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에서 매해 증가하던 수시 모집 비중이 올해 더욱 커졌다. 고려대는 올해 입시에서 우선선발 조건에 해당하는 학생을 논술 100% 전형으로 선발할 계획을 밝혔다. 어느 때보다 논술이 입시 당락을 결정하는 열쇠가 됐다. 고려대 논술의 출제 경향과 변화사항을 체크하고 대비책을 살펴보자.
고려대 수학논술의 특징
고려대 자연계 논술은 바야흐로 4세대에 접어들었다. 언어논술과 수학논술을 철저히 구분하던 2006학년도 이전 시험이 1세대라면, 언어와 수학의 통합형 논술이 출제된 2007학년도는 2세대라 할 수 있다. 수능등급제가 실시된 2008학년도에 수능과 내신을 대체할 시험으로 과학/수학/언어의 통합형 논술이 등장했다. 2009년부터는 논술고사의 가이드라인 폐지와 맞물려서 또 한 번 변화가 일어났다. 수학, 과학의 통합형 논술로 변형됐고 실제로는 개별 과목 문제들의 조합으로 바뀌었다.
대학에서 요구하는 답안의 형식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추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명확한 정답이 존재하는 문제를 추구하고 있다. 또한 특정 단원에 대한 심화된 문제보다는 여러 단원을 아우르는 문제를 기본 원칙으로 삼는다. 대신 교과과정 이외의 내용을 출제하지는 않고 있다. 이는 공교육 정상화라는 대의명분을 지키려는 의도와 더불어 평가의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판단된다. 즉, 배경지식의 차이가 없는 상태에서 평가하겠다는 의도다.
2010학년도 수시 수학논술 분석
자연계열 수학 교과내용을 전반적으로 평가하려고 하다 보니, 미분과 적분에 관한 개념은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2010학년도 수시 논술에서도 마찬가지로 미적분 단원의 흐름을 묻는 전형적인 고려대 유형의 문제가 출제됐다.
일단 첫 논제는 포물선을 소재로 접선의 방정식을 구한 뒤 단순한 수식 계산을 통해 정적분의 개념을 묻는다. 수험생들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는 난이도다. 수능 대비를 충실히 해온 학생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두 번째 논제는 벡터의 성분표시를 이용해 주어진 미지수들간의 관계식을 요구한다. 문제에서 벡터를 이용하라고 제시돼 있으나, 어떻게 활용할지를 생각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이어지는 세 번째, 네 번째 논제는 이전 두 질문을 잘 해결한 학생이라면 순차적으로 풀어냈으리라 본다. 삼각형의 넓이를 좌표성분들로 표현하고, 이를 수열로 파악해 일반항을 구하는 논제, 동일한 방법으로 기울기의 일반항을 구해 극한을 구하는 논제였다.
종합해보면, 미적분과 벡터연산이라는 수학적 개념을 활용해 삼각형의 넓이와 기울기를 수열로 표현하는 문제다. 여기에다가 수열의 극한까지 물어보고 있으니, 가히 교과과정의 흐름을 망라한다고 할 수 있다.
2011학년도 모의 수학논술 분석
올해 고려대에서 실시한 모의 논술고사에서 출제된 수학논술 문제는 미적분을 중심으로 삼각비의 활용, 삼각부등식의 도출 및 풀이, 원의 기하학적인 성질, 수열의 극한, 초월함수의 극한, 회전체의 부피, 정적분과 무한급수의 관계 등 매우 다양한 교과 과정을 포괄한다. 단계적 풀이를 위한 논제 4개가 출제됐다. 차례로 요구한 답을 찾다 보면 다음 문제가 해결된다.
여기서 약간 문제가 되는 것은 토러스(도넛모양의 3차원 도형)의 부피를 구하는 부분인데, 사전 지식이 있어야 한다. 토러스의 부피를 엄밀히 구하지 못하더라도 직관적 풀이에 의한 식을 유추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토러스의 부피를 제외하고는 교과과정 내에서 고루 출제됐다. 다만 일부러 복잡하게 꼬아놓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계산능력을 평가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수능과 심화 문제 풀이로 대비하라
2010학년도 수시 기출문제와 2011학년도 대비 모의논술 모두 명확한 답안을 갖고 있다. 채점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답이 존재하는 문제를 계속 출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0년 수시 기출문제는 각 문항이 같은 상황을 묻지만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논제들은 아니다. 즉, 앞 논제를 해결 못했다고 뒤 논제를 풀지 못하는 형태가 아니었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출제 경향을 인지하고 문제를 대할 필요가 있다.
또 학교 측에서 발표한 채점 기준에서 언어적 표현력에 대한 강조가 갈수록 약해진다. 굳이 모든 것을 문장으로 서술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생각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으로 논술 답안을 작성한다. 수식의 전개 자체를 과감하게 단락으로 구성해도 상관없을 것이다. 그림 또는 그래프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러한 단락을 제시한 뒤에는 반드시 해석을 덧붙여야 한다. 또 제시문에서 주어지지 않은 조건은 답안 작성시 별도로 정의한다.
평소에 논술을 대비하기 위해 대학과정까지 학습할 필요가 없다. 수능에 대비한 교과과정 안에서 심화된 문제까지 폭넓게 공부하길 권한다. 특히 단원별 통합 문제를 두루 접하는 게 좋다. 공간에서의 정적분, 벡터를 이용한 수식도출, 기하적인 상황을 수열로 표현하기 등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고려대 과학논술의 특징
고려대는 과학 과목을 통합해 출제하는 연세대와 달리 물리, 화학, 생물 분야를 구분해 출제하고 있다. 그래서 과학논술의 경우 통합논술을 지향하면서도 해당 과목에 대한 주요 지식을 검증하는 문제가 나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고려대 논술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명확한 결론이 나오는 답안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서울대나 연세대는 종합적인 분석에 근거해 다양한 해석을 요구한다. 그러나 고려대는 문제가 요구하는 답이 명확하다. 2010학년도 수시 일반전형 논술고사와 올해 실시한 모의 논술에서도 해당 과학 분야의 주요한 개념을 중심으로 문제를 출제했다. 생물에 물리 분야, 화학에 생물 분야에 관련된 내용을 통합시켜서 학생들의 통합적 사고력을 물어봤다.
특히 화학 분야에서 통합적인 문제가 많이 출제된다. 단순히 화학 개념을 묻는 문제가 아니라 생명 현상에 근거한 화학 문제를 제시한다. 학생들의 화학 지식을 단순하게 평가하기보다 창의적인 사고력에 근거한 답안을 요구한다. 생명 현상에 근거한 문제를 출제하려다 보니 화학1의 탄소화합물 단원이나 화학2의 화학반응을 중심으로 한 문제가 주로 나오고 있다. 이러한 출제 경향 때문에 생물 문제는 상당히 한정된 영역에서 출제된다.
고등학교 생물에서 배우는 대부분의 내용은 화학에 근거한 현상이다. 단백질의 구조는 고분자화합물로, 효소는 반응속도와 분자구조로, 호흡이나 순환의 원리는 기체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어서 오히려 화학 문제로 나올 확률이 높다. 생물 분야는 이런 부분을 제외하다 보니 유전법칙과 유전자 발현을 중심으로 한 논제가 주로 제시된다. 생물1 수준의 유전법칙이나 생식과정, 항상성 등이 주로 나오고, 생물2의 유전자발현이나 진화도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물리와 지구과학 분야에서는 구체적인 지구과학 내용을 묻는 문제는 잘 다루지 않는다. 연세대는 복잡한 계산보다는 사고력과 추론능력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반면 고려대는 복잡하고 정확한 계산이 주가 돼, 본고사 문제 같다는 느낌을 어느 정도 받는다. 실제로 고려대에서 출제된 논술 문제들을 보면 교과과정 외적인 내용도 자주 등장하는 편이다.
2010학년도 수시 과학논술 분석
2010학년도 수시 논술고사에서 화학은 이성질체의 특성과 분리 방법을, 생물에서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이용한 호르몬의 원리를 물어봤다. 화학에서 출제된 이성질체는 논술고사에서 가장 많이 출제된 단골 소재다. 바로 광학(거울상)이성질체 때문인데 화학에 국한시켜 논의할 만한 내용은 많지 않다. 생명 현상과 결부해서는 효소의 입체구조와 관련되므로 매우 중요한 주제다. 이성질체의 반응열과 분리방법이라는 새로운 방향의 논제를 출제해 진부함을 벗어버리는 센스를 발휘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고려대 논술의 특징이 잘 나타났다. 다양한 해석이 도출되기 보다는 명확한 답이 분명히 존재한다. 시스(cis), 트랜스(trans) 화합물의 발열량과 분리방법은 분자의 안정성과 분자간의 인력이라는 개념을 이용해 풀 수 있다. 그나마 광학이성질체의 분리가 창의력을 요구하지만 제시문에 해결 방향이 나타나 있다.
생물의 경우 호르몬과 호르몬 수용체 단백질에 각각 유전자 돌연변이를 시킨 생쥐를 이용한 실험과정의 설계와 결과를 물어봤다. 자동차의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과 호르몬 항상성의 차이점, 그리고 단백질 호르몬과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신호전달방식의 차이점도 묻는다. 이 논제 역시 제시문에 나온 실험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호르몬의 특성을 파악하면 풀 수 있다. 특히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과의 비교라는 창의적인 사고를 요하는 문제를 출제했다. 제시문을 통해 답안 작성의 방향을 한정시켰다.
물리의 경우 ‘미끄럼틀 문제’로 요약되는 문제가 나왔다. 물리1의 힘의 합성과 등가속도 운동의 개념, 그리고 파동의 굴절까지 통합적으로 다룬다. 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물리적인 소재를 활용해 수학적 개념까지 접목시킨 전형적인 고려대 유형의 문제다. 그리고 상당히 복잡한 계산을 요구해 시간 안배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2011학년도 모의 과학논술 분석
올해 실시된 논술 모의고사에서도 여전히 고려대가 추구하는 출제경향이 충실히 반영됐다. 화학은 치아와 호흡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평형에 대한 논제가 나왔다. 화학과 생물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출제경향을 유지하고 있다. 생물에서는 오페론의 원리에 근거한 유전자 재조합기술과 녹색형광단백질의 방출효율을 물어봤다. 화학의 경우 난이도가 높지 않지만 화학2에서 다루는 화학평형이라는 개념을 모른다면 답안 작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시문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충분한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제시문을 잘 분석해보면 충분히 답안 작성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오페론 역시 생물2에서 다루는 개념이지만 제시문을 통해 논제를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출제됐다.
물리 문제의 경우 생물 제시문과 결합된 형태다. 생물 내용을 다룬 문제에서 소문항으로 형광단백질의 에너지 방출 효율에 대해 묻는다. 마지막 문제도 체지방의 전기저항을 주제로 출제됐다. 생물과 물리 내용의 결합이라는 다소 생소한 출제경향이 눈에 띈다. 그 내용은 물리1의 개념을 바탕으로 한 기본적인 계산문제다.
2010학년도 입시까지 고려대 과학논술의 출제경향을 정리해보면 수학, 물리, 화학생물의 3개 영역에서 문제가 출제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해 고려대에서 실시한 논술 모의고사에서는 기존과 조금 다른 출제경향을 보였다. 과학 영역에서만 3문제가 출제되고 물리, 화학, 생물 통합형으로 출제하려고 노력한 모습이 보인다. 예년과 달라진 가장 큰 특징은 과학논술 3문제 중에서 2문제를 학생이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학생이 과학논술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볼 때, 특정 과목에 취약한 학생의 불이익을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 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3문제 중에서 2문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으나 서로 다른 과목 간에 통합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물리, 화학, 생물 과목의 균형 있는 학습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물리, 화학, 생물 균형있는 학습 필요
그렇다면 과학논술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화학과 생물 논술에서는 제시문의 내용이 생소하거나 어렵다고 두려워하지 말고 제시문 분석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통합주제를 지향하고 문항수가 적다보니 당연히 수준 높은 개념의 문제가 출제된다. 하지만 내용을 안다고 논술답안을 잘 작성하는 것은 아니다. 제시문에서 해결방향을 찾아내지 못하면 화학2, 생물2를 공부한 학생이라도 정확한 답안을 작성하기 어렵다. 또 명확하고 깔끔한 답안을 작성하는 연습을 한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설명하려는 바가 정확히 드러나도록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리 논술의 경우 고려대 입학처에서 발표하는 출제의도에 의하면 제시문을 통해 수험생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낸다고 한다. 하지만 제시문에 힌트를 많이 줬다 하더라도, 정규 교과과정 밖의 내용이라면 선행학습을 한 학생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수험생은 기출문제 뿐 아니라 다양한 실전유형의 문제를 접하면서 교과과정 내의 내용은 물론 상위의 개념이나 계산을 익혀두는 것이 필요하다.
올해 실시된 논술 모의고사에서 과학논술 문제의 난이도는 평이했다. 그렇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대학들이 내놓은 모의논술 문제들은 그 형태나 난이도가 반드시 실제 논술고사에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는다. 기존에 출제되던 경향이나 올해 논술 모의고사의 형태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논술 문항이 출제될 수도 있다. 따라서 고려대 수시 일반전형을 전략적으로 노리는 학생이라면 과학 과목 중 특정 과목에만 치우쳐서 논술 대비를 하지 않고 물리, 화학, 생물을 균형있게 대비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