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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롱고로 분화구 안의 별난 생태계

외부와 차단된 세계 최대 사자 밀집지역

분화구 내에 갇혀 사는 사자들은 고립 감소 재번식을 수대에 걸쳐 되풀이하고 있다.

고롱고로(Ngorongoro)분화구는 세계에서 제일 큰 분화구로 탄자니아 세렌게티(Serengeti)평원의 동쪽에 놓여 있다. 분화구의 밑바닥은 깊이 7백m나 되며, 면적은 2백56㎢에 이른다. 이곳은 아프리카에서 사자들이 가장 많이 밀집해 사는 사자들의 집단서식처다.
이곳 사자들은 분화구에 갇혀 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근친번식을 한다. 따라서 번식이 현저하게 감소됐으며 동시에 살아남은 새끼의 수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다른 곳의 사자와 교배시켜

요즘 동물보호자들이 이곳의 사자들을 사로 잡아서 다른 곳의 사자와 교배시키고 있다. 그 주목적은 근친번식의 기회를 최소로 줄여보려는데 있다. 왜냐하면 대형의 야생동물들 역시 조그만 서식지에 고립되면 근친번식으로 말미암아 번식률이 감소되어 절멸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탄자니아의 분화구 고원은 이곳을 찾는 여행자에게 극적인 인상을 준다. 이 분화구에 들어가려면 방문객들은 바윗길을 7백m나 내려가야 한다. 반쯤 내려가서는 넓은 평원에 흩어져 있는 몽돌 위를 배를 깔고 기어갈 수 밖에 없다. 그 밑을 내려다 보면 들짐승과 얼룩말같은 대형 초식동물들을 볼 수 있다.

이 분화구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이 지리적 특징에서 비롯된 사자들의 모습이다.
사자들은 가끔 높은데로 기어올라가서 아프리카에서 제일 큰 '고기저장소'인 이 분화구를 얼마동안 떠나기도 한다.

분화구의 비옥한 화산토, 적당한 강우는 풀을 뜯어먹는 동물로 하여금 일년내내 이곳에서 살아가게 한다. 그 결과 이 광활한 지역은 아프리카에서 대형 육식동물의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 되었다. 하지만 분화구 밑바닥의 사자집단의 수는 오히려 적은 편이다. 1백마리 정도의 사자가 분화구의 밑바닥에서 살고 있으며, 그중의 30마리만이 어미들 이다.

그러면 이 분화구에 사자들이 어떻게 살게 되었나.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적어도 5세대 이상의 사자의 족보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서 미국 미네소타대학의 크레이그 팩커교수팀(생물학)은 지난 4반세기 동안에 이 분화구내에서 살아온 각 사자의 종족을 추적하기로 하였다. 즉 사자의 ID카드(identification cards)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사자족보를 만들고

연구팀은 1975년에서 1978년 동안에 분화구 바닥에서 본 각 사자에 이름을 붙이고 충분한 목록을 작성하였다. 각 ID카드의 한 면에는 사자의 얼굴사진을, 다른 면에는 사자 얼굴의 특색을 그려넣었다. 사자의 얼굴 그림에는 상처, 귀에 생긴 금, 수염지점 등이 그려져 있다. 상처나 귀의 금은 나이가 들면서 커지지만 수염지점은 결코 변하지 않으며 아주 작은 새끼에서도 뚜렷하다.

사자는 복잡한 사회생활을 하는데 힘센 놈이 그 복잡한 사회생활을 이끌어간다. 한 무리는 보통 6마리의 암컷과 그들에게 딸린 새끼 그리고 두마리 혹은 그 이상의 수컷으로 구성돼 있다. 새끼들이 성숙한 뒤 딸들은 어미와 함께 있거나 혹은 이웃과 새로운 무리를 형성한다. 아들들은 이웃의 무리와 합류 함으로써 가족과 갈라진다. 수컷들은 암컷과 짝짓기를 하려고 다른 무리와 맹렬히 싸운다. 때로는 이 싸움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드물게는 2년 이상이나 도전자와 맞서는 경우도 있다. 그 때문인지 암컷은 17년을 살 수 있지만 수컷은 잘해야 12년 산다.

1979년에 팩커교수팀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분화구의 사자들은 근친번식을 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믿을만한 두가지 증거가 포착 됐다고 한다. 첫째로 새로운 사자가 지난 4년 동안에 분화구에 들어왔다는 기록이 없다. 둘째로 좀더 중요한 것은 분화구내의 사자들은 1962년에 피를 빨아먹는 파리의 피해를 심각하게 받았다는 사실이다.

고롱고로 보존지역의 자연보호주의자 포스부루크에 의하면 1961년과 1962년 사이에 예외적으로 많은 비가 내려 사자의 피를 빨아먹는 소위 흡혈파리가 6개월 이상 계속해 번식하게 되었다고 한다. 1962년 5월까지 분화구는 사자들에게 있어서 천국에서 지옥으로 변하였다. 많은 사자들은 나무로 기어 오르거나 혹은 하이에나의 굴속에 숨었지만 결국 그들은 너무 병들어서 사냥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우기(雨期)가 끝나기까지 70마리의 사자집단이 10마리 정도로 줄었다.

그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그 왜소해진 사자집단은 불가피하게 근친번식을 할 수 밖게 없었다.

1970년에 캐나다의 과학자 존 엘리오트가 분화구의 사자집단에 대하여 3년간 연구하였다. 그는 사자의 수효가 1972년까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었으며, 그 사자들은 세 무리로 분산되었다고 주장했다. 그에 의하면 1985년까지 분화구의 사자는 완전히 고립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때 엘리오트가 본 사자들은 모두 분화구의 밑바닥 평원에서 탄생했다고 간주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 들어온 수놈은 잠깐동안 머물다가 분화구에서 탄생한 수놈에 의하여 곧 축출되었다. 게다가 분화구 내에서의 근친번식 성공률은 수컷 6마리의 협력관계 구축으로 인해 매우 높은 편이었다. 이 수컷들은 1976년에서 1984년까지 8년동안 전 분화구 밑을 완전 장악했다. 이로써 그들은 현재 분화구 밑에서 살고있는 대부분의 새끼들의 아비가 되었다. 그 결과 이 6마리 수컷들의 자식들은 그들의 자매와 사촌으로 형성된 새로운 무리로 갈라져 나갔다.
 

사자는 복잡한 사회생활을 하는데 가장 힘센 놈이 그 무리를 이끌어 간다.


유전적 다양성이 낮아져

분화구내의 사자들을 유전적으로 연구해 보았더니 유전적 다양성이 매우 낮았다. 그 이유는 극단적인 근친번식을 오랫동안 지속해온 결과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연구과정을 통해 온 세계의 모든 치타는 유전적 조성에 있어서 거의 동일하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아 냈다.

팩커교수팀은 분화구내의 사자들의 유전과 생식생리를 근처에 있는 세랜게티의 사자들과 비교하였다. 세렌게티집단에 관한 오랜 연구에 의하면 이 광대한 지역에서는 근친번식이 거의 성립되지 않았다고 한다. 연구팀은 두 집단의 12마리의 사자로부터 피를 채취하였다. 분사총으로 쏘아서 사자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평화롭게 잠들고 있는 동안에 소량의 피를 뽑았다. 동시에 전기충동을 통해 여러 마리의 수컷에서 정액을 채취 했다. 그런 다음 분화구 사자의 혈액효소를 정밀하게 분석했다. 그 결과 광범위한 근친 번식이 이루어졌음을 알게 되었다. 분화구 사자들의 유전적 다양성은 세렌게티 사자들의 그것보다 훨씬 낮게 나타났다. 게다가 분화구 수사자에서 채취한 정충은 세렌게티 수컷의 정충보다 두배 이상 비정상적이었다. 이것 역시 유력한 근친번식의 증거가 된다.

분화구의 최근의 역사를 좀더 완벽하게 알아내기 위하여 팩커교수는 1986년에 포스부루크의 집을 직접 방문했다. 그는 1960년대에 흡혈파리의 피해로부터 살아남은 사자의 사진을 보기를 원했다. 포스부루크는 자연보존을 위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의 집은 탄자니아의 아루샤 근처에 위치한 두루티 분화구의 언저리에 있다. 맑은 날에는 킬리만자로산을 볼 수 있고 두루티호수의 절경은 항시 보인다.

포스부르크는 분화구의 사자들을 빠짐없이 시차별로 사진찍어 두었다. 그래서 연구팀은 1975년부터 그곳에서 살아남은 사자 하나하나를 구별할 수 있었다. 1975년에는 5마리의 가임암컷과 3마리의 성숙한 수컷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들 8마리의 종적을 추적 하기로 하였다. 분화구 내에는 성숙한 수컷들이 많이 살고 있었지만 그중에서 몇마리만이 대부분의 새끼들의 아비임을 알게 되었다. 자손들을 번식시키는 사자의 집단은 연구팀이 생각한 것보다 퍽 적었다.
 

분화구 사자의 정충(가운데 오른쪽)과 세렌게티평원에서 사는 정상적인 사자의 정충(왼쪽)을 비교해 보라.


사자의 수, 계속해서 줄 듯

연구팀은 분화구 사자의 집단이 15마리에서 시작돼 차츰 불어난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들중 8마리는 흡혈파리의 재난에서 살아 남았고, 나머지는 수컷으로 세렌게티로부터 분화구로 들어온 놈들이다. 흡혈파리의 피해는 성숙한 수컷사자 대다수를 죽게 할 정도 였으므로 새로운 피(사자)가 들어와야 했다. 최근의 분화구내 사자집단은 근친번식에 빠지게 된 1969년 이래 5세대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분화구의 사자들은 지난 20년동안에 그들의 유전적 다양성의 10%를 상실하였다. 연구팀은 불임이 이 집단의 번식력을 저하시켰다고 생각한다. 만일 불임이 번식률 감소의 실제 원인이라면 분화구내 사자집단의 번식률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떨어질 것이다. 새로운 수컷을 이 분화구에 들어오게 하지 않는한 분화구 내 사자의 수는 앞으로도 감소될 것이 뻔하다.

분화구 사자들의 감소는 흡혈파리의 영향이라기 보다는 낮은 유전적 다양성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분화구는 자연적으로 수천년 동안 고립되어 있었으며, 그래서 그 곳의 사자들은 고립 감소 재번식을 수대에 걸쳐서 되풀이하였을 것이다.

세렌게티와 고롱고로는 사자의 사냥을 막기 위하여 20세기 후반에 야생동물의 보호지구로 지정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고롱고로 분화구는 아프리카 사바나의 명소로 특별한 의의를 인정받아서 1979년에 세계의 유산 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사자와 같은 식육류의 명성이 그 서식지를 보존하도록 유도한 셈이다. 아무튼 먹이사슬의 정상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포식자가 피식자 집단의 축소로 인해 절종위기를 맞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분화구 사자의 역사는 다른 많은 큰 척추동물을 위하여 어떤 암시를 살짝 나타내보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프리카의 자연공원 주위에서 인간들은 자신들의 주거지를 넓혀 나가고 있다. 이는 자연의 동물들이 감히 범할 수 없는 경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또 최근에 많은 종(種)은 작은 집단으로 고립되어 있으며, 그래서 그들로 하여금 환경의 피해에 대해 좀더 약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많은 작은 집단들이 그들의 생존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집단을 영속시키려면 그들을 단순히 사냥꾼과 밀렵꾼으로부터 보호하는 차원 이상의 적극적이고 슬기로운 정책이 요구 된다. 아울러 작은 동물집단들도 잘 보호될 수 있도록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세렌게티평원을 활보하는 이리 일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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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준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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