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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없는 현재, 현재가 없는 미래는 없다

저명한 역사학자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류의 역사는 반복되고, 계속해서 이어진다. 문화가 움직이는 형태를 쌓인다는 의미의 퇴적 또는 남겨진 것이라는 뜻의 ‘유산’에 비유하는 것이나 ‘하늘 앞에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쓰이는 이유다.



과거를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학문 분야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철학, 종교, 문학 같은 인문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과거 없는 현재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극단적인 사상을 내세우는 공산주의자나 사회 전복을 꾀하는 혁명가조차도 과거의 특정 시스템을 좀 더 발전시키는 형태로 이론을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를 부정하는 경우에도 ‘반면교사’로 삼는 경우가 흔하다. 대가일수록 사상적 스승이 반드시 있고, 제자의 성공이 있으면 영향을 미친 스승도 재조명받는다.



반면 의학, 자연과학, 공학 등은 상황이 좀 다르다. 과학은 기록이나 유산보다는 ‘새로움’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오래된 것’은 과학의 영역에서는 ‘타파’의 대상이다. 과학자들은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서는 항상 새로운 것이 있어야 한다고 믿고, 실제로도 그렇다. 인간 역사 수천 년을 바꿔놓았던 아이작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은 불과 300년이 지나지 않아 알버트 아인슈타인에 의해 항상 옳지 않다는 점이 증명됐고, 100년이 지난 지금 아인슈타인의 이론도 도전을 받고 있다.



하지만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과학조차도 과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먼저 발견한 이들이 있기에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가능하다. 인문학과 이공계를 떠나 지식은 먼저 연구하고 생각한 사람들이 끝마친 출발점에서 시작되고, 그 결과로 계속 발전이 가능하다.



인문, 사회학, 역사학의 위기론이 등장한지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대학에서는 과거를 연구하는 학문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미 수많은 인문학과들이 폐지됐다. 모든 학문의 아버지로 불리던 철학은 ‘한가한 학문’이라는 이미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때 현대 언어의 표본으로 불리던 유럽어 중 독일어와 프랑스어는 한국에서 외면받은 지 오래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현대의 학문이 점차 ‘사상누각’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를 제대로 알기보다는 무조건적으로 과거를 부정하고 새로운 것을 찾는 데 골몰하는 경향이 지나친 나머지 앞으로 나갈 성장동력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과거를 제대로 연구하지 않는 사람들은 과거의 실수를 다시 반복할 가능성도 높다. 선배들의 유산을 제대로 물려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지식의 길을 묻다’ 마지막회에서는 ‘우리는 과거에서 무엇을 배우는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본다. 세계적인 사상가와 역사학자, 과학자, 신학자, 철학자의 말을 통해 과거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과거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조언을 들어본다.









프랑스 속담에 ‘나이 든 사람은 과거를 돌아보고, 젊은 사람은 미래를 본다’는 말이 있다. 얼핏 보면 더 이상 발전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이 과거에 집착한다는 말처럼 들리지만 실제 이 속담의 의미는 전혀 다르다. 나이가 들수록 과거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는 뜻이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도 이 같은 이야기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나이 든 사람 얘기 들어서 틀릴 것이 없다’는 얘기부터 ‘나중에 알게 된다’는 조언까지도 모두 같은 뜻을 담고 있다. 모든 사람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세태에서도 텔레비전에서 끊이지 않고 방영되는 사극은 ‘사실에 기반한’ 스토리의 힘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가 미래를 보느라 잊고 살았던 것을 일깨워 주기도 하고, 몰랐던 것들을 새로 알게 해 주기 때문이다.



안토니오 네그리, 장 크리스토프 요코즈, 필리페 월터, 앨리스터 맥그래스, 도미니크 페로, 크리스티앙 드 포잠박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수많은 추종자를 가진 석학들은 과연 과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새로운 이론, 새로운 사상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이들은 과거에서 무엇을 가져왔을까. 인문학의 위기는 이미 죽은 학문이기 때문일까. 또 바람직하게 과거를 대하는 자세는 어떤 것일까. 이메일과 전화, 대면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과거는 왜 중요한가?

 
네그리 Vs 요코즈 Vs 월터 Vs 맥그레스

 

▶ ‘제국’, ‘다중’ 등을 저술하며 현존하는 마지막 마르크스주의자로 불리는 이탈리아의 정치철학자 안토니오 네그리는 “어떤 개혁이나 혁명도 새롭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과거는 분명히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미의 이름’의 움베르트 에코와 함께 1960년대 이후 이탈리아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학자로 평가받는 그는 “과거는 지나간 것이 아니라 삶과 함께 흘러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모든 학문과 연구의 출발이 되는 발상 자체는 언제나 과거에서 빌려왔다는 설명이다. 네그리는 “어떤 사람이든 자기가 받은 교육 과정에 의문을 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마련”이라며 “이는 과거가 현재와 미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직접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 동역학계의 거장으로 1994년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은 장 크리스토프 요코즈 콜레주 드 프랑스 석좌교수는 기초과학과 공학에서도 과거를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코즈 교수는 “어린 시절 수학이라는 학문을 처음 접한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새로운 해석법을 찾는 데만 골몰해 왔다”며 “사실 생각해 보면, 해석학이라는 수학의 한 분야는 기본적으로 먼저 연구를 한 사람들이 시작해 놓은 토대 위에서 다양한 변형을 찾아내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학문에서 스승의 역할이 과거와 연관돼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요코즈 교수는 프랑스의 엘리트 교육기관인 고등사범학교와 에콜 폴리테크니크에서 동역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미셀 에르만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그는 “에르만 교수는 학문을 대하는 태도나 공부하는 방법, 생활 전반에 걸쳐 나한테 영향을 미쳤다”며 “무엇보다 내가 한층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한평생을 일궈 놓은 작업을 그대로 물려받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세계 최대의 박물관으로 불리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필리페 월터 프랑스 복원 및 보존 연구소 연구실장은 “과거에 대한 질문은 루브르의 존재 의미를 묻는 것과 같다”며 웃었다. C2RMF로 불리는 프랑스 복원 및 보존 연구소는 프랑스 전역에 걸쳐 수천 개 박물관과 미술관의 작품을 모두 총괄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과거 연구소’다. 그는 루브르 박물관의 입구 중앙 홀에 있는 승리의 여신 ‘니케상’ 얘기를 먼저 꺼냈다. 1863년 프랑스 영사 샹푸아소가 사모트라케 섬에서 니케상을 처음 발견했을 때 니케는 온전한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돌덩이 100여 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오늘날 니케상을 볼 수 있는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문헌을 찾고 상상력을 보140태 원형을 재현하기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연구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월터 실장은 이를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작업’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니케를 완성하기 위해 연구원들은 그 당시에 조각가들이 어떤 방식과 기술을 사용했는지부터 연구하기 시작했다”며 “현재의 기술이 아닌 과거의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이 연구소의 핵심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복원 과정에서는 상식을 뒤엎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거나 알고 있는 기술이 과거의 기술보다 항상 낫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곤 한다는 것이다.



월터 실장은 “과거의 유물을 복원하다 보면 실제로 상상도 못하던 방식으로 작업이 이뤄졌다는 데 깜짝 놀라곤 한다”며 “예를 들어 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 페루 나스카 평원의 문양 등은 현재의 기술로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과거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아직도 모르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 옥스퍼드대 교수와 수십 년간 지속해 온 ‘과학적 유신론 논쟁’으로 유명한 앨리스터 맥그레스 런던 킹스칼리지 교수는 믿음과 종교라는 근본적인 부분에서도 과거에 대한 조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옥스퍼드대 신학대학장을 역임한 그는 “현재의 과학자들이 무조건적인 무신론에 빠지게 된 것은 자신이 알아낸 것을 지나치게 맹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맥그래스 교수는 “새로운 지식을 찾는 일에 골몰하다보면 자신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라며 “그러나 과거로 조금만 눈길을 돌린다면 이같은 오만이 틀렸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옥스퍼드대에서 분자생물학 박사를 받고 성공회 사제가 된 그는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어가며 과학 연구에서 과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맥그래스 교수가 분자생물학을 처음 접할 당시는 생물학계가 왓슨과 크릭의 DNA 구조 발견으로 인해 급속한 성장기에 접어들 때였다.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맥그래스 교수는 끊임없는 발견과 새로운 연구 성과에 고무돼 있었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연구가 과거 선배 과학자들이 일궈 놓은 원칙과 맹신을 하나씩 허물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맥그래스 교수는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수많은 철학자, 사상가는 물론 과학자조차 절대적으로 옳은 무언가를 발견했다고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존재한 적도 없고, 존재하지도 않는다”며 “절대적인 진리를 추구한다고 스스로를 평가하는 과학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과거에 대한 부정과 미래에 대한 확신”이라고 말했다.

 
 


 
 


인문학은 과거의 산물인가
 
 
푸리올 Vs 페로 Vs 포잠박

 
 
▶ 파리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한 교사 출신의 올리비에 푸리올은 ‘철학의 나라’ 프랑스에서 이단아로 평가받는다. 그가 학생들을 만나는 곳은 강의실이 아니다. 2005년 그는 파리 시내의 대형 영화관 MK2에서 ‘영화와 철학의 만남’을 주제로 ‘스튜디오 필로’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우리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같은 바칼로레아를 앞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열광 속에 그는 소위 말하는 스타 철학자가 됐다. 푸리올은 “철학은 과거에서 출발했지만,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학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철학이 살아가는 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는 명확하게 규정하기 힘들다”고 했다. 프랑스에서도 철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졸업 뒤 철학과 전혀 상관없는 회사원이 되거나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극히 일부만이 대학에서 철학을 연구하거나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교수가 될 뿐이다. 그러나 철학이 가르치는 것은 ‘살아가는 방법’ 그 자체라는 것이 푸리올의 지론이다. 그는 “철학에 대한 고정관념은 데카르트, 칸트, 스피노자는 이미 죽은 사람이고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지금이 매우 다르다는 데서 시작한다”며 “그러나 그들이 생각을 했던 과정, 결론에 도달하기까지의 고민, 결론을 내린 후에 새로운 사고를 시작하는 과정을 이해한다면 어떤 것을 하더라도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푸리올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방법이다. 철학을 설명하는 주제로 영화를 택한 것도 모든 사람이 커다란 스크린을 함께 쳐다보며 듣142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들 중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생각하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푸리올은 “철학과 가장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역사나 언어학 같은 다른 인문학도 마찬가지”라며 “과거 또는 과거의 사람들을 연구하는 것은 새로움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전제 조건”이라고 말했다.







▶ 파리 미테랑 도서관, 이화여대 ECC 등을 지으며 세계 3대 건축가로 꼽히는 도미니크 페로 역시 인문학 예찬론자다. ‘땅을 재단하는 건축가’로 불리는 페로는 “이전에 없던 혁신적인 건물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소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페로는 건물을 새로 짓는 일 외에 리모델링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건물이 담고 있는 이야기와 역사’를 살리는 일이 작업의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이 살고 활동하는 집이나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사람이 생각하는 구조, 살아온 역사를 최대한 많이 알아야 한다”며 “젊은 건축가들은 특이한 건물 모양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안에 뭔가를 담고 있지 않다면 결국 오래 가지 못하고 사람들을 질리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창조의 진짜 의미는 하늘 아래 없었던 완벽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도시계획의 대가’, ‘르 코르뷔지에의 후계자’로 불리는 크리스티앙 드 포잠박은 실제로 철학자 못지않은 인문학적 소양을 자랑한다. 그는 수백 년 넘게 유럽건축을 지배했던 ‘닫힌 건물’ 개념을 통째로 뒤집어 ‘열린 건물’을 만들어냈다. 2040년의 파리 도시계획을 세우는 ‘르 그랑파리’의 총괄 디렉터이기도 한 그의 작품과 설계도에서는 ‘헤르메스’ ‘헤스티아’ 같은 신화 속 등장인물의 이미지와 현대 철학의 요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의 발표는 다른 사람에 비해 월등히 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본적인 개념부터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포잠박은 “아무리 컴퓨터를 돌려서 예측한다고 해도 어떤 도시가 성공하고, 어떤 도시가 없어지는지를 명확하게 밝혀내기는 불가능하다”며 “그러나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머리를 맞대면 최대한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잠박은 규칙성을 갖지 않은 식물 뿌리가 일정하지 않은 간격으로 솟아나는 ‘히좀’의 개념을 철학에서 빌려와 도시계획에 활용하고 있다. 또 세계 최고의 건축가 10명이 만들어낸 르 그랑파리 프로젝트는 의무적으로 각 팀에 경제학자, 역사학자, 인문학자, 도시계획가 등 여러 학문 전공자들이 참여하도록 한다. 그는 “모든 학문은 각자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각각 자신만이 알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존재 가치가 있다”며 “인문학을 받아들이지 않는 과학자나 과학을 받아들이지 않는 인문학자 모두 반쪽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과거를 바라보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요코즈 Vs 맥그래스 Vs 월터

 
 


▶ 요코즈 교수는 “과거를 쳐다볼 수 있도록 학생들을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대사회가 인문학의 위기를 비롯해 과거를 돌아보는 데 소홀해진 것은 결국 교육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인문학의 위기와 기초과학의 위기는 과거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결국 한 가지로 볼 수 있다”며 “현실을 한탄하고 외면해서는 결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우선 과제로는 학교에서 교사들이 이들 학문의 중요성을 직접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를 체계화시키는 일을 꼽았다. 그는 “수학의 경우, 가장 오래된 숫자나 기하학이 아직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재의 대세는 1950년 이후에 등장한 금융수학”이라며 “금융산업의 위기와 함께 금융수학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결국 해결책 역시 과거부터 이어진 수학에서 찾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맥그래스 교수는 “학문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실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이 학문을 만들어냈고, 이같은 본성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변하지 않는다”며 “신학이 방법적으로만 변할 뿐 인간의 삶 속에서 함께 해 왔듯이 학문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일정 기간 동안 소외받거나 시대 상황에 따른 학문의 부침은 필연적인 결과지만, 이를 돌리려는 노력이 계속되면서 균형을 맞춰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맥그래스 교수는 성공회에서 복음주의라는 새로운 조류를 만들어내며 기존 신학의 방법론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받지만, 맥그래스 교수의 복음주의는 과거에도 존재했던 이론이다. 마찬가지로 신학자나 신부, 목사들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며 새로운 이론과 해석을 더하고 있지만 궁극적 신앙이 추구하는 근본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맥그래스 교수의 주장이다.



월터 실장은 “학문의 중심,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 근본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루브르에 있는 C2RMF에서는 인문학과 자연과학, 공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서로 다른 영역에 대한 중요성을 끊임없이 깨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10여 년 전부터 학계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통섭’이 연구소 안에서 실현되고 있다는 게 월터 실장의 설명이다. 그는 “새로운 이론이나 아이디어는 다른 학문에 대한 호기심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과거에 관심을 갖는 것, 인문학의 중요성을 깨닫는 것, 자기가 서 있는 분야에서 과거 선배들의 기반을 찾는 것을 모두 하나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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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박건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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