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화학분자생물학회는 5월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생명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과학나눔 강연회를 열었다. 강사는 1988년 노벨상 수상자인 로버트 후버 막스플랑크연구소 명예소장과 서정선 서울대 의대 교수다. 두 거장의 연구 이야기를 듣고 학생들이 질문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유전자 서열 분석? 이거 어떻게 하는 건지 책에서 봤는데….”
강연 10분 전, 학생들이 강연 내용이 적힌 책자를 보고 있다. 형광펜으로 줄을 치며 읽기도 하고 모르는 내용을 옆 친구에게 물어보는 모습도 눈에 띈다.
“이렇게 유명한 과학자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잖아요.”
권나연 양(경기 남양주시 와부고1)은 강연이 무척 기대된다고 말했다.
생화학분자생물학회는 연례국제학술대회가 열리는 첫날인 5월 16일 미래의 생명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생명과학 석학과 함께하는 BIO 희망나눔’ 행사를 열었다. 총 600명이 앉을 수 있는 코엑스 그랜드볼룸이 학생들로 가득 찼다.
이용성 학회장은 “청소년들이 생명과학계의 거장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더 크고 원대한 꿈을 키웠으면 한다”고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Editor/2011/05/2440171534dde12a978423.jpg)
유전자 연구,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저는 자신을 알고 싶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왜 이런 모습인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서정선 교수는 서울대에서 유전체의학연구소 소장을 함께 맡고 있다. 유전자 서열을 분석하는 회사인 ‘마크로젠’의 회장이기도 하다. 국내 게놈 연구를 주름잡고 있는 그가 게놈을 연구하게 된 계기는 특이하게도 ‘자신을 알고 싶어서’였다.
“저 같이 스스로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 ‘나를 만드는 설계도’인 유전자를 분석해보자고 뭉쳤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2000년 전체 유전자 서열의 초안을 완성했다. 이 프로젝트로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유전자 서열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2004년 하버드대 의대의 조지 처치 교수는 “개인별로 유전자 분석을 하는 맞춤의학시대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분석 기술 발달로 1인당 3조 원이던 분석 가격이 2~3년 후에는 100만 원으로 떨어질 것이다. 과학자들은 조만간 모든 개인이 유전자 신분증을 갖고 다니는 개인 게놈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 서정선 교수도 이미 자신의 유전자 분석을 마쳤다.
“약물대사효소인 CYP12A2은 C형이 있고 A형이 있어요. C형이면 몸 안에서 약물이 천천히 없어지고 A형은 빨리 분해됩니다. 저는 C형과 A형을 하나씩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커피를 마시면 커피 속 카페인을 빨리 분해하지 못해 잠을 잘 못 잡니다.”
근육의 액틴 유전자인 ACTN3도 강한 근육을 만드는 R형과 약한 근육을 만드는 X형이 있다. 서 교수를 비롯해 아시아인은 대부분 X형이다. 그러나 아프리카인은 R형이 많다. 아프리카인 중에 뛰어난 스포츠 선수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해라”
로버트 후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명예소장의 강연이 이어졌다. 후버 소장이 단백질 구조 연구를 하게 된 계기도 특이하다.
“대학시절 제 취미는 광물을 모으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뚜렷한 육각형 모양의 빨간 석류석을 좋아했죠. 어느 날 문득 석류석의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구조를 볼 수 있는 방법은 당시 ‘X선 회절법’ 뿐이었어요.”
후버 소장은 그 날부터 X선 회절법을 배워 감람석의 구조를 관찰했다. 그는 “실리콘, 산소, 철 분자가 규칙을 이루며 배열된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고 회상했다. 맛을 들인 로버트 후버 소장은 뭐든지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옆 동료가 연구하던 곤충의 호르몬 ‘에티손’도 X선 회절법으로 관찰해 구조를 풀었다. 이어 파리의 단백질인 ‘피코시아닌 베타’와 향유고래의 단백질인 ‘미오글로빈’의 구조도 알아냈다. 그는 더 크고 복잡한 구조도 풀어보기로 했다. 식물의 엽록체는 여러 단백질로 구성된다. 게다가 엽록체의 구성 요소는 두 겹으로 싸인 막에 들
어 있어 꺼내 보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후버 소장은 많은 시행착오 끝에 결국 광합성 분자의 구조를 풀어냈다. 이 공로로 1988년 동료 2명과 함께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그가 단백질 구조 연구를 시작한지도 올해로 벌써 65년째다. 이렇게 오랫동안 연구를 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찾으면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행사진행을 맡은 아주대 의대의 이재호 교수는 “학생들이 이번 강연회를 통해 유전자부터 단백질까지 현대 생명과학의 주요 주제가 어떻게 연구됐는지 알고, 흥미를 느끼는 기회였길 바란다”고 행사를 마무리했다. 임경제 군(서울 종로구 중앙고2)은 “과학자에게 직접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귀에 쏙쏙 들어왔다”며 “다음에는 암과 면역질환에 관한 강연도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Editor/2011/05/8318280944dde12b12d0cb.jpg)
“유전자 서열 분석? 이거 어떻게 하는 건지 책에서 봤는데….”
강연 10분 전, 학생들이 강연 내용이 적힌 책자를 보고 있다. 형광펜으로 줄을 치며 읽기도 하고 모르는 내용을 옆 친구에게 물어보는 모습도 눈에 띈다.
“이렇게 유명한 과학자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잖아요.”
권나연 양(경기 남양주시 와부고1)은 강연이 무척 기대된다고 말했다.
생화학분자생물학회는 연례국제학술대회가 열리는 첫날인 5월 16일 미래의 생명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생명과학 석학과 함께하는 BIO 희망나눔’ 행사를 열었다. 총 600명이 앉을 수 있는 코엑스 그랜드볼룸이 학생들로 가득 찼다.
이용성 학회장은 “청소년들이 생명과학계의 거장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더 크고 원대한 꿈을 키웠으면 한다”고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Editor/2011/05/2440171534dde12a978423.jpg)
유전자 연구,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저는 자신을 알고 싶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왜 이런 모습인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서정선 교수는 서울대에서 유전체의학연구소 소장을 함께 맡고 있다. 유전자 서열을 분석하는 회사인 ‘마크로젠’의 회장이기도 하다. 국내 게놈 연구를 주름잡고 있는 그가 게놈을 연구하게 된 계기는 특이하게도 ‘자신을 알고 싶어서’였다.
“저 같이 스스로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 ‘나를 만드는 설계도’인 유전자를 분석해보자고 뭉쳤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2000년 전체 유전자 서열의 초안을 완성했다. 이 프로젝트로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유전자 서열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2004년 하버드대 의대의 조지 처치 교수는 “개인별로 유전자 분석을 하는 맞춤의학시대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분석 기술 발달로 1인당 3조 원이던 분석 가격이 2~3년 후에는 100만 원으로 떨어질 것이다. 과학자들은 조만간 모든 개인이 유전자 신분증을 갖고 다니는 개인 게놈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 서정선 교수도 이미 자신의 유전자 분석을 마쳤다.
“약물대사효소인 CYP12A2은 C형이 있고 A형이 있어요. C형이면 몸 안에서 약물이 천천히 없어지고 A형은 빨리 분해됩니다. 저는 C형과 A형을 하나씩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커피를 마시면 커피 속 카페인을 빨리 분해하지 못해 잠을 잘 못 잡니다.”
근육의 액틴 유전자인 ACTN3도 강한 근육을 만드는 R형과 약한 근육을 만드는 X형이 있다. 서 교수를 비롯해 아시아인은 대부분 X형이다. 그러나 아프리카인은 R형이 많다. 아프리카인 중에 뛰어난 스포츠 선수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해라”
로버트 후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명예소장의 강연이 이어졌다. 후버 소장이 단백질 구조 연구를 하게 된 계기도 특이하다.
“대학시절 제 취미는 광물을 모으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뚜렷한 육각형 모양의 빨간 석류석을 좋아했죠. 어느 날 문득 석류석의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구조를 볼 수 있는 방법은 당시 ‘X선 회절법’ 뿐이었어요.”
후버 소장은 그 날부터 X선 회절법을 배워 감람석의 구조를 관찰했다. 그는 “실리콘, 산소, 철 분자가 규칙을 이루며 배열된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고 회상했다. 맛을 들인 로버트 후버 소장은 뭐든지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옆 동료가 연구하던 곤충의 호르몬 ‘에티손’도 X선 회절법으로 관찰해 구조를 풀었다. 이어 파리의 단백질인 ‘피코시아닌 베타’와 향유고래의 단백질인 ‘미오글로빈’의 구조도 알아냈다. 그는 더 크고 복잡한 구조도 풀어보기로 했다. 식물의 엽록체는 여러 단백질로 구성된다. 게다가 엽록체의 구성 요소는 두 겹으로 싸인 막에 들
어 있어 꺼내 보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후버 소장은 많은 시행착오 끝에 결국 광합성 분자의 구조를 풀어냈다. 이 공로로 1988년 동료 2명과 함께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그가 단백질 구조 연구를 시작한지도 올해로 벌써 65년째다. 이렇게 오랫동안 연구를 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찾으면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행사진행을 맡은 아주대 의대의 이재호 교수는 “학생들이 이번 강연회를 통해 유전자부터 단백질까지 현대 생명과학의 주요 주제가 어떻게 연구됐는지 알고, 흥미를 느끼는 기회였길 바란다”고 행사를 마무리했다. 임경제 군(서울 종로구 중앙고2)은 “과학자에게 직접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귀에 쏙쏙 들어왔다”며 “다음에는 암과 면역질환에 관한 강연도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Editor/2011/05/8318280944dde12b12d0cb.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