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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스퀘어는 어떻게 부활했을까?

과학동아가 선정한 이달의 책

오늘날 공연 문화의 중심지로 유명한 뉴욕 타임스퀘어. 하지만 불과 26년 전인 1984년만 해도 범죄가 끊이지 않고 퇴폐업소가 가득한, ‘온갖 저속한 것이 다 모여 있는’ 처치곤란의 공간이었다. 다시 달력을 30년 전으로 더 돌리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타임스퀘어는 토요일이면 어린이가 아버지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가던 곳이었다. 가게에서는 핫도그를 팔고 거리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곳이었다. 도심에서 슬럼으로, 그리고 다시 도심으로. 60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타임스퀘어의 운명은 세 번 바뀐 셈이다.



하나의 사회와 도시를 이렇게 극적으로 바꾼 원인은 무엇인가. 경제학이나 철학, 사회학, 역사학 등 잘 알려진 사회과학 이론들은 사회와 도시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나름의 해석을 내놓고 그 원인을 밝혀 냈다. 원인을 알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들 학문이 미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그 원인을 인간의 ‘종잡을 수 없이 변덕스럽고 비합리적인 특성’, 즉 우발성에서 찾았다. 그렇다면 우발성으로 가득 찬 인간 사회는 영원히 알 수 없는 걸까.



노르웨이 스발바르 군도에 있는 스피츠베르겐 섬의 툰드라 지역에는 지름이 2m인 분화구 모양의 야트막한 지형이 넓게 펼쳐져 있다. 마치 사람이 만든 것 같지만, 빙하가 얼고 녹으며 흙은 흙끼리, 돌은 돌끼리 각각 모이며 만들어진 자연 지형이다.



인간의 집단, 즉 사회도 이 지형과 비슷한 행태를 보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저자는 인간을 ‘사회적 원자’라고 가정하고 물리학 지식을 이용해 행동을 분석한다. 흙 알갱이는 흙 알갱이끼리, 돌은 돌끼리 모여 분리가 일어나는 과정과 그 경향이 점점 강해지는 과정을 복잡계과학에서는 각각 ‘자기조직화’와 ‘양의 되먹임’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사람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고 따라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경향이 비슷한 생각이나 성향을 가진 사람을 불러 모은다. 일단 한 번 사람이 모이기 시작하면 그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사람이 모이면서 집단이 움직이고, 집단이 다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대표적인 예가 2005년 파리 외곽의 소요 사태다.



타임스퀘어의 이해할 수 없는 변화 역시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위험천만한 슬럼만이 도심을 메우고 있던 1990년대 초, 어떤 기업도 이 곳에 진출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니, 진출하고 싶었지만 5000원감히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일단 디즈니 같은 대형 기업이 진출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너도나도 타임스퀘어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투자자가 몰리자 더욱 많은 사람들이 투자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몰려들었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의 번화한 문화 중심지다. 일종의 ‘쏠림’ 현상이 사회를 변화시킨 셈이다.



이러한 ‘쏠림’은 인종별 분리와 부의 불평등, 슬럼과 같은 사회 문제가 물리학적 원인으로 발생했다는 사실을 설명해 준다. 그렇다면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자연 현상이라고 봐야 하는 걸까. 저자의 결론은 반대다. 지금껏 사회를 변모시키기 위해 필요했던 것이 거대한 프로젝트나 사람을 지도하기 위한 계몽이었다면, 이제는 사회를 구성하는 ‘원자’인 사람 개개인의 상호작용에 더 주목해야 한다. 개인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개인과 사회의 상호작용이 다시 개인과 사회의 운명을 새로운 국면으로 이끈다. 저자는 이 새로운 사고 방식을 한 마디 말로 요약한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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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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