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제, 그리고 1년에 세 학기로 운영되는 영국의 대학들은 학기 사이사이에, 그러니까 1년에 총 3번의 방학이 있다. 1학기 방학은 12월 중순부터 2주다. 1월에 시험을 보는 학과들은 이 방학을 쉽게 즐길 수 없다. 1월에 시험이 없다고 해서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방학 중 제출해야 하는 과제가 나오기 때문이다.
4월에 있는 2학기 방학은 쉬기가 더 어렵다. 영국 대학은 1년 동안 공부한 것을 모두 3학기(5~6월)에 한 차례의 시험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2학기 방학인 4월 한 달은 꼬박 시험공부에 투자해야 한다. 사실 1월부터 시험공부를 해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
1학년에게 2학기 방학은 좀 더 특별하다. 바로 ‘스프링 위크(Spring week)’ 때문이다. 스프링 위크는 ‘스프링 인턴십(Spring internship)’으로도 불리는데, 인턴십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회사에 들어가서 1~2주 회사의 업무 과정 등을 지켜보며 배운다. 이 인턴십의 가장 큰 특징은 1학년만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종종 학부와 석사 통합과정을 이수하는 4년제의 경우 2학년도 신청할 수는 있지만, 1학년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준다.
스프링 위크 참가자 모집은 대체로 은행이나 컨설팅 기업에서 진행한다. 이 분야로 진로를 잡은 학생이라면 절대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졸업 직전인 3, 4학년이 끝나자마자 인턴으로 들어가려면 스프링 위크에 참여했다는 ‘스펙’이 있는 게 좋다.
임페리얼칼리지는 이공계 대학이지만, 은행이나 컨설팅 기업에 취업하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다. 이 분야에서 원하는 프로그래밍 실력이나 업무 지식을 갖춘 인재들이 이공계 졸업생 중에 많기 때문이다. 스프링 위크 참가자를 모집하는 기업 중에는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전공생만 받겠다는 곳도 많다.
3학기까지 마치고 나면, 3개월이 조금 넘는 긴 방학이 찾아온다. 대부분의 2, 3학년 학생은 이 기간에 인턴 활동을 한다. 보통 2개월 정도 진행하는데, 스프링 위크에 참가했던 회사에 다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은행 업무가 아닌, 연구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라면 연구실 인턴을 하는 것도 좋다. 임페리얼칼리지는 ‘UROP (Undergraduate Research Opportunities Programme)’라는 제도가 있어 교수 연구실에서 일하며 추가로 학점도 얻을 수 있다. 학점을 얻기 위해서는 하루에 정해진 시간만큼 일해야 하며, 다음 학년이 시작될 때 UROP 중 배운 내용을 발표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단순히 인턴십만 하고 싶은 경우에는 학점을 포기할 수도 있다.
따로 신청 절차는 없다. 원하는 교수에게 UROP 지원 의향을 밝히는 e메일을 보내면 된다. 이미 신청자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거절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관심 분야가 확고하다면 1학기가 시작하자마자 연락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연구비를 많이 지원받는 연구실이라면 교수와 협의 하에 아르바이트를 하듯 시급을 받을 수도 있다. 보통 시급은 10파운드(약 1만5000원) 정도다. 하지만 지원한 연구실의 형편이 좋지 않다면 ‘열정페이’ 밖에는 답이 없다. 단, UROP로 지원한 연구실은 졸업 논문 연구실로 선택할 수 없게 돼 있다. 더 많은 학생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UROP 말고도 ‘FoNS MAD’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1월에 ‘세상에 필요한 연구’를 기획해서 내면 그중 6개 팀을 뽑아 여름방학 연구지원비로 6000파운드(약 900만 원)를 지원한다.
임페리얼칼리지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만, 사실 나는 이 중에서 제대로 해본 게 없다. 긴 여름 방학에는 보통 한국으로 들어와 과외를 했다. 임페리얼칼리지의 비싼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는 영국 대학 입시 준비 학원이 많지 않아 나와 같은 영국 유학생들에 대한 수요가 많은 편이다. 이 아르바이트는 보통 8월 말에 끝나는데, 임페리얼칼리지의 개강은 10월 첫 주여서 남은 9월 한 달은 조금이나마 쉬면서 보낼 수 있다.
방학에는 여행 등 평소 하지 못하는 다양한 경험을 하거나 취업 준비를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같은 환경과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나는 다른 유학생보다 그런 기회가 부족한 사람일 것이다. 그래도 특별한 구석이 없는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앞으로 내가 어떤 길을 걷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계속 꿈꾸다 보면 조금 늦어지더라도 언젠가는 꿈에 도달할 거라고 믿는다! 독자 여러분도 모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