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부터 심심찮게 들려오는 빛에 대한 최신 연구들은 상당히 흥미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당시 해외저널에 발표된 원문들을 살펴봐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다.
스페셜 리포트 코너를 기회삼아 이 분야와 관련된 국내 전문가들을 물색했다. 생각보다 국내에 느림보 빛을 연구하는 전문가가 많지 않았다. 겨우 둘뿐이었다. 대전에 위치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함병승 박사와 청주 교원대의 김중복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함박사는 올초 미국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고체에서 빛을 느리게 함과 동시에 정지시키는데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해 이미 유명인사가 됐다. 그는 고체전문가다. 박사과정에서 세계 최초로 고체물질에서 검은 공진을 관측했고, 지금까지 마찬가지로 고체를 이용한 양자 광학 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양자스위치 이론을 개발하는 연구를 과학기술부 창의연구과제로 수행중이다.
함박사는 연구비와 시간이 허락한다면 양자스위치를 개발해 앞으로 5-10년 내에 닥칠 광통신 한계를 극복하고, 양자컴퓨터를 연구해 10-20년 내에 닥칠 반도체의 파국을 돌파할 생각이다. 오랜 시간 동안 이 분야를 연구해서인지, 그로부터 빛의 느림보와 정지 실험에 대한 뒷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교수는 교원대 물리교육과에 재직해서인지 기초적인 부분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그는 기체 원자를 이용해 느림보 빛과 빠른 빛 연구를 함께 수행하고 있다.
이 글을 준비하던 도중인 4월초 김교수로부터 기쁜 소식을 접했다. 진공 중에서 빛의 속도보다 약 6천배 빠른 신호를 관측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이었다. 진공 중 빛 속도의 3백10배였던 종전의 기록보다 무려 20배 빠른 초고속 빛을 만드는데 성공한 셈이다.
또한 같은 실험 장치로 빛을 약 6백배 느리게 가게 만든 실험도 성공했다고 들뜬 목소리로 전화해줬다. 이 내용의 기사를 준비하던 와중에 받은 소식이라 김교수의 성공은 더욱 의미 있었다.
한편 함박사와 김교수와의 지리적인 거리감 때문에 이들의 도움만으로 글을 쓰기는 힘들었다. 또한 함박사와 김교수의 설명이 약간씩 서로 상반된 듯해, 이들의 설명을 총정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서울대 물리학부 이재형, 안경원 교수를 찾아갔다. 이들은 느림보 빛을 직접 연구하고 있지 않지만, 이 연구의 기초가 되는 EIT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때문에 함박사와 김교수로부터 들은 설명을 종합하고 전체를 바라보는데 많은 도움을 얻었다. 특히 이교수 연구실의 박사과정생 최원식씨로 부터 실질적인 많은 도움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