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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혼이 로봇 속으로 들어간다”

네트워크 지능로봇의 미래는?







KIST에서 개발한 영어교사 로봇 잉키. 영화 ‘써로게이트’처럼 인간과 감각을 주고 받을 수는 없지만 필리핀 등 해외에 있는 원어민 영어교사가 한국 초등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줄 수 있다.


















2009년 개봉한 영화 ‘써로게이트’를 보면 원격 조종 로봇이 등장한다. 로봇을 먼 거리에서 조종한다는 개념은 1970년대 이전부터 있던 케케묵은 스토리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로봇은 조종방식이 좀 색다르다. 주인공이 자기 방에 있는 기계 속으로 들어가면 ‘의식’만 직장에 있는 로봇 속으로 옮겨간다. 출근하지 않고도 현장에 가 있는 것처럼 일을 할 수 있다. 작업 중 위험한 일이 생겨도 사람은 안전하다. 영화 ‘아바타’에서 인공 생명체에 의식을 전송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로봇을 정말로 만들 수 있을까. 한국에도 이런 로봇을 연구하는 곳이 생겼다. 두발로봇 ‘마루’ 연구팀이 영화 같은 ‘인간과 기계의 융합’을 꿈꾸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두발로봇을 꼽으라면 누구나 KAIST의 ‘휴보’를 떠올린다. 휴보는 한국 최초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안정적으로 걷고 달리며, 계단도 척척 오르내린다. 그렇다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두발로봇 마루는 어떨까. 마루는 휴보와 기본적인 구조나 동작 원리가 비슷하게 태어났다.

하지만 마루를 개발했던 KIST 유범재 박사팀은 이후 다른 길을 택했다. 걸음걸이 등 동작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보다 ‘서비스’ 기능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이제 마루는 사람의 얼굴과 물건을 구분하고, 말도 알아듣는다. 스스로 원하는 위치까지 걸어갈 수도 있다. 집게손을 붙인 마루Z도 나왔다. 주방에서 토스터의 빵과 전자레인지 안에 든 음료를 꺼내 사람에게 가져다 줄 수 있는 두발로봇은 현재 전 세계에
서 마루가 유일하다.

“국내 로봇 연구 구심점 될 것”
KIST는 최근 마루를 만든 ‘인지로봇센터’를 ‘지능로봇연구센터’와 합쳐 ‘실감교류로보틱스 연구센터’를 출범시켰다. 대신 수술용 로봇 등을 만드는 연구팀은 ‘의공학연구센터’를 새롭게 만들어 분리했다. 지능로봇연구센터는 로봇이 사람처럼 말하고, 목소리를 알아듣도록 하는 ‘인공지능’을 연구하던 곳이다. 이곳 연구팀이 개발한 영어교사 로봇 ‘잉키’는 세계적으로 호평 받고 있다. 이미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시범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3월 초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2010년 최고 발명품 50선(9위)’에 들기도 했다. ‘똑똑한 로봇’ 만드는 팀이 모두 한 곳에 모인 셈이다. KIST는 왜 이런 조직개편을 단행했을까. ‘한국의 지능형 로봇기술’의 허브가 되겠다는 목표 때문이다.


[로봇 마루Z. 사람의 말을 알아 듣고 주방에서 전자렌지를 켠 뒤 토스트를 구워 사람에게 가져다 줄 수 있다. 앞으로 KIST ‘실감교류로보틱스 연구센터’의 연구용 플랫폼으로 쓰일 예정이다.]


[로봇 마루의 변천사 마루시리즈는 모두 5가지 로봇이 있다. 이 밖에 소형 로봇 ‘마루R’과 마루의 기술을 응용해 만든 ‘마네킨 로봇’ 등도 개발됐지만 공식적인 마루 시리즈는 모두 다섯가지다. 왼쪽에서부터 마루1, 마루2, 마루3, 마루M. (마루Z는 103쪽)]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해 말 1661억 원을 투입해 ‘실감교류인체감응솔루션연구단’을 출범했다. 2018년까지 로봇을 통해 ‘NBIC(나노, 바이오, 정보통신 및 인지과학)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SCI(국제데이터베이스등록학술지)급 논문을 100편 이상 쏟아내고 세계 최초, 최고기술을 15건 이상 발굴할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 모인 전문가 집단도 만만치 않다. 광주과학기술원, 상명대, 한양대, KAIST, 삼성종합기술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국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전문기관의 과학기술자들이 한 곳에 모였다. 이 곳의 단장이 유범재 박사다.
잉키 개발팀도 바쁘긴 마찬가지다. 지식경제부 프론티어사업의 지원을 받는 ‘지능로봇사업단’에 소속돼 잉키의 차세대 로봇인 ‘메로’의 개발을 마쳤다. 사람과 감성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실감형 로봇이다. 이 밖에도 노인을 돕는 로봇 ‘실벗’, 식사준비가 가능한 서비스 로봇 ‘씨로스’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로봇을 개발하다 보니 KIST에서 구심점 역할을 할 연구센터로서 출범시킨 곳이 실감교류로보틱스연구센터 였다.
문길주 KIST 원장은 “공동연구를 위해선 통합, 관리기능을 갖춘, 집중연구가 가능한 조직이 필요했다”며 “이번 조직개편에 따라 앞으로 어떤 형태의 정부사업단을 유치하더라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영어교사 로봇 메로. 로봇 잉키의 후속 버전으로 감성교류 기능을 갖고 있다. 영어 단어나 문장의 발음을 정확한 입술모양을 보여주며 교정해 줄 수 있고, 학생의 학습성취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짓는다.]

인간-기계 상생기술 개발 주력
본격적인 아바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인체감응솔루션연구단의 과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사람과 로봇이 서로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인간과 인텔리전트 머신의 상생기술’이다. 말 그대로 사람과 기계가 각종 센서를 통해 들어온 정보를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기술이다.

이런 기술을 개발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로봇이 사람의 동작을 따라하는 기술은 어느 정도 개발돼 있다. 속도와 방향을 느끼는 관성센서나 광학식 모션캡처 장비 등을 이용하면 사람의 동작을 비교적 정확하게 전기신호로 바꾸어 로봇에 전송해 줄 수 있다. 기계가 감각을 느끼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이미 사람의 피부 역할을 하는 촉각센서나 기울임을 느끼는 자이로센서 등이 개발돼 있다.

하지만 최대 난관은 로봇이 느낀 감각을 사람이 똑같이 느낄 수 없다는 데 있다. 현대과학기술로도 아직 인간의 신경체제를 모두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난제를 해결해 기계와 인간의 접속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연구단의 목적이다.

둘째 과제는 ‘인간과 가상사회의 상생기술’이다. 사람이 로봇과 주고받는 감각을 기계가 아닌, 컴퓨터 속 가상공간의 캐릭터에 연결시킬 수는 없을까. 물론 가능하다. 이 기술이 가능해진다면 값비싼 로봇을 사지 않아도 가상세계 속 캐릭터에 접속 할 수 있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과 똑같은 느낌으로 동료와 함께 일할 수 있고,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과 같은 방에서 회의도 할 수 있다. 사업단은 가상공간인 ‘참여형 4D 미러월드’를 구축할 계획도 갖고 있다. 미래에는 이런 가상공간이 현실공간을 확장하는 개념으로 쓰일 거라고 믿는다.

마지막은 ‘상생을 위한 휴먼 인터랙션 기술’이다. 사람의 몸에 감각을 전달해 주는 단계를 넘어서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다양한 생체신호를 이용해 감성전달과 의도분석, 정보교류 등을 할 수 있는 기술이다. ‘텔레파시’ 같은 능력을 실제로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이런 다양한 과제 중에 KIST 실감교류로보틱스연구센터가 맡은 역할은 역시 로봇 ‘마루’ 때부터 집중해 온, 인간과 기계의 상생기술이다. 사람이 기계의 감각을 쉽게 느낄 수 있는 ‘휴먼인터페이스’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연구센터의 몫이다.


[먼 곳에 떨어져 있는 로봇을 원격으로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은 국내에서도 개발 중이다. 마루M(왼쪽)과 마루1이 사람의 팔 동작을 따라하고 있다.]

두발로봇 마루 통해 상생기술 개발할 것
이런 연구는 두발로봇 마루를 이용해 많이 진행된다. 마루가 서비스 로봇의 단계를 벗어나 새로운 ‘실감교류로봇’을 개발하는 기반으로 거듭 난 것이다.

KIST에서 개발한 두발로봇 마루는 모두 5종류. 최초의 로봇 ‘마루 1(개발코드명 NbH-1)’을 기본으로 한결 날렵하고 안정적으로 변한 마루2, 마루3가 있다. 마루의 상반식 제작기술만 응용해 바퀴가 달린 마루M 역시 제작했다. 2010년에는 집게손이 달린 주방보조 로봇 마루Z가 화제가 됐다. 다양한 연구용 플랫폼이 완성돼 있는 셈이다. 마루의 몸에 각종 센서를 붙이고, 그런 신호를 사람에게 전송할 수 있는지, 인간의 생각대로 마루가 얼마나 잘 따라서 움직일 수 있는지를 연구하게 된다. 로봇이 느낀 감각을 사람의 팔, 다리 근육에 전기신호 형태로 옮겨 주는 ‘근전도 방식’ 기술 등도 개발할 예정이다.

유 센터장은 “축적된 마루 시리즈의 핵심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인간-기계 상생기술을 연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마루를 개발하면서부터 생겨난 ‘로봇은 인간과 서로 교류할 때만 가치가 있다’는 KIST의 로봇 철학이 올곧이 이어지고 있다.

2011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전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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