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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에도 근육이 있다

全기자의 로봇 만들기 3.몸짱을 만드는 방법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다 보면 온몸이 불끈불끈한 몸짱 청년을 볼 수 있습니다. 보통사람은 움직이기도 힘든 역기를 몇십 번씩 번쩍번쩍 잘도 들어 올리지요. 역도 선수들은 한 번에 200kg이 넘는 무게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곤 한다니, 사람이 낼 수 있는 힘이 결코 작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사람의 근육은 대단히 뛰어난 기계입니다. 사람보다 힘이 센 기계야 많이 있습니다만, 근육보다 효율이 뛰어난 동력장치는 세상에 없습니다. 성인 남자가 하루 세끼 잘 먹는다면 4000Kcal(킬로칼로리) 정도를 섭취할 것입니다. 이 에너지를 가지고 하루 종일 걷고, 일하고, 운전하고, 책을 봅니다. 그러고도 열량이 남아서 ‘살 빼야 한다’며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합니다.



만약 사람과 같은 크기의 두발로봇을 만들고, 하루에 4000Kcal 만큼의 연료를 넣고 똑같은 일을 시키는 것이 가능할까요. 4000Kcal를 휘발유로 바꾸면 500g정도 될 텐데요, 제 자동차로는 회사까지 출근도 하지 못할 겁니다.



근육의 이런 고효율성은 단순히 ‘연비’ 개념으로만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어떤 동력장치보다 작고 가벼우면서도 큰 힘을 내기 때문입니다. 역도선수처럼 200kg이나 되는 물건을 한 순간에 번쩍 들어 올리는 기계를 만들 수야 있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붓더라도 사람만한 크기로 그런 기계를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입는 로봇 ‘하이퍼(HyPER)’는 기름의 압력을 이용하는 유압식 액추에이터 방식으로 만들어 졌다. 로봇의 관절 앞, 뒤로 연결된 실린더와 피스톤이 보인다.]



사람의 몸이 ‘만능 기계’인 이유

한국 최고의 여자 역사(力士) 장미란 선수는 중학교 3학년때 역도를 시작했는데, 그전까지는 피아노 연주를 좋아하던 평범한 소녀였답니다. 지금도 가끔 연습을 한다니, 장선수에게 피아노 연주를 부탁한다면 꽤 멋진 음악을 들을수 있을 겁니다.



이런 사례는 사람의 근육이 큰 힘을 낼 수 있지만, 필요할 때는 작은 힘을 써서 정밀한 동작으로 일을 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증거입니다. 이런 ‘만능성’은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몇십 kg짜리 물건을 옮기며 일을 하다가도, 금방 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이 사람입니다.





기계는 반대입니다. 어느 정도 힘의 크기를 조절하는 것은 가능합니다만, 원래 힘이 센 기계라면 정밀한 작업은 포기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이런 문제는 로봇을 실용화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2010년 10월, 일본산업기술연구소에서는 두발로봇 ‘HRP-4’를 업그레이드해 사람처럼 깡충깡충 뛰며 춤추는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아시모나 휴보같은 두발로봇도 앞다퉈 자연스러운 걷기, 달리기 기능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 사람과 꼭 닮아 보이긴 하지만 이런 로봇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려면 여러 가지 문제점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문이 뻑뻑하다면 문고리를 세게 잡아 당겨 억지로라도 열어야 하고, 발에 무언가 걸렸다면 다른 쪽 발목에 강한 힘을 주어서 넘어지지 않도록 버텨야 합니다. 주변 상황을 판단하는 인공지능도 꼭 필요합니다만, 힘을 자유 자재로 조절하는 법도 반드시 익혀야 할 숙제입니다. ‘갑자기’ 힘을 쓸 수 있는 동력구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뜻이죠.



하지만 이런 구조를 만드는 건 결코 쉽지 않습니다. 로봇의 몸속에서 사람의 근육 같은 일을 하는 장치를 ‘액추에이터(Actuator)’라고 부릅니다. 자동차의 엔진, 중장비의 팔에 붙어 있는 실린더 등 기계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라면 모두 액추에이터의 종류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근육만 한 것은 없다보니 결국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세상에 나와 있는 액추에이터를 최대한 활용해 사람과 비슷한 동작을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겁니다. 결국 로봇공학이란 액추에이터에서 나오는 힘을 정밀하게 조정해 로봇의 팔과 다리, 몸통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거라고 생각해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하이퍼는 두 종류가 존재한다. 위 사진은 큰 힘을 낼 수 있는 정통 유압식 액추에이터를 써서 만든 로봇으로 120kg가량의 짐을 지고 6~7시간 동안 움직일 수 있다. 아래는 소형 유압 액추에이터인 ‘EHA’를 써서 출력을 조금 낮추고, 소형화시킨 새로운 로봇이다.]



전기모터 vs. 기름 넣는 실린더

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액추에이터는 대부분 산업 현장에서 쓰기 위해 만든 것들입니다. 이런 부품들을 이용해 인간과 똑같은 동작을 하는 물건을 만들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개발된 로봇들은 어떤 ‘근육’을 써서 움직이고 있을까요. 그동안 일본이나 국내에서 개발된 로봇은 대부분 전기모터를 액추에이터로 사용했습니다. 유명한 아시모나 휴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기모터는 다양한 종류가 나와 있고, 크기도 비교적 소형입니다. 전압을 조정하면 어느 정도는 힘의 크기도 조절할 수 있고, 전압의 방향을 바꾸면 힘의 방향도 바꿀 수 있습니다. 여기다가 전기모터의 회전운동을 감속기(자동차의 기어장치)나 벨트, 체인 등으로 연결해 로봇의 몸 구석구석에 필요한 만큼 힘을 전달할 수도 있습니다.



전기모터방식보다 제어하기는 까다롭습니다만, 큰 힘을 낼 수 있는 ‘유압식 액추에이터’도 군사용 로봇 등을 만들 때 자주 쓰입니다. 먼저 전기펌프나 소형엔진을 이용해 전용오일을 주사기처럼 생긴 실린더 안으로 압축해서 밀어 넣습니다. 결국 실린더 안쪽에 있는 막대(피스톤)가 기름에 밀려나 밖으로 움직이겠지요.



이런 실린더를 로봇의 관절 앞, 뒤로 연결돼 팔과 다리를 움직이는 식입니다. 유압식은 결국 기름의 압력으로 피스톤을 밀어내어 움직이는 것이라서, 기름이 새지 않도록 꼭 밀봉해 주는 ‘실링’ 기술, 높은 기름의 압력에 견뎌내는 튼튼한 실린더와 피스톤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부품의 소재나 가공여부에 따라 성능이 바뀌기 때문에 겉보기에 똑같이 생긴, 주사기의 고무패킹 같은 내부부품의 값이 몇 십배 까지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큰 로봇 1대를 만들면 액추에이터 부품 값으로만 몇 천만 원이 우습게 들어가죠.



유압식 액추에이터 방식은 실런더가 관절 앞뒤로 붙어 움직이기 때문에 관절의 운동 형태를 사람의 근육과 유사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름의 압력을 유지해야 하니 기름을 공급하는 장치, 내부 마찰로 뜨거워진 기름을 식히는 장치 등을 달고 다녀야 하는 것이 단점입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최근에는 EHA(Electro Hydraulic Actuator)라는 작은 유압식 액추에이터도 개발됐습니다. 실린더를 없애고 펌프로 로봇의 관절 속에 바로 유압을 공급하는 방식이어서 크기를 작게 만들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유압식 액추에이터로 로봇을 만드는 곳은 한국 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이 대표적입니다. 2006년부터 네발로 걷는 군사용 짐꾼 로봇 ‘진풍’(견마로봇)을 유압식 액추에이터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2010년 여름에는 입으면 힘이 세지는 군사용 로봇 ‘하이퍼’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 기름이 아닌, ‘공기’의 압력을 이용하는 ‘공압식 액추에이터’ 도 있습니다. 힘은 유압식에 비해 월등히 셉니다. 하지만 공기의 부피변화가 커서 콘트롤이 까다로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잘 쓰지 않습니다.





[생기원이 개발한 네발 짐꾼로봇 ‘진풍’. 견마로봇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유압식 액추에이터 로봇이지만 하이퍼와는 다르게 소형엔진의 힘을 이용해 기름의 압력을 만든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읽어보면 진풍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액추에이터의 종류

일반 DC모터 보다는 BLDC모터가, BLDC 모터보다는 유압식 액추에이터가 더 강한 힘을 내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크기나 무게는 더 커진다. 로봇공학자는 개발하려는 로봇의 성격에 맞는 액추에이터를 선택하거나 새롭게 개발해야 다음 연구를 할 수 있다.]


 

[KAIST 오준호 교수팀이 개발한 로봇 휴보2의 다리. 케이스를 벗긴 내부 모습. 무릎관절 위쪽으로 200W 출력의 BLDC 모터가 장착돼 있다(노란 원 안). 일반직류(DC) 모터에 비해 출력이 20~30% 이상 높다.]



미래 로봇은 ‘진짜 근육’ 얻는다

‘기계’에 사람의 근육과 똑같은 모습, 똑같은 기능을 하는 ‘인공근육’을 만들어 붙여 보자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최혁렬 성균관대 교수팀이 이런 ‘로봇전용 인공근육’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무거운 유압탱크나 실린더를 달고 다닐 필요도 없고, 전기만 흘려 넣으면 근육이 수축해 관절을 굽히거나 펴 주니까요. 전압이 높아지면 빨리, 큰 힘으로 굽혀지고, 낮아지면 천천히 굽혀지기 때문에 인간의 신체동작을 유사하게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인공근육은 압력을 받으면 부피가 줄어들면서 전기를 내어 놓는 ‘압전소자’라는 물질을 이용합니다. 이런 압전소자에 전압을 흘려 넣으면 반대로 부피가 늘어납니다. 이 소재를 몇 겹이고 겹쳐 사람의 근육처럼 수축과 이완이 되게 만드는 것인데, 진짜 사람의 근육에 비해선 수축률도, 수축 속도도 부족하기 때문에 아직 실용화하기에는 부족합니다.



하지만 다른 로봇전문가들은 하루 속히 이런 로봇전용 인공근육이 개발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박상덕 한국 생산기술연구원 민군실용로봇사업단장은 “지금까지 만든 로봇은 다른 기계장치의 부품을 빌려서 만든 것과 마찬가지”라며 “인공근육이 실용화된다면 로봇공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 봤습니다.



사실 ‘인공근육’이라는 개념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로봇이 아니라 사람의 몸에 이식할 목적으로 이런 인공근육을 꾸준히 연구해 왔습니다. 이런 ‘생체용인공근육’ 기술을 응용한다면 로봇에 쓰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미 2006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대나 연구팀이, 2009년에는 댈러스텍사스대 연구팀이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인공근육을 개발했습니다. 국내에선 김선정 한양대 교수팀이 고분자 물질을 이용한 생체인공근육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로봇이 어떤 모습을 하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최고의 효율성을 얻고자 한다면 동물의 근육세포를 배양해 로봇의 골격에 연결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는 있겠지요. 현재 상용화된 기술 중 가장 각광받는 방법은 역시 유압식입니다. 하지만 제어하기 편하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싼 전기모터 방식도 포기하기 어렵습니다.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 로봇이 상용화 된다면 가정용은 전기모터 방식이, 군사용 로봇은 유압식으로 통일되지 않을까요. 인공근육 방식은 그 이후에 고민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2011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전승민 기자 | 감수 오준호 KAIST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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