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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신비를 밝히는 담대한 도전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을 지켜보는 것은 언제나 가슴 벅차다. 2009년 5월 11일,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 호에 몸을 실은 우주비행사 7명의 임무는 바로 허블우주망원경을 구하는 일이었다. 허블망원경을 수리하고 관측기기를 교체하는 임무. ‘서비스 미션4’라 불리는 작전을 생생하게 담아낸 영화를 보며 내 심장은 다시 한 번 벅차게 뛰기 시작한다. 5년이나 미뤄졌던 서비스 미션을 통해 죽어가던 허블망원경은 부활한다. 그리고 이제 허블은 예전보다 훨씬 밝아진 눈으로 우주를 탐사한다.

2003년 2월 1일,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돌아오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 호가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다가 불행하게도 폭발하고 말았다. 7명의 승무원은 모두 목숨을 잃었고 우주왕복선의 잔해가 대서양 위로 흩어졌다. 이 사건은 엄청난 충격을 던졌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의 안전성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됐다. 이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아마도 허블우주망원경이 아닐까.

허블망원경은 우주비행사들이 직접 우주로 날아가 수리하고 관측기기를 교체해야 한다. 컬럼비아 호의 사고로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이 중단되면서 허블의 운명도 바람 앞의 촛불이 돼버렸다. 허블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한 서비스 미션은 원래 2004년에 계획돼 있었다. 그러나 우주왕복선의 안전 문제로 서비스 미션은 몇 번이나 연기되다가 결국은 취소되고 말았다.



캘리포니아대에서 거대블랙홀을 연구하고 있던 내게도 허블망원경은 매우 중요했다. 거대블랙홀이 있는 희미한 은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망원경이 바로 허블우주망원경이기 때문이었다. 2007년에 허블망원경의 ACS(Advanced Camera for Surveys)라는 뛰어난 성능의 자그마한 깨알 같은 은하들이 가득 스크린을 메운다. 폭탄의 파편처럼 퍼져나가는 은하들이 점점 관객에게 밀려오더니 손에 잡힐 듯 눈가에 와 닿는다. 영화의 시작 장면에서부터 아이맥스 화면의 크기와 3D영화의 입체감에 압도돼 관객들은 숨을 죽인다. 파편처럼 퍼지던 수많은 점 하나하나가 사실은 수천억 개의 별을 비롯해 수많은 행성과 블랙홀, 가스와 먼지를 지닌 거대한 소우주, 그러니까 은하라는 사실을 관객들은 미처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류가 목격하지 못했던 우주의 구석구석을 탐사하며 다양한 우주의 얼굴을 세세히 보여준 허블망원경의 영상들이 하이라이트되는 동안 드디어 관객들은 실감한다. 광대한 우주 구조 안에 담긴 깨알 같던 은하들의 존재 의미가 무엇인지. 영화를 함께 본 아내가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매우 짧은 영화평을 던졌다. “와우!”






카메라를 사용해 블랙홀과 은하의 관계를 연구하던 우리 팀에게 ACS카메라가 고장 났다는 소식은 재앙과도 같았다. 우리 팀만이 아니었다. 전 세계의 많은 천문학자들이 허블망원경을 사용해 하던 연구를 중단했다. 서비스 미션이 없다면 여러 관측기기들이 이미 고장 난 허블망원경은 점점 쓸모없는 고철 덩어리로 변해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허블망원경이 남긴 과학적 유산을 기억하는 수많은 시민과 과학자들은 허블망원경을 살려야 한다고 요구했고 결국 요청은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5년이나 미뤄졌던 서비스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2009년 5월 11일, 드디어 7명의 우주비행사가 지구를 떠난다.

영화는 10여 년간의 준비 끝에 1990년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발사되는 장면으로부터 허블의 일대기를 시작한다. 버스만 한 크기의 허블우주망원경을 실은 우주왕복선이 굉음을 내면서 발사되는 장면은 언제 봐도 웅장하다. 지구의 중력을 이기기 위해 막강한 추진
력을 내며 위로 솟구치는 우주왕복선의 모습은 우주탐험에 대한 인간의 의지를 담고 있는 듯 정열적이고 화끈하다.

왜 망원경을 우주로 쏘아 보내야 할까. 바로 지구의 대기 때문이다. 지상에서는 별빛이 대기를 통과하면서 찌그러지는 현상을 피할 수 없지만, 우주공간에서는 비교할수 없이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일단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든다. 1990년 발사될 당시 허블망원경에 들어간 비용은 15억 달러라고 알려져 있다. 또 수리를 하거나, 오래된 카메라 등을 새로운 관측기기로 교체하기가 어렵다. 누군가 우주공간으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허블의 서비스 미션은 바로 허블우주망원경을 수리하고 새로운 카메라들을 설치하기 위한 도전이었다. 1990년 허블망원경을 처음 우주 공간에 올렸을 때 과학자들은 허블이 탁월한 이미지들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첫 결과는 대단히 실망스러웠다. 렌즈 결함으로 망원경의 초점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1993년에 수행된 서비스 미션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 후로 두 번 더 서비스 미션이 수행됐고,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이 된 네 번째 서비스 미션이 2009년 5월에 시작된 것이다.



긴박감 넘친 11일간의 우주유영
허블망원경을 수리하는 11일이 하루하루 지나간다. 7명의 우주비행사들은 빡빡한 스케줄에 따라 우주 유영을 하면서 목숨을 건 작업을 진행한다. 작은 실수가 자신을 우주 미아로, 허블우주망원경을 고철덩어리로 만들 수도 있다. 이 중요한 임무에 직접 관련된 사람들도 그랬겠지만, 천문학자들에게도 그 열하루는 손에 땀을 쥐는 기간이었다. 전날에 있었던 우주비행사들의 활동이 매일 아침 뉴스가 되었다. 광시야 카메라가 드디어 장착됐다거나, 나사 하나가 안 풀려서 고장 난 기기를 떼어내지 못하고 있다거나, 우주비행사가 나사를 부러뜨리고 기기를 떼고 붙였다는 등의 이메일이 오갔다.

서비스 미션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간절했다. 그동안 발전된 첨단기술을 사용해 새롭게 개발된 관측기기들을 장착하게 되면 허블의 눈은 몇 배나 더 밝아지고 새로운 과학연구가 가능하게 될 텐데 누군들 성공을 바라지 않았겠는가. 우주에서 수행된 11일의 서비스 미션4는 다행히도 성공적으로 끝났다.

밤하늘을 항해하던 허블우주망원경의 눈은 밝게 빛나는 시리우스 별 위에 펼쳐진 오리온자리로 향한다. 스크린에는 오리온자리가 점점 확대된다. 오리온자리가 가까워지자 오리온 대성운과 말머리성운이 정체를 드러낸다. 마치 우주선을 타고 가듯 스크린 안으로 빨려 들어
가다 보면 ‘창조의 기둥’이라 불리는 유명한 별 탄생 지역에 도달한다.

막 태어난 별들이 마치 올챙이처럼 생명의 둥지 안에 고요히 담겨 있다. 주변에 있는 밝은 별에서 나오는 바람 때문에 막 태어난 별들을 둘러싸고 있는 기체들은 한 방향으로 꼬리를 만들며 마치 올챙이와 비슷한 모양을 만든다. 새롭게 탄생하는 별들의 고요한 출렁거림 앞에 관객들은 경건한 찬사를 보낸다. 이 뿐인가. 충돌하고 있는 두 개의 은하는 별과 가스들의 혼돈스런 움직임을 총천연색으로 드러내고 허블망원경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충돌과정의 한 시점을 스냅사진처럼 담아낸다. 처녀자리은하단의 M87이라 불리는 은하의 중심에서 거대블랙홀이 뿜어내는 제트가 아득한 빛의 방출처럼 목격된다. 영화는 허블우주망원경이 담아 낸 황홀한 우주의 모습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그 화려한 영상을 글에 모두 담을 수 없어 안타깝다.

우주비행사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면서까지 NASA가 허블우주망원경의 서비스 미션을 결정한 이유는 뭘까. 바로 허블망원경을 살리기 원했던 미국과 세계 시민들의 열망 때문이었다. 그 열망이 화려한 영상과 잔잔한 이야기로 담긴 영화, 허블3D는 결국 그 가치를 아는 자들에게만 소비되며 선택된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닐까.

2011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김종립 기자,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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