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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science] 얼짱 몸짱 마법의 주사는 없다?!

요즘은 날씬한 몸매와 아름다운 얼굴을 위해 칼을 댈 필요가 없다. 주사 몇 방으로도 군살을 없애고 코를 높이고 주름을 편다. 매우 간편해 몇 분밖에 걸리지 않으며 부작용도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살 빼는 주사가 피부를 죽이고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마법의 주사’ 약발이 떨어진 걸까.


“살을 빼고자 하는 부위를 적당한 부피만큼 디자인한다. 1cm 간격으로 2mL씩 5곳, 2~4번에 걸쳐 주사를 놓는다. 한 달 정도 지나면 군살이 마법처럼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부작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주사약이 지방세포만 골라 없애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지방파괴 주사’, ‘살 빼는 주사’, ‘마법의 주사’로 알려져 있는 PPC 시술은 몸에 칼을 대지 않는 간편한 시술이며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머라이어 캐리, 브리트니 스피어스 같은 스타들도 PPC 시술로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도 2008년 PPC 시술이 도입되면서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인 중에서도 효과를 본 사례가 많았다.

PPC는 콩에서 추출한 세포막의 구성 성분인 포스파티딜콜린과 담즙의 구성성분인 데옥시콜레이트의 혼합물이다. 포스파티딜콜린은 지방세포를 녹여 땀이나 소변으로 배출시킨다. 데옥시콜레이트는 포스파티딜콜린이 주사용액에 잘 녹도록 돕는다. 두 물질은 지방세포를 줄이거나 없애는 데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 특히 국소 부위의 군살을 없애는 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PPC를 비만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라고 발표했다. 한때 PPC 시술에 적극적이었던 유명 피부과와 성형외과들은 대부분 PPC 시술을 중지한 상태다. 또 PPC 시술을 조장하는 칼럼을 쏟아내던 병원이나 전문의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흔적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법의 주사였던 PPC가 왜 문제가 된 걸까.
 

검증 없이 살 빼는 주사로 둔갑

PPC는 1959년 독일에서 간 질환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간 경변 말기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에게 PPC를 투여하면 혈액 내 지방을 없애 혈관이 막히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1988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국제 메조테라피 학회에서는 PPC가 피하지방을 파괴하는 효과가 있음이 처음으로 발표됐다. 199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군살을 없애는 용도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2006년쯤에는 브라질과 미국, 유럽에서 살 빼는 주사로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도 2008년 이후부터 성행했다.

그런데 2010년 4월 미국식품의약청(FDA)은 PPC 시술을 성형 용도로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지금까지 지방을 없애는 용도로 PPC를 비롯해 어떠한 주사제도 승인한 적이 없으며, PPC의 지방 제거 효과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 결과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실제로 PPC 시술을 받고 부작용을 겪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났다. 주사를 맞은 부위가 붉어지고 부풀어 오르거나 가렵고 심하면 피멍이나 염증도 일어났다. 피부가 죽어 다시 살리기 어려워진 경우(괴사)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 중 상당수가 시술 전에 병원에서 PPC 시술의 부작용에 대해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서울대 의대 성형외과학교실 최태현 교수는 “의학적으로 허가 받지 않았다는 것은 어떤 부작용이 나타나는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라면서 “그래서 의대가 있는 종합병원에서는 그동안 PPC 시술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증되지 않은 시술이 유행하는 것을 틈타 한 몫 잡으려는 일부 병원과 살을 쉽게 빼려는 사람들의 욕심이 PPC 주사를 마법의 주사로 둔갑시킨 셈이다.

PPC가 군살을 제거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최 교수는 “지방세포만 없앤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지방세포뿐 아니라 그 주변의 혈관과 근육까지 파괴한다”고 말했다. 염증이 생기거나 피부가 괴사할 위험이 있는 걸 알고도 무모하게 주입해왔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데옥시콜레이트가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위험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 의대 카트리나 드보라크 교수팀은 “데옥시콜레이트가 DNA를 손상시키며 유방암 세포를 키우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갸름한 턱선 만드는 ‘쁘띠성형’ 문제없나

PPC 시술이 의학적으로 검증된 바 없는데도 왜 일각에서는 마법의 주사처럼 광고했을까. 또 부작용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PPC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술에 비해 간편하고 안전해 보이는데다, 식이요법이나 운동만큼 수고 들이지 않고도 더 빨리 날씬해질 수 있다는 유혹 때문이다. 다이어트뿐이 아니다. 요즘에는 주사 몇 대 만으로 더 빠르고 더 자연스럽게 예뻐지는 시술, 일명 ‘쁘띠성형’이 인기다. 가장 많이 이뤄지는 것이 보톡스와 필러 주입이다.

보톡스는 부패된 음식에서 검출되는 혐기성 세균인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이 만드는 신경독소(보툴리눔 톡신)를 정제해 만든다. 국내에서는 보툴리눔 톡신이라는 명칭대신 미국 앨러간사에서 만든 제품명 보톡스를 일반적으로 쓴다. 보톡스는 운동신경과 근히알루론산육이 만나는 곳에서 근육의 수축을 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아세틸콜린)이 분비되는 것을 막는다. 근육이 움직이지 못하면 점점 퇴화해 두께가 얇아진다. 턱 부위에 보톡스를 주사하면 턱을 갸름하게 만들 수 있다. 주름을 만드는 근육에 보톡스를 주사하면 근육이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해 주름이 더이상 생기지 않는다. 성형 목적 외에도 눈을 지나치게 깜빡거리는 안검경련, 근육을 심하게 떠는 소아마비를 치료할 때도 보톡스를 쓸 수 있다.

필러는 보톡스와는 조금 다르다. 주름이 깊게 지거나 움푹 파인 상처의 피부에 콜라겐 같은 물질을 넣으면 푹 꺼져 있던 부위가 위로 솟아 평평해진다. 납작한 이마를 도톰하게 만들거나 볼을 통통하게 만들 수 있다.

보톡스와 필러가 PPC 시술과 다른 점은 의학적으로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이미 많이 나왔으며 의료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허가받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보톡스와 필러 시술에는 부작용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또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사라져 원래 상태로 회복된다.

현재 성형외과에서 사용하고 있는 필러의 재료는 콜라겐이나 히알루론산 처럼 조직에 들러붙어 움직이지 않으며 염증 같은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 FDA 등에서 허가받은 것들이다. 물론 이론상으로 피부에 주입하기가 쉽고 외관상 자연스럽게 보이며 시술 후에 아프지 않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성형외과 전영준 교수는 “필러는 오래 지속되는 것보다는 3~6개월 만에 몸속으로 흡수되는 재료가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콧대를 높이기 위해 주입한 필러를 예로 들면, 처음에 넣었을 때는 오뚝한 콧날을 만들기 위해 원래 조직에 붙어 있어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차 흡수돼 소변으로 배출돼야 한다. 그래서 필러는 원래 몸속에 존재하는 물질이거나 뱃살, 허벅지 등 자기가 갖고 있는 지방을 추출해 사용한다. 전 교수는 “최근 지방줄기세포를 이용한 필러 시술도 있다”며 “아직 연구 단계일 뿐이며 허가는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형 부작용 77% 불법 시술 탓

보톡스나 필러가 부작용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쁘띠성형을 받고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리는 사례를 언론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지나친 욕심으로 과도한 양을 넣은 경우다. 예를 들어 미간이나 이마의 주름을 펴는 데 보톡스를 과도하게 주입하면 약물이 눈 근육까지 퍼지면서 마비시킨다. 눈꺼풀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해 눈을 뜨고 있기가 힘들어진다. 하지만 3~4개월이 지나면 효과가 사라져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기 때문에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전문의들은 “보톡스가 인체에 해를 끼치려면 몸무게 70kg인 성인을 기준으로 한 번에 5병 이상 주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톡스 1병에 든 양을 100으로 봤을 때 시술에 사용하는 양은 20~30 밖에 되지 않는다. 필러도 지나치게 넣으면 외관상 부자연스러워지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흡수돼 큰 위험이 따르지 않는다.
 
보톡스나 필러를 넣고 부작용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불법 시술을 받기 때문이다. 최근 강북삼성병원 성형외과 장충현 교수팀이 2003~2008년 동안 필러 시술 부작용으로 내원한 120명을 분석한 결과, 불법 시술을 받은 사람이 76.7%였다고 밝혔다.

이들 대부분은 수십 만 원이 드는 시술을 몇 만 원에 하려는 욕심에 무허가업자를 찾아갔다. 최 교수는 “FDA와 식약청에서 허가하지 않은, 즉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물질을 많이 쓴다”며 “시간이 지나도 몸속으로 흡수가 되지 않아 일명 ‘선풍기 아줌마’처럼 보기 흉한 얼굴이 돼버린다”고 설명했다.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보톡스와 필러 재료는 전문의만 구입할 수 있고 가격이 비싸다. 무허가업자들이 사용하는 재료는 대개 화장품이나 연고의 원료인 바셀린이나 초를 만드는 파라핀등이다. 주입한 부위에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제때 제거수술을 하지 않으면 피부가 썩을 수도 있다.

최 교수는 “자기가 가진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싶다면 전문의와 상담을 해야 한다”면서도 “한 번 성형시술을 시작하면 몇 개월마다 꾸준히 받아야 하고, 예뻐지고 싶다는 욕망이 점점 커져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얼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간혹 텔레비전에서도 웃음소리가 들리는데 눈과 입 꼬리가 전혀 변하지 않거나, 코가 미간이 아닌 이마 한가운데에서 솟기 시작하는 몇몇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나이를 알 수 없을 만큼 주름 하나 없이 탱탱한 얼굴, 이마와 코가 인위적으로 높이 솟은 얼굴을 과연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현명한 사람이라면 나이가 들수록 화난 표정보다 웃는 표정을 만드는 주름이 더 많이 생기도록 고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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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 일러스트

    이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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