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은 지구의 약 11배, 질량은 지구의 약 317배, 부피는 지구의 약 1300배인 태양계의 거인 행성 목성. 목성이 신들의 왕 제우스의 상징이 된 건 썩 잘 어울리는 일이다.
신화 속 제우스는 어떠한가. 구름 속에 몸을 감추며 자신의 아내 헤라의 시선을 피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바람둥이지 않았나. 그래서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11년 8월 5일 베일에 싸인 목성의 진짜 모습을 밝히기 위해 ‘주노(JUNO·JUNO는 제우스의 아내인 헤라의 영어식 표현이다)’를 보냈다. 그간 주노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의 목성을 보여줬다. 그중에서도 주노가 찍은 목성의 구름 사진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반 고흐의 유화처럼 고혹적인 목성 사진을 감상해보자.
덩치와 달리 목성의 밀도는 지구의 약 4분의 1에 불과하다. 목성이 주로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된 가스 행성이기 때문이다. 자전 속도는 초당 12.6km로 태양계에서 가장 빠르다. 지구에서 목성까지의 거리는 최소 6억2800만km에서 최대 9억2800만km다.
주노는 2016년 7월 목성 궤도에 도착해 임무를 시작했다. 애초 계획은 20개월간 목성을 37차례 돌며 탐사하는 것이었지만, 최근 NASA는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주노의 임무 수행 기간을 41개월 더 연장했다.
목성은 태양과 구성 성분이 비슷해 태양계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행성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목성이 태양계 탄생의 비밀을 갖고 있을 것으로 본다. 주노가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로 목성 대기에 포함된 물의 양을 측정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주노는 지옥 같은 목성의 두터운 대기를 뚫고 내부 구조를 상세히 들여다본 뒤 자기장과 중력장 등을 관측한다.
주노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목성에 가까이 간 탐사선이다. 1995년 주노의 선배인 탐사선 ‘갈릴레오’가 목성의 대기를 조사해 암모니아의 양을 측정한 적이 있지만, 내부의 가스층은 살피기 어려웠다. 목성이 내뿜는 강력한 방사성 물질 때문이다.
목성은 하나의 커다란 전자석처럼 주변에 강력한 자기장을 만든다. 지구 자기장보다 2만 배나 강하며, 길게는 10억km까지 뻗어간다. 자전하면서 액체 수소 속 전자가 따라 움직여 전기가 만들어지는데, 이때 주변 입자들이 자기장에 의해 빠르게 가속되다가 서로 충돌해 원자핵이 분열되며 방사성 물질로 바뀐다. 이를 견디기 위해 주노를 만들 때 강철만큼 단단하면서도 무게가 강철의 절반인 티타늄을 썼다.
스티브 레빈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주노 프로젝트 연구원은 “주노는 완전히 새로운 목성을 우리에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주노가 수집한 목성의 중력장 관측 값은 수십 년 동안 미스터리로 남았던 목성의 구름 띠가 이전 예측 값보다 훨씬 더 큰 3000km 깊이로 형성된 제트 기류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doi: 10.1038/nature25776
또 주노는 목성이 (가스 행성인데도 불구하고) 기상 현상이 일어나는 대기층 아래에서는 거의 딱딱한 행성처럼 회전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doi: 10.1038/nature257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