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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머신에 민무늬 광폭 타이어를 다는 이유

굉음과 함께 시속 360km로 질주하는 F1 머신을 보고 있으면 온몸에 전율이 오고 심장이 고동친다. 온 경기장을 울리는 큰 소리 때문에 머신을 굉장히 크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머신의 크기는 사실 승용차의 1/4밖에 되지 않는다. 공기 저항을 줄여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머신은 작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돌출된 타이어와 공기역학적인 디자인 때문에 일반 차에서 볼 수 없는 위압감과 힘이 느껴진다. 



F1 머신에는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큰 타이어가 달린다. 타이어의 지름은 차체 높이보다 크고 도로와 닿는 폭이 매우 넓다. 이런 점보 타이어는 무엇보다 힘이 좋다. 머신은 무게가 약 400kg 정도로 일반 승용차의 40% 밖에 되지 않지만 시속 300km 이상으로 달릴 때 무게는 12t에 이른다. 타이어는 이 엄청난 무게를 견디면서 약 200km를 주행한다. 일반적으로 경기당 주행거리는 305km 정도다. F1 머신은 경기마다 1회 정도 타이어를 교체한다. 고속으로 달리기 때문에 F1 머신은 타이어와 도로 사이에 엄청난 마찰력이 생긴다.



적절한 마찰력은 주행 중에 제동을 거는 데 좋다. 하지만 지나치면 급속히 타이어를 마모시킨다. 따라서 머신의 타이어는 극한의 환경을 견딜 수 있도록 내구성 좋은 재료를 사용해 만든다. 특히 올해부터는 경기 중에 주유를 할 수 없게 됐다. 주유 없이 주행거리를 완주해야 하기 때문에 머신에는 약 100L의 연료를 더 실어야 한다. 무게를 견디기 위해 타이어의 내구성과 접착력은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됐다.



머신에는 폭이 넓은 타이어를 사용한다. 그러면 고속에서도 안정감 있게 달리면서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 이처럼 일반 타이어에 비해 지름 대비 폭이 특히 넓은 타이어를 광폭타이어라고 한다.도로에 닿는 면적이 넓을수록 접지력이 좋아져 큰 힘으로 바닥을 밀어낼 수 있다. 단 승차감이 떨어지고 연비가 낮다는 단점이 있다.



일반 타이어와 ‘급’이 다른 머신의 타이어



F1 머신에게 엔진이 ‘기본 체력’이라면 타이어는 그 날의 ‘컨디션’을 나타낸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타이어는 경기장의 주변 환경과 도로의 상태, 기온에 따라 수행능력이 달라진다. 특히 날씨는 경기의 승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도로에 물기가 있으면 타이어의 마찰력이 크게 떨어진다. 물기가 만드는 수막현상 때문이다.



F1은 비가 오면 경기를 진행시키지 않지만 경기 중에 비가 내리면 그대로 진행시킨다. 그래서 비가 올 것 같으면 빗길 전용 타이어를 사용한다. 이 타이어는 표면에 홈이 파여 있어 도로 위 빗물이 타이어의 홈으로 빠져나간다. 덕분에 타이어는 빗길에서도 접지력을 잃지 않는다.



맑은 날에는 주로 마른 노면용 타이어(드라이 타이어)를 사용한다. 표면에 홈이 없는 민무늬의 슬릭(Slick) 타이어다. 민무늬는 바닥을 밀어내는 면적이 넓어 접지력이 좋고 곡선 구간에서 안정성이 좋다.


 
 



드라이 타이어는 고무 재질의 특성에 따라 슈퍼 소프트, 소프트, 미디엄, 하드 네 가지 타입으로 나눈다. 이들을 선택하는 기준은 주변 온도다. F1경기는 매년 전 세계 19군데에서 치른다. 경기장마다 기온이 다름은 물론이다. 따라서 온도에 맞는 타이어를 선택해야 최적의 경기 조건을 만들 수 있다.



경기하기에 가장 좋은 온도는 우리나라의 봄·가을에 해당하는 기온이다. 약 80℃로 가열된 타이어의 접지력이 가장 좋다. 쌀쌀한 날씨에는 부드러운 재질의 슈퍼 소프트나 소프트 타이어를 사용한다. 재질이 부드러워 낮은 온도에서도 온도가 빠르게 올라가 주행하기에 적절한 상태가 된다. 더운 날씨에는 미디엄이나 하드 타이어를 선택해 타이어의 마모를 줄이고 마찰력을 극대화한다.



일반적으로 레이싱용 타이어는 직진 코스는 물론 급커브에서도 고속으로 통과할 수 있게 도로 표면과의 마찰력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돼 있다. 따라서 도로 상태에 따라 패턴의 형태가 달라진다. 포장도로에서는 슬릭(Slick)과 세미 슬릭(Semi-Slick) 타이어를 사용하고 비포장도로에서는 블록(Block) 패턴의 타이어를 사용한다. 가장 보편화된 형태는 슬릭 타이어다. 이외에 드라이버의 운전 스타일이나 해당 서킷(F1 전용 도로)의 특성을 고려해 선택하기도 한다. 



타이어와 환상의 짝꿍, F1 전용 서킷



타이어가 아무리 좋아도 도로 여건이 나쁘면 경기를 진행하는 데 무리가 있다. F1 레이싱 전용 도로인 서킷은 최적의 마찰력을 유지하면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만든다. 이에 따라 F1 서킷은 엄격한 규격에 의해 설계 및 시공된다.



우선 내구성과 타이어의 접지력을 위해 최상급 재질의 도로용 아스콘(아스팔트 콘크리트)을 사용한다. 자갈, 토사, 아스팔트를 더해 포장의 두께를 38~40cm로 만든다. 두께가 약 70cm인 일반 도로보다 얇다. F1 서킷은 경기 외엔 차량 통행량이 거의 없어 도로가 연간 받는 스트레스가 적기 때문이다. 반면 타이어가 직접 닿는 부분인 도로 표면(아스팔트)은 일반 도로보다 상대적으로 두껍고 유리 가루로 거칠게 만든다. 그러면 타이어의 접지력이 높아져 속도를 높이고 제동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 일반 타이어를 장착한 차량도 F1용 레이싱 서킷을 달리면 표면 마찰력이 좋아 주행 성능이 좋아진다. 하지만 단순히 주행 능력만을 고려해 서킷을 만들지는 않는다. 서킷은 그 지역의 문화와 특성을 담아 만든다. F1 서킷 중에는 시가지를 이용해 임시 경기장을 조성하는 ‘스트릿 건설방식’이 있다. 대표적으로 모나코 서킷이 여기에 해당한다. F1 시즌에는 경주를 구경하기에 좋은 호텔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기도 한다.



경기장에 마련되는 일반적인 전용 서킷에는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엔진의 성능을 평가하기 위해 직선이 길고 곡선로가 적은 ‘하이 스피드용’이고, 또 하나는 엔진 성능보다 저속 성능의 코너를 많이 넣어 기술적인 부분을 주로 보는 ‘하이 다운포스형’이다. 나머지 하나는 ‘미디엄 스피드형’으로서 하이 스피드와 하이 다운포스를 섞어 놓은 형태다. 전남 영암군에 설치 중인 레이싱 서킷도 이 영역에 속한다.
 





서킷의 길이는 최소 3.3km에서 최대 5.8km로 다양하다. 직선과 곡선이 어우러져머신은 시속 200km에서 350km에 이르는 다양한 속도를 낼 수 있다. 최근에 짓고 있는 서킷은 대부분 5km 길이로 만든다. 길이가 너무 짧으면 국제 경기를 치르기에 부적절하고 너무 길면 한 바퀴를 도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 관람객의 흥미가 반감된다. 전남 영암군은 전체 길이를 5.684km로 잡아 일본 스즈카의 5.807km와 이탈리아 몬자의 5.793km 다음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서킷을 만들고 있다. 서킷을 도는 횟수는 54회로 세계 18개 서킷의 평균인 63회에 비해 적다. 영암군에서는 어떤 기록이 만들어질지 기대가 크다.







친환경적인 F1 타이어와 서킷



에너지 절약과 기후 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F1도 친환경 요소를 강조하고 있다. 최근 초록색 띠를 가진 타이어가 눈에 띄는데, 이는 친환경 공법과 재질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국내의 타이어 제조회사인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친환경 요소를 강조한 타이어로 F1 진출을 꾀하고 있다.



F1용 서킷도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에너지 절약형으로 건물을 지어 시대적인 요구에 호응하고 있다. 전남영암군에 세우는 서킷은 인접한 바다의 풍경을 살리면서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시설물을 설치해 친환경성을 강조했다.



이미 전 세계 19곳에 있는 F1 경기장이 다른 곳에 추가로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주최측이 주관사에 1회당 300억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할 만큼 F1은 국가의 정책적 지원은 물론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행사다. 즉 수익 확대를 통한 경기 활성화는 쉽지 않다. 앞으로 F1은 새로운 서킷을 짓기보다는 기존 서킷을 보수하거나 머신과 경기방법을 친환경적으로 보강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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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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