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올챙이' 적 기억 못하는 붉은점영원
울긋불긋 아름다운 단풍잎이 쌓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진 안에는 용의자인 '붉은점영원'이 숨어 있다. 도마뱀과 외모가 비슷해 보여도 사실은 양서류다. 어미가 연못에 알을 낳으면 올챙이처럼 몸이 통통하고 꼬리가 긴 새끼들이 깨어난다. 몸은 녹갈색을 띠며 군데군데 붉은 점이 박혀 있다. 아가미로 숨을 쉬면서 연못을 헤엄쳐 다니던 새끼들은 몇 주가 흐르면 몸에서 다리 2쌍이 생기고 가슴에는 폐가 생긴다. 물 밖으로 나와 땅에서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가 찾고 있는 용의자는 현재 물을 벗어나 습지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단풍잎이 쌓여 있는 장소를 수색하는 이유는, 청소년기에 있는 붉은점영원의 몸이 온통 붉은 색을 띠기 때문이다.
지금 빨리 찾지 않으면 영영 놓쳐버릴지도 모른다. 붉은점영원은 성체가 되면 진한 녹색으로 변한다. 청소년기 때보다 다리가 짧아지고 꼬리가 굵어진다. 또 어렸을 때 살았던 연못으로 돌아간다. 알을 낳기 위해서다.
나무껍질이 개굴개굴, 회색청개구리
이끼가 잔뜩 낀 나무껍질의 사진이다. 눈을 크게 뜨고 두 번째 용의자를 찾아보자.대부분의 개구리가 물가에서 살고 있지만 ‘회색청개구리’는 풀과 나무가 우거진 숲속에서 산다. 청개구리는 폴짝폴짝 뛰며 나뭇가지 사이를 옮겨 다니는 특징 때문에 나무개구리라고도 부른다. 비결은 발가락 끝부분에 달린 끈적끈적한 발판에 있다. 나뭇가지를 쉽게 붙잡을 수 있으며 오랫동안 지지하고 서 있을 수 있다.
회색청개구리는 푸른빛과 회색빛을 동시에 띠는데다 검은 줄무늬가 그려져 있어 나무껍질에 붙어 있으면 찾기가 쉽지 않다. 색깔도 환경에 따라 자유자재로 바꾸는 ‘변신의 대가’다. 짙은 갈색 나무에 있다가 옅은 녹색 나무로 건너뛰면 갈색에 가깝던 피부가 녹색빛으로 변한다. 보통 개구리는 등이 매끄럽지만 회색청개구리는 등이 울퉁불퉁해 나무껍질과 구별하기 어렵다. 천적인 부엉이나 뱀에게 들키지 않고, 모기와 파리 같은 먹잇감에게 몰래 다가가 순식간에 혀로 잡는다.
‘꽃잎 다리’로 곤충들 꾀는 난초사마귀
배가 고픈 나비 한 마리가 꿀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나비가 도달한 곳은 난꽃이 흐드러지게 핀 곳. 우아하게 너풀거리는 커다란 하얀 꽃잎 5장과 가운데에는 붉은 빛과 노란 빛을 띠는 작은 꽃잎이 오묘하게 나 있다. 꿀이 풍성하게 들어 있음직한 꽃잎을찾아 자리를 잡은 순간, 꽃잎 하나가 나비의 몸을 움켜쥐었다.
‘꽃뱀’보다 더 무섭다는 ‘꽃사마귀’는 꿀을 얻으려고 꽃에 다가오는 순진한 곤충을 사냥하는 무서운 포식자다. ‘난초사마귀’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주로 난이나 파파야 나무에서 산다. 꽃잎처럼 생긴 다리 4개를 쫙 펼친 채 가만히 있으면 난초 꽃의 일부분처럼 보인다. 예쁘게 생겼지만 초파리나 꿀벌, 나비, 모기가 다가서는 순간 옴짝달싹 할 수 없게 몸을 움켜쥔 뒤, 가차 없이 뜯어 먹는다. 난초사마귀는 성장하면서 수차례 허물을 벗는다. 이 과정을 통해 몸 색깔이 주변 꽃잎과 점점 더 많이 닮아간다.
‘쉭쉭~’ 흔들리는 모습이 수상한 풀, 초록뱀
네 번째 용의자가 있다는 풀밭에 도착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자 풀잎들도 리듬에 맞춰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많은 풀들 사이로 어째 수상하게 흔들리는 풀 한 포기가 있다. 다른 풀들은 전체가 흔들리는데 이 풀은 끝부분이 가장 많이 흔들린다. 게다가 끝이 뾰족한 다른 풀과 달리 이 풀은 끝이 둥근 삼각 꼴이다. 가끔 쉭쉭 소리를 내면서 기다란 붉은 혀가 바깥으로 나오는 걸 보니, 영락없는 뱀이다.
‘초록뱀’은 주로 풀이 많이 자라는 산이나 언덕에서 산다. 풀 속에 파묻혀 완벽하게 풀처럼 보이기 위해서다. 다른 뱀에 비해 기어가는 속도가 느리고 독이 없어 무해한 뱀으로 분류된다. 아무리 뱀이라도 독이 없다면 오소리 같은 천적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법. 초록뱀은 머리와 몸을 살살 흔들어 풀잎처럼 보이도록 연기해 천적의 시야에서 벗어난다. 물론 지렁이와 작은 곤충, 애벌레 같은 먹잇감에게 다가갈 때도풀을 닮은 외모 덕을 톡톡히 본다.
진화론에 한 획을 그은 후추나방
잔뜩 벗겨져 검은 속이 드러난 하얀 나무껍질,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섯 번째 용의자가 숨어 있다. 용의자는 밝은 회색이나 검은색으로 알려져 있는 후추나방이다. 후추나방은 원래 회색으로만 알려져 있었다. 그러다가 1848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처음으로 검은 개체들이 나타난 뒤, 점차 그 수가 증가했다. 1898년에는 후추나방 전체 개체수의 약 98%가 검은색을 띠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후추나방은 검정 색소를 만드는 유전자가 딱 하나밖에 없다.
영국 생물학자 버나드 케틀웰의 주장에 따르면 회색이었던 후추나방은 살아남기 위해 몸 색깔이 검어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산업혁명 때 환경이 급격히 오염되면서 나무껍질에서 자라는 하얀 이끼가 죽거나 검은 오염 물질이 나무에 붙어버렸다. 더 이상 회색 후추나방이 몸을 숨길 수가 없었으며, 포식자인 새에게 잘 띄어 잡아먹히기가 쉬웠다. 결국 검은 후추나방이 살아남기에 유리했던 것이다. 최근에는 회색 후추나방이 다시 늘고 있다. 학계에서는 환경오염을 줄이고 자연을 지켜온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뭇가지 재고 다니는 자벌레
꼬불꼬불 말려 있는 덩굴을 뚫어져라 보지 않으면 여섯 번째 용의자를 놓치기 쉽다. 나무줄기와 닮았기 때문이다. 용의자는 몸을 구부렸다가 펴고 다시 구부렸다가 펴면서 열심히 위를 향해 올라가고 있다. 나무줄기를 오르며 온몸으로 길이를 재고 있는 여섯 번째 용의자는 자나방의 유충, 자벌레다.
원래 몸 중간에 2~3쌍의 배다리가 있어야 하지만 퇴화해 없어졌다. 그래서 이동하려면 앞다리와 뒷다리를 이용해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기어간다. 몸의 앞부분을 쭉 뻗고 허리를 둥글게 말아 올려 몸 뒷부분을 앞으로 끌어당긴다. 손가락 두 개로 물건의 길이를 잴 때처럼 이동하는 모습 덕분에 자벌레라는 이름이 붙었다. ‘자벌레’는 나무에 심각한 해를 입힐 수 있다. 한 나뭇가지 위에 정착해 잎을 모두 갉아먹고 다른 나뭇가지로 옮겨가 새로운 잎을 먹기 시작한다. 1
울긋불긋 아름다운 단풍잎이 쌓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진 안에는 용의자인 '붉은점영원'이 숨어 있다. 도마뱀과 외모가 비슷해 보여도 사실은 양서류다. 어미가 연못에 알을 낳으면 올챙이처럼 몸이 통통하고 꼬리가 긴 새끼들이 깨어난다. 몸은 녹갈색을 띠며 군데군데 붉은 점이 박혀 있다. 아가미로 숨을 쉬면서 연못을 헤엄쳐 다니던 새끼들은 몇 주가 흐르면 몸에서 다리 2쌍이 생기고 가슴에는 폐가 생긴다. 물 밖으로 나와 땅에서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가 찾고 있는 용의자는 현재 물을 벗어나 습지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단풍잎이 쌓여 있는 장소를 수색하는 이유는, 청소년기에 있는 붉은점영원의 몸이 온통 붉은 색을 띠기 때문이다.
지금 빨리 찾지 않으면 영영 놓쳐버릴지도 모른다. 붉은점영원은 성체가 되면 진한 녹색으로 변한다. 청소년기 때보다 다리가 짧아지고 꼬리가 굵어진다. 또 어렸을 때 살았던 연못으로 돌아간다. 알을 낳기 위해서다.
나무껍질이 개굴개굴, 회색청개구리
이끼가 잔뜩 낀 나무껍질의 사진이다. 눈을 크게 뜨고 두 번째 용의자를 찾아보자.대부분의 개구리가 물가에서 살고 있지만 ‘회색청개구리’는 풀과 나무가 우거진 숲속에서 산다. 청개구리는 폴짝폴짝 뛰며 나뭇가지 사이를 옮겨 다니는 특징 때문에 나무개구리라고도 부른다. 비결은 발가락 끝부분에 달린 끈적끈적한 발판에 있다. 나뭇가지를 쉽게 붙잡을 수 있으며 오랫동안 지지하고 서 있을 수 있다.
회색청개구리는 푸른빛과 회색빛을 동시에 띠는데다 검은 줄무늬가 그려져 있어 나무껍질에 붙어 있으면 찾기가 쉽지 않다. 색깔도 환경에 따라 자유자재로 바꾸는 ‘변신의 대가’다. 짙은 갈색 나무에 있다가 옅은 녹색 나무로 건너뛰면 갈색에 가깝던 피부가 녹색빛으로 변한다. 보통 개구리는 등이 매끄럽지만 회색청개구리는 등이 울퉁불퉁해 나무껍질과 구별하기 어렵다. 천적인 부엉이나 뱀에게 들키지 않고, 모기와 파리 같은 먹잇감에게 몰래 다가가 순식간에 혀로 잡는다.
‘꽃잎 다리’로 곤충들 꾀는 난초사마귀
배가 고픈 나비 한 마리가 꿀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나비가 도달한 곳은 난꽃이 흐드러지게 핀 곳. 우아하게 너풀거리는 커다란 하얀 꽃잎 5장과 가운데에는 붉은 빛과 노란 빛을 띠는 작은 꽃잎이 오묘하게 나 있다. 꿀이 풍성하게 들어 있음직한 꽃잎을찾아 자리를 잡은 순간, 꽃잎 하나가 나비의 몸을 움켜쥐었다.
‘꽃뱀’보다 더 무섭다는 ‘꽃사마귀’는 꿀을 얻으려고 꽃에 다가오는 순진한 곤충을 사냥하는 무서운 포식자다. ‘난초사마귀’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주로 난이나 파파야 나무에서 산다. 꽃잎처럼 생긴 다리 4개를 쫙 펼친 채 가만히 있으면 난초 꽃의 일부분처럼 보인다. 예쁘게 생겼지만 초파리나 꿀벌, 나비, 모기가 다가서는 순간 옴짝달싹 할 수 없게 몸을 움켜쥔 뒤, 가차 없이 뜯어 먹는다. 난초사마귀는 성장하면서 수차례 허물을 벗는다. 이 과정을 통해 몸 색깔이 주변 꽃잎과 점점 더 많이 닮아간다.
‘쉭쉭~’ 흔들리는 모습이 수상한 풀, 초록뱀
네 번째 용의자가 있다는 풀밭에 도착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자 풀잎들도 리듬에 맞춰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많은 풀들 사이로 어째 수상하게 흔들리는 풀 한 포기가 있다. 다른 풀들은 전체가 흔들리는데 이 풀은 끝부분이 가장 많이 흔들린다. 게다가 끝이 뾰족한 다른 풀과 달리 이 풀은 끝이 둥근 삼각 꼴이다. 가끔 쉭쉭 소리를 내면서 기다란 붉은 혀가 바깥으로 나오는 걸 보니, 영락없는 뱀이다.
‘초록뱀’은 주로 풀이 많이 자라는 산이나 언덕에서 산다. 풀 속에 파묻혀 완벽하게 풀처럼 보이기 위해서다. 다른 뱀에 비해 기어가는 속도가 느리고 독이 없어 무해한 뱀으로 분류된다. 아무리 뱀이라도 독이 없다면 오소리 같은 천적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법. 초록뱀은 머리와 몸을 살살 흔들어 풀잎처럼 보이도록 연기해 천적의 시야에서 벗어난다. 물론 지렁이와 작은 곤충, 애벌레 같은 먹잇감에게 다가갈 때도풀을 닮은 외모 덕을 톡톡히 본다.
진화론에 한 획을 그은 후추나방
잔뜩 벗겨져 검은 속이 드러난 하얀 나무껍질,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섯 번째 용의자가 숨어 있다. 용의자는 밝은 회색이나 검은색으로 알려져 있는 후추나방이다. 후추나방은 원래 회색으로만 알려져 있었다. 그러다가 1848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처음으로 검은 개체들이 나타난 뒤, 점차 그 수가 증가했다. 1898년에는 후추나방 전체 개체수의 약 98%가 검은색을 띠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후추나방은 검정 색소를 만드는 유전자가 딱 하나밖에 없다.
영국 생물학자 버나드 케틀웰의 주장에 따르면 회색이었던 후추나방은 살아남기 위해 몸 색깔이 검어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산업혁명 때 환경이 급격히 오염되면서 나무껍질에서 자라는 하얀 이끼가 죽거나 검은 오염 물질이 나무에 붙어버렸다. 더 이상 회색 후추나방이 몸을 숨길 수가 없었으며, 포식자인 새에게 잘 띄어 잡아먹히기가 쉬웠다. 결국 검은 후추나방이 살아남기에 유리했던 것이다. 최근에는 회색 후추나방이 다시 늘고 있다. 학계에서는 환경오염을 줄이고 자연을 지켜온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뭇가지 재고 다니는 자벌레
꼬불꼬불 말려 있는 덩굴을 뚫어져라 보지 않으면 여섯 번째 용의자를 놓치기 쉽다. 나무줄기와 닮았기 때문이다. 용의자는 몸을 구부렸다가 펴고 다시 구부렸다가 펴면서 열심히 위를 향해 올라가고 있다. 나무줄기를 오르며 온몸으로 길이를 재고 있는 여섯 번째 용의자는 자나방의 유충, 자벌레다.
원래 몸 중간에 2~3쌍의 배다리가 있어야 하지만 퇴화해 없어졌다. 그래서 이동하려면 앞다리와 뒷다리를 이용해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기어간다. 몸의 앞부분을 쭉 뻗고 허리를 둥글게 말아 올려 몸 뒷부분을 앞으로 끌어당긴다. 손가락 두 개로 물건의 길이를 잴 때처럼 이동하는 모습 덕분에 자벌레라는 이름이 붙었다. ‘자벌레’는 나무에 심각한 해를 입힐 수 있다. 한 나뭇가지 위에 정착해 잎을 모두 갉아먹고 다른 나뭇가지로 옮겨가 새로운 잎을 먹기 시작한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