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페트병, 구명튜브로 변신!
지구온난화의 영향일까. 본격적인 여름 시즌이 다가오지도 않았건만 더운 날씨를 피하려 물놀이터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벌써부터 물놀이 사고 소식도 들려온다. 급박한 상황에선 튜브 같은 보호 장비 없이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일단 물로 뛰어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물에 빠진 사람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이 다가가면 본인이 위로 떠올라 숨을 쉬려고 그 사람의 몸을 잡고 누르는 경우가 많다. 자칫 잘못하면 빠진 사람과 구하러 간 사람이 같이 위험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예상하지 못한 급류나 물웅덩이에 빠지는 사고에 대비해 대처요령을 알아두도록 하자. 소방방재청에서는 주변에 마땅한 구조장비가 없을 때 뚜껑을 막은 빈 페트병을 이용하라고 충고한다. 공기가 들어 있는 빈 페트병은 물보다 밀도가 작기 때문에 물 위에 뜬다. 물에 빠진 사람에게 일종의 작은 구명튜브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뭔가가 물에 뜨면 ‘물보다 가볍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단순히 질량 혹은 무게를 비교할 때 쓰는 표현이다. 나무가 물에 뜨지만 나무의 양이 많고 물의 양이 적으면 나무의 질량이 더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즉, 같은 부피일 때 나무는 물보다 질량이 더 작기 때문에 물에 뜰 수 있다. 이렇게 단위부피에 대한 질량 값이 밀도(密度, density)다. 밀도는 물질마다 고유한 값을 가지므로 용해도, 녹는점(=어는점), 끓는점 그리고 용해도와 함께 물질의 특성으로 분류된다. 밀도의 크기는 대체로 기체, 액체, 고체 순으로 커진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0905/6pr4mIz3Fk9Up3ygGaRd_13620090531.JPG)
물놀이 사고가 났을 때 공기만 차있는 빈 페트병을 던져주면 바람에 날려서 물에 빠진 사람에게 닿기가 어려울 수가 있다. 이때는 페트병에 물을 1/3 정도 담아 사용하도록 한다. 공기보다 밀도가 훨씬 큰 물이 들어가면서 페트병 전체의 밀도가 날아가기에 적절해진다.
맛있는 어머니표 김치의 비밀은 밀도
밀도는 음식을 만들 때도 이용된다. 필자의 어머니는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간이 딱 맞는 김치를 담그신다.
그 비밀은 바로 달걀! 달걀을 고추양념에 넣는 것이 아니라 배추를 절일 때 쓰는 소금물의 농도를 맞추기 위해 이용한다. 따뜻한 물에 신선한 달걀을 넣고 달걀이 살짝 뜨는 정도까지 소금을 넣으면 배추를 절이기에 알맞은 농도의 소금물을 만들 수 있다. 즉 달걀이 비중계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밀도계가 아니라 비중계? 왜 여태 밀도 얘기하다가 갑자기 비중?’이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과학교과서에서는 대부분 ‘밀도’라고 표현하지만, 사회에서는 ‘비중’이라는 표현도 많이 쓴다.
비중(比重, specific gravity)은 같은 부피를 가진 표준물질과 비교한 질량을 말한다. 고체나 액체의 경우 1기압, 4℃의 물을 표준물질로 삼아 기준 값 1로 삼는데 물의 밀도가 1이므로 비중은 소수점 이하 5째 자리까지 같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고체와 액체에서는 대체로 밀도와 비중이 같은 수치를 나타낸다. 하지만 과학 분야에서 항상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밀도와 비중의 정의가 차이가 있다는 것은 알아두자!
물고기의 몸속에 기체주머니가!
공기의 양으로 밀도를 조절하는 동물도 있다. 붕어를 해부해보면 통통하고 볼록한 주머니 모양의 기관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이 부레다. 어류는 부레를 통해 물속에서 기체의 양을 조절하고 이러한 작용을 통해 물속에서의 수직적인 위치를 바꾼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0905/Y9ovKLRwlDamQkVec55b_17220090531.JPG)
부레는 두 개의 주머니가 붙어 있는 모양이다. 이 두 주머니는 따로 떨어져 있을까 서로 연결된 것일까. 확인을 위해 한쪽 부레를 터뜨렸더니 나머지 한쪽도 꺼져버렸다. 보기에는 두 개의 떨어진 주머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로 연결된 것이었다.
위쪽의 하얗고 통통한 주머니가 부레다. 암컷 붕어(1)에는 노란 난소가, 수컷 붕어(2)에는 하얀 정소가 부레 앞에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진할수록 밀도 커진다
소금과 물을 섞으면 질량은 둘을 각각 더한 양과 같지만 부피는 살짝 줄어든다. 소금이 이온화해 생긴 염화이온과 나트륨이온이 물 분자 사이로 끼어들어가기 때문이다. 밀도는 부피와 반비례하므로 소금물의 밀도는 물의 밀도보다 크다. 소금을 많이 녹일수록 질량과 부피의 상대적 차이가 벌어져 소금물의 밀도가 커진다.
물에 소금을 넣고 달걀을 띄우는 실험을 해보자. 소금 용해도는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중간정도까지는 달걀을 떠오르게 할 수 있지만, 물의 표면까지 완전히 떠오르게 하기는 어렵다. 달걀을 완전히 떠오르게 하기 위해서는 용해도가 더 큰 물질인 염화칼슘을 이용한다. 비중계로 확인한 결과 달걀이 완전히 떠오른 상태인 염화나트륨과 염화칼슘 수용액의 비중은 약 1.1정도로 나타났다. 농도가 진해질수록 용액의 밀도가 커지고 비중계가 점점 떠오르면서 비중계에 나타나는 수치도 커진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0905/PU0EB5GII2zlWdtDuIPe_91320090531.JPG)
1 순수한 물의 비중은 정확히 1.0이다
2 달걀이 완전히 떠오를 수 있게 소금물에 염화칼슘을 더 넣었다.
3 달걀이 완전히 떠오른 상태에서 용액의 비중을 다시 측정한다.
4 용액의 농도가 증가하면서 비중계가 떠올라 값이 1.1로 증가했다.
얼음과 물은 예외적인 현상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0905/tDzZXyqfhimam0ujRcfl_19820090531.JPG)
앞에서 서술한 것처럼 대부분의 물질은 액체 상태보다 고체 상태에서 밀도가 크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화합물 중에 유독성 때문에 차고 건조하며 어두운 창고에 따로 보관하는 벤젠(C6H6)이 있다. 어느 추운 겨울날 창고에 갔다가 벤젠이 일부 얼어서 고체상태의 벤젠이 액체벤젠 속에 가라앉아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물은 고체가 될 때 물 분자들 사이에 수소결합이 형성되면서 육각형의 빈공간이 생기기 때문에 오히려 부피가 1.1배 정도 증가한다. 그 결과 얼음의 밀도는 작아지고 물에 뜨게 된다.
물보다 얼음의 밀도가 더 작다는 사실은 자연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만약 물보다 얼음의 밀도가 더 크다면 겨울철에 찬 대기와 접촉하는 호수 표면의 물은 얼어서 가라앉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호수의 물은 바닥부터 얼게 돼 결국은 호수 전체가 모두 얼어버린다. 얼음의 밀도가 작은 덕분에 호수의 물이 표면부터 얼어 추운 겨울철에도 깊은 호수 아래에서는 물고기들이 즐겁게 헤엄칠 수 있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0905/5L7qXpJiFcUGDuhIfJP2_42120090531.JPG)
분별깔때기 실험
밀도가 다른 물질, 물과 사염화탄소를 분별깔때기로 분리해보자. 사염화탄소(CCl4)는 물보다 밀도가 커서 물 아래로 가라앉는다. 사염화탄소는 물과 같이 무색이므로 경계를 뚜렷하게 하기 위해 요오드를 녹여 실험했다. 혼합된 상태에 요오드를 녹이면 요오드 역시 무극성물질이어서 극성물질인 물에는 녹지 않고 무극성물질인 사염화탄소에만 녹아 예쁜 꽃분홍색을 나타낸다.
이 실험은 독성이 강한 사염화탄소와 요오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절대 따라하지 않기를 바란다. 사염화탄소와 요오드 모두 휘발성 용액이라서 유독 기체가 호흡기로 들어올 수 있어서 한다해도 야외에서 실시해야 한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0905/tbBrLUI7HJhkquelL3O9pm_37520090531.jpg)
1 물과 사염화탄소가 섞인 상태. 밀도가 작은 물이 위층, 밀도가 큰 사염화탄소가 아래층에 깔려있는 상태다.
2 요오드를 넣고 깔때기를 흔들었다. 요오드는 사염화탄소에만 녹으므로 아래층만 꽃분홍색이 됐다.
3 분별깔때기의 코크를 열어 사염화탄소를 먼저 걸러내고 다른 비커에는 물만 받는다.
4 섞여 있던 물과 사염화탄소를 깔끔하게 분리했다.
밀도의 차이로 만드는 멋진 장식품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0905/P3J0YEiMpBfdOqr86nke_39620090531.JPG)
물과 사염화탄소처럼 서로 섞이지 않는 액체를 이용하면 멋진 장식품이 탄생한다. 뒤집으면 좁은구멍에서 밀도가 큰 액체가 빠져나오는 장식품에서 두 액체 사이에 떠있는 플라스틱 오리의 밀도는 두 액체 밀도의 중간쯤에 해당한다.
염화메틸렌(CH2Cl2)을 이용하면 중간층에 물체를 띄울 수 있다. 염화메틸렌을 컵에 넣고 유성매직이나 유성물감으로 색깔을 낸 다음 물을 따르면 서로 섞이지 않는 상태에서 층을 이룬다. 물보다 밀도가 큰 염화메틸렌이 아래층에 가라앉은 상태에서 배를 넣어주면 두 액체의 중간층에 배가 뜨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염화메틸렌은 다량 복용할 경우 구토와 손발마비, 호흡곤란 등의 증세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유독한 약품이다. 따라서 위 실험을 하고 싶다면 유독하지 않은 식재료로 해보기를 권한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0905/B2Dy9xoxH9EaWaxBP1YX_91720090531.JPG)
<;실험 따라하기>;
● 실험 준비물
물, 식용유, 얼음, 컵
● 실험 방법
① 식용유와 물을 컵에 따른다.
② 식용유와 물이 층을 이루고 있는 상태에서 얼음을 넣는다.
● 실험 결과
밀도가 작은 식용유가 밀도가 큰 물 위에 떠 있는 상태에서 이 둘의 중간 정도의 밀도를 갖는 얼음이 가운데 떠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얼음이 녹아 물과 밀도가 같아지면 물 층으로 합쳐진다.
www.dongaScience.com/bescientists.asp [도전! 1% 클래스 → 실험 과학여행]에서 직접 실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일까. 본격적인 여름 시즌이 다가오지도 않았건만 더운 날씨를 피하려 물놀이터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벌써부터 물놀이 사고 소식도 들려온다. 급박한 상황에선 튜브 같은 보호 장비 없이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일단 물로 뛰어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물에 빠진 사람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이 다가가면 본인이 위로 떠올라 숨을 쉬려고 그 사람의 몸을 잡고 누르는 경우가 많다. 자칫 잘못하면 빠진 사람과 구하러 간 사람이 같이 위험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예상하지 못한 급류나 물웅덩이에 빠지는 사고에 대비해 대처요령을 알아두도록 하자. 소방방재청에서는 주변에 마땅한 구조장비가 없을 때 뚜껑을 막은 빈 페트병을 이용하라고 충고한다. 공기가 들어 있는 빈 페트병은 물보다 밀도가 작기 때문에 물 위에 뜬다. 물에 빠진 사람에게 일종의 작은 구명튜브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뭔가가 물에 뜨면 ‘물보다 가볍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단순히 질량 혹은 무게를 비교할 때 쓰는 표현이다. 나무가 물에 뜨지만 나무의 양이 많고 물의 양이 적으면 나무의 질량이 더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즉, 같은 부피일 때 나무는 물보다 질량이 더 작기 때문에 물에 뜰 수 있다. 이렇게 단위부피에 대한 질량 값이 밀도(密度, density)다. 밀도는 물질마다 고유한 값을 가지므로 용해도, 녹는점(=어는점), 끓는점 그리고 용해도와 함께 물질의 특성으로 분류된다. 밀도의 크기는 대체로 기체, 액체, 고체 순으로 커진다.
물놀이 사고가 났을 때 공기만 차있는 빈 페트병을 던져주면 바람에 날려서 물에 빠진 사람에게 닿기가 어려울 수가 있다. 이때는 페트병에 물을 1/3 정도 담아 사용하도록 한다. 공기보다 밀도가 훨씬 큰 물이 들어가면서 페트병 전체의 밀도가 날아가기에 적절해진다.
맛있는 어머니표 김치의 비밀은 밀도
밀도는 음식을 만들 때도 이용된다. 필자의 어머니는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간이 딱 맞는 김치를 담그신다.
그 비밀은 바로 달걀! 달걀을 고추양념에 넣는 것이 아니라 배추를 절일 때 쓰는 소금물의 농도를 맞추기 위해 이용한다. 따뜻한 물에 신선한 달걀을 넣고 달걀이 살짝 뜨는 정도까지 소금을 넣으면 배추를 절이기에 알맞은 농도의 소금물을 만들 수 있다. 즉 달걀이 비중계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밀도계가 아니라 비중계? 왜 여태 밀도 얘기하다가 갑자기 비중?’이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과학교과서에서는 대부분 ‘밀도’라고 표현하지만, 사회에서는 ‘비중’이라는 표현도 많이 쓴다.
비중(比重, specific gravity)은 같은 부피를 가진 표준물질과 비교한 질량을 말한다. 고체나 액체의 경우 1기압, 4℃의 물을 표준물질로 삼아 기준 값 1로 삼는데 물의 밀도가 1이므로 비중은 소수점 이하 5째 자리까지 같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고체와 액체에서는 대체로 밀도와 비중이 같은 수치를 나타낸다. 하지만 과학 분야에서 항상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밀도와 비중의 정의가 차이가 있다는 것은 알아두자!
물고기의 몸속에 기체주머니가!
공기의 양으로 밀도를 조절하는 동물도 있다. 붕어를 해부해보면 통통하고 볼록한 주머니 모양의 기관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이 부레다. 어류는 부레를 통해 물속에서 기체의 양을 조절하고 이러한 작용을 통해 물속에서의 수직적인 위치를 바꾼다.
부레는 두 개의 주머니가 붙어 있는 모양이다. 이 두 주머니는 따로 떨어져 있을까 서로 연결된 것일까. 확인을 위해 한쪽 부레를 터뜨렸더니 나머지 한쪽도 꺼져버렸다. 보기에는 두 개의 떨어진 주머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로 연결된 것이었다.
위쪽의 하얗고 통통한 주머니가 부레다. 암컷 붕어(1)에는 노란 난소가, 수컷 붕어(2)에는 하얀 정소가 부레 앞에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진할수록 밀도 커진다
소금과 물을 섞으면 질량은 둘을 각각 더한 양과 같지만 부피는 살짝 줄어든다. 소금이 이온화해 생긴 염화이온과 나트륨이온이 물 분자 사이로 끼어들어가기 때문이다. 밀도는 부피와 반비례하므로 소금물의 밀도는 물의 밀도보다 크다. 소금을 많이 녹일수록 질량과 부피의 상대적 차이가 벌어져 소금물의 밀도가 커진다.
물에 소금을 넣고 달걀을 띄우는 실험을 해보자. 소금 용해도는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중간정도까지는 달걀을 떠오르게 할 수 있지만, 물의 표면까지 완전히 떠오르게 하기는 어렵다. 달걀을 완전히 떠오르게 하기 위해서는 용해도가 더 큰 물질인 염화칼슘을 이용한다. 비중계로 확인한 결과 달걀이 완전히 떠오른 상태인 염화나트륨과 염화칼슘 수용액의 비중은 약 1.1정도로 나타났다. 농도가 진해질수록 용액의 밀도가 커지고 비중계가 점점 떠오르면서 비중계에 나타나는 수치도 커진다.
1 순수한 물의 비중은 정확히 1.0이다
2 달걀이 완전히 떠오를 수 있게 소금물에 염화칼슘을 더 넣었다.
3 달걀이 완전히 떠오른 상태에서 용액의 비중을 다시 측정한다.
4 용액의 농도가 증가하면서 비중계가 떠올라 값이 1.1로 증가했다.
얼음과 물은 예외적인 현상
앞에서 서술한 것처럼 대부분의 물질은 액체 상태보다 고체 상태에서 밀도가 크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화합물 중에 유독성 때문에 차고 건조하며 어두운 창고에 따로 보관하는 벤젠(C6H6)이 있다. 어느 추운 겨울날 창고에 갔다가 벤젠이 일부 얼어서 고체상태의 벤젠이 액체벤젠 속에 가라앉아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물은 고체가 될 때 물 분자들 사이에 수소결합이 형성되면서 육각형의 빈공간이 생기기 때문에 오히려 부피가 1.1배 정도 증가한다. 그 결과 얼음의 밀도는 작아지고 물에 뜨게 된다.
물보다 얼음의 밀도가 더 작다는 사실은 자연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만약 물보다 얼음의 밀도가 더 크다면 겨울철에 찬 대기와 접촉하는 호수 표면의 물은 얼어서 가라앉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호수의 물은 바닥부터 얼게 돼 결국은 호수 전체가 모두 얼어버린다. 얼음의 밀도가 작은 덕분에 호수의 물이 표면부터 얼어 추운 겨울철에도 깊은 호수 아래에서는 물고기들이 즐겁게 헤엄칠 수 있다.
분별깔때기 실험
밀도가 다른 물질, 물과 사염화탄소를 분별깔때기로 분리해보자. 사염화탄소(CCl4)는 물보다 밀도가 커서 물 아래로 가라앉는다. 사염화탄소는 물과 같이 무색이므로 경계를 뚜렷하게 하기 위해 요오드를 녹여 실험했다. 혼합된 상태에 요오드를 녹이면 요오드 역시 무극성물질이어서 극성물질인 물에는 녹지 않고 무극성물질인 사염화탄소에만 녹아 예쁜 꽃분홍색을 나타낸다.
이 실험은 독성이 강한 사염화탄소와 요오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절대 따라하지 않기를 바란다. 사염화탄소와 요오드 모두 휘발성 용액이라서 유독 기체가 호흡기로 들어올 수 있어서 한다해도 야외에서 실시해야 한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0905/tbBrLUI7HJhkquelL3O9pm_37520090531.jpg)
1 물과 사염화탄소가 섞인 상태. 밀도가 작은 물이 위층, 밀도가 큰 사염화탄소가 아래층에 깔려있는 상태다.
2 요오드를 넣고 깔때기를 흔들었다. 요오드는 사염화탄소에만 녹으므로 아래층만 꽃분홍색이 됐다.
3 분별깔때기의 코크를 열어 사염화탄소를 먼저 걸러내고 다른 비커에는 물만 받는다.
4 섞여 있던 물과 사염화탄소를 깔끔하게 분리했다.
밀도의 차이로 만드는 멋진 장식품
물과 사염화탄소처럼 서로 섞이지 않는 액체를 이용하면 멋진 장식품이 탄생한다. 뒤집으면 좁은구멍에서 밀도가 큰 액체가 빠져나오는 장식품에서 두 액체 사이에 떠있는 플라스틱 오리의 밀도는 두 액체 밀도의 중간쯤에 해당한다.
염화메틸렌(CH2Cl2)을 이용하면 중간층에 물체를 띄울 수 있다. 염화메틸렌을 컵에 넣고 유성매직이나 유성물감으로 색깔을 낸 다음 물을 따르면 서로 섞이지 않는 상태에서 층을 이룬다. 물보다 밀도가 큰 염화메틸렌이 아래층에 가라앉은 상태에서 배를 넣어주면 두 액체의 중간층에 배가 뜨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염화메틸렌은 다량 복용할 경우 구토와 손발마비, 호흡곤란 등의 증세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유독한 약품이다. 따라서 위 실험을 하고 싶다면 유독하지 않은 식재료로 해보기를 권한다.
<;실험 따라하기>;
● 실험 준비물
물, 식용유, 얼음, 컵
● 실험 방법
① 식용유와 물을 컵에 따른다.
② 식용유와 물이 층을 이루고 있는 상태에서 얼음을 넣는다.
● 실험 결과
밀도가 작은 식용유가 밀도가 큰 물 위에 떠 있는 상태에서 이 둘의 중간 정도의 밀도를 갖는 얼음이 가운데 떠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얼음이 녹아 물과 밀도가 같아지면 물 층으로 합쳐진다.
www.dongaScience.com/bescientists.asp [도전! 1% 클래스 → 실험 과학여행]에서 직접 실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