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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의 4배가 넘는 가공할만한 F1 머신의 힘


F1(포뮬러 원) 머신의 최고 속력은 시속 360km에 이른다. 시속 200km만 돼도 드라이버의 시야가 흐려지는데, 시속 360km이면 머신에 날개가 있을 경우 이륙할 수도 있다.

머신을 초고속으로 달리게 하는 힘은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에서 나온다. F1 머신의 엔진은 8기통 2.4L를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여기서 나오는 출력은 750~800마력에 달한다. 같은 배기량과 엔진구조의 일반 승용차가 170~190마력을 내는 것을 감안하면 머신의 출력이 일반차의 4배가 넘는 셈이다. F1보다 한 급수 낮은 대회로 평가 받는 GP2의 전용차도 배기량이 4L지만 출력은 580마력 정도에 불과하다.

비밀은 1분에 1만 8000번 회전하는 엔진

엄청난 출력의 비밀은 엔진의 회전 속도에 있다. F1 머신의 엔진은 1분에 1만 8000번을 회전한다. 초당 300번을 회전하는 셈이다. 이에 반해 일반 승용차의 엔진은 고속에서 1분에 3000~4000번을 회전한다.

머신의 외형 디자인도 엔진의 출력을 높인다. 운전석 바로 위에 있는 인덕션 포트는 최대한 빨아들인 공기를 엔진에 재빠르게 불어 넣어 엔진의 출력을 높인다.

엄청난 출력을 자랑하는 머신의 엔진 무게는 놀랍게도 일반 승용차 엔진의 반도 되지 않는다. F1 머신의 전체 무게는 600kg 이 나간다. 엔진 무게는 80~100kg정도여서 어른 두 명이 들어서 옮길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전체 무게가 2000kg인 일반 승용차는 엔진 무게가 200kg을 웃돈다. 이는 엔진에 사용하는 재료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 자동차의 엔진은 주로 주철로 만든다. 최근 무게를 낮추기 위해 알루미늄처럼 가벼운 재료를 부분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엔진 전체를 알루미늄과 티타늄으로 만드는 F1 머신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열이다. F1 머신처럼 빠르게 질주하는 엔진은 열이 많이 발생한다. 그래서 배지보드와 사이드포드처럼 엔진의 열을 식히기 위해 차가운 공기를 흘려보내 주는 부품들이 머신에는 필수적으로 달려 있다. 또 알루미늄과 티타늄은 열에 강하고 단단해 엔진의 내구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F1 머신 엔진의 수명은 1500km 정도로 매우 짧다. 경주를 치를 때마다 엔진을 교체하는 호사(?)를 누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연비도 문제다. F1의 연비는 연료 1리터당 약 1.7km로 일반차에 비해 매우 낮다. F1 머신이 사용하는 8기통 엔진은 직선 운동을 하는 피스톤이 들어간 엔진실린더가 8개 있다는뜻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승용차는 엔진실린더가 4개인 4기통이 가장 많고 대형 승용차의 경우 6기통에서 8기통을 많이 사용하다. 기통이 많으면 엔진의 출력이커져서 많은 힘을 낸다. 하지만 동시에 연료 소모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최근 에너지 절약이 부각되면서 일반차는 기통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출력이 중요한 F1에서는 여전히 8기통을 유지하는 형편이다. 우승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셈이다.

F1 머신도 에너지 절약은 피할 수 없어

얼마 전까지 F1 머신의 엔진 배기량은 3L에 V자형 10기통을 사용해 900마력의 힘을 냈었다. 그런데 1994년 브라질이 낳은 세계적인 F1 스타, 아일톤 세나가 경기 도중 사망하면서 엔진 출력을 축소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어떠한 스포츠도 즐길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자는 친환경적인 인식도 이런 변화를 부추기고 있다. F1 내부에서도 엔진의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 이미지를 개선해야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돼 오고 있다.

아직까지는 팀별로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세계적인 F1 머신 제작회사인 페라리는 2013년 시즌부터 현재와 동일한 8기통에 가솔린을 직접 분사하는 방식의 엔진을 사용하길 희망하고 있다. 직접분사 방식은 엔진의 실린더에 연료를 직접 분사시켜 연소율을 높인다. 공기와 연료를 미리 섞은 뒤 나중에 실린더 내로 분사시키는 일반 방식보다 배기가스가 적고 연비가 높은 장점이 있다.

고온, 고압의 연소가스로 직접 터빈을 돌리는 가스터빈 엔진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가스터빈 엔진은 내연기관과 달리 왕복 운동하는 피스톤이 없다. 그래서 진동이 적고 소형 제작이 가능하다. 공기 흐름에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최대한 차체의 부피를 줄여야 하는 머신으로서는 매우 적절한 엔진인 셈이다. 그동안 단점으로 지적돼 온 낮은 효율도 최근 기술개발을 통해 향상되면서 가스터빈 엔진은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배기가스가 뿜어내는 힘으로 터빈을 돌려서 더 많은 공기를 실린더 내에 주입하는 터보차저 방식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 페라리는 1L급 소형 엔진에 터보차저를 얹어 직접분사 방식을 경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손가락으로 딸깍, 빠르게 조작하는 변속기

변속기는 엔진에서 발생한 동력을 회전력으로 바꿔 바퀴에 전달하는 장치다. F1처럼 스피드를 겨루는 경기에서는 엔진의 힘을 빠르게 전달하는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담당하는 부품이 변속기다. F1은 경기장의 고도와 도로 환경, 추월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변속 기술이 달라지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F1 머신은 규정상 자동변속기를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6단이나 7단으로 된 반자동변속기를 사용한다. 변속을 조절하는 레버는 핸들 뒤에 달려 있다. 이를 ‘패들 쉬프트’라고 부른다. 드라이버는 핸들에 손을 떼지 않고 손가락으로 단 0.005초 만에 쉽고 빠르게 변속할 수 있다. 패들쉬프트는 최근 일부 고성능의 승용차에도 장착돼 운전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F1 머신의 변속기는 후진 기어도 있지만 거의 사용을 하지 않는다. 역시 가볍고 견고한 재질을 사용한다. 기어는 보통 내구성이 좋은 니켈 크롬 몰리브덴 합금강을 쓰고, 케이스는 티타늄과 카본복합소재 또는 다이캐스팅 공법으로 만든 티타늄으로 만든다.

왜 F1 머신에는 자동변속기를 사용하지 않을까. 자동변속기는 엔진에서 발생한 회전력의 속도를 조절하는 장치인 클러치를 따로 조작할 필요가 없어 간편하다. 자동변속기는 연료의 압력(유압)을 이용해 자동으로 엔진에서 발생한 회전력을 조절한다. 선풍기 두 대를 마주 보게 하고 한 선풍기를돌렸을 때 마주 보고 있는 선풍기도 따라 돌아가는 원리와 유사하다. 하지만 자동변속기는 사람이 직접 클러치로 직접 조절하는 수동변속기에 비해 효율이 약 20% 정도 떨어진다. 또 유압을 이용하기 때문에 반응속도가 느려 F1 머신처럼 순간적인 속도 전환이 필요할 경우에는 불리한 점이 많다. 그래서 F1 머신에는 자동변속기가 사용되지 않는다.

F1 머신의 단수도 효율을 고려해 최적화시킨다. 엔진의 회전속도가 빠르면 이에 맞는 기어로 연결해 힘이 바퀴로 전달돼야 한다. 기어의 단수가 작을 경우에는 에너지가 계단처럼 전달되므로 효율이 떨어진다. 그래서 6단이나 8단으로 기어의 단수를 높이면 단수를 높일 때마다 2~3% 정도의 효율이 상승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변속기의 구조가 복잡해지면 가격이 올라가고 고장이 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적정수준을 맞춰야 한다.

F1에서 엔진과 변속기는 경기 결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F1이 드라이버뿐 아니라 엔진을 만든 제조회사에도 상을 준다는 사실만 봐도 F1 머신에 엔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앞으로는 친환경 엔진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엔진의 크기는 더 작아지고 터보와 직접분사 기능이 추가되면서 효율도 높아질 것이다. 변속기 또한 경량화 소재를 사용해 무게와 부피를 줄이고 고성능화된 장치로 변모하고 있다. 에너지를 절약해도 F1 머신의 기록은 떨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개인적으로는 F1 경에 한국인 드라이버와 국산 엔진, 변속기가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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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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