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서울대 이동통신연구실의 문을 처음 두드린 것은 2000년 여름이었다. 당시 휴대전화가 전국민에게 널리 보급되던 시기였다. 앞으로 이동통신 시장에 큰 기회가 올 것 같았고, 그 한 켠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 이동통신연구실로 대학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무선 데이터 통신의 보급은 기대했던 것만큼 단시간에 오지 않았다. 3세대 초기 이동통신 시장에서 데이터 트래픽 사용에 대한 반응은 기대 이하였다. 매력적인 애플리케이션이 부족하고, 미성숙한 기술로 인한 높은 가격이 그 이유였던 것 같다. 그런 실망스러움에 의욕이 꺾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후 다가올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고 나아갈 바를 제시해준 이광복 지도교수의 도움으로 꿈을 잃지 않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연구실에서 차세대 초고속 이동통신의 핵심기술인 다중안테나(MIMO) 기술과 직교주파수분할다중접속(OFDMA) 방식을 깊이 연구했다. 주로 연구했던 통신 하위계층 뿐만 아니라, 상위계층도 함께 알아갔다. 생소한 분야라 단기적인 성과를 잘 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실의 전폭적인 지원과 신뢰를 받으며 공부할 수 있었다.
차세대 초고속 이동통신 개발을 위한 대형 산학과제와 정부과제를 수년 동안 진행했던 것은 산업체를 진로로 정한 필자에게는 너무나 유익한 경험이었다. 자칫 이론으로만 치우친다면 무의미한 탁상공론이 될 수 있는 통신 분야에서, 실효성 있으면서도 혁신적인 기술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대형 과제를 주도하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조직의 팀워크를 다지는 법과 중요성도 깨달았다.
현재 이동통신 기술은 생각보다 더 생활의 많은 것들을 바꿔버렸다. 2010년의 핵심 이슈였던 스마트폰을 필두로 이동기기의 장점을 극대화한 수많은 애플리케이션들이 사용자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기술적 변화가 사회 문화적인 패러다임까지 바꿔놓는 데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 디스플레이 및 배터리 기술이 발전하고, 한 사용자가 보유한 다수의 기기를 융합하는 PCC(Personal Cloud Computing) 기술이 일반화되면, 우리의 생활은 더욱 급변할 것이다.
필자는 현재 차세대 이동통신 표준인 LTE용 단말 칩을 개발하고 있다. 이동통신 산업의 핵심인 단말 칩은 10여 년 이상 해외 독점 기업에 고액을 지불해야만 했던 제품이다. 그래서 단말 칩의 국산화는 우리나라의 숙원 사업이었다. 오랜 시간 노력한 덕분에 이제 그 꿈의 실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꿈의 기술이 현실이 되고 그것이 다시 또 다른 꿈을 꾸게 하는 과정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더 창의적이고 패기있는 젊은이들의 도전으로 우리 연구실을 비롯한 연구기관에서 더 많은 과학기술자가 배출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