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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고사에는 매년 다양한 소재가 등장하고 복잡한 조합이 이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논술고사만의 성격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처음부터 일관된 평가요소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장 효율적인 학습은 평가 항목에 대한 이해와 준비다. 평가요소 분석을 통해 서울대 논술고사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꼼꼼히 파헤쳐보자.



서울대 논술, 무엇을 평가하는가



첫째, 제시문과 논제를 제대로 읽자

- 개념과 원리에 대한 이해·분석·구성 능력



먼저 학교에서 배운 교과 수준의 수리과학적 개념을 기본적으로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나아가 제시문과 논제에 나타난 심화된 원리를 의미의 왜곡 없이 요약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때 모델링이나 도식화를 이용하면 정확하고 압축적으로 독해할 수 있다. 서울대 논술에서는 과학 현상을 수리적 도구로 분석하는 유형이 많으므로 충분히 연습하도록 한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개념을 모른 채 논술을 준비한다면 문제가 있다. 하지만 고차원적인 배경지식을 쌓는 데만 급급할 필요는 없다. 제시문에는 부족한 배경지식을 채워주거나 논제의 답을 작성하는 데 필요한 결정적인 단서들이 담겨 있다. 따라서 주어진 제시문을 반드시 꼼꼼히 읽어야 한다.



둘째, 개별 소재를 연결하자

- 통합적 추론 능력(논증력)



배경지식과 사실적 독해를 통해 논제 해결을 위한 기초를 닦았다면, 이제 추론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소재들의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다. 면밀히 분석할수록 그 연결고리는 쉽게 눈에 뛴다.



소재들의 인과관계에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상에 해당하는 내용을 분류하고, 나머지 내용 중에 원인이 될 만한 가능성을 검토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때 인과관계의 논리는 상당히 중요하므로 오류나 비약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개별 과목의 소재 간 통합은 자연계 논술의 핵심이다. 실제로 이 평가 항목은 상당한 변별력을 갖고 있다.



셋째, 사고를 확장하자 - 창의력



이미 내린 결론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유형, 주어진 문제에 대한 발상이나 관점의 전환을 통해 대안적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유형, 도출된 원리를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는 유형 등이 창의력 평가를 위한 대표적인 논제의 유형이다. 이 모든 유형은 답지에 치열한 고민의 흔적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창의력 평가 문항은 정답이 다양할 수는 있으나 정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논의 전개시 반드시 논리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넷째, 잘 쓰자 - 의사소통 능력(표현력)



자연계 논술도 논술이다. 지면에 글을 쓰는 일이므로 당연하게도 읽을 사람을 고려해야 한다. 이해하고 분석해서 추론하고 창의적 발상도 했는데 막상 전달력이 떨어져서 감점을 받는다면 억울할 수밖에 없다.



자연계 논술에서는 논리정연하고 간결한 글이 좋다. 전개가 산만하면 내용이 좋아도 감점 요인이 된다. 그러므로 인문계 논술처럼 서론, 본론, 결론을 갖춘 긴 글이 아닐지라도, 글쓰기 전에 간단한 개요는 작성하는 것이 좋다. 전달력을 갖춘 표현을 위해 글 외에도 도표나 그림, 수식 등을 활용하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 맞춤법도 평가 항목에 포함돼 있으니 주의를 기울인다.





제시문에 기반한 배경지식 활용



논술에서 배경지식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고등학교에서 누구나 배우는 과학의 개념 정도면 논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출제한다는 것이 각 대학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로 출제된 문제들 중에는 심화 선택에 해당하는 과학II의 배경지식은 물론 대학 교양 교재 어디선가 봤음직한 소재들도 간간히 보인다.



물론 그러한 소재들이 등장했다고 해서 꼭 관련 배경지식이 사전에 필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내용은 제시문이나 논제의 형식으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8학년도 서울대 정시 자연계 논술에서는 물리II를 공부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출제된 적이 있다. 따라서 각 과목의 I은 물론이고 II까지도 학습을 해두는 것이 안전하다.



풍부하고 깊이있는 배경지식은 때로 어려운 분석이나 복잡한 추론 과정을 대체하기도 한다. 물론 제시문 분석이나 추론을 대신해준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어떠한 논제에 등장한 소재에 관해 사전에 배경지식의 형태로 접했다면 분석이나 추론을 위한 고민의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배경지식의 맹점도 있다. 과거에 서울대 모의 논술고사와 정시 논술고사 모두에서, 제시문과 교과서 내용 이상의 암기한 지식을 활용한 답안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즉 배경지식을 활용할 때에는 제시문과 교과서에서 너무 벗어난 고차원적인 지식을 활용하는 것은 도리어 좋지 않다. 제시문과 논제의 내용을 기반으로 배경지식을 전개하도록 한다.



명확한 표현력이 관건



최상위권 학생을 대상으로 모의 논술고사를 실시해보면 배경지식의 깊이, 교과 학습의 완성도, 제시문과 논제에 대한 이해력, 추론 능력, 창의력까지 거의 모든 항목에서 비슷한 역량을 발휘한다. 이 학생들을 변별해주는 평가 항목은 뜻밖에도 표현력이다.



가끔 논술 관련 교재를 풀더라도 문제의 유형 파악이나 관련 개념 학습에 치중할 뿐, 실전처럼 글을 쓰거나 수리적인 풀이를 전개하는 연습은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글은 반드시 직접 써봐야 한다. 수능과 같은 객관식 문제 풀이에만 익숙한 학생들은 논술 답안 작성시 자신의 생각대로 글을 전개하기 어려워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과생은 글의 구성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자연계 논술처럼 풀이형의 짧은 글은 논의 전개의 간결성과 명확성이 글의 구성을 좌우한다. 내용이 정확하고 풍부해도 구성이 산만하면 전달력이 떨어져 감점 요인이 된다. 수리 논술 답안 작성시에도 마찬가지로 주의해야 한다. 잘못된 수학 기호를 쓰거나 중구난방으로 풀이를 전개하지 않도록 평소에 서술형 문제를 충분히 연습해야 한다.



과학 논술을 위해서는 평소에 좋은 참고서의 예시답안을 참고해 연습하는 것이 좋다. 답안의 형식을 보고 간단한 개요를 작성한 후에 써보면 실력이 향상된다. 수리 논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잘 정리된 문제집의 해설을 참고해 써보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서울대 논술의 기본적인 평가요소를 분석했으면 이제 기출문제를 분석해 실전에 대비해야 한다. 2010학년도 서울대 정시 논술고사에 출제된 일부 문항을 살펴보며, 중점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내용을 점검해보자.



2010학년도 기출문항 해설

문항 2의 논제 1 - 호흡









호흡이라는 생물학적 현상을 기반으로 주어진 자료의 해석능력, 고등교과과정의 배경지식을 활용한 추론능력을 확인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우선 제시문 (가)를 이용해 20℃의 공기 1L, 물 1L에 포함돼 있는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양을 비교할 수 있다. 공기 1L에 포함되는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양을 mg 단위로 구해보면, 물에 비해 공기에 산소의 양이 많고 이산화탄소는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예 : 물 1L는 1kg에 해당되므로 주어진 자료를 그대로 옮기면 물 1L에 녹아있는 산소는 6.5mg, 이산화탄소는 85.0mg이다. 공기 1L에는 약 20%가 산소인데, (0.222.4)×32=0.3(g), 즉 약 300mg이 있고, 이산화탄소는 (0.000422.4)×44=0.0008(g), 즉 0.8mg이 된다). 폐에서의 가스교환은 분압차에 의한 확산에 의한 것이므로 같은 부피의 공기와 물을 비교할 때 공기의 산소의 분압이 크고, 이산화탄소의 분압이 작아 호흡에 더욱 유리하다.



기체의 확산은 공기보다 물에서 더욱 어렵다는 점도 물이 불리한 호흡환경으로 만드는 데 한몫 한다. 물에 용존돼 있는 기체는 약한 전기적 성질로 인해 물 분자에 의해 둘러싸인다. 이러한 수화껍질은 기체 분자가 물 내에서 확산되는 데에 더욱 큰 하중을 부여한다.



호흡조직을 통해 가스 교환이 일어나게 하기 위해 공기나 물의 끊임없는 흐름을 만들 필요가 있다. 제시문 (나)에 언급된 공기의 유입량 Q를 증가시키거나, 공기 흐름의 저항 R을 작게 하기 위해선 공통적으로 ΔV를 크게 할수록 유리하다(Q=ΔVΔt, R=ΔPQ=ΔP·ΔtΔV). 물 또한 기체와 같은 유체이므로 이러한 식이 적용된다고 가정했을 때, 물속에서 호흡기관의 ΔV를 증가시키는 데에는 (물의 압력과 점성도에서 비롯되는) 물의 저항이 더욱 크므로 근육에 더욱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공기가 물보다 더 효과적인 호흡 환경일 수 있다.



문항 4의 논제 3 - 별






별의 여러 가지 특징을 물리 화학적 개념을 적용해 해석하고 주어진 문제에 대해 논리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추론능력을 묻는 문제다. 물리, 화학, 지구과학의 지식이 고루 활용된 제시문이 주어졌다.



논제 3은 그래프 해석을 이용한 자료 해석형 문제다. 원자핵은 전기적으로 전하를 갖지 않은 중성자와 양(+)의 전하를 띤 양성자들의 모임이다. 같은 전하 간에는 강한 반발력으로 인해 전기적으로 원자핵의 성립이 불가능하다. 실제로는 대부분의 원소들이 대체로 안정하며 어떤 원소들은 오히려 더욱 안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원자핵 내부에는 전기적인 반발력을 이기고 중성자나 양성자들을 서로 강하게 결합하고 있는 어떤 힘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이 핵의 내부에서 작용하는 힘을 ‘핵력’이라고 한다. 핵력에 의해 위치에너지가 존재한다면 그때 발생하는 위치에너지의 변화를 계산함으로써 핵의 열역학적인 안정도를 구할 수 있다. 핵력에 의한 위치에너지는 핵결합에너지를 통해서 나타낼 수 있다. 핵결합에너지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양성자와 중성자의 인력이 강하고, 또 안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에 제시한 <;그림 1>;을 이용하면 철 원자핵이 핵결합에너지가 제일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철보다 질량수가 큰 핵(질량수가 200이상인 핵)들은 핵분열을 통해 질량수가 작은 핵으로 분열되며 많은 양의 에너지를 방출한다. 핵결합에너지가 제일 큰 질량수 56인 철을 기준으로 해 철보다 질량수가 작은 것들은 핵융합을 통해 질량수가 더 큰 안정한 핵을 만든다. 그 과정에서 많은 양의 에너지를 방출하고 그 에너지를 인류가 이용한다. 결국 핵분열과 핵융합 둘다 핵결합에너지가 큰, 조금 더 안정한 핵을 만들고 반응 전과 후의 핵들의 결합에너지 차이만큼을 에너지로 방출하면 그 에너지를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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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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