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푸른 눈을 선호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최근 서클렌즈가 유행이다. 이 렌즈는 중심부는 투명하지만 주변부에 여러가지 색깔을 입혔기 때문에 컬러렌즈라고도 불린다. 따라서 이 렌즈를 착용하면 눈의 색깔을 인위적으로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 또 서클렌즈는 색깔이 있을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소프트렌즈보다 크기 때문에 눈이 커보이는 효과를 낸다.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의 눈은 대부분 어두운 색이다. 반면 서양인의 눈은 훨씬 밝은 색을 띤다. 마치 피부색이 인종마다 다른 것처럼 말이다. 피부색은 피부 안쪽에 있는 멜라닌색소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멜라닌색소가 많은 흑인의 피부는 검은색, 적당량의 색소를 가진 동양인의 피부는 노란색, 멜라닌색소가 적은 백인의 피부는 흰색이다.
인종마다 눈동자 색 다른 이유
눈의 색깔이 인종마다 다른 이유도 마찬가지다. 눈의 색깔은 눈동자의 가운데 부분인 동공을 둘러싸고 있는 홍채의 색깔에 따라 결정된다. 이 홍채의 색깔은 홍채 상피세포에 멜라닌색소가 얼마나 많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인종에 따라 홍채에 있는 멜라닌색소의 양이 다르다. 흑인 또는 아랍인 눈의 홍채 색깔은 검은색, 만주인은 황색, 우랄알타이족은 녹색, 앵글로색슨족은 푸른색이다. 즉 이 순서대로 멜라닌색소의 양이 적은 것이다.
피부에 있는 멜라닌색소는 자외선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피부에 멜라닌색소가 적은 백인의 경우 상대적으로 흑인보다 피부암이 더 많이 발생하는 편이다. 그렇다면 홍채에 멜라닌색소가 적은 서양인이 동양인보다 눈에 질병이 발생할 확률이 더 높을까. 그렇지는 않다. 눈이 자외선에 노출되면 먼저 각막에서 자외선을 차단해주기 때문이다. 홍채의 멜라닌색소는 피부의 멜라닌색소보다 자외선을 막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멜라닌색소의 양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에는 ‘안구성 알비니즘’(ocular albinism)이라는 질병이 된다. 눈의 색깔이 비정상적으로 밝게 보이는 이 질병은 유전적인 요인으로 발병하며 아직까지 특별한 치료법이 알려져 있지 않다. 시력저하, 사시, 눈부심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피부질환이나 뇌질환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홍채의 색깔은 인종 간에 차이를 보인다. 뿐만 아니라 홍채는 개인차를 가장 잘 드러내는 신체 부위 중 하나다. 홍채의 색깔은 물론 홍채 내부의 정교한 신경과 혈관조직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홍채가 같은 사람이 있을 확률은 10억분의 1 정도다. 같은 사람에서도 왼쪽과 오른쪽 눈의 홍채가 다르고, 심지어는 일란성쌍둥이일지라도 홍채가 같을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홍채 관찰해 마약복용 판별
이와 같은 홍채의 특성을 정확하게 읽으면 개인을 식별해낼 수 있다. 최근 영화에서 홍채로 신원을 확인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현재 아주 소수이기는 하지만 이런 홍채인식 시스템을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곳도 있다. 홍채인식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지문인식 시스템과 비교해 더 정확하다. 즉 지문이 같을 확률보다 홍채가 같을 확률이 더 낮다는 말이다. 관련 기술개발이 어려워 보급이 늦어지긴 했지만, 단 1%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금융기관이나 정보기관에서는 최근 홍채인식 시스템을 선호하는 편이다.
때때로 영화에서 타인의 홍채를 복사해 신분을 위장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로는 동일한 홍채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사 유전자를 조작한다고 해도 같은 홍채를 가질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낮다.
홍채는 원래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조리개 역할을 한다. 또 홍채는 그 내부의 신경과 혈관 조직을 외부에서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최근 일부 한의학 분야에서는 홍채의 이같은 특성을 이용해 신체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기도 한다. 특히 혈관과 관계 있는 질병은 홍채의 혈관에 나타나는 변화를 통해 추정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최근 마약 복용여부를 확인하는데도 홍채가 한몫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마약을 복용한 사람의 혈관에는 정상인과 다른 변화가 나타나는데, 홍채를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범죄를 예방하고 추적하는데도 홍채가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