있어 놀랐다고 한다.
“라이트 형제는 플라이어 1903을 설계하면서 3000번 이상 실패와 도전을 반복했습니다. 특히 비행기의 방향을 조절하는 장치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결국 그들은 플라이어 1903에 꼬리처럼 방향타를 달았는데, 오늘날 여객기 뒷부분의 수직 날개로 응용됐죠.”
‘엘리베이터’라는 보조날개도 대표적인 예다. 플라이어 1903 앞부분에는 각도를 바꿔 비행기를 위아래로 움직이게 하는 보조날개가 있는데, 이 장치는 오늘날 여객기 꼬리 부분에 수평으로 있는 작은 날개로 발전했다. 각도를 바꿔가며 비행기를 상승 하강시킨다.
플라이어 1903이 날 수 있는 최대 속도는 시속 60∼70km에 불과하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보다 느린 셈이다. 날개 면적이 넓고 엔진 출력이 낮기 때문이다. 당시 라이트 형제는 12마력 엔진을 사용했는데 50cc 스쿠터 엔진 수준이다.
“이번에 복원한 비행기로 실제 시험비행을 하고 싶진 않습니다. 비행기 한 가운데 사람이 엎드려 탈 수 있는 조종석은 있지만 다칠 가능성이 있어요. 비행기 바닥에 바퀴 대신 스키가 달려있기 때문에 착륙할 때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없거든요. 2년 넘게 애써 만들었는데 망가질 게 걱정도 되고요. 대신 플라이어 1903을 박물관에 전시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비행기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최초의 비행기를 보고 항공에 대한 꿈을 키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임 씨는 하늘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조종사’만 직업으로 생각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 자신도 어릴 적엔 조종사를 꿈꾸며 공군사관학교에 지원했다. 미국에까지 가서 비행기를 운전할 수 있는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비행기 설계 제작 분야를 접한 뒤 그 길로 들어섰다. 2008년에는 ‘림스플라이’라는 비행기 조립 전문회사도 열었다.
“과거의 저 같은 학생들에게 항공 분야에는 조종사 외에도 다양한 직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항공기를 만드는 직업도 재미있고 멋지다는 것을요. 만약 전시가 된다면 학생들이 비행기 날개 구조를 상세히 볼 수 있게 천을 뜯어서 전시할 수도 있습니다. 힘들게 만들었지만 아깝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