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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에서 무료 진로 상담자 모집공고를 낸 뒤, 독자들의 상담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중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전국에서 다양한 독자들이 지원하고 있다. 개별 연락을 통해 신청자 모두에게 상담의 기회를 제공하며, 일부 지역에 거주하는 신청자들은 전화로 상담을 진행했다. 신청자별로 1시간가량 심층 상담이 이뤄졌다. 그중 몇몇 사례를 요약해서 싣는다.

상담 진행 신혜인 leedhshy@hanmail.net

 APBOS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학생들이 꿈을 갖고 미래를 설계하도록 돕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사례 1 산업디자인에 관심있는 전교1등
서울 S중학교 3학년 K학생


“너는 꿈이 뭐니?”

“산업디자인을 해보고 싶어요.”

“산업디자인이 무슨 일인지 알고는 있니?”

“제품의 디자인을 구상하는 일이라고 알고 있어요.”

“그래 맞아. 앞으로 계속 더 커갈 분야지. 디자인이라고 해서 미적인 요소만 중요한 건 아니야.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기술적인 과정도
다 알고 있어야 하고, 디자인 도구를 다루는 실용적인 지식도 갖춰야 해.”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 또 소질도 있다는 K학생은 전교 1등을 유지하는 우수한 학생이다.

“이만한 성적을 받을 정도면 너는 무척이나 성실한 학생이구나. 내신성적은 네 성실성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지표거든. 산업디자인 외에 관심있는 분야는 없니?”

“음……. 잘 모르겠지만, 예술적이면서도 논리적인 일을 하면 좋겠어요.”

“그럼 건축에는 관심이 없니? 건축디자인이나 인테리어디자인도 네가 말한 분야가 될 수 있겠구나. 그런 분야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디자인을 하고 싶은지, 영감을 얻는 계기가 필요해. 예를 들어, 최근 해외에서도 각광받는 한옥에 대해 재조명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한옥 연구를 해서 세계적인 건축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질 수도 있어.”

이를 위해 뉴스나 신문, 잡지, 책, 다큐멘터리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연스레 관심사가 좁혀지고, 원하는 일이 나타난다.

“그런데 제가 꼭 이과가 맞을까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요즘은 공대 출신들이 MBA과정을 밟는 경우가 많아. 공학과 경영학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문·이과의 경계를 넘어선 융합 분야가 많아지는 추세야. 그러니 전공을 정할 때 한 쪽에만 치우칠 게 아니라 좀 더 멀리보고 다양하게 공부할 수 있는 단계를 밟아가면 좋아.”


“다른 유망한 전공이 뭐가 있을까요?”

“유망한 전공만을 좇아서 공부하기 보다는,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시급한 일이야. 재미있는 걸 찾아서 하다 보면 마음 속에 열정이 생길 거야. 그 열정을 따라가다 보면 네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어.”

유망한 전공, 유망한 학과만을 따라가다가는 정작 자신이 무엇 때문에 노력해야 하는지를 몰라서 뒤늦게 방황하는 경우가 많다. 입시 또한 마찬가지다. 입시제도만 쫓아가다 보면, 준비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매년 달라진 입시제도가 발표될 때마다 마음을 들썩일 게 아니라, 어느 학교에서든 탐나는 학생이 되도록 기본기를 충실히 갖추는 게 중요하다.

“민족사관고에 지원할까 고민하고 있어요.”

“너는 내신성적이 우수하니까 어느 학교를 지원하든 좋은 평가를 받을 거야. 한번 도전해보는 생각으로 민사고에 지원해도 나쁘지 않겠구나. 고3 때 쓸 자기소개서를 미리 연습한다 생각하고 민사고를 준비하도록 해. 그러면서 네가 부족한 점이 무엇이고, 앞으로 무엇을 더 노력해야 하는지 돌아보도록 해. 그럼 공부방법에 대해서 살펴볼까? 물화생지중에 어떤 과목이 제일 좋니?”

“물리를 제일 좋아해요. 암기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K학생은 논리적이고 사실적인 지식을 얻는 과정을 즐긴다. 거기에 성실한 노력이 뒷받침돼서 지금까지 우수한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상담 선생님은 K학생이 이런 장점을 더 살려서 공부하되, 창의력이나 응용력이 필요한 과목에서는 더욱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수학 대수에 비해 도형이 약한 단점을 극복해야 돼. 그래야 나중에 고등학교에 가서 더욱 발전된 문제들을 접할 수 있어. 다른 과목 공부는 어떻게 하고 있니?”

“국어 인증시험과 토플시험을 준비했어요. 경시대회에 나간 적은 없지만 교육청 영재원 산출물 대회에서 화학 부문 은상을 받기도 했어요.”

“그동안 여러가지 준비를 많이 해왔구나. 민사고 입시에 도움되도록 한국사를 더 공부해도 좋고, 물리를 좋아하니까 물리 인증제에 도전해도 도움이 될 거야. 입시제도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보다는, 어떤 시험이든 대비하도록 확실하게 준비해봐. 영어로 면접을 보든 수학시험을 보든, 중3 심화과정까지 심층적으로 공부해놓으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어. 그리고 민사고는 어디까지나 과정이지 목표는 아니야. 더 큰 목표를 향해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렴.”





사례 2  책상 앞에 오래 있지 못하는 ‘작심삼일’파의 대처법
경기 H고등학교 2학년 S학생


“물리를 잘 하지는 못하는데 좋아해요. 저는 문과계열은 좀 싫어하고요. 암기 같은 것도 못해요. 그래서 일단 이과계열을 선택했는데, 그중에서도 생물은 어렵고 적성에 안 맞아요. 화학보다는 물리가 좋아요. 딱 떨어지고 답이 명료한 게 좋거든요.”

수학, 물리처럼 논리적이고 명료한 학문을 좋아한다는 S학생.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기대만큼 성적이 잘 나오지는 않고 있다.

“책을 많이 읽니?”

“많이 읽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서 못보고 있어요. 최근에 읽은 책 중에는 ‘TV를 켜라 빅뱅이 보인다’를 재미있게 읽었어요. 일상생활에서 관
찰할 수 있는 과학들을 쉽게 설명한 책이에요. ”

“그래. 학년이 올라갈수록 과학에 대한 책을 더 많이 접하도록 해. 소설책이나 영화, 다큐멘터리도 보니?”

“아뇨.”

“고3이 되면 대학입시에 필요한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해. 자기소개서에는 3~5권 정도 독후감을 적어내는 칸이 있어. 고2 때 미리 10권 정도 책을 읽어두고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을 추려서 독후감을 적어내야해. 그러려면 지금부터 다양한 책을 접할 필요가 있어. 꼭 책이 아니어도 영화나 다큐멘터리에 대한 감상평을 적어도 돼. 어떤 내용이든 감명을 받고 네 꿈에 결정적인 계기가 돼줬다는 내용을 적으면 돼. 그렇다면 컴퓨터는 좋아하니?”

“별로 안 좋아해요.”

“공학도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컴퓨터와 친해야겠지. 네가 좋아하는 물리와 관련해서도 분명히 필요한 도구야. 자신의 꿈을 위해서라면 좋아하는 것만 할 수 없어. 싫어하는 것도 필요하다면 해야지. 그렇게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해.”

내가 만약 대학교수라면 어떤 학생을 뽑을지 한번 상상해보자. 하기 싫다고 안하는 학생을 뽑고 싶을까? 하기 싫더라도 꼭 해야 되는 일이 있다면 책임감 있게 마무리할 수 있는 학생을 뽑지 않을까?

“선생님이 보기에 너는 무엇보다 게으른 게 문제구나. 너는 타고난 좋은 머리와 순발력, 재치, 창의력을 장점으로 갖고 있어. 성실한 노력이 뒷받침될 때 그런 장점도 빛날 수 있겠지.”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해서 더 못 읽고, 공부를 했어도 실수로 잘 틀렸다는 S학생은 상담 선생님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동안 부족해도 스스로 감싸주고 변명하며 살아온 것. 하지만 이제는 자기와의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렴풋이 알고 있는 ‘나’에 대해 확실하게 파악해야 한다.

“네가 그동안 어떻게 공부해왔는지부터 체계적으로 분석해봐. 시간이 없고 노력을 할만큼 했다는 게 맞는지 말야.”

무엇보다도 게으름을 떨쳐버리는 일이 시급하다. 하루의 24시간을 분석하고, 일주일을 분석해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시간관리를 하도록 설
계한다.

“너는 한번 마음을 먹으면 달려들어서 하지만, 그 집중력이 오래 가지 못하는 ‘작심삼일’파야. 그럴 때는 사흘에 한번씩 마음을 먹으면 돼. 대신에 다른 학생들에 비해 집중력이 뛰어나니까 더 짧은 시간에 해낼 수 있을 거야.”

이런 유형의 학생들에게 맞는 공부법은 무엇일까? 수업시간에 미리 예습을 해가서 선생님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하거나, 친구들이 모르는 내용을 알려주면 공부한 내용이 더욱 정리가 잘 될 것이다. 또 책상에 앉아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기 보다는, 짧게 몰두해서 공부하고 중간 중간에 환기를 시켜주는 게 좋다. 가급적이면 눈으로만 외우지 말고, 말하면서 외우는 방법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금세 외우는 건 잘 하지만, 기억한 내용이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지 않지? 그럴 때는 요약노트를 만들어서 갖고 다니도록 해. 기억하고 잊어버리는 과정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암기 능력도 조금은 향상될 거야.”

“지금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저에게는 안 맞는 것 같아요. 기숙사에서 있으면 공부하는 환경이 답답해서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요.”
“너는 좀 더 자유로운 곳에서 공부할 필요가 있어. 물론 스스로 관리하는 능력도 함께 갖고 있어야겠지. 과학을 계속 연구하고 싶다면, 네 장점을 발휘해서 새로운 기술을 만들거나 새로운 이론을 발견한다면 좋겠구나.”

누구에게나 나만의 공부법을 찾는 일이 필요하다. S학생은 기숙사를 벗어나 좀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 결정이 어렵지만,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리라 기대한다.

“저는 포스텍을 지원하고 싶은데요. 입학사정관제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포트폴리오는 네가 자랑하고 싶은 내용을 모아놓은 자료야. 내신 성적, 독후감, 모의고사 성적과 함께 너만의 공부법을 연구해서 노력해온 과정도 다 포트폴리오에 들어갈 내용이야. 너만너만의 특별한 준비 과정이 드러나면 좋을 거야.”

S학생에게 시급한 일은 고3에 올라가기 전에 수능 대비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고3에 올라가면 심층면접을 준비하기에도 빠듯하기 때문이다. 포스텍에서는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선발한다. 그 과정에는 심층면접을 거쳐야 한다. 심층면접에서는 수학과 과학 한 과목(물리, 생물, 화학 중 택일)의 시험을 봐야 한다. “10년 후의 너에게 보내는 가상의 편지를 써봐. 힘들지만 노력해서 원하는 일을 하고 있을 때의 편지와 가장 비참한 순간에 다다랐을 때의 편지를 각각 써보렴. 네가 노력하게끔 만드는 데 큰 동기부여가 될 거야.”

앞으로 더욱 시간은 모자라고 노력을 해도 힘에 부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이 자신의 꿈을 향한 일이란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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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종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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