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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고원

대 습곡이 이룬 자연의 선물

미국서부의 대산맥계에 속하는 로키고원은 이른바 코르디렐라(Cordilleran)라고 부르는 신생대의 습곡으로 형성된 고원이다. 이곳은 평균고도가 1천8백m에 달하며 한동안 대륙횡단 교통의 장애가 돼 왔다. 로키고원에서 가장 두드러진 곳은 북서부의 콜럼비아고원과 남부의 콜로라도고원이다. 남부 고원에 흐르는 콜로라도강이 거대한 수평퇴적층을 침식해 대협곡을 형성했는데 이것이 바로 유명한 그랜드캐년 국립공원이다.

로키고원은 중생대 말기에 습곡작용과 더불어 많은 단층운동과 구조적인 융기를 받았으며 이후 오랫동안 침식과 풍화작용을 받아 낮아져 거의 준평원화했다. 그러나 그랜드캐년은 수십억년 전부터 수차례 바다의 침입을 받아 불가사의한 거대한 수평퇴적층을 형성시키고도 현재까지(융기후에도) 습곡구조를 보이지 않는 독특한 구조지형이어서 더욱 큰 경이를 자아낸다.
 

만년설로 덮여있는 로키산맥

 

융기를 반복하며

신생대 제3기말에 일어난 히말라야 알프스 안데스산맥의 융기시에 로키고원은 또다시 솟아 올랐다. 이때 여러 곳에서 화산이 분출하고 화성암이 관입했으며 용암이 덮여 북서부의 콜럼비아고원은 전부 용암고원이 되었다. 그랜드캐년고원의 샌프란시스코화산 봉우리가 바로 이렇게 생겨났다. 제3기 초 로키고원의 중부와 남부에서 발생한 일련의 융기로 인해 배사구조의 지형이 나타났고 급경사의 여러 단층 양면과 침식된 부분에는 분지가 형성돼 셰일암석 사암 및 역암이 퇴적됐다. 이들 지역을 산간분지(intermontane basins) 또는 그레이트분지(Great basins and ranges)라 하는데 이들 산간분지에는 바다로 통하지 않은 내륙하천이 형성한 담수호가 많이 나타났다. 이중 제일 거대한 호수는 발견자의 이름을 딴 보네빌(Bonneville)호수인데 그 최대수심은 3백35m이고 면적은 5만1천㎢에 달했다.

폐쇄된 내륙거대호수의 수면이 상승, 여러 곳으로 범람했다. 그중 거대폭포 형태로 흘러내렸던 곳이 아이다호주의 아이다호 폭포(Idaho Falls)다. 그 마을중심지 주변은 당시의 하상으로 지금도 바닥이 반들반들하다. 보네빌화석호수는 오늘날의 그레이트 솔트(Great Salt)호수로서 유타주 북부에 남아 있으며, 천일제염으로 유명하다. 주변에는 수분이 증발한 후 염분이 단단한 지층을 이루는 평원사막(salt flat)과 염분이 쌓인 염분 습지가 자동차로 수시간을 달려도 계속될 만큼 넓게 발달해 있다.

신생대 제4기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대빙하기가 시작돼 로키고원은 빙상(氷床)과 빙모(氷帽)들로 덮였다. 이때 고원상에 돌출했던 고지는 예리한 능선으로 깎여 나갔고 단층과 구조선을 따라 빙하가 흘러 내렸던 곳에는 U자형곡(谷)과 수많은 권곡(圈谷)이 생겨났다. 그 대표적인 지역은 콜로라도주의 로키산맥 국립공원이다. 이곳은 콜로라도 주도인 덴버시에서 북서쪽으로 1백km지점에 위치한 산악공원으로 넓은 골짜기와 험준한 빙하협곡 등 웅장한 산악미와 많은 종류의 야생동물로 유명하다. 최고봉(롱스 피크)은 해발고도 4천3백45m나 된다. 이후 기후가 건조해지자 산간분지의 호수들은 염수화되고 플라야(Playa)라고 하는 사막호수로 변했다. 이때 주변의 호수들이 깊어지고 얕아지는데 따라 해안(호수호안)의 높이가 달라져 단구지형이 형성됐다. 아울러 생물화석이 산출되고 돌석유 즉 '오일셰일'이 만들어졌는데, 연대측정결과 4천9백만년 전의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내륙호수를 연구함으로써 많은 지하자원과 석회층 튜파(tufa), 수십m 두께의 자갈층 등을 발견하게 되었다. 또한 지구의 역사를 알게 되었다. 흔히 이곳의 호수퇴적층은 길버트형 삼각주(Gilbert-type delta)라고 불린다. 흙성분이 많이 쌓인 로키남부고원은 바람과 빗물 그리고 일정한 유로가 없는 지표수에 의한 침식작용을 받았다. 이로써 흙기둥과 원추상의 진기한 성곽모양을 보이는 브라이스캐년국립공원이 탄생했는데 이 역시 호수에 의해 쌓인 지층이다.

로키고원상에 위치한 미국의 각 주들을 보면 북부로키에는 아이다호주 몬태나주가 있다. 북부로키의 동쪽으로 옐로스톤강과 미주리강, 서쪽으로는 스네이크강과 콜럼비아강이 흐르면서 화산성의 옐로스톤 그랜드캐년을 형성시켰다. 콜럼비아 현무암의 용암대지는 그 면적이 64만㎢에 이르고 연강수량이 2백50~5백mm 정도다. 이곳은 봄밀생산지이며, 돌석유매장량이 전국의 90%나 된다. 여름에는 서늘하며 겨울에는 결빙돼 모든 길이 막힌다.

대륙횡단철도가 개통되면서

중부로키는 와이오밍주 유타주에 이른다. 동서로 연결되는 지맥으로는 윈터(Uinta)와 빅혼(Big horn)산맥이 있고, 서남부로 와사치(Wasatch)산맥이 뻗어 있다. 그 북단에는 해발고도 4천1백96m인 그랜드 티턴산이 버티고 있다 (그랜드 티턴국립공원). 북부와 중부사이에는 와이오밍분지가 펼쳐진다. 여기에는 하곡을 중심으로 반건조상태의 대규모 스텝지역이 발달해 있는데 양과 소의 이동성 방목이 대규모로 행해지고 있다.

중부로키의 산록과 건조평원에는 세이지(sage 또는 sagebrush)라고 부르는 쑥과 유사한 다년생 풀이 분포한다. 키가 작은 이 풀의 억센 줄기와 깊은 뿌리는 매우 견고하다. 이 식물은 서로 떨어진 상태에서 무더기로 자라고 지면의 상당한 부분을 덮고있는 것이 특색이다. 강수량은 연 1백50~2백mm 정도이고 지표에는 부분적으로 난쟁이 관목류와 프레리 초본류가 덮여 있다.

대륙횡단철도와 인터스테이트 하이웨이가 통과해 교통이 편리하며, 2천~2천9백m 고지이지만 수분이 공급되는 곳에서는 소나무 전나무 등 침엽수를 볼 수 있다. 여름철에도 만년설로 인해 경승지를 이룬다. 또한 빙하호수와 빙하가 직접 운반하고 퇴적시킨 빙력토를 볼 수 있는데 평평하고 단조로운 지형을 이루었다. 현재도 한냉한 조건에서는 식생이 부족하고 석산이 예리하게 돌출해 있는데 결빙에 따른 기계적 풍화가 활발하다. 모가 난 암설들이 수북이 쌓인 테일러스(talus)와 암괴덩어리들 그리고 경사면을 따라 흘러내린 암괴류(rock stream) 등이 독특하게 전개돼 색다른 지형경관을 보여주고 있다.

남부로키는 유타주를 비롯해 뉴 멕시코주와 애리조나주로 이어진다. 이 광대한 남부로키는 중북부와는 달리 빙하의 내습을 받지 않았다. 콜로라도고원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카이바브대지와 코코니노대지인데 콜로라도강이 수직으로 깎아서 판 그랜드캐년의 하곡은 1.6km나 된다. 마아블캐년에서 시작되는 이곳은 전체길이가 4백80km, 넓이는 6.4~29km에 달한다.

그랜드캐년 같은 깊은 협곡이 일단 생긴 뒤 이로부터 여러 갈래의 작은 하곡들이 나뭇가지모양으로 뻗어 나간다. 수직적으로 경암층과 연암층이 번갈아 나타나고 암석이 동질적이어서 같은 모양의 하계망이 발달하게 된다. 침식에 강한 사암류가 주류를 이루는 경암층은 고원지대의 표면을 평평히 유지시키는데 그 말단부에는 수직적인 단애가 형성된다. 반면 셰일암석 등 연암층은 차별풍화와 침식을 받아 완경사면과 테일러스사면을 만든다. 두꺼운 퇴적층에서 이와같이 하곡이 생길 때는 단애와 완경사면이 번갈아 나타나 거대한 계단형 사면이 나타난다. 로키고원의 산간분지와 곡저의 토양은 온대성 건조토양으로서, 유기물이 쌓이는 곳은 비교적 비옥하다.
 

와이오밍고원분지의 겨울풍경. 소들이 이동하고 있다.


물사정이 나빠서

로키고원 남부의 경우, 그 증발량이 강수량보다 많아서 토양이 오랜기간 건조한 상태로 놓여 있으며 지하의 수분이 모세관현상으로 상승해 탄산칼슘 등 염류를 토양 윗부분에 두껍게 집적시킨다. 이러한 흰색의 각층을 미국서부에서는 캘리시(caliche)라고 부른다.

남부로키의 공통적인 문제는 물이다. 강수량이 2백50mm 이하의 건조지역이며 협곡들이 많아 미국에서 물사정이 가장 나쁜 지역이다. 그래서 외래하천인 콜로라도강을 이용해 대규모의 수리 관개 발전 등의 사업이 전개됐다. 평탄한 고원대지에는 나바호인디언을 비롯 프에블로족들이 거주한다. 이들은 보호구역에서 자치적으로 활동하며 산양 목축 은세공 등 수공업으로 꾸려간다.

남부로키에는 건조지형의 대표적 지형인 페디멘트(pediment)와 구릉성 산지가 독립해서 산재한 인젤베르그(inselberg)가 발달해 있다. 또 기계적 풍화로 인한 사력층이 곡저와 산악사면에 두껍게 쌓여 형성된 거력층사면(boulder slope)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페디멘트는 건조지역의 산지주변에 그 수준을 달리하면서 이뤄진 기반암의 침식면인데 산록에는 피복퇴적층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침식면은 와디(wadi)를 기준면으로 해서 발달한다.

로키고원의 주요 도시취락들은 덴버 솔트레이크시티 피닉스 등으로 모두 해발고도 1천8백m 이상인 내륙도시다. 이들은 주로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출발한 취락들이다.

사탕수수 옥수수 감자 등이 대규모로 재배되고 (아이다호주 전역에서 생산되는 감자는 맥도날드햄버거회사에 공급) 관개농업도 활발하다. 미국서부의 개척과 광산자원개발붐(천연가스 우라늄 금 구리 납 석탄 점토광물의 산출) 덕분에 주민의 이동이 활발해지자 유니온퍼시픽을 비롯한 횡단철도가 6개나 개통됐다. 이렇게 로키고원의 교통이 편리해짐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쉽게 왕래 할 수 있게 되었다.
 

대분지에 발달했던 고대호수 보네빌의 해안선. 산지에 걸쳐있는 수평선이 보네빌해안선이고, 고속도로는 프로브해안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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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권순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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