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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의 힘에 무너진 쇠소깍 아귀바위

제주도 한라산 남동쪽 산기슭에서 시작된 효돈천이 바다와 만나는 끝지점에 깊은 소(沼 : 연못)를 이루는 쇠소깍은 눈부시도록 푸른 빛깔을 토해내고 있어 찾는 이로 하여금 감탄이 절로 나게 한다.

이름부터가 예사롭지 않은 쇠소깍은 이곳 하효마을의 이름과 관련이 깊다. 하효마을을 예전에는 ‘쇠둔’마을이라 불렀으며, 효돈천 하구에 소가 있다고 해서 ‘쇠소’라 불렀다고 한다. ‘깍’은 ‘맨 마지막’을 나타내는 제주방언으로 ‘쇠소’와 ‘깍’을 합쳐 쇠소깍이란 이름이 태어났다. 예로부터 마을에서는 가뭄이 들었을 때 쇠소깍에서 기우제를 지내면 곧바로 큰비가 내렸다고 해서 ‘용연’(龍淵)이라 부르기도 한다.
 

소금의 힘에 무너진 '쇠소깍 아귀바위'


그런데 소의 물길이 끝나는 지점의 건너편 암벽으로 커다랗게 파인 구멍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그 형상이 기이하고도 놀라워 저절로 눈길이 간다. 마치 못생기고 험악하게 생긴 아귀가 입을 크게 벌린 모습 같기도 하고, SF영화 속 외계에서 온 괴물이 입을 벌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직 이름이 없다기에 필자는 해당 동사무소에 ‘아귀바위’라는 이름을 붙이자고 제안했다.

바위 표면에 어떻게 이런 구멍이 파인 것일까. 아귀바위의 구멍은 암석이 침식과 풍화를 받아 형성된 풍화혈로 지형학 용어로는 ‘타포니’(tafoni)라고 한다. 보통 암벽에 벌집처럼 집단으로 파인 구멍을 가리킨다.

타포니는 사암, 석회암, 화강암에 많이 나타난다. 암석의 갈라진 틈으로 수분이 침투해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점차 틈이 벌어진다. 이때 암석을 구성하는 광물질들이 물과 접촉해 반응하는 정도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암석이 분해된다. 타포니는 이런 과정을 통해 점차 구멍이 넓어진다.

쇠소깍에 발달한 타포니는 주로 화학적 풍화작용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암석은 조면암질 현무암이다. 현무암에는 지표면에 분출한 용암이 식는 과정에서 가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용암 내부에 갇혀 생겨난 기공이 수없이 많다. 현무암을 두고 ‘벌레 먹은 돌’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표면에 구멍이 많은 현무암의 경우 빗물이나 바닷물이 구멍 속에 오래 머물 수 있기 때문에 침식과 풍화가 빨리 일어난다. 현무암이어서 표면의 기공을 중심으로 침식과 풍화가 쉽게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쇠소깍처럼 현무암이 바닷가에 있는 경우 바닷물에 포함된 소금기가 현무암의 기공에 오랜 동안 쌓이면서 염풍화가 활발히 일어나 타포니가 잘 발달한다. 암석에 발달한 절리와 광물입자의 경계를 따라 염분이 쌓여 결정을 이루며 성장한다. 그러면 결정성장에 의한 압력으로 암석의 절리면이 점차 벌어지며 붕괴한다.

쇠소깍의 타포니는 초기에 탁구공에서 야구공 크기의 주먹만한 작은 구멍들이 여러 개 발달해 있다가 이 구멍들이 점차 침식과 풍화를 받아 성장하면서 지금처럼 하나의 커다란 구멍이 된 것이며 지금도 계속 커지고 있다.
 

아귀바위 생성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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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우평 지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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