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말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서울 코앞까지 번지고 있다. 국내에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그런데 이 구제역의 원인은 당신이 무심코 외국에서 들고 온 소시지일지도 모른다. 외국에서 들여온 소시지가 왜 그토록 위험한지 알아보자.
“가방 열어 주세요. 소시지, 육포 검사합니다.”
인천공항이나 항만에서 간혹 이런 장면을 봤을 것이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면 반드시 ‘소시지나 햄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 작은 소시지가 대체 뭐라고 가방 속까지 샅샅이 검사하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구제역과 같은 악성가축전염병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외국에서 무심코 들고 들어온 육가공품이기 때문이다. 미국농림성(USDA)이 1870년부터 1993년까지 발생한 구제역 627건의 원인을 분석했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구제역의 66%가 소시지, 햄 등 육가공품 때문에 일어났던 것이다.
“소시지는 구제역의 천국”
왜 육가공품이 그렇게 문제가 될까. 구제역바이러스가 육가공품 안에서 오랫동안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건조 소시지인 살라미에서 400일, 내장육을 사용한 소시지에서는 780일까지 생존한다. 구제역바이러스는 70℃가 넘는 온도로 가열해야 죽는데, 소시지를 만드는 방법에 따라 구제역바이러스가 죽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여행객들은 자신이 갖고 들어오는 가공식품이 대부분 포장이 된 데다 현지에서 팔리는 식품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호주 등 구제역 비발생국의 식품도 100% 믿기는 어렵다. 중국, 베트남처럼 구제역이 자주 발생한 나라의 육가공품은 특히 위험하다. 우선, 원료가 의심스럽다. 구제역에 걸린 소나 돼지를 이용해 제품을 만들었을 수 있다. 건강한 가축을 가공해 소시지를 만들었다고 해도 제품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구제역바이러스가 묻었을 가능성도 높다. 더구나 멸균을 제대로 했는지 확인할 수 없어 검역 시 모두 압수해 소각한다.
“사람이 가장 막기 어렵다”
그렇다면 공식적으로 수입하는 축산물은 어떨까. 수입 축산물은 모두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검사를 받는다. 한국은 청정국의 축산물만 국내에 들여오고 있지만 이들도 검역을 피할 수는 없다.
먼저 수입 전에 서류와 현지조사로 수출국의 축산물에 구제역이나 기타 질병이 없는지 미리 검토한다. 검역증명서가 없거나, 수출국 이외의 나라를 경유한 축산물은 모두 반송한다.
다음은 관능검사다. 변질이나 부패 또는 이물질이 없는지 눈, 코, 손가락 등 오감을 이용해 검역관이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정밀검사를 통해 병원균이나 해로운 화학성분이 있는지 조사한다. 모든 축산물을 검사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영하 20℃의 냉동 창고에서 무작위로 몇 개의 상자를 골라낸다. 그리고 상자마다 약 500g씩 낱개 포장된 고기를 하나씩 꺼낸다. 여섯 샘플 실험으로 정밀검사 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 세 단계를 거친 축산물만 유통된다. 박경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검역관은 “축산물 가공품에 병원성 미생물이 발견되면 전량 파기하거나 본국으로 돌려 보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사람이다. 검역관들은 “가장 막기 어려운 것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해외에서 신종인플루엔자에 감염된 환자가 증세가 악화되기 전에 입국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구제역도 마찬가지다. 사람에게 옮지는 않지만 바이러스가 여행객의 신발이나 의복, 짐 등에 묻어 국내로 들어올 수 있다. 2010년 4월, 우리나라 중부 전역에 구제역이 발생한 적이 있다. 강화지역의 소 농가 주인이 중국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그 축사에서 구제역이 시작됐다. 그 후 구제역은 경기 김포, 충북 충주, 충남 축산 기술연구소, 충남 청양 등으로 번져 나갔다. 직접적 피해액만 1600억 원에 이른다.
이런 일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모든 공항과 항만의 입국 게이트에는 소독발판이 설치돼 있다. 신발 바닥에 미생물이 가장 많이 묻어 들어오기 때문이다. 미생물은 신발에 묻은 흙에서도 얼마간 생존할 수 있다. 소독발판을 밟으면 소독제가 신발 밑바닥에 묻어 있는 미생물을 어느 정도 없앨 수 있다. 이 소독발판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다. 강성필 검역관은 “소독발판이 인천국제공항의 이미지를 해친다거나 미끄러워 넘어지기 쉽다는 불만도 있지만 전염병을 막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최근 다른 검역법을 제안했다. 전국의 축산업자와 인공수정가, 수의사 등 축산업 관련자는 국내에 입국할 때 소독약과 공기의 압력을 이용해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소독기를 거치자는 것이다. 소지품과 옷가지도 자외선 소독기에서 멸균한다. 지금은 원하는 축산업자만 대상이지만 이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다.
이규영 검역관은 “여행객들이 ‘나 하나쯤’ 하며 검역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 수만 마리의 소, 돼지를 살처분하게 된다”며 “작은 참여가 구제역을 예방하는 데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가방 열어 주세요. 소시지, 육포 검사합니다.”
인천공항이나 항만에서 간혹 이런 장면을 봤을 것이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면 반드시 ‘소시지나 햄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 작은 소시지가 대체 뭐라고 가방 속까지 샅샅이 검사하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구제역과 같은 악성가축전염병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외국에서 무심코 들고 들어온 육가공품이기 때문이다. 미국농림성(USDA)이 1870년부터 1993년까지 발생한 구제역 627건의 원인을 분석했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구제역의 66%가 소시지, 햄 등 육가공품 때문에 일어났던 것이다.
“소시지는 구제역의 천국”
왜 육가공품이 그렇게 문제가 될까. 구제역바이러스가 육가공품 안에서 오랫동안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건조 소시지인 살라미에서 400일, 내장육을 사용한 소시지에서는 780일까지 생존한다. 구제역바이러스는 70℃가 넘는 온도로 가열해야 죽는데, 소시지를 만드는 방법에 따라 구제역바이러스가 죽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여행객들은 자신이 갖고 들어오는 가공식품이 대부분 포장이 된 데다 현지에서 팔리는 식품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호주 등 구제역 비발생국의 식품도 100% 믿기는 어렵다. 중국, 베트남처럼 구제역이 자주 발생한 나라의 육가공품은 특히 위험하다. 우선, 원료가 의심스럽다. 구제역에 걸린 소나 돼지를 이용해 제품을 만들었을 수 있다. 건강한 가축을 가공해 소시지를 만들었다고 해도 제품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구제역바이러스가 묻었을 가능성도 높다. 더구나 멸균을 제대로 했는지 확인할 수 없어 검역 시 모두 압수해 소각한다.
이런 제품을 몰래 가지고 들어오면 구제역바이러스가 국내에 퍼질 수 있다. 실제로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역학조사 결과, 2000년 3월 국내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해외 여행객이 가지고 온 육가공품이 원인일거라 추정한다.
육가공품 외에 구제역 원인으로 공기 전파(22%), 가축수입(6%), 사람(4%), 백신(3%), 야생동물(1% 미만)이 있다. 공기 전파를 제외한다면 다른 원인에 비해 육가공품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공항에서 몇 사람만 검사하는 이유
‘양심에 의존하는’ 설문조사와 몇 명 골라 가방을 조사하는 것만으로 국내에 들어오는 소시지를 모두 찾을 수 있을까. 사실 여행객들의 가방 속에 있는 ‘소시지 찾기’는 비행기가 공항에 내릴 때부터 시작된다. 인천국제공항은 중국, 대만, 베트남 등 17개 구제역 발생 국가에서 오는 35개 노선에 육가공품을 찾아내도록 훈련된 검역견을 배치하고 있다. 검역견은 2001년부터 도입됐다. 후각능력이 뛰어난 비글이라는 종이 많이 활용되는데, 체격이 작아 좁은 공간에서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검역견은 비행기에서 내린 짐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공항으로 들어올 때 짐에 육가공품이 들어 있는지 조사한다.
검역견의 활약이 끝나면 이번에는 사람이 나설 차례다. 세관원이 엑스선 검색기로 짐에 축산물과 육가공품이 있는지 검사한다. 일반인은 화면만 봐서는 알아보기 어렵지만 훈련받은 감독관은 한눈에 어떤 물건이 들어 있는지 척척 알아낸다.
짐에 육가공품이 들어 있는 경우 주황색 표식을 붙인다. 이 표식이 붙은 짐의 주인만 검역관이 호출하기 때문에 여행객들은 ‘몇몇 사람만 허술하게 검사하고 넘어 간다’고 오해하기 쉽다.
문제는 비행기 짐칸에 맡기지 않고 개인이 휴대한 가방이다. 현실적으로 모든 승객의 가방을 뒤져보긴 어렵기 때문에 주변에서 ‘별 문제 없이 식품을 가지고 들어왔다’고 말하는 사람을 종종 본다. 2010년 여름엔 15일 동안 인천항에서 압수한 육가공품의 양이 300kg에 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육가공품 외에 구제역 원인으로 공기 전파(22%), 가축수입(6%), 사람(4%), 백신(3%), 야생동물(1% 미만)이 있다. 공기 전파를 제외한다면 다른 원인에 비해 육가공품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공항에서 몇 사람만 검사하는 이유
‘양심에 의존하는’ 설문조사와 몇 명 골라 가방을 조사하는 것만으로 국내에 들어오는 소시지를 모두 찾을 수 있을까. 사실 여행객들의 가방 속에 있는 ‘소시지 찾기’는 비행기가 공항에 내릴 때부터 시작된다. 인천국제공항은 중국, 대만, 베트남 등 17개 구제역 발생 국가에서 오는 35개 노선에 육가공품을 찾아내도록 훈련된 검역견을 배치하고 있다. 검역견은 2001년부터 도입됐다. 후각능력이 뛰어난 비글이라는 종이 많이 활용되는데, 체격이 작아 좁은 공간에서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검역견은 비행기에서 내린 짐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공항으로 들어올 때 짐에 육가공품이 들어 있는지 조사한다.
검역견의 활약이 끝나면 이번에는 사람이 나설 차례다. 세관원이 엑스선 검색기로 짐에 축산물과 육가공품이 있는지 검사한다. 일반인은 화면만 봐서는 알아보기 어렵지만 훈련받은 감독관은 한눈에 어떤 물건이 들어 있는지 척척 알아낸다.
짐에 육가공품이 들어 있는 경우 주황색 표식을 붙인다. 이 표식이 붙은 짐의 주인만 검역관이 호출하기 때문에 여행객들은 ‘몇몇 사람만 허술하게 검사하고 넘어 간다’고 오해하기 쉽다.
문제는 비행기 짐칸에 맡기지 않고 개인이 휴대한 가방이다. 현실적으로 모든 승객의 가방을 뒤져보긴 어렵기 때문에 주변에서 ‘별 문제 없이 식품을 가지고 들어왔다’고 말하는 사람을 종종 본다. 2010년 여름엔 15일 동안 인천항에서 압수한 육가공품의 양이 300kg에 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제역은 사람이나 차량과 같은 매개체를 통해 전염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에서는 사람과 차량의 이동을 제한하고, 꼭 통행이 필요한 경우 약품을 뿌려 소독한다.]
[세관을 통과할 때 엑스선 검사기로 짐의 내용물을 확인한다. 노련한 세관 직원들은 엑스선 화면만 보고도 거의 모든 물품을 식별해 낼 수 있다.]
[세관을 통과할 때 엑스선 검사기로 짐의 내용물을 확인한다. 노련한 세관 직원들은 엑스선 화면만 보고도 거의 모든 물품을 식별해 낼 수 있다.]
“사람이 가장 막기 어렵다”
그렇다면 공식적으로 수입하는 축산물은 어떨까. 수입 축산물은 모두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검사를 받는다. 한국은 청정국의 축산물만 국내에 들여오고 있지만 이들도 검역을 피할 수는 없다.
먼저 수입 전에 서류와 현지조사로 수출국의 축산물에 구제역이나 기타 질병이 없는지 미리 검토한다. 검역증명서가 없거나, 수출국 이외의 나라를 경유한 축산물은 모두 반송한다.
다음은 관능검사다. 변질이나 부패 또는 이물질이 없는지 눈, 코, 손가락 등 오감을 이용해 검역관이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정밀검사를 통해 병원균이나 해로운 화학성분이 있는지 조사한다. 모든 축산물을 검사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영하 20℃의 냉동 창고에서 무작위로 몇 개의 상자를 골라낸다. 그리고 상자마다 약 500g씩 낱개 포장된 고기를 하나씩 꺼낸다. 여섯 샘플 실험으로 정밀검사 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 세 단계를 거친 축산물만 유통된다. 박경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검역관은 “축산물 가공품에 병원성 미생물이 발견되면 전량 파기하거나 본국으로 돌려 보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사람이다. 검역관들은 “가장 막기 어려운 것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해외에서 신종인플루엔자에 감염된 환자가 증세가 악화되기 전에 입국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구제역도 마찬가지다. 사람에게 옮지는 않지만 바이러스가 여행객의 신발이나 의복, 짐 등에 묻어 국내로 들어올 수 있다. 2010년 4월, 우리나라 중부 전역에 구제역이 발생한 적이 있다. 강화지역의 소 농가 주인이 중국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그 축사에서 구제역이 시작됐다. 그 후 구제역은 경기 김포, 충북 충주, 충남 축산 기술연구소, 충남 청양 등으로 번져 나갔다. 직접적 피해액만 1600억 원에 이른다.
이런 일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모든 공항과 항만의 입국 게이트에는 소독발판이 설치돼 있다. 신발 바닥에 미생물이 가장 많이 묻어 들어오기 때문이다. 미생물은 신발에 묻은 흙에서도 얼마간 생존할 수 있다. 소독발판을 밟으면 소독제가 신발 밑바닥에 묻어 있는 미생물을 어느 정도 없앨 수 있다. 이 소독발판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다. 강성필 검역관은 “소독발판이 인천국제공항의 이미지를 해친다거나 미끄러워 넘어지기 쉽다는 불만도 있지만 전염병을 막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최근 다른 검역법을 제안했다. 전국의 축산업자와 인공수정가, 수의사 등 축산업 관련자는 국내에 입국할 때 소독약과 공기의 압력을 이용해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소독기를 거치자는 것이다. 소지품과 옷가지도 자외선 소독기에서 멸균한다. 지금은 원하는 축산업자만 대상이지만 이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다.
이규영 검역관은 “여행객들이 ‘나 하나쯤’ 하며 검역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 수만 마리의 소, 돼지를 살처분하게 된다”며 “작은 참여가 구제역을 예방하는 데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