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는 해가 진 후 서쪽하늘을 보자. 밝은 별이 하나 둘 보이는 때 가장 밝은 두‘별’이 바로 태양계의 거대행성 목성과 토성이다. 진짜 밤하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왕초보도 찾을 수 있다.
지난 겨울과 올 봄, 황소자리 근처에 머물면서 저녁하늘을 멋있게 장식했던 목성과 토성이 이제 태양을 향해 점점 다가가고 있다. 5월이 지나면 두 행성을 당분간 보기 힘들어진다. 두세 달 정도 후에야 새벽 동쪽하늘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해가 지나는 황도를 뒤져라
하늘에서 해나 달이 지나는 길을 그릴 수 있다면 행성 찾기는 어렵지 않다. 해가 지나는 길이 황도이고 달이 지나는 길이 백도인데, 둘은 크게 다르지 않고 동쪽 지평선에서 시작해 남쪽 하늘 위를 지나 서쪽으로 이어진다. 행성들은 바로 이 길 가까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행성을 찾아보려고 북쪽하늘을 뒤진다면 헛수고가 될 것이다.
특히 황도를 따라서는 황도 12궁이라 불리는 12개의 별자리가 늘어서 있고, 행성은 이 별자리 사이를 매일 조금씩 이동해간다. 예를 들어 목성의 경우 태양을 한번 도는데 약 12년이 걸린다. 천구에 목성이 지나는 길은 황도에 걸친 열두 별자리와 비슷하므로 대략 1년에 황도 12궁의 별자리 하나에 머무른다. 최근 목성은 황소자리에 위치한다.
아직 밤하늘에서 행성을 찾아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번 달이 좋은 기회일 듯하다. 황도나 황도 12궁을 몰라도 되기 때문이다. 저녁 해진 후 30여분이 지나면 밝은 별부터 하나 둘 빛나기 시작한다. 이때 서쪽 지평선 위에서 밝게 빛나는 목성과 토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두 행성 사이에는 황소자리 1등성 알데바란이 있다. 행성과 항성(별)을 구별하는 방법 하나. 행성에 비해 훨씬 멀리 있는 항성은 아무리 큰 망원경으로 보더라도 바늘끝 같은 빛살을 내뿜는 점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행성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으므로 표면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같은 겉보기 밝기라 하더라도 행성은 반짝거림이 덜 나타난다. 목성과 알데바란을 비교해봐도 알데바란이 더 반짝거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4대 위성 숨바꼭질 즐기기
목성은 신의 제왕 주피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홉 행성 가운데 가장 크며 다른 여덟 행성을 모두 합한 것보다 무겁다. 만약 목성이 조금 더 커서 태양처럼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 수 있었다면 태양계는 두개의 해를 가졌을지도 모른다.
망원경으로 보는 목성의 표면은 암모니아, 메탄 등을 포함한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된 두터운 대기의 상층부다. 표면의 구름은 암모니아 결정, 암모니움 수황화물, 얼음 등으로 돼있고 이 구름층이 목성 표면에 어두운 줄무늬와 상대적으로 밝은 대를 만든다. 적도대의 아래위에 있는 남적도·북적도 줄무늬는 작은 망원경으로도 잘 관찰할 수 있다.
줄무늬는 항상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몇달 또는 몇해에 걸쳐 변화하는데, 줄무늬 하나가 둘이 되기도 하며 밝은 대에서 가늘고 어두운 줄무늬가 생기기도 한다. 간혹 줄무늬 자체가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줄무늬가 생기고 없어지는 것뿐 아니라 색깔 변화도 나타난다. 회색에서 적갈색으로 변하기도 하며 중심 적도대는 일시적으로 노란색이나 황토색이 되기도 한다. 아마추어 수준의 망원경으로도 장기간 관찰해보면 이러한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
줄무늬 다음으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목성 남쪽에 위치한 대적반이다. 보통 대적반은 엷은 황갈색이나 회색을 내지만 때때로 어두운 고리가 있는 흰 타원형으로 바뀌기도 한다. 목성의 자전주기는 10시간 가량인데 망원경으로 대적반의 움직임을 관찰해보면 자전시간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목성의 여러 위성 가운데 1610년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발견한 네개의 위성을 일컬어 갈릴레이의 4대 위성이라고 한다. 이 위성들은 밝기가 5-6등급 정도여서 맨눈으로도 볼 수 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목성의 밝은 빛살 때문에 볼 수 없다. 대신 쌍안경이나 작은 망원경으로 4대 위성을 쉽게 관측할 수 있다.
4대 위성은 목성의 적도면에서 매우 가까이 공전하므로 한줄로 늘어선 모양을 하고 있으며 목성면의 앞뒤를 반복해 지난다. 구경 1백mm 이상 되는 망원경으로는 위성이 목성면을 통과해 그림자가 목성면에 생기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또한 위성이 목성의 그림자에 가려지거나 목성 뒤에 숨어버리는 것도 볼 수 있다. 올해 11월에는 목성의 4대 위성이 동시에 보이지 않는 현상이 15분 가량 연출되기도 한다.
4대 위성 가운데 유로파와 이오는 지구의 달 정도 크기지만, 가니메데와 칼리스토는 행성인 수성보다 크다.
찌그러진 모습을 보자
토성은 크기에 비해 질량이 아주 작다. 지구를 8백개 가량 담을 수 있는 크기지만 질량은 지구의 90배 정도다. 이것은 토성이 매우 가벼운 물질로 이뤄져 있음을 뜻하는데, 만약 토성을 담을 수 있는 넓은 바다가 있다면 물위에 뜨는 행성이 될 것이다.
토성은 목성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크기지만 환상적인 고리는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멋진 고리 덕분에 가장 아름다운 행성이다. 망원경으로 본다면 1백배 배율 정도부터 앙증맞은 고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토성은 가장 납작한 행성이기도 하다. 작은 망원경으로 보아도 토성이 아주 동그랗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덩치는 훨씬 크지만 지구의 두배나 되는 빠른 속도로 자전하기 때문에 옆으로 길쭉한 모습을 한다. 적도 방향 지름과 극 방향 지름의 비율이 10:9 정도이다. 표면에는 목성보다 뚜렷하지 않지만 비슷한 형태의 어두운 줄무늬와 밝은 대가 있으며 흰색의 소용돌이도 나타난다.
토성의 고리가 항상 잘 보이는 것은 아니다. 토성은 29년에 한번 태양 주위를 돌며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각도로 여러 모습의 고리를 보인다. 자전축이 26.75° 기울어져 있고 공전 궤도면도 지구 궤도면과 2.5°의 차이가 나므로 고리면의 기울기는 지구에서 볼 때 0°에서 29°까지 바뀐다. 고리면의 각도가 바뀌는 주기는 약 7년 3개월이다. 기울기에 따라 고리가 잘 보이는 때와 그렇지 못한 때가 생기며, 토성 전체의 밝기도 영향을 받는다.
토성의 위성 가운데 가장 큰 것은 타이탄(8.3등급)으로 지름은 약 5천km이며 태양계 위성 가운데 목성의 가니메데에 이어 두번째로 크다. 레아(9.8등급) 테티스(10.3등급) 다이오네(10.4등급)도 갈릴레이 4대 위성에는 못 미치지만 구경 1백mm 이상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토성의 대표적인 위성이다.
목성 대적반 이야기
지구가 서너개 들어갈 크기로 3백년 전쯤 처음 발견된 이래 크기만 조금 달라졌을 뿐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처음에는 대적반을 목성 표면에 떠있는 커다란 섬이거나 높은 산에 걸쳐있는 구름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현재 알려진 바로는 대적반은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하는 거대한 소용돌이라는 것이다.
대적반이 3백년 이상 남아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지구 대기권에서 생기는 비슷한 소용돌이인 태풍이나 허리케인은 고작 수주일이면 사라진다. 바다에서 생겼다가 대륙으로 이동하며 지각과의 마찰로 서서히 없어지기 때문이다. 반면에 가스로 이뤄져 딱딱한 지각이 없는 목성에서는 마찰의 영향이 적어서 한번 생긴 소용돌이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토성 고리 이야기
망원경으로 토성을 본 갈릴레이는 고리를 토성 본체와 구분하지 못해 ‘귀가 달린 행성’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토성의 고리에는 많은 얼음과 암석이 모여있다. 먼지보다 작은 알갱이부터 탁구공이나 야구공 만한 조각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토성의 적도면을 따라 돌고 있는데, 고속도로를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의 흐름과 닮았다.
토성에 근접해 찍은 사진을 보면, 몇개의 띠로 보였던 토성의 고리가 사실은 수백개의 가느다란 고리로 이뤄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수많은 고리가 아주 좁은 틈을 두고 서로 밀착돼 있는 것이다. 이들 중 어떤 것은 구불구불하기도 하고 어떤 것은 둘이나 셋으로 갈라져 마치 머리를 땋아 놓은 모양을 한 것도 있다. 사실 고리의 두께는 20여m에 지나지 않는다. 고리 사이 틈새는 위성의 중력에 의해 생긴 것으로 텅 비어
있지 않고 상대적으로 밀도가 낮은 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